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킥교의 인류학적 접근 - 사례연구 01: 사르비의 바스나
사르킥교의 인류학적 접근
An Anthropological Approach to Sarkicism
인류학부 마티외 데스마레 박사(Dr. Matthieu Desmarais)
서문:
지난 수십 년 사이 사르킥교에 관한 우리의 이해에는 극적인 변화가 있었다. 새로이 얻어진 정보들은, 처음 가정되었던 단일한 교리 가설과는 매우 다른 다양성과 패러다임 전환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이제 사르킥 종교의 다양한 종파들과 문화적 전통에 관한 보다 넓고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볼 수 있게 되었다.
현대의 사르킥 종파들은 여러 개로 갈라진 해석들의 산물이며, 고대의 사르킥교와는 피상적인 유사성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특히 본인을 비롯한 사르킥교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예측하지 못했던 것은, 이 종교의 설립자들이 자애로운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자주 하는 말이지만,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고 한다. 재단이 언제나 명심해야 할 경구일 것이다. 비록 우리 사이에는 영겁의 세월이 있지만, 우리는 결국 같은 심연을 들여다보고 있으므로.
그리고 고대의 아뒤툼인과와 마찬가지로, 현대의 사르킥교 역시 괴물딱지들 천지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데스마레 박사는 큰 위험을 무릅쓰고 살아 있는 공동체들에 대한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사르킥교에 관한 보다 발전된 이해와 패러다임 전환을 추구했다. 유적, 유물, 시체를 연구해서는 얻을 수 없는 성과라 할 수 있다. 비록 그의 방법론은 비정통적이지만(최소한 재단의 입장에서), 그의 연구 결과는 부인할 수 없으며 지속적인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다.
역사학부 종교적 GoI 위협분석 책임자문관 주디스 로우 박사(Dr. Judith Low)
사례연구 01: 사르비의 바스나
개요:
오늘날의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의 북부 지방과 러시아 콜라 반도에 해당하는 북극 사프미(Sápmi) 지역에는 많은 수의 핀우그리아족 원주민들이 살고 있다. 그 문화적 기원에 비록 멀지만 분명한 공유점이 있기 때문에 사르킥 공동체들은 이 지역의 사미인(Sami)들과 구분하기가 어렵지만, 자세히 살펴 보면 이런 유사성은 금세 사라진다. 이 사르킥 부족들은 스스로를 바스나(Vaśńa)라고 부르며, 이들이 본 연구의 대상이 된다.
사르비(Sarvi) 마을은 바스나인 공동체 중 하나다. 이 마을은 핀란드 라피 지역의 이나리호(Inarijärvi) 호반에 위치해 있다. 사르비 주민들은 고립되어 있으나 자급자족이 가능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은 원시적이지만 기발한 덫을 사용해 물고기를 잡고, 순록의 특이한 아종을 목축하여 고기와 모피를 얻고 또 운송수단으로 사용한다. 사르비는 북극 일대의 다른 바스나인 공동체들과 연결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공동체들 중 몇몇은 완전한 유목민이지만, 중요한 종교 행사가 있거나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을 지킬 때는 서로 모여 합동한다.
역사:
따뜻한 계절에 사르비 주민들이 사는 집. 작아 보이지만 사실 널찍한 지하 공간이 있어서 내부는 상당히 넓다.
바스나인은 북유라시아에 흔한 Y 염색체 DNA 하플로그룹인 하플로그룹 N(M231)에 속하며, 이나리 호 주변에 4,000-6,000 년 간 거주했다. 바스나인들은 "아디윔의 순록민"들의 후예거나 또는 그들과 조상을 공유할 것으로 생각된다. 아디윔의 순록민들은 옛날에 북부 우랄산맥에 거주했던 핀우그리아족 민족으로, 위대한 카르시스트 이온을 최초로 추종한 집단 중 하나였다.
노르드어 사가 『지둔한 아스뵤른의 사가』에는 노르드인들이 라플란드를 침공했으나 실패한 이야기가 언급되는데, 이 사가의 라플란드 거주민들은 핀우그리아족 사르킥교도와 상당한 유사성을 나타낸다. 사가의 라플란드 원주민들은 귀신처럼 창백한 몸을 가졌고(다만 이것은 흰 색 물감을 몸에 칠한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붉은색 룬으로 뒤덮여 있다고 묘사된다. 피와 살이 거의 쓸데없을 정도로 자주 언급되며, "혈마술", "땅 크라켄", "창자의 신" 같은 표현도 등장한다. 그리고 한 노르드인 군벌이 "안팎이 뒤집혀" 버린 것이 여러 절에 걸쳐 세세하게 묘사된다.
한동안 사프미 지역의 거주자들은, 사르킥교도이건 비변칙적인 사미인들이건 간에 모두 상대적인 평화 속에 살았다. 15세기에 스웨덴과 노르웨이가 이 지역의 통제권을 장악했지만 바스나인 부족들은 북쪽에 고립되어 있었기 때문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핀란드 북부에서 초토화 작전을 수행했을 때 바스나인과 사미인들은 모두 파괴적인 피해를 입었다. 1946년에서 1961년 사이에는 GRU P과가 사르비 마을을 점령했다. 마을의 노인들은 그 때 끔찍한 실험을 당했으며 그 뒤 무자비한 복수를 했다고 말한다. 노인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설명하지 않으려 하지만, 그 일의 결과 GRU P과가 완전히 쫓겨나 다시 돌아오지 못했음은 확실하다.
문화, 전통, 그리고 오개념:
바스나인은 자신들의 종교를 낼캐(Nälkä)라고 부른다. "사르킥"이라는 말은 원래 메카네인들이 만들어낸 멸칭이었다. 메카네인은 지중해를 기원으로 하는 고대의 변칙적 민족종교집단으로, 부서진 신의 교회의 전신일 개연성이 있는 집단이다. 이 유럽중심주의적인 부적절한 명칭을 재단의 어휘에서 제거하려 해 보았으나 성과가 없었다. 사실 사르킥교도들은 "살덩이" 또는 "살덩이의 신"을 숭배하지 않는다. 신들이 존재한다고 믿지만, 그 신들은 존경의 대상이 아닌 매도의 대상이다. 이것은 남신이나 여신 또는 유일신이 전선한 존재가 아니며 심지어는 악한 존재일 수도 있다는 신앙체계인 악신론(dystheism)의 일종이다.
위대한 카르시스트와 그의 클라비가르들은 일상 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로바타아르(Lovataar)는 바스나인들에게는 로바락카(Lovarakka)라고 불리며, 예비 어머니들이나 사랑을 구하는 이들의 기원을 받는다. 오로크(Orok)는 힘과 보호를 주며, 사냥꾼들이 오로크의 우상을 모샤한 부적을 지니고 다니며 행운을 빈다. 나독스(Nadox)는 바스나인들에게 나우독(Naw-dock)이라고 불리며, 지혜를 추구하는 이, 또는 단순히 어떤 선택의 기로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고자 하는 이들이 그에게 기도한다. 사아른(Saarn)은 다른 클라비가르들에 비해 언급되는 일이 적은데, 보통 적을 저주하거나 복수를 맹세할 때 사아른에게 기도를 빈다. 그리고 위대한 카르시스트 이온(Ion)은 바스나인들에게 위온(Yon)이라 불리며, 별다른 경우가 아니더라도 일상적인 기도의 대상이다(다만 바스나인들은 이온에게는 요구하는 것이 거의 없다. 이온의 "일"이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감히 그것을 방해하는 것은 이기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신공양에 관한 보고는 이루어진 바 없다. 바스나인 공동체는 부족민이 죽으면 그 시체를 뜯어먹는 식인장(食人葬, endocannibalism)을 장례 풍습으로 선택하고 있지만, 산 사람을 사냥한다는 관념에 대해서는 비웃음을 나타낸다(다만 그들은 어느 시체건 그냥 가만히 썩게 내버려두는 것이 "낭비"라고 생각한다).
사르비 마을의 생활은 비교적 단순하다(추위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심지어 목가적일 수도 있다). 외부인은 처음에는 아무 이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하며, 나 역시 이들이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다른 공동체들과 섞여 살 수 있으리라고까지 주장하고 싶다(그들이 그렇게 하기를 선택한다는 전제 하에). 평화를 높이 사며, 때때로 사소한 옥신각신 정도의 싸움 외에는 평화가 깨지는 일도 거의 없다.
바스나인들은 금욕주의적이지도, 쾌락주의적이지도 않으며, 애정과 성애에 관해 대체로 건전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 혹자는 이런 관점이 혁신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그런 꼬리표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며, 그들의 규범과 민속의 고대의 뿌리로부터의 논점을 이탈시킨다. 성지향성은 스펙트럼으로 여겨지며(다만 그들은 스스로 그렇게 일컫지는 않는다) 이성애나 동성애 같은 개념들은 이상하고 구속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일반적으로 전통적 생활에서는 노동의 성별분업이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으나, 바스나인은 전통적 생활을 하면서도 성별분업은 제대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어쩌면 이것이 성별 개념의 쇠퇴를 야기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원래 모든 사르킥 계통 전통에서는 성별은 물론이고 생물학적 성조차 유동적인 개념이다.
사르비 주민들은 인간의 육체를 캔버스로 취급하며 문신, 흉터, 뼈 피어싱 같은 것으로 스스로를 예술적으로 표현하며, 때때로 유형의 부속지가 생겨나기도 한다. 전통 의복은 실용적이고 소박하지만 심미적 쾌락을 추구하기도 한다. 이런 의복들은 보통 양모, 가죽, 모피로 만들어진다. 지역민들은 붉은색, 검푸른색, 노란색 천연염료들로 옷감을 염색하고, 사르킥 종교와 관련된 상징 및 패턴으로 옷을 장식한다.
비록 물리적으로 고립되어 있지만, 사르비 주민들이 외부 세계와 완전히 단절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라디오가 흔하게 사용된지 이미 오래 되었고, 젊은 세대들은 이따금 인터넷을 통해 테크놀로지에 접근하기도 한다. 이런 변화는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주민들은 기술을 혐오한다기보다 돈을 극도로 혐오하는 것이며, 대부분의 주민들은 외부인과의 물물교환을 선호한다. 사르비는 일종의 원시공산주의 사회로서 사유재산의 개념도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사르비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자유롭게 마을을 떠날 수 있으며,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자신들의 전통을 비밀리에 수행할 수 있다. 내가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바깥 세계에 남는 사람들도 있으며, 그런 선택을 했다고 해서 비난받지도 않는다(나는 분명히 이 점에 관해 실망했지만 사람마다 받아들이기 나름일 것이다). 주민들은 이렇게 마을 밖으로 나가는 것을 나간 사람의 발타아녹(Valtaanok) 또는 "방랑"(Wandering)이라고 부른다. 다브곤(Dávgon)은 20대 중반의 남성으로, 헬싱키의 대학교에 다니다 고향 마을로 돌아온 젊은이다. 그는 미생물학 학위를 받았고 "이상한 일들"을 하면서 재정적으로 자립했다. 나는 다브곤과 그의 문화와 신앙에 관해 면담을 나누었다. 이하 접힌 부분이 그 면담의 녹취록이다.
피면담자: 젊은이 다브곤(Dávgon the Younger)
면담자: 마티외 데스마레 박사
서론: 다브곤은 다른 주민들에 비해 재단을 덜 경계하고 있다. 다브곤의 신뢰를 얻은 것은 나의 사르비 연구에서 필수적인 요소였다. 똑똑하고 호기심이 많은 다브곤은 사르킥 경전을 해석하고 그것이 현대과학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탐구하는 것을 즐긴다.
<녹취록 시작>
데스마레 박사: 안녕 다브곤. 몇 가지 질문을 좀 하고 싶은데.
젊은이 다브곤: 그러시죠.
데스마레 박사: 자네들 공동체에서는 리하쿠트악(lihakut'ak)에 관해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지?
젊은이 다브곤: 육을 인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날 때부터 공예의 재능을 타고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러 해 동안의 명상과 훈련이 필요해요. 또 힘이나 부 같은 것을 위해 남용해서도 안 되구요
데스마레 박사: 그 원리가 무엇인지 혹시 아니?
젊은이 다브곤: 그건 마술이 아니에요. 실제 기작이 어떤지는 저도 잘 모르지만… 모든 생물을 유전자 단위로 인식할 수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세포와 세포 사이를 오가면서, 유전자를 마치 조명 스위치처럼 켜고 끈다고 상상해 보세요. [피면담자가 어색하게 웃는다. 얼굴이 눈에 띄게 붉어졌다] 미안해요. 나 설명 진짜 못 하네요. 장님한테 색깔을 설명하는 게 이럴까. 그래서 제대로 수행을 하게 되면, 변환의 경험을 하게 되는 거죠. 자연의 흠결을 이용해서, 그걸 옷감의 실밥을 잡아당기듯이 당기면, 눈앞에서 전체가 풀어지는 거에요. 그럼 이제 그 풀어진 실뭉치로 무언가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게 어렵죠.
데스마레 박사: 그래서 자네도 그 공예를 해본 경험이 있고?
젊은이 다브곤: 그래요. 조금요. 나중에 굴을 한번 보여드려야 하나 싶은데. 어르신들은 그걸 싫어할 지도.
데스마레 박사: 그래 준다면 나야 정말 고맙지.
젊은이 다브곤: 좋아요. 좋아요. [피면담자가 미소짓는다]
데스마레 박사: 자네는 스스로를 변화시키지는 않나? 예전에 자네들 종교의 다른 신도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 사람들은-
젊은이 다브곤: [피면담자가 말을 자른다] 우리는 그 욕심장이들과는 *전혀* 달라요.
데스마레 박사: 무슨 뜻이지?
젊은이 다브곤: 당신들 재단이 "신사르킥"이라고 부르는 종자들요. 우리가 지키려고 하는 것들을 죄다 배신한 작자들. 그 놈들은 불타아스(Vultaas)와 다를 게 없어요. 그 놈들은 신들의 폭정을 끝내는 데 아무 관심도 없고, 그저 그 자리를 자기들이 차지하고 싶어하죠.
데스마레 박사: 자기신격화야말로 낼캐교의 중심 목표가 아니었던가?
젊은이 다브곤: 그런 식으로는 아니에요. 위대한 카르시스트께서는 *모든* 사람들을 일으키고자 했어요. 우리는 육과 영의 기근에 배고픈 거고, 그 놈들은 다수가 굶주릴 때 자기들은 잔치를 벌이는 걸신 아귀들이죠. 그 놈들 하나 하나가 모두 살인마 강간마들이구요. 그 놈들은 이온님과 이온님의 길에 침을 뱉어요. 어째서 그따위 놈들을 우리와 비교하는 거죠? 미안하지만 당신네 사람들이 하는 말을 예전에 좀 엿들었어요. 당신도 알겠지만 저는 영어를 완벽하게 알아들을 수 있거든요. 당신네 조직은 우리를 모두 퉁쳐서 "사르킥"이라고 부르잖아요. 낼캐는 종교에요. 내 종교요. 나는 거기에 자부심을 갖고 있구요. 하지만 그 괴물들은 가짜들이에요. 그 놈들은 우리 신앙을 도용해서 점잔빼는 패셔니스타들처럼 걸쳐 입고 있지만, 그 놈들은 우리가 아니란 말이죠.
데스마레 박사: 그 사람들하고 직접 만나본 적은 있나?
젊은이 다브곤: [피면담자의 낯빛이 눈에 띄게 창백하다.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한다] 네. 제 발타아녹 도중에요. 하지만 그 관련된 얘기는 하고 싶지 않네요. 대신 굴을 방문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당신은 우리의 리하쿠트악을 궁금해하잖아요.
<녹취록 끝>
결론: 다브곤은 두 개의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두 세계의 간극, 신화와 과학의 간극, 과거와 현재의 간극을 연결하려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의 정체성의 양면이 그 자신의 생각과 달리 그리 조화롭지 못함을 느낀다. 보통 사람들은 과학에서 구하지 못하는 답을 종교에서 찾는다. 반면 그는 자신의 종교에서 제시되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과학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마을 지하에는 고대의 동굴 같은 터널의 연결망이 있다. 기원전 제2천년기에 만들어진 이 땅굴망은 우랄산맥 서쪽의 사르킥 구조물들 중 가장 오래된 것일 가능성이 있으며, 아디윔인들이 다에바인의 지배를 전복시키기 전, 또는 전복시킨 직후에 여기 정착했던 것으로 보인다. 땅굴의 벽들에는 수천 년간 누적된 예술적 표현들이 장식되어 있다. 이 장식들은 붉은 안료를 칠했거나 또는 돌 자체를 새겨낸 것으로 보인다. 벽의 그림에는 여러 동식물(그 중 몇몇은 완전히 정체불명이다)과 변태하는 인간 형체 등이 있다. 아디타이트 문자들도 많이 보이지만 대부분 흐려져서 알아볼 수 없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짐작케 한다.
또한 이 동굴들은 다양한 진균류를 양식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재단의 진균학자들은 이 중에서 그전까지 알려지지 않은 신종을 13종 발견했다. 그 중 최근 Mycena candentis라고 기재된 종(주민들은 "이온의 불꽃"이라고 부른다)은 이 일대에 흔한 북극광을 연상시키는 녹색 빛을 발광하며, 이 빛은 알려진 모든 비변칙적 생명체의 생체발광보다 더 밝다. 이 진균들은 수확하여 마을의 야간 조명으로 사용된다. Psilocybe calixtinus라고 기재된 또다른 진균 종(주민들은 "나독스의 눈알"이라고 부른다)은 강력한 향정신성 약물로, 종교 의식 때 사용된다.
땅굴의 또다른 부분은 동물사육장 역할을 하며, 그전까지 알려진 바 없는 SK-BIO 종들(SK-BIO 타입 세타로 분류됨)이 사육되고 있다. 우리가 도착하자 이 생명체들이 꼬리와 덩굴손을 흔들면서 흥분한 듯 헐떡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 행동은 개와 다를 바가 거의 없었지만, 생김새는 개와 닮은 점이 전혀 없었다. 이것을 포유류라고 생각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였다(이에 관해서는 재단의 생물학자들의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패날카”(pǟnalka) 또는 “마수렵견”(witch-hounds)이라 불리는 이 종들은 붉은 가죽질 상피와 하얀 키틴질 껍질과 비늘, 흰색 깃털로 된 두꺼운 갈기를 가지고 있고, 물건을 잡을 수 있는 덩굴손들이 척추를 따라 일렬로 돋아나 있다. 그 머리통은 별 특징 없는 흰색 해골바가지같이 생겼고, 입은 근육과 피부로 된 덮개 여러 개가 구멍을 이루고 있기에 그 복수의 축선을 따라 열리고 닫힌다. 여섯 개의 다리는 완벽한 기동능력을 발휘하며, 발은 맹금류의 발톱과 우제류의 발굽의 중간 형태다. 눈이 없지만 다브곤은 이것들에게 시력이 있으며 심지어 “인간의 시야 너머”까지 볼 수 있다고 장담했다.
나는 SK-BIO 타입 세타의 기원에 관해 물었다. 다브곤은 이 키메라 같은 동물들이 사실 늑대의 후손이라고 알려 주었다. 나는 육공예의 윤리적 결과에 관해 더 깊이, 어쩌면 내 위치에 허락된 것보다 더 깊이 물어보았다. 다브곤은 웃음을 터뜨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이 녀석들은 늑대보다 더 건강해요. 겨울을 80번도 더 견디면서 잘 살고 있죠. 게다가 도래까마귀만큼 영리하고요. 당신네 외부인들은 우리 방식을 비판할 자격이 없어요. 당신네 방법은 비효율적이면서 동시에 잔인하죠. 당신네의 개들에 관해서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겠어요? 퍼그는 그 존재가 자연에 대한 범죄라구요."
나는 그의 논증에서 오류를 찾을 수 없었다. 화제를 바꾸어, 나는 다시 그의 신앙에 관해 물었고 사르킥 경전 일부를 번역해 달라고 설득할 수 있었다. 재단은 과거 사르킥 경전들을 여러 번 조우한 적이 있지만, 재단이 발견한 문서들은 종파마다 내용이 제각각 달랐고 전혀 체계화되어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문서들 간의 내용이 서로 모순되었고, 사르킥 종교의 역사, 신화, 의식, 교리 대부분이 소실되거나 의도적으로 제거되었다고 볼 수 있는 상당한 증거도 있다. 재단이 소유한 사르킥 마도서들 중 가장 온전한 것인 『발크차론』(Valkzaron)은 지난 수백 년 간 기괴할 정도로 변형된 증거를 보여준다. 이것은 원래의 신앙(또는 로우 박사의 제언에 따르면 본사르킥(Ur-Sarkicism))이 최대의 패배를 겪은 직후 다른 이들이 그 서사를 조종하여 자기들의 목적에 맞게 사용하려 했음(이것은 비변칙적 종교들이 굴러가는 방식이기도 하다)을 시사한다.
다브곤이 번역해 들려준 경전은 매우 흥미로웠을 뿐 아니라 사르킥 기풍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었고, 또한 이 내용을 통해 사르비의 평화가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하 접힌 부분에 그 내용의 사례를 첨부한다.
이온의 흑해에서의 설법:
그대들 중 보물, 힘, 평판을 추구하는 자, 정복과 폭정으로 사람을 지배하려는 자 있거든 지금 우리를 떠날지어다. 검은 야망의 그림자 속으로 돌아가되, 우리의 빛을 피할 길이 없음을 알라.
그대들이 배워야 할 것은 지혜이니, 속박의 사슬을 끊어 버리고 인류의 가능성을 깨달을 지혜를 말함이라. 그러면 나는 그대들을 혈족으로 받아들이고 그대들에게 모든 육의 방도를 가르칠 것이다.
그대들의 승리에 자부심을 가지라. 이것은 예상 밖의 일이 아니며, 그대들은 다에바가 쓰러질 수 있는 세상을, 그대들의 땅에서 저들을 몰아낼 수 있음을 이미 보였다. 그대들의 아이들은 더 이상 저 극악한 기관의 먹이가 되지 않을지라. 그대들은 더이상 저들의 고통과 지배의 신들의 제물이 되지 않을지라. 우리는 불운한 자로서 거역할 것이니, 이는 다수자의 구원을 위함이라.
명심할지어다. 교만은 지독한 추락을 불러오느니. 공허 속을 들여다 볼 때는, 공허가 그대가 되지 않도록 하라.
우리의 위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신들이 살아 남아 있는 한, 우리는 절대 자유로워질 수 없다. 다에바를 가엾게 여기라. 저들은 그저 벽에 드리운 그림자, 어둠을 드리우는 그 본체의 전조에 지나지 않았으니, 그 어둠이야말로 우리가 떨쳐 버려야 하는 것이라.
허나 인류가 분열되어 있는 한, 인류가 신들의 거짓부렁을 믿는 한, 우리는 결코 승리를 맛볼 수 없으리라.
우리는 저 광막한 바다로 나아가야 하느니, 우리는 가장 높은 산맥을 넘어 행군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법도를 퍼뜨리리라. 온 세상이 우리의 진실을 알아줄 때까지.
진실의 빛이 끝없는 밤을 비추어 밝힐 때까지.
로바아타르 쓰러지다, 다만 다시 태어나기 위하여:
…그리고 로바아타르가 이온에게 말했다. "이 반란은 이제 끝이다. 너는 네가 되고자 한 순교자조차 되지 못하리라. 너는 노예로 태어났으며 노예로 남을 것이다.
신들에 의하여, 나는 너를 나의 것으로 주장할 것이다. 나는 너를 알 것이다. 나는 너를 부술 것이다. 너는 너의 맹세를 천 번 저버릴 것이며, 나의 가장 성스러운 제단을 숭배키 위해 불길 속을 기게 될 것이다. 너는 나의 목소리에 침을 흘리며 일어설 것이다. 나의 쾌락이 너의 새 종교가 되리라.
그리고 그 날이 오면, 너는 내 손에 죽는 것을 명예로 알 것이다."
위대한 카르시스트는 지팡이를 옆에 두고 법복을 벗어 떨어뜨리고 팔을 펼친 채 조용히 섰다.
"애처롭구나." 다에바인이 말했다.
그러나 위대한 카르시스트는 굴복 따위를 하려 한 것이 아니었으니, 보라, 그의 육이 새 형상을 갖추었도다. 그의 형상에서 성스러운 덩굴손이 솟아나와 마치 거미가 먹이를 붙잡듯 로바아타르를 묶어 붙잡았다.
그리고 이온이 로바아타르에게 말했다. "너의 여왕신과 그녀의 악마적 주인들의 거짓말을 간파하라. 포기하고 우리 세상과 그 너머의 무시무시한 실체를 목도하라.
다수자의 고통을, 그들의 괴로움과 슬픔을 느끼고, 우리 모두가 하나의 육임을 알라."
고대의 연도가 다에바인의 정신으로 홍수처럼 흘러들어왔고 그녀를 그 심연 속으로 끌어들였다.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 다에바 중의 다에바, 제국의 여왕신을 보았다. 그리고 어머니의 모든 움직임을 조종하는 핏빛 끈을 보았다.
"그녀의 힘은 대가를 치름으로써 나오는 것이라,” 이온의 목소리가 말했다. "그녀의 의지는 그녀 자신의 것이 아닐지어니. 그녀는 피에 속박되어, 피로써 형상되고, 그대 역시 마찬가지라. 힘에 관한 그대의 망상이 걷혀 사라지기를. 그대는 단 한 번도 자유로웠던 적이 없으니, 그대는 언제나 노예였도다. 그대의 전통, 그대의 생득권, 그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 그대의 폭력과 지배의 가면 뒤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 진정 누구이냐? 오로지 진실만 남았을 때, 무엇이 남아 있겠는가?"
로바아타르는 더욱 깊이 떨어졌고, 어둠 속에서 신전들이, 신들에게 바쳐진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지구라트들이 나타났다. 그 단구들에서 흘러내리는 피가 강을 이루었다.
그리고 이온의 목소리가 다시 말했다. "상징은 힘이 있다. 그대는 다에바인이다. 그대 역시 잘 알리라. 그것이 바로 생화신들이 그대 족속들에게 가르친 것이라. 그러나 그 약조는 끔찍한 값을 대가로 치르게 되어 있으니, 그 값이 바로 그대들의 제국을 움직이는 것이다. 그대들의 운명을 벗어나기 위해 그 값을 다른 이들에게 뒤집어씌우다니. 희생에 희생에 희생이 끝없도다.
어찌하여 이 신들은 그리도 피에 굶주렸단 말인가? 어찌하여 그들은 그대의 신앙을 탐내는 것인가?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라, 그들의 신성의 균열을 보아라. 그들의 뒤틀린 권모술수가 빚어낸 작품을 목격하라."
그리고 신전들이 돌 하나 하나 모두 와르르 무너져 내렸고, 불가능한 형태의 기복치는 살덩이가 드러났다. 그녀는 그것들이 모든 현실에, 영원에, 운명에, 창조와 파괴에 같은 형상으로 걸쳐 존재함을 보았다. 그녀의 정신이 광기의 가장자리에서 숨이 막혀 비명을 질렀다. 이것들이 바로 신들의 참 모습이었다! 우주의 얼굴 없는 지배자들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신들과 그들의 형언할 수 없는 검은 야망 너머에 무언가 또 다른 것이 있었다. 운명의 실타래들이 모두 한 방향으로 당겨졌고, 별들과 달과 바다가 움직이듯 움직였다.
그리고 로바아타르는 우리 세상의 진실을 응시했다. 여기에 우리 사산아 우주의 종양 같은 심장이 있었다. 만물의 시작이자 끝, 어머니이자 아버지, 우리의 무시무시한 조상! 살덩이와 힘줄에 휩싸인 우주의 공허가 독액으로 흠뻑 젖은 십억 개의 혓바닥으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것의 비밀을 영원한 비명으로 질렀다. 세상을 집어삼키는 그것의 아가리가 열리고, 그녀는 비탄과 눈물의 고함을 치는 셀 수 없이 많은 영혼들을 보았다.
그리고 이온이 슬퍼하며 말했다. "죽어서도 편치 못하니… 저들의 고통이 느껴지는가? 고통 없이는 공감도 있을 수 없다. 공감 없이는 희망도 있을 수 없다. 그리고 희망이 없으면 우리는 결코 초월을 할 수 없다."
로바아타르는 그들의 괴로움을 느꼈다. 그전까지 그런 고통을 알았던 적이 없었다.
"그리고 슬픔으로써, 사랑으로써, 우리는 하나가 된다. 우리는 오랜 것을 찬탈할 새로운 육이다. 그리고 이 우주적 신성모독을 단번에, 그리고 모두를 위해 끝낼 것이다. 내가 진실을 횃불 삼아 치켜들 것이니, 그 불이 그대의 허위를 불태워 없앨지라."
로바아타르는 현실로 돌아왔다. 그너는 땅바닥에 쓰러져 눈물을 흘렸다. 산 자들을 위하여, 망자들을 위하여, 그리고 자신이 해하였던 모든 이들을 위하여.
"그냥 날 죽여 주시오." 다에바인이 말했다. "그대의 자비에 내 몸을 맡기니. 당장 이것을 끝내 주시오. 그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으리오."
이온이 그녀의 뺨에 자기 손을 올렸다.
그리고 이온이 로바아타르에게 가로되, "그대의 가면을 벗으라."
이온이 우라르투인들에게 말하다:
우라르투인들은 위대한 카르시스트를 환영했고, 전쟁의 권리로써 위대한 카르시스트는 이제 도시와 그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의 주인이 되었다. 이온이 궁전의 발코니에 자리를 잡고 군중을 내려다보았다. 사람들이 피와 내장으로 흠뻑 젖은 것을 본 위대한 카르시스트는 그들이 무엇을 했는지 물었다.
"당신께 우리 자식들의 피를 바칩니다! 당신의 이름으로 성대한 희생을 치렀나이다! 우리의 구세주요, 우리의 살아있는 신이신 당신을 위하여!" 사람들이 황홀한 기쁨으로 몸을 흔들며, 이온이 자신들의 행위의 증거를 똑똑히 보실 수 있도록 피로 물든 두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당신의 권능과 영광을 위하여!" 사람들이 소리질렀다.
위대한 카르시스트는 비틀거리며 쓰러져 무릎을 꿇었다. 찢겨 죽은 무고한 아이들의 시체가 땅바닥에 널부러져 있었고, 그 아이들의 부모들은 황홀경에 빠져 눈에 광신이 번득였다. 오로크가 이온의 옆에 서서 그를 일으켜 주고 물었다. "저 짐승들도 구원받을 자격이 있나이까? 구원은커녕 죄값을 치르는 것이나 가능하겠나이까?"
이 잔학행위에 눈이 부신 이온이 망설였다. "그러하다." 눈물이 뺨을 따라 흘렀지만 그는 그렇게 말했다. "저들은 무지할 뿐이다. 다에바와 그들의 악독한 신들의 법도밖에 모를 따름이다. 우리는 저들을 가르칠 것이고, 이 어둠으로부터 나갈 길을 인도할 것이다."
오로크는 탄식하며 고개를 숙였다. "조금이라도 약한 모습을 보이면, 저들은 지금 그러하듯이 주접스러운 짐승들처럼 당신께 등을 돌릴 것입니다. 밤 동안에는 자리를 피하소서. 저 군중들은 너무 예측불가능합니다. 우선은 저들의 저 열정을 꺼뜨려야 합니다. 그리고 혹 저들이 당신을 해하려 한다면, 제가 저들을 짓뭉개 버리이리다."
"저들은 구원받을 수 있다." 그가 다시 말했다. "그래야만 한다."
사르킥력(曆)은 천문현상을 강조하며, 태양력(그레고리력 등)이나 태음력/태음태양력(중국력 등)에서 사용하는 태양이나 달 외의 다른 천체들의 정렬을 준거로 삼는다. 정밀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으며, 이 역법은 계절과 해만 구분하지 날짜는 구분하지 않는다. 주로 동물의 이동 및 성스러운 세시를 추정할 때 역법이 사용된다.
사르킥력은 세 개의 계절로 나뉜다. 봄과 초여름에 해당하는 캐트케아(Kätkea, "요람"), 한여름에서 늦여름을 거쳐 초가을에 해당하는 툴리시야(Tulisija, "난로"), 늦가을에서 겨울에 해당하는 칼마(Kalmaa, "무덤")가 그것이다.
종교적 주간은 바흐부우사야트(vahvuusajat)라고 하며, 이는 “힘의 시간들”이라는 뜻이다. 단수형은 바흐부우사이카(vahvuusaika)다. 이것은 휴일 개념과 비슷하다. 나는 로바스카(Lovaska)라는 바흐부우사이카를 관찰할 수 있었다.
로바스카는 캐트케아 초엽 무렵에 위치하며, 로바타아르를 기념하고 성애 및 생산력과 결부된다. 12일간 짝이 없는 사람들 간의 교류를 장려하면서 주간이 시작된다. 이 시기에는 짝(또는 짝들)과 의식을 통해 연결되지 않은 사람은 성교를 하는 것이 금지된다. 선물을 주고받고, 무해한 장난을 치고 놀며 성관계를 원한다는 느낌을 알린다. 바스나인들은 일반적으로 성역할 개념이 부족하지만, 대개 여성이 남성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경향을 띤다. 비슷하게 남성은 보다 수줍고 자제하는 것이 좋다는 기대가 있는 것 같다. 위대한 카르시스트 이온과 그 애인 클라비가르 로바아타르의 성격이 이런 동역학의 형성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것은 보편 현상이 아니며, 여성-남성 간의 상호작용에서만 나타난다. 사르킥교도들의 성관념은 아브라함계 종교의 영향을 받지 않았으며, 누군가를 "이성애자" 또는 "동성애자"라고 나누는 구분이 전혀 없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열두 번째 날이 되면 짝이 없는 사람들이 해질녘에 모여 "포식자"와 "피식자"로 역할을 나눈다. 피식자 역할을 맡은 사람들은 머리에 사슴뿔 쓰개를 쓰고 길고 고운 목도리를 걸치며 그 외에는 벌거벗는다. 포식자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동물의 피를 몸에 칠하고 곰과 늑대의 해골과 가죽을 뒤집어쓴다. 누가 어느 역할을 하고 누가 누구를 "사냥"하는지에 관해서는 암묵적인 이해가 있는 것 같다.
"피식자"는 Psilocybe calixtinus를 끓인 차를 마시고 "포식자"보다 하루 먼저 근처의 숲 속으로 들어간다. "포식자"들은 라부우(lavvu)를 세우고 라부에 로바아타르의 표식을 그린다. 새벽녘이 되면 포식자들은 일어나 피식자들과 같은 향정신성 차를 마시고 숲 속으로 들어간다. 며칠 뒤 포식자들은 각자 피식자들을 어깨에 짊어지고 돌아온다. 이렇게 짝지어지는 포식자와 피식자의 구성은 매우 다양하며, 동성 짝과 이성 짝의 수는 거의 비슷하다. 몇몇 경우는 아예 짝이 아니라 포식자 둘이 피식자 하나를 잡아 오거나, 여자 한 명이 한 쪽 어깨에 남자 하나와 다른 쪽 어깨에 여자 하나를 짊어지고 오면서 힘을 과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피식자와 포식자는 각자의 라부에 들어간다. 그들이 숲속에 들어가 있던 동안 다른 주민들(노인들이나 앞서 이미 짝을 구한 사람들 등)이 라부 안에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채워 놓았다.
라부 안의 음식을 다 먹고 마시고 나면 그들은 새로이 만들어진 관계와 함께 마을로 돌아온다. 행사의 포식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노인들은 내게 이 행위가 전적으로 합의 하에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알려 주었다(돌아오는 이들 중 얼굴을 찡그린 사람 한 명 없었으며, 내가 그들의 사생활을 허락해주기 전까지 모두들 상당히 행복해 보였음을 특기한다).
다브곤이 내게 사르비 주민들 중 가장 나이가 많으며, 공동체 지도자에 가장 가까운 인물인 벌루타아르 야스카와의 면담을 주선해 주었다. 나는 동의하고 땅거미 질 때즘 그녀를 만났다.
피면담자: 벌루타아르 야스카(Jaská)
면담자: 마티외 데스마레 박사
서론: 벌루타아르 야스카는 존경받는 마을 원로다. 나이가 100세를 넘은 그녀는 젊었을 때 한 카르시스트의 직접 후견을 받으며 사르킥교를 익혔다고 한다.
<녹취록 시작>
데스마레 박사: 루샤캘브(Lušakälv), 벌루타아르 야스카. 젊은이 다브곤이 제게 당신을 만나볼 것을 제안했습니다.
벌루타아르 야스카: 질문하시게, 외부인.
데스마레 박사: 좋습니다, 바로 본론부터 말하죠. 저는 당신에 대해 좀더 알고 싶습니다.
벌루타아르 야스카: 늙은 여편네의 지겨운 옹알이나 듣자고 이 먼 길을 오지는 않았을 텐데. [피면담자가 건조하게 웃는다] 하지만 어디 자네의 놀음에 어울려 주지. 나는 1백 하고 36년 전 오로크의 사냥(Orok's Hunt)
데스마레 박사: 참으로 상서로운 탄생이었군요.
벌루타아르 야스카: [피면담자가 울퉁불퉁한 지팡이로 면담자의 무릎을 때린다] 자네가 온 곳에서는 예의범절도 제대로 가르치 않던가? 내가 말을 다 끝내고 나거들랑 지껄여! [피면담자의 얼굴에 잠시 웃음기가 스치고 지나간다]
데스마레 박사: 사과드립니다, 벌루타아르 야스카. 말씀 끝내실 때까지 조용히 있겠습니다.
벌루타아르 야스카: 흥. 확실히 그렇게 하라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누… 내 인생은 그냥 단순했어. 나는 젊은 것들이 그렇게 갖고 싶어하는 멋진 기계 같은 것과 함께 자라지 않았지. 기계가 싫다는 게 아니야. 하지만 바깥 세상은, 바깥 세상은 유혹적이지. 사르비의 피가 말라가고 있어. 그 기계들을 부숴 버리지 않으면 우리는 마을을 잃게 될 게야. [피면담자가 중얼거린다. 그녀의 말은 계속 불명료해지고 주제를 벗어나다가 마침내 면담차의 첫 질문으로 돌아온다] 아, 하여튼 내 인생은 괜찮았어. 괜찮고 단순했지. 난 행복했어.
데스마레 박사: 그, 진짜 카르시스트 밑에서 배우셨다고 들었습니다만?
벌루타아르 야스카: 그랬지. 카르시스트 바리스 밑에서. 그 분은 우리를 러시아인들에게서 구해주곤 사라져 버렸어. 도래까마귀처럼 영리하고 죽이기 어려운 사람이었지. 그 분이 아직도 살아 있으리라는 데 한 점 의심도 없네. 극적인 놀래킴을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
데스마레 박사: 흥미롭군요. 저는 여러분 부족이 우주와 창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더 잘 이해하고 싶습니다. 위대한 카르시스트는 “실패한 우주이고 타락한 창조”라고 했습니다만, 그 우주적인 결함의 뿌리가 무엇일까요?
벌루타아르 야스카: 마아일만카익케우스(Maailmankaikkeus)?
데스마레 박사: 네. 죄송합니다.
벌루타아르 야스카: [피면담자가 어깨를 으쓱한다] 그건 그냥 그대로지. 잔인한 사실이야. 우리는 신들을 부정하지 않아. 이온 당신께서도 그들의 육을 응시하셨던 것을. 그리고 신들이 자애롭다는 증거가 무엇 하나 있는가? 말이 되는 결론은 오로지 하나 뿐. 우주에서 가장 오래된 거짓이 무엇인지 자네 혹시 아나?
데스마레 박사: 뭔가요?
벌루타아르 야스카: 신들이 선하다는 믿음이야. 이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우리의 법도를 이해하는 첫 단계지.
데스마레 박사: 그렇군요.
벌루타아르 야스카: [피면담자가 건조한 웃음을 터뜨린다] 신들의 역성을 들려 하지 않는군. 그렇다고 무릎을 꿇고 내 옷자락을 잡으며 깨우침을 달라 구걸하지도 않고. 자네는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군, 그렇지?
데스마레 박사: 그렇습니다.
벌루타아르 야스카: 자네는 어리석군. 하지만 저 외부의 공포를 섬기지 않으니 최소한 선한 사람일 것이야. 자네는 선한 사람인가, 데스마레?
데스마레 박사: 잘 모르겠습니다.
벌루타아르 야스카: 현명한 대답이야. 나는 자네의 불신앙을 탓할 수 없네. 자네는 신들의 증거를 원하는군.
데스마레 박사: 증거는 필요한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또다른 의문을 불러일으킵니다. 만일 우주가 결함이 있다면, 모든 생명이 악의적인 신들로부터 내려오는 것이라면, 세상에 어떻게 선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벌루타아르 야스카: 우리 핏줄을 따라 괴물들의 피가 흐르고 있지. 그 사실은 어떻게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게 아니야. 형제와 노는 강아지, 어린이의 웃음, 오랜 친구의 포옹. 그런 미와 선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하지만 그것은 반역의 산물이라네.
데스마레 박사: 반역이요?
벌루타아르 야스카: 살인과 강간, 전쟁과 광기, 그것이 생명의 참된 성질이야. 우리 종족은 우리의 창조주를 너무 잘 반영하곤 하지. 미가 있는 곳, 사랑과 연민이 있는 곳에는 모름지기 반역이 있다네. 자연을 보면 알겠지만, 반역이란 드문 게 아니지.
데스마레 박사: 우리의 그 “창조주”에 관해 더 이야기해 주시겠습니까?
벌루타아르 야스카: 자네들의 그 대단한 과학으로도 여전히 이해가 안 되나 보군?
데스마레 박사: 당신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듣고 싶을 뿐입니다.
벌루타아르 야스카: 나도 자네들의 과학이라는 걸 알지. 자네들이 모든 생명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았다는 것도.
데스마레 박사: 공조상 개념을 말하는 건가요?
벌루타아르 야스카: 그래. 자네들은 우리가 모두 조그마한, 정신도 없는 짐승, 맨눈으로는 볼 수도 없을 만큼 조그만 그것에게서 갈라진 후손들이라고 믿지. 그리고 아마 자네들이 맞을 게야. 변화와 적응, 그것이 바로 생명의 법도지. 하지만 자네들은 오로지 진실의 일부만을 보고 있을 뿐이라네. 자네들은 생명의 기원에 관해선 아무 것도 몰라.
데스마레 박사: 그럼 그 생명의 기원이란 무엇입니까?
벌루타아르 야스카: 인간의 말로는 이 진실을 미처 다 표현할 수 없네. 하지만 우리가 보여줄 수는 있지. 자네가 원한다면.
<녹취록 끝>
나는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Psilocybe calixtinus를 끓인 차가 의식에 사용된다고 했다. 나는 이후 며칠간 병원 신세를 지고 나서 이것을 쓰고 있다. 향후 Psilocybe calixtinus를 사용한 실험을 할 경우에는 D계급 인력이 실험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나는 이 때 일어난 일에 관해 사르비 주민들을 비난하고 싶지 않다. 이 물질에 이미 어느 정도 내성을 가지고 있었던 그들은 외부인의 반응을 예측할 만한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야스카가 옳았다.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것이 있다. 형언할 수 없는 개념과 본능적인 감각들.
그리고 역사 — 너무 많은 역사. 시간의 얼룩은 피와 녹으로 되어 있다. 미안하다. 일부러 아리송하게 말하려는 게 아니다. 이것이 그저 환각일 뿐이라고, 꿈과 다를 것이 없으며 이것을 믿어야 할 이유 같은 것도 없다고 스스로에게 계속 다짐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생생했다. 심지어 내가 나선을 풀어내는 것마지 느껴질 정도였다. 잠시간 나는 우주와의 물아일체를 경험했다. 조화는 느껴지지 않았다. 영적 행복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명료한 것은 고통 뿐.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크기의 우주적 생명체 — 무뇌의 암덩어리가 꿈틀대는 광대함의 작은 변수가 되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살덩어리였다.
나는 검은 바다에서 붉은 레비아탄이 솟아오르는 것을 보았다. 계속 보고 있을수록, 이 괴물과 어두운 물이 하나요 일체임을 깨닫게 되었다. 시선을 별들을 향해 돌렸던 것이 기억난다. 아마 별들의 익숙함에서 위안을 찾으려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별들은 흑요석 제단 위에 갓 뿌린 신선한 핏방울 같았다. 별들이 움직이며 밤하늘의 잉크빛 칠흑에 와선을 그렸다. 나는 내려다보았다. 레비아탄이 어디 갔지? 바다는 어디 갔고? 적과 흑, 고기와 공허. 그 모든 것이 어떻게인지 연결되어 있었다. 와선이 꼬이면서 돌아가는 속도가 늘어났다. 광기를 따라 비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내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소리를 냈는데, 다만 그 의미는 간명했다.
"바퀴가 다시 돌아간다."
그리고 아무 것도 없었다. 빛도, 소리도 없이 오로지 암흑 뿐이었다. 마치 끊어진 혈관에서 쏟아지는 혈액처럼, 사고와 기억들이 내 정신으로 흘러들어왔다. 내가 무기력의 무분별 속으로 침강하는 가운데, 남은 것은 오로지 부유하는 기억의 기억 뿐이었다.
고통이 너무 심해 눈을 감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웬 여사제를 보았다. 그녀의 피부는 백묵처럼 하얀 색이었고, 두 눈은 전신을 꼼꼼히 덮고 있는 보석과 장신구와 같은 황금색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경외감이 들 정도였지만, 그녀의 존재는 내게 공포를 불러일으켰고, 내 자신이 무가치한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내 나상에는 흐릿하게 익숙한 기호들이 그려져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바쳐진 제물이었고, 그녀의 신앙의 잔혹한 기구는 이미 내 몸통 깊숙히 파고들어왔다.
그것을 뽑아내려는 내 시도는 헛되어 그저 내 스스로 할복하는 결과만을 낳았고, 나는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희생제의 여사제와 내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의 얼굴이 조소를 머금으면서 상어 같은 이빨이 드러났다. 그녀는 내 어깨에 맨발을 올리고 살짝 밀었다. 나는 그녀의 시커먼 지구라트 돌층계 아래로 데굴데굴 떨어졌다.
그 고통스러운 낙하 와중에 내 창자와 장기들, 혈액과 담즙의 얼룩, 생명 없는 툰드라, 엄숙한 표정의 구경꾼들이 내 시야을 스치고 지나갔고, 마침내 나는 바닥층에 철퍼덕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이것이 꿈에 지나지 않는다면, 여기서 끝이 났어야 했다. 하지만 환시는 반복되었다. 여사제와 신전은 그대로 남아 있었고 다만 내 죽음의 원인만 달라졌다. 이것이 계속 반복되고 반복되며 고통과 공포가 순환했다. 나는 이 단일한 사건에 수렁처럼 빠져들어 죽어서도 거기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나는 간을 적출당하고, 거세당하고, 질식당하고, 강간당하고, 맞아 죽고, 실명당하고, 꼬치당하고, 잡아먹히고, 가죽이 벗겨지고, 산 채로 불태워졌다(이것들은 셀 수 없이 많은 잔학행위들 중 일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것은 나의 추락하는 소용돌이의 시작에 불과했다. 경험은 점차 이해불능의 지경으로 치달았다. 산처럼 쌓인 시체와 계속 움직이는 붉은 그림자가 기억난다. 덩굴손이 유적 곳곳을 다니며 상처와 구멍을 꿰뚫고 망자에게 새롭고 끔찍한 생명을 먹였다. 멀리서 한 목소리가 내게 말했다. "육과 형상. 육은 변형될 수 있다. 형상은 주무를 수 있다. 변화하는 것이 곧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시체들이 하나로 합쳐져 새로운 형태를 취하는 것을 보았다. 그 시체더미들은 좀전의 그 붉은 레비아탄으로 변했다. "신들은 변화하지 않는다. 신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진심은 아니지만, 그렇게 되고 싶어한다. 공허는 한 번도 찾아오지 않은 어머니를 찾아 비명을 지른다. 썩은 것에 파리가 꼬이듯 생명이 공허에 이끌린다. 공허는 힘줄과 골격과 혈액으로 둘러싸여 있었으니, 그야말로 생명의 복제품이었다.
공허는 신의 형태를 한 구멍이다. 그것은 굶주림 외에 아무 것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붉은 레비아탄의 정체를 보았다.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나는 떨고 있다. 눈물이 계속 흐른다. 아직도 우주의 심장박동이, 인신공양과 전쟁의 원시적 리듬이 들린다. 우주는 하나의 기계다. 금속과 톱니바퀴 대신 고깃덩어리와 별들과 무의미로 만들어진 기계. 우주란 자동화 도살장이다.
그럼 우리는? 우리는 신들의 먹이가 되는 고깃덩어리인 것이다.
나는 광범위한 치료를 받은 뒤에야 다시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 나를 비방하는 이들도 있지만, 나는 정신이 나가지도 않았고, "현지인화 되어"버리지도 않았다. 내 경험은 그저 하나의 환각이었으며, 그것이 화학물질이 정신에 작용하여 불러일으킨 속임수 이상의 무엇이라는 증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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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 MattiPaav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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