A등급은 복숭아 향이 난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이상한 이야기다. 농도에 따라 기억 소거 시간의 길고 짧음을 조절할 수는 있지만, 적어도 A등급 기억소거제 에어로졸을 흡입하고 난 직후의 기억은 확실히 지워진다. 설령 향이 있다 한들 그것을 기억할 수 있을 리 없으니.
향을 맡아보면 되지 않을까. 사람의 기척도 없는 22시의 제3조제실. 야근 중, 내 옆에 앉은 선배 인원은 그런 안일한 제안을 해왔다. 짧고 깔끔하게 다듬어진 스타일의 머리. 그중 앞머리의 2그램 분량만이 검은 테의 안경에 걸려 있다. 이 선배의 안경에는 언제나 2그램 분량의 머리가 걸려있었다.
선배가 향을 맡아보시죠. 퉁명스러운 어조로 대답하며, 아까 제조한 A등급 스프레이를 손에 들고 만지작댄다. 무해한 고압 공기에 압축된 저농도 기억소거 가스. 뿌리는 순간부터 약 1분간의 기억을 날려버리는, 요원들에게 있어서 가장 사용하기 편리한 타입.
시험만 해보면 괜찮지 않겠어, 부작용이라 해봐야 같은 양의 알코올보다 낮으니 좋고. 120rpm 정도의 속도로 펜을 돌리며 서류를 바라보고 있던 선배가 이쪽으로 시선을 던진다. 촉촉이 젖은 입술에 이상하게도 초점이 맞아, 좋은 맨눈시력을 저주했다. 나는 이 선배가 싫었다.
장난기가 뱀처럼 벌떡 목을 치켜들었다. 나에게도 이 선배에게도 이걸 뿌려버리면, 적어도 직전 1분간은 확실하게 없던 일이 된다. 내 의도를 알아차렸는지 모르는지, 선배는 책상에 샤프를 놓고 내 쪽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고개를 기울이고 있었다.
나는 일어서서 도발적인 검은 테 안경에 가까이 다가간다. 뭘 해줄까. 외상이 남지 않는 방법으로 아프게 해줄까. 뺨을 후려치는 것도 재밌을 것이다. 이 시건방진 상사는 폭력에 노출되면 어떤 얼굴을 보여줄까. 어쩌면 눈물을 흘릴지도 모르겠군.
단정하게 갖추어진 선배의 구두에 허름한 나의 스니커즈가 맞닿는 것을 지켜보다가 눈꺼풀을 감고, 내 패션 안경과 선배의 안경테가 철컥거리는 싸구려 소리를 내며 맞닿는 것을 들었다. 이 안경도 그러고 보니 마음에 들지 않는 이 선배 인원이 쓰고 있는 안경과 같은 브랜드 물건이었지.
뺨에 그녀의 코끝이 느껴진다. 입술로 확인한 립글로스의 윤기는, 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선명했다.
한숨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싫어하는 여자의 입술을 능욕한다. 몇 초 정도 지났을까? 슬슬 끝내지 않으면 일을 그르칠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안 돼, 벌써 1분이 흘러간다. 스프레이에 손을 댄다. 「리셋」이 걸렸을 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재빨리 입술을 떼어낸다. 스프레이의 레버에는 내가 아닌 선배의 손가락이 걸려 있다.
"오늘은 평소보다 난폭하고 멋있었어. 앞으로도 잘 부탁해."
선배가 웃고, 망각이 살포된다. 피부와 점막, 그리고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들어온 A등급이 지금까지의 1분간을 혼탁하게 만드는 것을, 나는 안도하며 받아들였다.
"왜 그러니, 멍하니 서 있고. 피곤한 거 아니야?"
곁에 있는 선배의 목소리로 사고의 공백에서 귀환한다. 사람의 기척도 없는 22시의 제3조제실.
"딱히요, 피곤하진 않아요."
후후, 하고 선배가 웃는다. 앞머리의 2그램 분량만이 검은 테의 안경에 걸려 있다. 이 선배의 안경에는 언제나 2그램 분량의 머리가 걸려있었다.
"중화제가 만들어졌다는 건 아직 비밀로 하는 편이 재밌을 것 같네."
의미 모를 말을 하며 검은 테 안경이 즐겁게 웃는다. 뭐가 즐겁다는 건지. 변함없이 이상한 녀석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손안의 A등급 스프레이를 바라보았다.
"복숭아 향이 난다는 말은 사실이야. 알고 있었니?"
말의 의미를 알 수 없어, 시선을 돌린다. 촉촉이 젖은 입술에 이상하게도 초점이 맞아, 좋은 맨눈시력을 저주했다. 나는 이 선배가, 정말이지 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