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새들의 지저귐보다 시끄럽고 갓 구운 빵보다 뜨거우며 조카의 해맑은 웃음보다 슬픈 무엇. 스크린도어도 없던 시절,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1호선의 굉음. 열차를 일부러 떠나보내며 나누는 입술. 한강을 건너는 택시와 차창 밖의 쏜살같은 불빛들. 까맣게 꺼진 휴대전화 액정과 한 모금 마셨을 뿐인데 식어버린 찻잔. 여지없이 비가 쏟아지면 뛰다가 걷다가 고가도로 아래 서서 젖은 몸으로 스스로를 비웃기. 바보 같지만 가끔 되풀이하고 싶은 모든 소란에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여야 할까…
…어쩌면 사랑이란 새들보다 가볍고 빵보다 단단하며 조카보다 듬직한 무엇일지도. 퇴근하고 나니 비워져 있는 휴지통. 소화제를 먹을 때 옆에서 따라주는 더운물 한 컵. 늙은 부모의 터무니없는 세계관을 함께 끄덕이며 흘려듣다가 주차장에 내려와 시동을 걸기 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뱉는 안도의 한숨. 물티슈와 수세미, 파스와 보행기. 암 보험과 노령연금과 장례 토털 케어 서비스 카탈로그를 함께 뒤적거리기.
사랑은 걷잡을 수 없는 정열일까, 견고한 파트너쉽일까. 둘 다일 수도, 둘 다 아닐 수도.
— 김기태, 「롤링 선더 러브」
안내
로맨스는 1년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건 재단 세계관의 경우도 마찬가지지요.
실험을 마치고 싸구려 커피를 나눠마실 때도, 연합의 공격을 피하면서 안전가옥에 숨어들 때도, 새로운 변칙 예술 작품을 구상해 내면서도, 사랑은 피어날 수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SCP 재단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로맨틱한 이야기와 설정을 제시하기 위한 앤솔로지입니다. 지난 로맨스 앤솔로지의 뒤를 이어, 이번에는 1년 4계절을 테마로 한 로맨스 앤솔로지를 열고자 합니다.
SCP 재단 위키 회원 모두가 참가할 수 있습니다.
형식적 제한은 없습니다. SCP, 이야기, 요주의 단체 서식, 아트워크, 번역 모두 참가 가능합니다. 어떤 형식이든 주제에 맞는 작품이라면 괜찮습니다!
장르적 제한 역시 없으며, 로맨스 요소가 개입된 작품이면 모두 괜찮습니다. 지난 앤솔로지에서와 같이, 성별을 불문한 사람 간의 사랑처럼 평범한 축에 속하는 로맨스는 물론이고, 이상한 점이 있는 로맨스 작품도 투고 가능합니다. 여러분만의 로맨스를 제시해 주세요!
계절을 선택하는 것은 자유입니다. 만약 2개 이상의 계절이 작품에 등장한다면, 좀 더 분위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계절을 선택하여 이에 맞게 등록 바랍니다. 작중 계절이 명시되지 않아도 "이 작품은 봄/여름/가을/겨울 분위기에 알맞다"라고 생각된다면 그에 맞게 등록하셔도 물론 좋습니다! 그 기준은 참가자에게 전적으로 맡기겠습니다.
다음은 지난 로맨스 앤솔로지 작품의 예시입니다.
- 성공적 by
POI_Damgi
- 전반사 by
Crsnd
- SCP-349-KO by
Nareum
- 별을 따다 by
Pil01
- 처가 방문 by
Migueludeom
1인이 투고할 수 있는 작품 수에 제한은 없으며, 공저 또한 허용됩니다.
투고 기한은 2026년 3월 14일까지로, 그사이 참가하고자 하는 분들은 Migueludeom에게 위키닷 PM 혹은 디스코드 DM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뒤 투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계
봄
젊은 연인의 초상
by Migueludeom
…그 순간 어쩐지 직감했을지도 모르겠다. 내 인생 단단히 꼬였는데, 그거 아마 너도 같은 운명일지도 모른다고.
SCP-1465-KO
by Migueludeom
내가 그렇게 아픈 것만큼이나 나한테 그렇게 말했던 그 사람도 아팠겠다 싶어서.
여름
SCP-7169
by LR0725
마그마가 내 지각 안쪽으로 전부 스며들어 버렷
여우비 내리는 하늘엔 멀건 햇살만 흘러맺히고
by Everain00
페니실린의 시퍼런 항생 작용처럼, 세상을 씻고 내려갈 비가
장마전선.
by Everain00
그렇게 우리 여름은 막을 내린다.
비바! 비바 파스타!
by Migueludeom
이렇게, 만세를 외치고 있었다.
가을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by Migueludeom
새벽이 깊어도 모텔의 네온사인은 붉었다.
베타, 하프문
by Misty_sky
베타라는 이름의 관상어를 함필규는 잘 알고 있었다.
새벽에 당신을 생각해보았다.
by Misty_sky
베타의 앞에 있는 것은 물고기가 아닌 이선학 교수다.
겨울
친애하는 언니에게
by Raihorizon
전 아직도 언니의 마음속에 있는 어둠이 뭔지 모릅니다.
SCP-8558
by KindOfBlue
가슴을 두 번 두드린 뒤 엄지를 치켜세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