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001-01
설명: SCP-001-01은 브리지 기록보관소로, 제01기지의 지하 저장소로서 18세기 초반부터 21세기 후반의 역사적 유물 약 2,000점을 보관하고 있다. 몇몇 물품은 그 자체로 변칙적이나,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단 SCP-001-01 내부에서 역사적 가치가 있는 물품을 만질 경우 대상자는 갑작스레 눈앞에 펼쳐지는 환영을 겪게 되는데, 이 환영은 대개 해당 물품의 역사적 배경과 관련되어 있다. SCP-001-01 내 유물 다수는 유럽에서 일어난 여러 전쟁에서 유래한 것이다. 아래는 예시이다.
물품: 베릴륨 청동 장식이 세공된 스페인제 함포.
환영: 카리브해로 추정되는, 맑게 빛나는 푸른 바다 위에서 스페인 국기를 단 범선 하나가 그보다 큰 영국 군함과 호위함대에 접근한다. 군함은 스페인 범선을 향해 뱃머리를 돌리며 발포를 준비한다. 특이하게도 선수에 설치된 대포에 선원이 무언가를 장전한 뒤 발포하자 포탄이 군함의 선체에 충돌한다. 몇 초 후, 양쪽 선박의 크기를 압도하는 거대한 촉수 몇 개가 바닷속으로부터 올라온다. 물 아래에는 커다란 눈이 비쳐 보인다. 촉수들이 군함을 감싸 으스러뜨리는 동안 호위함대는 재빠르게 후퇴한다. 스페인 범선은 어떠한 피해도 입지 않았다.
물품: 암흑부 휘장이 새겨진 프랑스제 사브르.
환영: 프랑스 내 전장의 풍경. 프랑스군 부대가 참호 안에 옹송그리고 있는 동안 머리 위에서 희미한 비명이 들려온다. 하늘은 황금색이다. 잠시간 비명이 멈추고, 프랑스군이 고함을 지르며 참호를 뛰쳐나간다. 무인지대의 건너편에서는 소용돌이치는 날개와 음악으로 이루어진 구체가 다시 비명을 지른다. 환영은 갑자기 바뀌어 전투 이후의 모습을 보여준다. 무인지대에 시체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으며, O5-1은 쓰러진 천사 위에 서서 그 몸에 꽂힌 검을 빼내고 셔츠에 묻은 황금색 피를 닦아낸다.
첨부된 파일:
2059/06/05
아디얏이 함락당했다. 사모트라케는 빼앗겼다. 정복자들이 도시로 들어가면 틀림없이 남은 생존자들을 학살하겠지. 우리에겐 막을 수단이 있었다. 나는 막지 않았다.
이젠 모든 것이 엉망이다.
관리자의 기록 — 1:
장고는 좋은 사람이었다. 내가 그를 만난 건 1차대전 직후였다. 당시 그는 수많은 정부에서 전쟁을 위해 징집해온 초상기술의 전문가 중 하나였다. 봉급은 넉넉했고,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는 권한도 있었다. 그러다 그는 자신의 업적이 단지 더 많은 청년들을 죽이기 위해 이용되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일을 그만두고 얼마간 프리랜서로 일하며 프랑스와 덴마크, 스코틀랜드를 전전하다 스페인에 도착했다.
당시의 초상사회는 지금과 비교하면 아주 좁았다. 우리는 서로를 풍문으로 들어 알았고 곧 친한 친구가 되었다. 당대의 정치다툼에서 자유로운 조직이라는 개념은 그에게 대단히 매력적이었기에 나는 행정 고문으로 그를 등용했다. 9년 뒤 그는 공석이 된 감독관 알파 자리를 받아들였고, 그 자리는 나중에 O5-1이 되었다.
장고는 나와 처음 만난 날부터 역사에 심취해 있었다. 그는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성에 여러 유럽 전쟁에서 수집한 유물 컬렉션을 두고 있었다. 개중 몇몇은 변칙적이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았다. 그 컬렉션이 지금 제01기지 아래에 있는 보관소의 기반이 된 것이다. 그는 또 재단은 민족국가들의 이전투구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국가원수가 왕과 황제에서 대통령과 수상으로 바뀐 후에도 단호히 고수했다. 우리가 냉전 중에도 뼈아플 정도로 중립을 지킨 이유가 그였다. 우리가 사모트라케 사건 내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이유 또한 그였다. 많은 이들이 죽었지만 그의 결심은 굳건했다. 우리가 끼어들면 더 많은 이들이 죽을 것이라며.
우리는 처음부터 언제까지고 중립으로 남아 있을 수는 없었다. 반란 사태가 그 증명이었다. 나의 가장 오랜 친구는 살아가던 모습 그대로 죽었다. 미래를 알기 위해 우리의 지난 역사에 파묻힌 채로. 나는 그의 빈자리를 채우지 않았다. 그것이 종막의 시작이었으리라 생각한다.
SCP-001-02
설명: SCP-001-02는 저택의 동쪽 건물에 자리한 개조된 침실이다. 대부분의 가구가 치워져 있으며 그 자리를 벽에 걸린 30개의 모니터 및 텔레비전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세계의 다양한 정보(당일의 나스닥 평균지수 및 중동의 강우량 등)를 끊임없이 보여준다. 중요도가 높은 정보는 큰 화면에 계속해서 표시되며, 작은 화면들은 여러 데이터 피드를 무작위로 오가며 보여준다. 피드의 근원지와 화면의 전력원은 불명으로, 이들은 서로를 제외하면 어느 곳에도 연결되어 있지 않다.
화면: 미국 및 유럽 내 모든 주요 고속도로의 교통량을 고정으로 보여주고 있다.
메시지: "교통량 추이 감시 필요 — 변동이 불확실함, 무슨 이유가 있을지도. DC 알 피네에게 연락, GOC에게 지운 빚이 있음"
화면: 재단 기지 내 변칙적 도구 사용의 증가를 나타내는 그래프.
메시지: "지배 시나리오 위험 - 평의회에 전달할 것. 긴급!!! 다신 안돼"
첨부된 파일:
발신: o5-02@overwatch.scp.int
수신: RAISA 직원 (그룹)
제목: 데이터 흐름
날짜: 2057/12/05
이번 주 내로 폭탄 투하 시작 전까지 카불에서 나온 정보를 망할 놈의 바이트 하나까지 모아서 내 사무실로 보내놔. 지금이 최악의 고비다. 그따위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게 우리 일인데, 전부 다 망쳤어.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있는 데이터를 가지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 처음부터 막는 거야.
발신: admin@scp.int
수신: o5-02@overwatch.scp.int
제목: (제목 없음)
날짜: 2057/12/08
데이비드,
쉴 시간을 좀 가져. 우리가 과거를 바꿀 순 없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네. 하지만 직원들이 전부 자네 때문에 겁에 질린데다 긴장한 상태여서는 아무것도 해낼 수가 없어. 이미 직원 대부분에게 이번 주는 생애 최악의 시간이었네. 자네 사람들을 망쳐놓지 말게. 집착하지 마.
발신: o5-02@overwatch.scp.int
수신: admin@scp.int
제목: Re: (제목 없음)
날짜: 2057/12/08
전 언제건 시체가 하나 더 생기는 꼴을 보느니 직원 이백 명을 혹사시키는 쪽을 택할 겁니다.
관리자의 기록 — 2:
내가 데이브를 알아본 것은 2028년 걸프 사건 후였다. 당시에 그는 RAISA의 일개 기술자였지만, 나는 그에게서 다른 무언가를 보았다. 퍼즐 조각을 서로 맞추는 강렬한 재능. 다른 사람이라면 쓸모없다고 무시했을 법한, 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정보를 모아서 유용한 무언가로 만들어내는 능력. 그건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 타고나는 것이지. 그는 그런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것을 연구원들 비밀번호를 초기화시켜주는 일에 낭비하고 있었다.
나는 몇 번인가 그에게 과제를 내주었다. 2030년대에 GOC가 겪었던 정보 유출 사건? 전부 그의 작품이다. 아주 인상적인 청년이었지, 말하는 게 좀 심하긴 해도. 당시 2가 은퇴했을 때에 그는 내가 첫 번째 후보로 꼽은 사람이었으며, 실제로도 일을 잘 해냈다. 1차대전 때부터 줄곧 재단이 앞서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정보였고, 그는 정보에 관련해서라면 최고였다. 한번은 반란의 공격 계획을 리비아의 연간 탄약 매출과 앤더슨의 주가를 통해서 알아낸 적도 있었다. 퍼즐은 더 이상 퍼즐이 아니었다. 그 다음 일어난 일은 필연이었다.
그는 고전적인 함정에 빠졌다. 편집광이 된 것이다. 모든 일이 쉬워졌지만 그는 그런 데에 익숙하지 않았다. 거기서 나온 그럴듯한 결론은 자신이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거였다. 아무리 사소한 사고도 통계적 예측 밖의 사건도 전부 그의 잘못이 되었다. 그는 6분 전쟁에서 죽은 수백 명의 목숨에 대해 책임감을 느꼈다. 카불 건은 그의 탓이었다. 물론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지만, 그가 느끼기로는 그랬다.
갑작스레 모든 정보 한 톨이 필요불가결한 것으로 변했다. 그는 그 모두를 손에 넣고, 분석하고, 통제해야만 했다. 퍼즐을 푸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으며, 그 자신이 유일하게 해답을 가진 사람이어야 했다. 편집증은 우리 모두를 괴물로 만든다. 데이비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는 인간 기준으로도 일찍 죽었고, 그 말은 곧 O5로서는 턱없이 젊은 나이에 갔다는 뜻이다. 내가 발견했을 때 그는 자기 방에서 파워볼 복권 추첨 방송을 틀어둔 채로 쓰러져 있었다.
SCP-001-03
설명: SCP-001-03은 제01기지의 부지 외곽에 자리한 창고다. 작업장으로 리모델링된 이 건물 안에는 다양한 시대의 제조 용구 및 공업 기계에 더해 여러 원자재와 수공구가 있다. SCP-001-03 내부에 있는 도구 및 기계로 만든 물건은 모두 경미한 변칙적 특성을 띠게 된다. 이러한 특성은 그 정도와 종류가 다양하나, 대개는 원래 용도에 대한 기능이 변칙적으로 향상된 (착용자를 손상으로부터 보호하는 갑옷이나 어떤 자물쇠든 열 수 있는 락픽 등) '요술 제품'이 된다. 이런 물품 여럿이 라벨이 붙은 채 작업장 내에 흩어져 있다.
물품: 기능 제한이 걸린 .AIC 프로그램을 담은 작은 SSD.
특성: "소피"라는 이름이 붙여진 .AIC는 저장 공간이 허용하는 수준을 넘어 일상적인 대화 및 잡담을 나눌 수 있다.
라벨: "연습.exe"
물품: 태양계의 모습을 닮은 자그마한 요람 모빌. 천왕성과 해왕성 사이에 10번째 행성이 추가되어 있다.
특성: 보는 사람을 즉시 진정시키며 안정 상태로 만든다. 우는 아기를 달랠 용도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라벨: "애기네 아이"
첨부된 파일:
O5-3: 어, 안녕하세요.
관리자: 안녕, 렛.
O5-3: 이름을 부르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만.
관리자: 그게 재밌는 부분인데 말이지.
[두 사람이 조금 웃다가 잠시간 조용해진다.]
O5-3: 무언가 필요해서… 오신 건가요?
관리자: 뭐 그렇지. 세월 참 빠르다니까. 7네 경사를 축하하러 작은 모임을 할 건데, 자네도 오면 좋을 것 같아서. 애한테 줄 선물이 있음 더 좋고.
O5-3: 아. 그렇군요.
[잠깐의 정적.]
O5-3: 죄송합니다, 힘들 것 같네요, 전 그냥, 그게, 할 일이 남아서요. 즐거운 시간들 보내세요.
[잠깐의 정적.]
관리자: 그러지, 렛. 너무 열심히 일하지만 말게나.
관리자의 기록 — 3:
만은 착한 이였다. 나는 그가 마음에 들었다. 그는 예전엔 프로메테우스 소속이었는데 연구소가 망했을 때 우리 스카우트를 받아들였다. 그러고선 우리가 사용할 더욱 유용한 물건들을 설계하는 데 몰두했다. 격리실과 기계장치에, 가끔은 무기까지도. 나중에 SRA를 대체하게 된 영장치Null Riggers를 만든 것도 그였다. FS 보위를 설계한 것 또한 그였는데, 우주선 설계에 대한 경험이 일천한 건 재단의 여느 직원과 마찬가지였는데도 그랬다. 만은 진짜배기 영재였다. 한 대에 한 명 나올까 말까한 두뇌를 지닌 사람 말이다.
하지만 조금 이상한 사람이었다. 뚜렷하게 드러나거나 한 건 아니지만, 정말 열심히 말을 붙여야만 입을 여는 종류의 사람이었다는 말이다. 그는 우리와 달리 한 번도 나나 다른 이들과 일 밖의 주제로 대화한 적이 없었다. 대신 그 작은 작업실에 하루종일 틀어박혀서 경이로운 것들을 만들어내곤 했다. 그가 항상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건지, 다른 이들과 어울리지 못했기 때문에 항상 일하고 있었던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니면 그 둘은 전혀 다른 일이고 나는 존재하지 않는 점들을 잇고 있을 뿐인지도. 앞으로도 확실히 알 수는 없겠지.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우리도 결국 알아내지 못했다. 그는 그냥 어느 날 작업실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광대하고 가장 조용한 수색을 시작했다. 머리카락 한 올도 찾지 못했지만. 그래, 어쩌면 누가 찾아주기를 원하지 않았던 걸지도 모르지. 그 후로 나는 그의 빈자리를 채우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명백한 일을 인정하는 꼴이 될 것이었기에.
SCP-001-04
설명: SCP-001-04는 제01기지의 서쪽 건물에 위치한 개인 장서실이다. 내부에는 다양한 변칙현상에 대한 기록 및 서적이 존재한다. 이러한 서적의 대부분은 과거에 쓰인 것들이지만, 몇몇은 미래에 쓰일 예정이거나 아예 쓰인 적이 없으므로 엄밀히 따지면 존재하지 않는다.
SCP-001-04는 방랑자의 도서관 일부를 잘라내려는 의도로 행해진 기적학 의식을 통해 제01기지 내에 자리하게 되었다. 해당 의식은 성공했으나 술자의 소멸을 초래했다.
첨부된 파일:
색인 — S-T 이어서
[…]
셀크 연대기The Selk Chronicle — 아비스 왐Abis Wam
세르퍼스 블랙Serfus Black — 웜크래그Wyrmkragg
뱀의 손 — //T.M// 제거 완료
뱀에 대한 분석The Serpent: An Analysis — 예리코 베날시Jericho Benalsh 제거 완료
사설문(蛇說文) 현대판The Serpentine Text: Modern Edition — L.S 제거 완료!
세세닐리움The Sessenilium — 작자 미상
[…]
앞면에 휘갈긴 연필 낙서가 그려진 작은 노란색 포스트잇 여러 개. 그림은 SCP-6000의 정경을 묘사하고 있어, 중앙 홀과 SCP-6000-A "급사" 및 "기록보존사" 개체들이 그려져 있다. 가장 위 포스트잇의 귀퉁이가 젖어 있다.
관리자의 기록 — 4:
불쌍한 틸리. 그녀는 희귀한 존재들 중에서도 가장 희귀한 존재였다. 재단으로 도피한 손의 일원이었으니. 그 반대의 경우는 많이 있지만, 손의 일원이 자발적으로 우리 쪽으로 오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녀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한다. 사실 이 세계 출신이 맞는지도 잘 모르겠다. 도서관에 출입할 수 있었다면 어느 세계에서든 올 수 있었을 테니까. 아마 그것이 내가 그녀를 믿게 되는 데 그렇게나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이유일 것이다. 그녀가 4의 역할을 맡게 된 건 우리가 처음 만나고서 30년이 지난 후였으며, 17기지의 이사관까지 되고 난 다음이었다.
그 사이 그녀는 우리의 가장 소중한 자산 중 하나가 되었다. 전능한 신은 아니지만 거의 모든 종류의 마법에 해박한 백과사전 같은 존재. 그녀는 요술쟁이를, 주술사를, 전투마법사를, 어떤 존재든 그것을 무력화할 방법을 알고 있었다. 손의 작전을 방해하는 방법도 알고 있었고. 그들은 2049년에 와서는 거의 사라진 거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적어도 제9차 오컬트 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그자들은 혼란스러운 시대에 다시 일어나는 습성이 있으니. 딴 길로 샜군.
전에도 평의회에 변칙적인 의원은 존재했지만, 진정한 의미의 마법사가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 날이 오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내가 아는 이들 중에서도 가장 충성스러운 축에 들었다. 손이 무슨 짓을 했기에 그녀를 그렇게 화나게 했는지는 몰라도, 그녀는 그자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았다. 그녀가 그자들을 파괴하며 느끼는 즐거움에 비할 만한 것은 지식에 대한 갈망 정도였다.
그리고 그것은 끝내 그녀를 죽인 일이 되었다. 나와 악수한 순간부터 그녀는 옥리가 되었고, 도서관 입장을 영구 금지당했다. 그녀는 자기 행동에 어떤 결과가 따를지 알고 있었지만 그곳이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 장소였는지는 완전히 알지 못했던 것 같다. 그녀는 그 입장 권한을 되찾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내줄 기세였고, 결국에는 모든 것을 내주게 되었다.
SCP-001-05
설명: SCP-001-05는 동쪽 건물 뒤 정원에 자리한 거대한 온실이다. 안에서는 각양각색의 다채로운 식물들이 자라는데, 이들 식물종은 하나하나가 더 이상 세계의 어느 곳에서도 자라지 않는 유일무이한 것들이다. 이 식물들은 현대 과학계에 발견된 바가 없으며, 재단 유전학 연구실에서 공들여 복원한 결과로서만 존재한다. 비록 현대 과학에는 기록된 적이 없으나, 이들의 양상은 중세 영국의 오래된 식물표본집 여럿에 등장하는 요정섬 히브라실에서 자란다는 식물에 대한 묘사와 매우 유사하다.
설명: 작고 하얀 꽃이 핀 관목. 유백색 물질을 분비한다.
명판: Aglaophotis. 비정상적인 치유 능력이 있음 — 조금 잘라서 9에게 보낼까?
설명: 다섯 갈래로 갈라진 보라색 잎을 가진 수생 양치식물.
명판: Razkovniche. 갈아서 연고로 만들면 마법 보호막에 저항하는 효과가 있음. 씨앗은 엄마 보물창고에서.
첨부된 파일:
안녕 이걸 발견했다면 난장판이라 미안해요 그냥 다 지긋지긋하고 전부 다 망치고 있는 거 같아서요 최근엔 식물 돌보는 데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는데 여기에 7세기 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종도 여럿 있는 거 아나요 섬이 사라졌을 때 다 잃어버렸지만 연구실에서 복원하게 했으니까 아마 계속 살아가겠죠 아니면 말고 하하하 미안해요 농담 별로였네 그치만 난장판은 미안하게 생각해요 부탁할 게 있는데 이 일은 아빠가 모르게 해줄 수 있나요 어떻게 반응하실지 모르겠어요 이제 때가 된 거 같아요.
잘 있어요
관리자의 기록 — 5:
첼시는 내가 감독관으로 앉히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한 이였다. 요정 혼혈이라니?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재단과 요정족Faefolk의 관계는 잘 알려졌듯 양쪽의 기만과 폭력, 비극으로 점철된 것이다. 하지만 요정 인구는 히브라실에서 일어난 사건 이후 절멸에 가까운 상태였다. 우리는 88년 이후로 그 섬을 다시는 보지 못했고, 세기가 바뀜에 따라 우리는 그들이 모두 죽었거나 아니면 우리가 찾지 못하는 곳에 있을 거라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섬이 사라졌을 때 모든 요정이 그곳에 있던 것은 아니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지만 첼시는 어떤 요원과 요정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였다. 그녀는 요정의 마법을 부릴 줄 알았고, 우리 직원의 자손에게 주어지는 취업 기회도 있었다.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때는 상황이 달랐다. 우리에겐 변칙적인 특무부대도 있었고, 반은 변칙적인 연구원 정도라면 그리 비상식적인 일도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녀는 물론 고난을 겪기는 했으나 빠르게 승진했다. 전임 5가 퇴임하기 전 그녀를 후임으로 추천했고 나는 찬성했다.
다만 그녀는 항상 고민했었다. 동족의 원수인 조직을 돕고, 심지어는 이끌어 가는 일에 대해. 그녀는 훌륭한 O5였지만 바로 그것이 모든 비극의 시초가 되었다. 어떤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수십 년의 도덕적 갈등을 쌓아올린 끝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게 되었을 뿐. 온실은 항상 그녀에게 의미가 컸다. 이 행성에 아직 존재하는 장소 중에 그녀의 고향과 가장 가까운 것이었으므로. 어쩌면 그래서 총을 들고 이곳으로 온 것인지도 모른다.
SCP-001-06
설명: SCP-001-06은 서쪽 건물에 자리한 침실로, 중동의 전통 가정집 양식으로 개조 및 재단장된 상태다. 벽과 찬장에는 태피스트리와 유물, 장식품이 걸려 있다. 낮은 탁자에는 물담뱃대가 놓여 있다. 퀼트와 아프가니스탄산 깔개가 바닥과 침대를 덮고 있다. 아무 장식을 만지면 물담뱃대에서 옅은 연기가 나오는데, 이를 흡입한 대상자는 강렬한 환영을 경험하게 된다.
물품: 꿰뚫는 태양Piercing Sun 운동의 작은 깃발로, 떠오르는 태양에 눈이 그려진 모습이 단순한 흑백으로 채색되어 있다.
환영: 아디얏의 장벽. 꿰뚫는 태양 정부의 깃발이 사방에 걸려 있으며, 확성기를 통해 당일의 날짜(2059/09/05)와 함께 지평선 구상이 분리주의 운동을 또 한 번 격퇴했다는 내용이 큰 소리로 전달된다. 거리는 비어 있다.
물품: 침대를 덮은 퀼트 담요.
환영: 아프가니스탄 마을 시장에 서 있는 광경. 여성 한 명이 작은 가게에 무릎을 꿇고 앉아 깔개를 뜨고 있다. 작은 TV에서는 음소거된 뉴스 채널이 12월 1일 날짜를 알리며 폐허가 된 카불의 항공 사진을 비춰준다. 돌무더기 사이에서 작은 폭발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대상자는 환영이 끝난 뒤 울게 되지만, 이유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첨부된 파일:
O5-6: 왜입니까?!
관리자: 왜인지는 자네도 알 텐데, 알리.
O5-6: GOC 심기를 거스를지도 몰라서요? 그치들은 예전부터 터키보다 동쪽에서 일어나는 일엔 눈길도 안 준다고요!
관리자: 아니, 우리가 변칙적 분쟁이 일어날 때마다 머리를 들이밀 만한 위치가 아니기 때문이야.
O5-6: 그럼 당신은 왜 여기 있는 겁니까? 몇 달씩 연락도 없이 사라졌다가 나타나서 한다는 말이 내 표는 무효란 거예요?
관리자: 1이 죽은데다가 자네가 잘 알지도 못하는 싸움에 무작정 뛰어드는 걸 막아야 하니까.
O5-6: 사모트라케 건으로 알게 된 게 아무것도 없습니까? 중립을 지키면 더 많은 사상자가 나올 뿐이라고요, 당신도 알잖아요!
관리자: [한숨] 이보게, 난 자네 말에 동의하지만, 다른 여- 아홉 명은 그러질 않아. 자네 손에 권력을 쥐여준 데에는 다 이유가 있어. 이 일은 여기서 끝나지도 않을 거고, 카불은 첫 번째 희생자일 뿐이네. 지금 차기 12를 승진시키고 있고, 그는 싸움에서 이기는 법을 아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주게, 응?
O5-6: 아홉 명이라고. 무슨 일이 있었죠?
[침묵.]
관리자의 기록 — 6:
알리는 중동 출신이다. 내 유럽중심주의를 드러내는 말이지만, 정확히 어디인지는 모른다. 그는 항상 아랍의 봄 이후로 여러 나라를 떠돌아다녔다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그는 그 방랑을 진심을 다해 사랑했다. 그때 재단은 역사적으로 그 지역에서 좋은 시선을 받지 못했기에, 근방 초상현상의 탁월한 전문가인 그를 스카우트하려던 참이었다. 동시에 ORIA에서도 그에게 접근해오고 있었다.
우리는 그에게 아주 많은 것들을 약속했다. 지역 정세를 안정화시키는 것은 우리로서도 바라마지않는 일이며, ORIA의 최종 목표는 서양을 밀어내고 패권을 쥐는 것이라고. 개중 몇몇은 사실이었지만, 몇몇은 아니었다. 어쨌건 그는 그 말을 믿었고 스카우트를 받아들였다. 자연히 그의 첫번째 일은 ORIA에게 가서 스카우트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하는 것이 되었다. 스파이는 항상 유용하니까.
그는 우리에게 정보를 흘리고, 저쪽에 역정보를 흘리고, 그 밖에 온갖 일을 해왔다. 지금 우리가 그쪽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는 건 모두 그 덕분이다. 그는 꽤 오랫동안 잘해줬지만, 스파이는 언제고 정체가 밝혀지기 마련이었다. 알리의 그때는 두바이 진 사건 후였고, 우리는 그를 ORIA의 손길이 닿지 않는 미국으로 빼내와 행정 업무를 맡겼다. 그는 맡겨진 일을 잘했으며 중요 인물들과도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었다. 평의회에 자리가 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고 나는 바로 그를 맞아들였다.
우리는 결국 지역을 완전히 안정화시키는 데 실패했고 ORIA는 결국 패권을 거머쥐지 못했으니,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알리가 알게 된 것은 자기가 동포에게 헌신하는 조직을 완전히 망쳐놓은 데다 가진 판돈을 전부 우리에게 걸었다는 것뿐이었다. 반란이 그 못생긴 얼굴을 돌려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을 때 그는 자신의 잘못된 결정을 깨닫고 실수를 바로잡으려 했다. 나는 그를 막았다.
그는 간이 뻗을 때까지 술을 마셨고, 그러고도 조금 더 마셨다.
SCP-001-07
설명: SCP-001-07은 동쪽 건물 뒤편에 위치한 정원 안의 목재 정자로, 흰색으로 칠해져 있다. 정자에는 담쟁이덩굴과 장미로 뒤덮인 파고라가 딸려 있다. 파고라 너머로 발을 들여놓으면 대상자는 일시적으로 두 외부차원 공간 중 하나로 이동된다. 대상자는 이 공간 내를 자유롭게 걸어다닐 수 있으나, 취한 행동은 공간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못하며, 다른 누구도 대상자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장소 1: 비 오는 날 거행되는 소박한 결혼식. 결혼 의상을 입은 채 비에 젖은 남자와 여자가 파고라 아래에서 키스하고 스무 명 가량 모인 하객이 박수를 친다. 하객들은 모여들어 부부를 축하한다. 여자는 자신의 배를 가볍게 쓰다듬는다.
장소 2: 구름이 낀 날 거행되는 장례식. 이젤 위에 여자의 초상화가 놓여 있다. 관은 닫힌 채 정자의 파고라 앞 탁자에 올려져 있다. 열댓 명의 조문객이 서서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거나 말없이 앉아 있다. 남자는 정자의 가장자리에 서서 제01기지를 바라본다. 남자의 얼굴은 무표정하다.
첨부된 파일:
발신: o5-07@overwatch.scp.int
수신: o5-01@overwatch.scp.int
제목: Re: (제목 없음)
날짜: 2039/01/08
1, 난 정말, 진심으로 당신이 평의회에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상관 안 해. 당신은 나보다 지위가 높지 않아. 그러니까 혹시라도 당신이 손 놓고 있을 때 내가 행동에 나선다고 해서 거드름 피우며 날 망신줄 생각은 하지 말라고. 사모트라케에 있는 사람들은 매일 죽어나가고 있고 꿰뚫는 태양은 아직도 아디얏으로 행진하고 있어. 우리가 할 수 있는 정도로만 대피를 시키면 장막도 걷히지 않을 거야. 당신이 겁쟁이라서 GOC와 손잡고 끝장을 볼 용기가 없다고 해도. 난 가만히 앉아 사람들이 죽는 꼴을 지켜보진 않을 거야, 1. 그렇게는 못 해.
관리자의 기록 — 7:
애기는 우리 중에서도 가장 고결한 사람이었다. 다른 이들에게 나눠줄 사랑이 아주 많았지.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기도 했다. 재단 행정부 내에서 그녀의 승진은 천장을 뚫을 기세였다. 7이 죽었을 때 그녀는 유일한 선택지나 마찬가지였다. 원래 7의 영향권은 격리 방책이었고, 애기는 최고 등급의 HMCL이었던데다 유명한 변칙 개체들의 격리에도 직접적으로 관여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감독관 임명은 이견 없이 진행되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는 아마 반란 전까지 평의회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을 윤리위원회로 갔을 테다. 항상 도덕적인 심지가 강했으니까.
다만 그녀가 13을 만난 건 그보다 훨씬 전, 입사 초기였다. 우리는 모두 함께 일하므로 실제로 얼굴을 맞대는 일이 그리 잦지 않더라도 동료 감독관들을 알고 넘어가지 않을 수는 없다. 정확히 언제 그들이 연애를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둘의 관계를 알게 된 것은 2034년이었다. 바로 결혼식을 올리기 일주일쯤 전에. 그녀는 항상 별난 사람이었다. 적어도 그들은 함께 지내며 행복해했다. 나는 감독관끼리의 결혼은 재앙으로 가는 길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지만, 그 당시엔 평의회가 실질적으로 최고 권한을 가졌으므로 내가 말을 얹을 계제는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실제로도 틀렸다. 둘은 서로에게서 최고의 면모를 끌어냈다. 안 좋은 시기도 물론 있었다. 모든 연인이 안 좋은 시기를 거치지만, 좋은 시기가 훨씬 많아 보였다. 두 사람은 서로를 최우선으로 두고 일과 같은 수준으로 소중히 여겼다. 둘은 재미있는 조합이었다. 원칙주의자인 13과 항상 자기가 옳다고 믿는 일을 하는 자유로운 영혼인 7.
다른 이들에게 나눠줄 사랑이 아주 많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아이를 낳다가 죽었다. 아이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나도 모른다, 이후 일은 13에게 맡겼기에. 그는 괜찮아했지만, 결코 이전과 같아지지는 못했다.
SCP-001-08
설명: SCP-001-08은 제01기지 지하실에 위치한, 작동하지 않는 거대한 기계장치다. SCP-001-08의 정확한 용도는 불명이나 O5-8의 설명에 따르면 "타임머신"이라고 한다. 장치는 불명의 이유로 큰 손상을 입었으며, 겉면에는 긁힘과 그슬린 자국 여럿, 안쪽에는 탄 부분과 부서진 부품이 존재한다. 내부는 좁은 2m 정사각형 형태의 공간으로, 의자와 기계의 조종 장치가 있다. 한쪽 구석의 돌무더기가 치워진 자리에 작은 사당이 평범한 기념품과 함께 놓여 있다.
물품: 3인치 크기의 작은 검은색 디스크. 평면에 대고 눌렀을 때 두 명의 남자와 어린 아이가 찍힌 홀로그램 사진을 보여준다. 아이는 생일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모두가 미소를 지은 모습이다.
물품: 뉴 포틀랜드에 있는 "살로만 임플란트 수리점"의 구겨진 종이 영수증. 주소가 나와 있으며 총액은 $198.74이다. 쓰인 주소에 이와 같은 이름의 상점은 존재하지 않으나, 영수증의 날짜는 "2154/09/16"으로 찍혀 있다. 해당 날짜에 검은색 마커로 여러 번 밑줄이 쳐져 있다.
첨부된 파일:
O5-07: 이게 다인 것 같은데?
O5-09: 그랬으면 좋겠군.
O5-11: 다인 거 맞아. 이만 휴식하지 — 아니면 다른 할말 있는 사람?
O5-08: 언제 죽게 될지 하는 생각을 해본 적 있습니까?
[침묵.]
O5-09: 뭐라고 했나, 젊은이?
O5-08: 넓은 의미로요. O5도 어쨌든 언젠가는 죽으니까, 우리가 이 자리에 있는 거잖습니까. 그런 생각… 안 하나요?
관리자: 아무래도 생산적인 결론은 안 나올 것 같군.
[침묵.]
O5-12: 어딜 싸돌아다니다 이제야 오셔?
관리자: 문제 해결하느라. 자자, 8, 가서 한숨 자는 건 어떻겠나? 회의도 끝났으니.
O5-08: 그러죠… 다들 미안합니다.
[웅얼거림.]
관리자의 기록 — 8:
태드는 내가 정말로 예상하지 못한 다른 한 명이었다. 이 모든 능력을 가지고도 나조차 미래를 들여다보지 못하는데 그는 미래를 알고 있었다. 바로 그 미래에서 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가 우리에게 말해준 것은 미래의 재단에서 왔다는 것을 증명하고 우리의 신뢰까지 얻는 데 충분하고도 넘쳤다. 그는 요주의 단체의 활동을, 격리 파기 사태를,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을 미리 경고해 주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들을.
그는 우리가 재단을 지금과 같이 기술 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이끄는 데 필요한 것들을 말해주는 것에 만족했다. 하지만 미래에 대해서, 자기가 떠나온 시간대에 대해서는 결코 제대로 말해주지 않았다. 인과가 뒤엉키거나 패러독스를 일으킬지도 모른다며. 그러나 그가 결국 인과성을 증명하게 되었다는 건 우스운 일이다.
미래를 아는 일의 안타까운 부작용이란 미래를 알게 된다는 점이다. 그는 동료 한 명 한 명이, 심지어는 나조차도 죽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죽음의 원인과 날짜, 장소, 우리가 그 안온한 밤으로 조용히 걸어들어갈지 아니면 발버둥치는 걸 저승사자가 끌고 갈 것인지도 알고 있었다. 절대 직접 말해주지는 않았다, 똑똑한 이였으니까. 하지만 그는 그런 마음의 짐을 매일매일, 참석한 회의 전부에 지고 다녔다.
클리셰적이지만, 그는 어느 날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게 되었다. 더 이상은 아침에 일어나 우리의 끝이 정확히 어떻게 날지 모르는 체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는 이곳에 내려와서 생각에 잠기기를 좋아했다. 아마도 양초에 불을 붙이고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난 사진에 찍힌 사람들이 누군지 모르지만, 그럴듯한 추측은 해볼 수 있다. 그의 이야기엔 더 나은 결말이 있어 마땅했다.
SCP-001-09
설명: SCP-001-09는 동쪽 건물 내 개인 침실의 화장실에 놓인 의약품 수납장이다. 내부에는 의약품과 마약류가 늘어서 있는데, 모두 라벨이 붙지 않은 호박색 유리 약병에 담겨 있다. 이들 알약은 삼킨 대상자에게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일으키며, 이러한 효과는 지체 없이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이를 사용하면 현대 과학으로도 심신에 미치는 악영향을 막을 수 없는 병세마저 억제할 수 있다.
외관: 보라색과 노란색 줄무늬가 있으며 "W"자가 찍힌 동그란 알약.
효과: 복용자에게 즉시 잠시간의 행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일시적으로 뇌내 화학작용을 조정하여 호르몬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게 하고 도파민 및 세로토닌 분배를 촉진시킨다. 약병은 가득 차 있으며 밀봉된 채다.
외관: 정사각형의 작은 검은색 알약. 재단 문장이 찍혀 있다.
효과: 편도체를 자극시켜 장기기억의 점진적 상실을 유발한다. 여섯 개의 개별 포장된 알약 중 하나가 복용된 상태다.
첨부된 파일:
두 개의 편지.
O5-9의 책상 위에 놓인 봉인된 편지. "할아버지"라는 단어가 유려한 글씨체로 바깥에 쓰여 있다. 반송 주소는 쓰여 있지 않다. 편지는 개봉하지 않은 상태로 먼지가 두텁게 쌓여 있다.
쓰레기통에 든, 봉인하지 않은 서류봉투와 접힌 편지지. 몇 글자만이 적혀 있으며, 내용은 다음과 같다. "토마스에게 - 네가 이 편지를 받을 때쯤이면, 나는".
관리자의 기록 — 9:
우리는 농담으로 진이 송장이라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물론 면전에 대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나도 나이가 있지만, 그는 영락없는 노인이었다. 툭하면 투덜거리고, 짜증을 잘 내며,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 말이다. 거기다 매일을 헤쳐나가려면 작은 약국을 달고 다녀야 했다.
하지만 그는 실제로 매일을 헤쳐나갔다. 감독관이 되기 전에도 그는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나이 든 이였다. 그는 19기지 이사관이었고, 그 자리까지 오르기 위해 평생을 일했다. 그보다 위에 있는 자리라곤 평의회뿐이었으니 일은 잘한 셈이었다. 그는 뛰어난 O5이기도 했다. 그 나이에도 예리했고, 그 나이였기에 명민했다. 누군가 거짓말을 할 때를 그는 언제나 알아차렸고, 4 같은 건방진 애송이들이 낸 의견에 자기 생각을 말해주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어쩌면 그가 존중한 사람은 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재단 행정부에서 일하게 되면 대체로 수명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전세계 최고 품질의 보건 의료가 보장되니까. 평의회의 일원이 되는 건 그 정점이었다, 샘물을 마시는 것부터 하며. 하지만 그는 평의회에 발탁되었을 때에도 이미 노인이었다. 의료진은 수명을 늘리기보다 마지막을 늦추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효과도 있었고. 그 모든 약물과 기계와 수술을 통해 그는 1을 제치고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이 되기 직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더 이상은 하고 싶지 않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는 언제나 속을 헤아리기 힘들었으므로, 어떤 일 때문에 벼랑에 몰렸던 건지 아니면 스스로 결정한 일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는 동트기 전 두루치기일꾼 하나에게 자기 휠체어를 끌고 부지 북쪽의 언덕으로 가게 했다. 혼자서 일출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생명유지장치에서 나온 기록이 지금도 남아 있다. 그는 거기 앉아 해돋이를 지켜보았다. 그러고 나서는 휠체어 뒤쪽으로 손을 뻗어 스스로 산소 공급기를 껐다. 사람이 도착했을 때 그의 몸은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다.
SCP-001-10
설명: SCP-001-10은 SCP-001-03 내부에 자리한 대형 강아지 침대다. 이 침대는 북쪽 벽에 딱 붙어 있으며, 먼지가 잔뜩 쌓여 있다. 그 뒤의 벽에는 골든 리트리버의 사진이 고정되어 있다. 몇 가지 물품이 침대 안에 들어 있는데, 물고 노는 장난감, 목줄, 비커 등이다. 이들 물품을 하나라도 만진 대상자는 제01기지 부지 내 연못의 남쪽 기슭으로 이동된다.
첨부된 파일:
할 일
- 올림피아
- 깊은우물
- 윤회
- 에그워커
- 페르세포네
- 일상 복귀
- 고등급 격리 방책
- 신격 독립체 무효화 (실험 343.8)
- 카불 수복 계획 수립
[…]
관리자의 기록 — 10:
이 경우는 우리 모두가 예상하고 있었다. 크로우는 진정 의심할 여지 없는 천재였다. 이상한 말이지만 나는 어떤 면에서는 그가 개로 변한 것 때문에 더 총명해진 것 같다고도 생각한다. 인간이라면 절대 생각할 수 없을 방식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니. 그는 평의회에 발탁되었을 때 이미 3과 절친한 친구였다. 개를 감독관으로 임명하는 일이 우습다는 건 나도 인정하겠지만, 크로우는 내가 살면서 같이 일하는 영광을 누린 사람 중에서도 최고 반열에 들었다. 비록 사람은 아니었다 해도.
평의회의 일원이 된다는 건 그에게는 원하는 만큼 시간을 들여 창조물들을 완벽하게 다듬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우리는 6분 전쟁 이후에 그의 기술을 많이 사용했고, 2050년 이후에는 그보다 더욱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 그가 앞일을 내다본 이였다는 건 확실하다. 그는 또 개가 하는 것처럼 사람들에게 친절했다. 설령 친절하게 대할 이유가 없는 사람이라도 그는 항상 장점을 찾아내곤 했다.
안타깝게도 그는 악투스가 겪었던 것과 같은 문제 대부분을 똑같이 겪어야 했다. 그는 O5였지만, 개는 개였고, 개가 우리보다 훨씬 일찍 죽는다는 건 유감스럽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당시 우리가 보유한 의료 기술의 경이로도 생물학은 풀리지 않은 과제였다.
그는 모든 준비를 사전에 마쳐 두었다. 고통스럽게 가고 싶지는 않다면서. 하루 종일을 저택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우리와 함께 놀고, 본능에 따라 새를 쫓으며 보냈다. 한낮에는 다같이 산책을 갔었다, 우리 열세 명과 골든 리트리버 하나가 전부 말이다. 연못을 지나가던 참에 그가 여기에서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 세 번 원을 그리면서 돌고 난 다음 앉아서는 얼굴에 햇빛이 든다고 눈을 감았지. 주사가 너무 아프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하고 싶다.
SCP-001-11
설명: SCP-001-11은 제01기지 지하실에 있는 소규모 병기고다. 다양한 총기 및 재래식 무기가 각자 맞는 탄약과 함께 벽에 진열되어 있다. 아무 무기를 만지면 대상자의 몸에 그 무기에 대응하는 상처가 나타난다. 일반적으로는 손발에 경미한 정도의 상처가 드러나지만 가끔 몸통에 심각한 상처가 나타나기도 한다. 무기에서 손을 떼면 상처는 사라진다.
무기: 솔리다리티 작전 도중 루나에 사용되었던 것과 같은 종류의 진동창. 여러 기호와 무늬가 새겨져 있다.
상처: 종아리의 물린 자국. 해당 이빨자국은 어떤 인간이나 동물의 치열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무기: 커스텀 회전식 배럴 핸드 캐논. 재단 요원 조합의 로고가 찍혀 있다.
상처: 15개의 커다란 자상. 가슴과 목, 팔 부위에 들쑥날쑥한 모양의 극심한 상처가 나타난다.
첨부된 파일:
발신: o5-11@overwatch.scp.int
수신: admin@scp.int
제목: Re: 임무
날짜: 2063/05/03
걱정 좀 그만하십쇼. 난 내근직이 되기 한참 전부터 이 짓거릴 해왔다고요, 기억합니까? 당신이 더 잘 알겠죠, 날 사무실에 처박아 놓은 장본인이니까.
지금 난 지상 최고의 경호대를 데리고 대부분 사람들은 존재를 알지도 못하는 기지로 갈 겁니다. 그 한 줌 사람들은 우리가 자기넬 버리지 않았다는 걸 알아야만 해요. 그러지 않으면 변절하는 사람들이 나올 거라고요.
내 자리가 비면 어떻게 될지를 고민하기 전에 다른 자리 채울 생각부터 합시다, 예? 당신은 좋은 상사지만 걱정이 너무 많아요. 난 괜찮을 겁니다, 약속해요.
관리자의 기록 — 11:
트로이는 한 번도 이런 걸 바란 적이 없었지만, 일을 너무 잘한 탓에 팔자가 꼬이게 되었다. 나는 그처럼 뛰어난 사람이 재단에서 고작 신기한 물건을 찾아다니거나 빅풋에 대한 소문을 추적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는 걸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는 행정직에 구겨져 들어가는 대신 원할 때마다 현장 업무를 맡을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지위가 높아짐에 따라 현장 일을 할 시간은 갈수록 적어졌고, 결국 그가 외출하는 날은 내게 진귀한 열광거리를 안겨주었다. 정말이지 실력이 빌어먹게 좋은 요원이었다.
그렇지만 트로이가 옳았다. 결론적으로 그는 내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단순히 이런 삶과는 맞지 않았던 것이다. 음모와 각박함, 무엇보다 지저분한 정치로 얼룩진 삶. 그는 단순하고 현실적인 사람이었고, 이런 데에는 조예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어쨌든 내 권유를 받아들였다. 자기 스스로 원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토록 이타적인 인간이었다.
그는 또 사무직으로서도 놀라울 정도로 길게 버텼다. 그 시절에 러멘트 요원이 사무를 얼마나 잘 볼 것 같느냐고 물어봤다면 사람들은 방이 떠나가라 웃어댔을 테지. 하지만 실제로는 어땠나. 아디얏에 숨어들거나 스피릿의 부활을 조사하는 대신 지구상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의 견고한 벽 뒤편에서 반란을 어떻게 막아내면 좋을지에 대한 전술적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었다. 그는 그 일을 잘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기에 만족한 것은 아니었다.
어느 날 그는 레반트의 제34기지로 가야겠다고 결정했다. 때는 2063년, 사태가 종반에 접어들 즈음, 우리 모두 어떤 직원이 아직까지 정말로 충직한 자인지 알 수 없었을 시기였다. 감독관이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일에 대해 내가 얼마나 걱정을 나타냈을지 상상할 수 있겠지만, 그는 사람들은 자신을 직접 봐야 한다고, 지도자가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언제나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를 많이 신경쓰는 사람이었다.
결국 경호원 한 명이 생각만큼 충성스럽지 않았던 걸로 밝혀졌다. 그래도 트로이는 대단히 선전하기는 했다. 자동주행 리무진이 34기지에 도착해 문이 열렸을 때 안은 이미 피바다였으니. 와중에 암살자를 본인의 칼로 열두 번 찌른 뒤 목을 부러뜨려 놓았었다. 아마 다행인 일이겠지, 거기서 죽이지 않았다면 12가 정보를 얻는답시고 그 친구를 거세했을 테니까. 단지 싸우는 사이 입은 상처가 너무 심하게 많았다. 만일 그가 여기에 있었다면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거기서 차가 멈추기도 전에 과다출혈로 죽었다.
다만 트로이를 아는 입장에서 보자면 그는 아마 그런 마지막을 원했을 것이다.
SCP-001-12
설명: SCP-001-12는 제01기지의 보조 사무실에 있는 주류 카트다. 평범한 맥주에서부터 비싼 스카치위스키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주류를 담고 있다. 술병은 절대 비지 않으나, 잔에 내용물을 따르는 순간 해당 음료는 마실 수 없거나 독성을 포함한 다른 액체로 바뀐다.
음료: 1948년산 맥캘란, 숙성 위스키.
액체: 따뜻하며 쓴맛이 나는 물. 화학 분석 결과 황이 미량 검출되었다. 병은 3/4가 채워진 상태다.
음료: 1.5리터들이 병에 담긴 밀주.
액체: 시리도록 차가운 경수. 마시면 목에 화상을 입히며 혼수 상태를 유발한다. 병은 거의 비어 있다.
첨부된 파일:
O5-12: 그럼 이제 남은 건 우리밖에 없나 보구만?
관리자: 잘 지냈나, 12.
O5-13: 그런 것 같군요.
[침묵.]
O5-12: 한잔이라도?
관리자: 하. 그 말만 기다렸네.
O5-13: 스카치로 부탁합니다.
O5-12: 허. 술도 마시는지 몰랐는데.
O5-13: 원래는 안 마셨습니다.
[따르는 소리.]
관리자: 건배하지, 제군. 좋은 시간이었네.
O5-12: 옳소, 옳소.
O5-13: 그렇습니다.
[말없이 간간이 홀짝이는 소리.]
관리자의 기록 — 12:
그 미치광이는 마지막에 그렇게 갈 만도 했다. 그가 평의회 의원이었던 이유는 오직 하나, 반란 사태 때문이었다. 우리에겐 강인하고 능력 있는 군사 지도자가 필요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싸웠을 때는 아직 전장에 기마병이 있던 시절이었으므로. 알토는 실성한 광인이었지만 재단에 실성한 광인이 한두 명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는 그런 이가 필요했다.
그는 자기 할 일을 했다. 적을 격퇴했다는 말이다. 반란은 일어날 때마다 압도적인 힘에 굴복했다. 우리는 아시아에서, 아프리카에서 전쟁을 벌였고 심지어는 남극까지 전장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승리했다. 클레프는 나중에 응용부대의 지휘권을 넘겨주었지만 계속해서 분과 내에서 거대한 영향력을 가졌다. 놀라운 일도 아니지.
그 다음엔, 그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어졌다. O5는 그가 생각했던 것만큼 첩보로 가득한 흥미진진한 일이 아니었다. 대부분은 지루한 서류 작업과 회의뿐이었지. 그렇게 그는 점차 열의를 잃었다. 어깨에 힘이 빠져, 술집에서 드잡이질을 시작하는 자가 아니라 함께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상대가 되었다. 우리 중 누구도 그와 너무 많이 어울리지는 않았다. 예전에 그가 벌려놓은 일들은 절대 잊을 수 없는 것이었기에.
어느 날 그는 싸움을 찾으러 갔다가 싸움이 붙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그가 죽어서 묻힌 뒤, 하늘에 대고 맹세컨대 난 태양이 한순간이지만 깜빡이는 광경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