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워요. 저번에 스터디 카페에서 대화했던 사람이지요? 저희 활동에 관심이 많고 본격적으로 얘기를 듣고 싶다고 했죠.
여기, 편하게 앉으세요. 차라도 한 잔 드실래요? 아, 걱정 마세요. 향이 진해서 저희 유령들에게도 맞는 것이에요.
음… 혹시 얘기에 앞서서,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얘기해주실 수 있나요? 아, 별 건 아니에요. 알고 있는 얘기를 반복하는 것은 지루할 뿐이잖아요. 굳이 그러지 않아도 저희 신과 신도에 대해 할 이야기가 아주아주 많고요.
저희의 목적은 일단 모든 존재를 죽음으로부터 구원하는 것이에요. 물론 쉽지 않죠. 그렇기 때문에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거에요. 존재에 대한 연구라던가, 저희 심령체의 권리를 증진하기 위한 활동 같이요. 난해하다고요? 처음에는 다들 그렇게 얘기해요. 걱정 마세요. 신도들이 친절하게 설명해줄 거고, 그러다 보면 이해가 될 거니까요.
신도에 대해
저희 신도들은 기본적으로 평등한 관계에요. 천송이 주교자님께서 교단을 대표하고는 있지만, 그 외에도 성별, 나이, 생사의 구분 없이 신도들의 의견을 존중하고자 해요. 만약 분쟁이 있을 경우 다른 회원들의 뜻과 돌아가는 사정을 바탕으로 토의를 통해 해결하고자 한답니다.
하지만 아예 구분을 안 할 수는 없지요. 저희는 기본적으로 연구팀과 포교팀으로 나뉩니다. 연구팀은 구오님의 뜻에 따라 더 많은 사람들을 구제할 방법을 찾는 것이고, 포교팀은 말 그대로 저희 종교를 눈 감은 양들에게 알려 깨우치게 하는 것이죠. 각 직의 주요 인물을 화령이라고 해요. 그리고 주교자님께서 화령들을 결집하고 지시한답니다.
연구팀은 신의 힘을 재현할 방법, 그러니까 인과와 정체성을 연구해요. 화령들은 대부분 철학자나 과학자로 위장해서 학계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아니, 아예 그쪽 출신도 몇 있죠. 다른 신도들은 그들의 연구원으로서 활동하고 있고요. 그 외에도 음지에서 연구하는 신도들도 있는데, 모두가 서로 교류하면서 지식을 쌓는답니다. 그 외에도 연구 결과를 각처에 활용하는 것 역시 연구팀 몫이죠. 재단이나 연합에 스파이를 보내려는 계획도 시도 중이에요. 아직까지는 위험 부담이 크다보니 투입되지는 않았지만요.
포교팀은 말 그대로 조를 짜서 신의 뜻을 아직 눈 뜨지 못한 자들에게 알려요. 한 두 세 명이 한 조일 때도 있고, 여럿이서 조를 이루는 경우도 있어요. 포교 방법은 다양해요.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하는 경우도 있고, 연구 결과가 필요한 사람과 거래해 신의 뜻을 알리는 일도 하지요. 포교라고 보기는 애매하지만 다른 신도가 위험에 처했을 때 구하는 일도 하고요. 생전에 사이비 신도들 봤나요? 거기서 쓰는 수법도… 안 쓴다고는 못하죠. 그게 효과가 있긴 하니까요. 신의 뜻을 더럽힐 정도로는 안 하지만요.
또 혼신도와 육신도로 나눌 때도 있어요. 혼신도는 저 같은 유령들이고 육신도는 아직 법적으로 사망하지 않은 신도들이죠. 저희 뜻과는 별개로 아직 사회는 열리지 않아서 법적인 문제라던가가 있거든요. 이렇게 구분할 필요가 없게 만드는 것이 저희의 목표랍니다.
예배 장소에 대해
저희는 국내외 곳곳에 예배당을 두고 있어요. 타 단체가 기습해도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죠. 거기서 신도들은 기도하고 연구할 수 있고, 갈 길 잃은 신도가 임시로 머무르기도 좋답니다.
제일 큰 예배당은 역시 철원성에 있고, 서울 명천구에도 예배당이 하나 있어요. 그 외에도 전국 각지에 폐건물을 개조한 사당이 있고요. 단순 포교 용도로만 애용하는, 신도가 직접 운영하는 곳까지 합치면… 아, 걱정 마세요. 수리와 정비는 다 되었으니까요. 신을 모시는 곳인데 깨끗해야 하지 않겠어요?
축복의 옛날
저희 조요의 인도자는 구오님에게서 시작했답니다. 오래 전 옛날, 연도도 기록되기 전, 구오님은 온갖 물질의 의미와 목적을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었고, 그 힘으로 바리공주님을 따라 한 많은 혼을 구하는 일을 해왔어요. 특히 아직 갈 때가 되지 않은 원혼이 사는 헹기못을 관리하며 그들이 생전처럼 살아갈 수 있게 한 것은 구오님 몫이었지요. 그러다가 구오님은 생사의 모순을 깨닫고, 모든 자가 이런 고통 없이 살아가는 것이 행복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다른 신들에게 설득을 하려고 했으나 다들 그것을 믿지 않았어요. 어쩔 수 없었지요. 그것이 변할 수 있다는 걸 아는 건 그 기적이 있어야 가능했으니까요.
실망한 그 분은 이 세상에 그 뜻을 알리기 위해 자기 손으로 나서기 시작했지요. 먼저 한 일은, 망자를 영원히 구속할 힘이 있던 적패지를 강림으로부터 뺏어와 삼킨 것이었죠. 다들 난리가 났고 구오님은 이승으로 추방되었지만, 사실은 그 역시 구세를 위한 계획이었어요. 자신의 힘으로 악귀들을 없애 고통받던 자들을 구원한 거에요. 그렇게 많은 죽고 산 사람들이 구오님을 따랐고, 충분히 신위가 격상되자 그분은 옥황상제에게 이승 신 자리를 요구했어요. 그렇게 해서야 비로소 모순을 끊을 첫 시작을 할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 역시 들어주지 않자 그 분께서는 반란을 일으켰고, 그 힘으로 천군들을 밀어붙였지요. 한 성만 남고 거의 다 다다랐을 때 자청비께서 멸망꽃을 피워 귀군을 없애버렸지요. 구오님은 포기하지 않고 맞서 싸웠지만… 결국 복부에 부상을 입고 패배했고, 여러 신도들과 함께 흑암지옥에 유폐되었습니다. 두려웠던 건지 그에 대한 기록은 상당수 말소되었고요.
남은 신도들은 이승을 떠돌아다니며 그의 뜻이 잊히는 것을 막고자 했어요. 때로는 승려로서, 때로는 학자로서… 그 분의 보물들을 들고요. 그렇게 전국을 돌아다니던 도중 뜻을 다시금 널리 퍼트릴 기회를 잡을 수 있었지요. 승려로서 살아가던 궁예라는 자와 만날 수 있었거든요. 그는 그분을 받아들일 만큼 그릇이 크고 당시 국가에 반항이 컸으며, 그에 걸맞는 힘도 있었거든요. 신도들은 그를 왕이자 무격으로 삼아 이상향의 토대가 될 국가를 건국할 수 있었죠. 그게 태봉이고, 수도는 저희의 성지, 철원성이에요. 지금의 철원성의 유래가 된 땅이지요.
아, 태봉. 그곳은 산 자와 죽은 자 모두 평화롭게 살 수 있었어요. 그렇게 삼국을 통일했다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궁예는 신앙심이 없었던 것인지, 언젠가부터 구오님의 무격으로 살아가는 것에 불만이 있었나봐요. 결국 어느 날 광란이 일어난 것처럼 저희 신도들을 없애려고 했어요. 겨우 도망쳤다가 돌아왔을 때는 보물도 사당도 없고, 성 안으로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고 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그 과정에서 구오님의 무기였던 신칼까지 잃어버렸지요. 비통하기 짝이 없지요.
인고와 시련의 시간
그렇게 배신당한 이후, 오랫동안 저희들은 배척받았습니다. 그나마 고려 시대 때는 아무래도 과거에 도움을 받은 것이 있어 직접 탄압당하지는 않았지만, 그 대신 이전의 명성을 누리지 못하고 향, 소, 부곡에서 근근히 살아갔지요. 그래도 신도들이 성씨를 받는 등 그 때까지는 사정이 나았지만… 조선 시대에 가서는 그런 눈치도 볼 필요가 없어져서, 불어도감이니 이금위니 하는 것들에게 본격적으로 탄압되었어요. 괴력난신이 삿된 것을 믿는다고 하면서 많은 신도들이 스러져 갔답니다.
그런 고통은 일제강점기 때 심해지면 심해졌지 줄지 않았어요. 애초에 그 때는 워낙 초상이든 아니든 참혹한 일이 많았지만… 그나마 괴력난신 취급은 하지 않았지만, 대신 저희 신앙을 천하다고 여기고 일본 신화를 대신 주입하려고 했죠. 저희를 자원으로 쓴다고 끌고 가기도 했고요. 저희는 결코 따를 수 없었죠. 그 때는 대체 어떻게 버틴 걸까요.
그렇게 35년이 흐르고 광복이 되었어요. 하지만 저희들의 고통은 쉽게 가시지 않았죠. 왜냐하면 토착신화를 배제하면 변칙 개체를 막을 수 있다는 망상을 믿고 한국 신화라는 기반 자체를 무너트리려고 했거든요! 멍청한 짓이죠. 효과가 없기는 커녕 오히려 일부 위협적인 존재의 고삐를 풀어준 꼴인데. 미안해요, 흥분했네요. 덕분에 저희 신앙 역시 큰 타격을 받았고, 하마터면 무너질 뻔했지요. 신앙심이 흐트러진 건 아니지만… 이성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고된 시대였죠. 그 때와 비슷한 신세가 될 일은 꿈에도 없겠죠. 그래야죠…
새로운 시작
그래도 다명多名이 해외에 구오 신앙을 알리고 있어서 망정이지요. 다명이 누구냐고요? 흔히 자칭하는 표현인 피안의 선지자라고 하면 좀 더 익숙하려나요? 본명은 알려지지 않고 다만 수많은 이름을 써서 저희는 다명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본론으로 돌아가서, 그는 세계 곳곳에 구오님에서 소재를 딴 작품을 알리고 다녔어요. 대부분은 다들 연결을 못 지어서 신앙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음지에서 암암리에 이름이 남을 수 있었죠. 또한 그 힘으로 저희 신께서는 믿음을 유지할 수 있었고 그 결과 1993년 같이 유폐되었던 신도들과 함께 현세로 돌아올 수 있었답니다.
다명은 또 한국의 심령에게도 구오 신화를 알렸지요. 그 결과 천송이 주교자님을 포함해 몇 현명한 신도들이 깨달음을 얻고 남아 있던 신도들을 모았죠. 그렇게 새 신도들과 지옥에 있던 신도들, 오랫동안 믿음을 품고 있던 신도들이 모여 신의 축복 아래 1995년 조요의 인도자가 설립되었지요. 구오님은 그간 입었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알 속에 몸을 숨겼고 저희들은 그의 뜻에 따라 연구를 하게 된 거에요.
사실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죠. 탈옥한 것에 눈 돌아간 저승사자들은 물론이요, 저희를 저격한 건지 뭔지 그맘때 재단이 심령체에 대응하는 부대를 만들어서 대적했으니까요. 심지어는 처음에는 사상도 차이가 있어서 다명을 포함해 몇이 떠나갔을 정도라니까요. 그래도 지금은 무사히 굴러가고 있고, 여전히 같은 신을 믿고 있으니 그들도 언젠간 돌아오리라고 믿어요.
사실, 저희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을 반기고 있어요. 그들 역시 이대로라면 언젠가 죽음에 다다를 존재고, 그렇기 때문에 마땅히 구원해야 할 대상인 걸요. 하지만 모두가 저희들의 뜻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죽음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 했거나, 설령 그 무게를 알았다 해도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인 걸요. 그렇기 때문에 아직 눈 뜨지 못 한 어린 양들은 저희를 두려워하고, 또 기피하려고 합니다. 슬프게도, 아직 그런 사람들이 더 많고요.
그들이 눈을 뜰 수 있도록 따스한 빛과 자비를 베푸시는 것이 이상적입니다만, 스스로와 다른 신도들을 위협에 빠트리지 않기 위해, 그리고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구원을 베풀기 위해 조심해야죠. 그렇기 때문에, 특별히 더 조심해야 할 단체만 먼저 정리해두었어요.
SCP 재단
잘 아시겠지만 재단은 아주 위협적인 비밀 단체에요. 저희 신도들을 유괴하고 귀중한 보물들이나 연구 결과를 훔치지요. 저희도 어떻게든 되찾으려고는 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형편이고요. 그러니 검은 양복 입은 사람들은 경계하는 것이 좋아요. 저희를 추적하는 자들은 대부분 그런 옷을 입으니까요. 이 사진 보이시죠? 특히 저 남성은 유독 저희에게 적대적이니 더 조심하시고요.
그래도 아주 대적하기만은 그런 집단이기도 하죠. 무슨 의미냐고요? 그들 중 일부, 저희와 비슷한 계열을 연구하는 사람들과 종종 연결 고리가 생기거든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것저것 참고하게 되죠. 어쩌면 그쪽도 마찬가지일 거에요? 덕분에 저희도 제법 발전할 수 있었고요. 유사한 기술도 있고요. 당연히 그쪽에서 재단이라고 대놓고 정체를 드러내지는 않지만… 다 알 방법이 있죠.
세계 오컬트 연합
재단 뿐만 아니라 이쪽도 위협적인 면에서는 만만치 않지요. 강력한 비밀 기관들의 연합인데, 오랫동안 믿음을 유지해온 신도들의 말에 따르면 한때는 이쪽이 1순위 기피 대상이었다고 하네요. 다행히 한동안 잠잠했지만, 2017년부터는 다시 한국에서 다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사실 재단에 비해 더 흉흉한 게… 재단은 그나마 붙잡아 가둘 뿐이라서 구출 가능성이 있지만 이들은 파괴가 우선점이랍니다. 협력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고요. 의심되는 자와 마주친다면 즉시 도망치는 것을 추천한답니다.
서천컨트리클럽
이쪽은 낯설 수 있을 거에요. 휴양 시설인데, 그저 신들이 운영하는 곳이랍니다. 왜요, 마고할미라던가, 삼신할미 같이 어디선가 이름 들어본 그런 신들이요. 그들 자체는 앞서 말한 곳과는 달리 성격이 나쁘지는 않아요. 단지… 구오님의 뜻을 모르고 끝까지 그를 적대하고 있는 것이 문제죠. 그래서 신도들 중 현대 출신 중 그들에게 악감정을 품은 신도들이 종종 나온답니다. 정작 옛 신도님들께서 얘기하시길 구오님께서는 그들에게 악감정은 없고 그저 섭섭해 하실 뿐이지만요. 소문에 따르면 종교 시설 중 저희를 위한 자리가 있다고는 하는데, 거기로 간 신도들은 부상이 심해서 간 데다가 결국에는 저승으로 가버려서 연락이 안 되니…
심야클럽
심야클럽은 엄밀히 말하면 그쪽에서 일방적으로 꺼려하는 것에 가까워요. 왜냐하면 아까 역사 설명할 때 얘기했듯이, 주교자님을 포함해 많은 신도들이 그쪽 출신이었거든요. 하지만 그들은 구오님의 뜻이 저희들을 구원할 거라는 사실을 믿지 않았지요. 다명이 교단을 탈퇴한 이후로는 더 화가 난 건지 심야클럽 쪽은 저희를 불신하고 있답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하지만 저희 유령들은 약하고 탄압자들은 강해요. 그래서 예비 신도들에게 문제가 생기거나 하면 종종 그들하고 힘을 합치고는 한답니다. 그쪽은 선해서 인맥이 넓기 때문에 그럴 때는 꽤 든든하지요. 눈을 떠서 같이 나아간다면 정말 좋을텐데 말이에요.
아, 이제 신도 분들을 만나고 싶으시다고요? 또 역사 속 인물들에 대해 더 알고 싶다고요? 열정이 대단하시네요. 저도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는데… 마음 같아서는 한 분 한 분 소개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어려우니… 이 문서에 따로 정리해두었어요. 특히 중요한 인물이거나, 제가 얘기했거나, 최근 활약이 눈에 띄시는 분 위주로 넣었어요. 다른 신도 분들께 얘기하는 사이에 찬찬히 읽어봐주세요.
선도 인도자
저희 종교의 시작을 만드신 분들이죠. 모두를 구원하고자 하신 위대하신 신과, 그의 뜻을 받들어 신도들을 모은 주교자님. 제일 먼저 다루지 않을 수가 없지요.
구오도령
구오, 구오도령, 흑암명사… 위대하신 까마귀 신이에요. 검은 머리 인간이나 다른 수많은 형태로 변신할 수도 있었죠. 항상 친절하고 수많은 신들 중 저희들을 고통받지 않게끔 하시고 끝까지 걱정하신 유일하신 분이었다고 해요. 앞서 말했듯이 반란이 실패한 이후, 그분의 이름은 잊히고 또 파묻혔지요. 그래서 저희가 재발굴하기 전까지는 다들 알지 못했어요. 심지어 연합에서는 도령님의 실존을 인정하지 않는다니까요. 안타까운 일이죠.
그분께서는 정체성을 마음껏 다룰 수 있었어요. 단순히 치환하는 것 외에도 그 자체의 성질을 바꾸거나 한탄하는 자에 한없이 가까울 정도로 존재를 흩뿌리는 것도 할 수 있었지요. 이걸 이용해 망자만의 특성을 없앨 수 있었고요. 저희의 일은 그분을 찾는 것과 그분의 힘을 최대한 재현하는 것이랍니다.
천송이 주교자
긴 머리에 안경이 잘 어울리는 멋지신 분이에요. 그분처럼 항상 친절하시고 나긋나긋하시지요. 평소에는 철원성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며 저희 신도들을 관리한답니다. 생전에도 그런 일을 하셨다고 해요. 그 카페는 향이 좋아 지금도 회원들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해요. 저희도 포교용으로나 휴식용으로 애용하고요.
천송이 주교자께서는 1980년대 중반에 심령 사회에 합류하셨어요. 이후 심야클럽의 외교부서에서 일하시다가 다명님과 만나면서 이를 알게 되고 지금처럼 구오님의 뜻으로 심령들을 구원하겠다는 결의를 품게 되었다고 하네요. 출신 때문인지 구오님을 되찾는 것 이상으로 심령체들을 구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시고 계셔요. 이걸로 불만이 많은 신도들도 있지만, 그래도 짧은 경력과 다른 단체와의 불안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저희를 위해 성심성의껏 일하시고 계신데 뭐라 할 수는 없겠죠. 완전 적대하던 단체들이 그나마 대치 상태로 변한 것도 그 분의 노력 덕분이랍니다.
연구팀
영솔 화령
영솔 화령님은 구오님이 살아계실 때부터 그분을 믿어왔답니다. 오랫동안 지옥에 갇히면서도 그분을 보좌했죠. 귀신날에는 차사들 몰래 사람들을 구하고 포교를 해왔다고 해요. 이 때문에 그 당시 신도들 중에서도 기록이 많이 남은 몇 안 되는 분이실 거에요. 아는 것도 많고 해온 것도 많아 처음 조요의 인도자가 만들어졌을 때부터 화령으로 일해왔다고 해요. 유쾌하시면서도 용감해 다들 존경하시죠. 그 용기 때문에 위험할 뻔한 일도 있었지만 본인이 수습하니…
사실 이 분은 직접 연구하는 것보다는 그 성과를 이용하는 것을 주력으로 해요. 지금도 이걸로 존재를 한없이 왜곡해서 위험에서 사람들을 구제하거나 재단이나 연합, 방재원 등을 돌아다니며 기록물을 가져오는 일을 하죠. 최근에는 본격적으로 신도들을 되찾으려고 했는데… 재단에 눈치 빠른 사람들이 있어서 실패로 돌아갔어요. 그걸로 불만이 많으시니 너무 귀찮게 하지는 않았으면 해요.
포교팀
유시은
육신도 중 하나로 주황왕의 아이들이라는 광신도들이 보육원을 습격한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에요. 다행히 그놈들의 영향은 받지 않았지만 딱히 갈 곳이 없어서 그 후로 저희들이 맡아 키웠답니다. 최근에는 포교하던 도중 애인이 생겼다고 하는데… 부럽네요.
사실 유시은 신도님은 그다지 신앙심이 높아보이지는 않아요. 그래서 원래는 다루지 않을 예정이었죠. 하지만 잃어버린 연구 결과를 찾던 과정에서 재단에 격리되었다가 다른 신도들의 도움 없이 유유히 탈출한 것이 알려져서 주교자께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답니다.
전 신도
다명 전 화령
이분도 아주아주 오래 전부터 신앙을 유지하신 분이죠. 평소에는 글을 쓰거나 극단을 운영하거나 해요. 심령체로서는 약한 편이지만 그걸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얻어온 것들과 신앙, 훌륭한 말솜씨로 살아오셨다고 해요. 스스로 피안의 선지자라고 주장하며 자주 이름을 바꾸셔서 원래 이름은 아무도 모른답니다. 현재는 마르셀 킴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해요.
그분이 주교자를 인도하셔서 현재와 같이 신도들이 모일 수 있었어요. 하지만 심령들을 더 챙기는 천송이 주교자와는 달리, 그분은 그저 구오님을 찾는 것에 더 신경을 쓰셨어요. 결국 교리 차이로 화령 직을 탈퇴하고 지금은 단독으로 활동 중이랍니다. 서로 도움을 요청할 때도 있지만요.
궁예
사실 당연하지만 이 분은 엄연히 말하면 '조요의 인도자' 출신 인물은 아니에요. 조요의 인도자가 만들어진지 천 년도 더 전에 신도들을 배신했으니까요. 한 때는 구오님의 무격이자 태봉의 왕으로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저희를 철원성 밖으로 내쫓았어요. 이후 결계를 쳐서 지금도 저희는 그 성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답니다.
다른 회원들 말에 따르면 현재는 철원의 한 절에서 수행하고 있다고 해요. 가끔 서천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놀러가는 것을 빼면요. 갑자기 성격이 괴팍해질 때 빼면 신라 시대 왕족들처럼 보이면 막 쫓아내고 하지는 않지만… 먼저 말을 걸어오지도 않지요. 그에게 허락을 받으면 절에 찾아가는 것까지는 가능하지만 본격적인 이야기는 꽤 어려우실 거에요. 특히 당시 신앙이나 결계에 대해 묻는 것은 금기랍니다.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