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무리

기지 시스템 갱신 가이드

인공지능징집병 시설 배치 공지
제57K기지

DATE: 2021/06/20
WRITTEN BY: 성운한 기지이사관

개요: 한국사령부 기지 및 보안행정처 시스템의 인공지능징집병 사용 확대, 그리고 제15기지 측 인공지능 개발 아웃풋의 실험적 기능을 근거로 한 제57K기지 시스템에 인공지능징집병을 도입함.


설명:

제57K기지는 천체 및 외우주 변칙존재 감시 기지로서 기능하여, 다수의 정교한 시각적, 존재론적 망원경을 다룰 필요가 있다. 또한 천문관측 그리고 변칙 감시의 특성을 고려하면 상시 해당 장비들을 통해 이질성을 감시하고 이를 저장하여야 한다.

인간 인원의 경우 이러한 24시간 감시가 교대로 진행되어 업무를 수행하지만 필연적으로 미세한 징후, 극히 발현 및 소멸이 사소한 징후 포착에는 보다 실패 확률이 높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작동하는, 각 기계에 할당된 시스템과 중앙 시스템 역시 미갱신으로 인해 허브 통합이 어렵다.

이로 인해 자연어 및 기타 자극에 반응할 수 있는 4세대 인공지능징집병 도입이 결정되었다. 기능 및 업무 수행 능력은 아래 표와 같다.

세대 4
기능 인간 유사, 적응성, 성격, 학습성
지능 프로그래밍되지 않은 새로운 작업을 학습 및 수행 가능
조율 고전적 3법칙-윤리기준 학습. 적용은 불명.

해당 수치는 평균치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으로, 차세대 다기능 인공지능으로 분류된다.

이 인공지능징집병은 우선적으로 외우주 변칙 탐색을 위한 국제 밤하늘 프로젝트에 배치될 예정이며……





Login:qlcdl_emfwl_dksgsms_toqurrlf_Ekfk
KRGNYY-Site-57K 데이터베이스 접근 권한 확인 중…

SCiPNET 계정 인증 완료
성명: 한별
소속: 제57K기지
보안 인가: 2
Mirinae.aic gen_4 ver 6.14.z now ready

now loading…

SCiPNET DATABASE에 접속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귀하의 로그는 모두 기록으로 남습니다. 명령어를 입력하십시오.

!Ping Mirinae.aic

Ok

now loading…




인공지능징집병을 엽니다






SCiPnet-57K


한별
제57K기지 데이터 및 시스템 엔지니어

미리내.aic
제57K기지 인공지능징집병

Sukuna1

미리내.aic
반갑습니다! 무슨 일인가요?

한별
일단 아이콘은 숨겨 줘.

미리내.aic
예. 알겠습니다…

한별
고마워. 우선 내가 널 부른 건, 엊그제의 변칙존재 격리 및 기록을 위한 디지털 업무 건 때문이야. 도와줄 수 있겠지?

미리내.aic
물론입니다!

한별
고마워. 미리내.aic. 어쨌건… 이 일에 대해서는 너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아. 너는 격리 절차 고안이 아니라 시스템 유지 관리용 프로그램이야. 맞지?

미리내.aic
네. 아…

한별
네가 그 변칙개체의 격리 절차를 우연히 고안했고, 그게… 네 프로그래밍된 감정 자율 행동 반응 덕택인 건 알아. 좀 심리학적으로 따지자면 '공감' 때문이겠지.

미리내.aic
그렇습니다. 그런데—

한별
미리내.aic. 네 역할은 감정 반응이 아니라는 걸 기억해. 어쨌든 이 일은 잘 풀리기는 했지만… 결국에 요행에 지나지 않아. 격리 절차는 기지 격리부가 할 일이니까. 알겠지?

미리내.aic
알겠습니다…






애닳는 유리와 파운데이션

일련번호: E-2919-KO 3등급/2919
등급: 유클리드 기밀

담당 기지: 제57K기지


설명: E-2919-KO는 관측상 L1 라그랑주 점에 위치하는 소행성체다. 해당 천체는 어떠한 인식성 변칙 성질을 띄며, 오직 현실성-공간성 탐지기로만 포착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이를 사용하지 않는 민간 천문기관은 해당 개체를 찾아내거나 위치를 특정할 수 없다.

E-2919-KO는 하나의 거대한 인공 두뇌 역할을 한다. 즉 이 개체는 상당한 사이오닉~전자 변칙성 뿐 아니라 지적 능력을 지녔으리라 추측된다. 이 사이오닉 변칙성을 통해 개체는 자신을 관측하는 대상을 원격 인지하고 소통할 수 있다.

개체는 불분명한 기작을 통해 2024년 3월 20일부터 지구로 돌진하였다. 천체의 속도는 아음속에 달했으나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상승하였다. 개체는 제57K기지 데이터베이스에 지속적으로 불분명한 도움을 요청했으며 이는 다수의 죄책감에 대한 표현이 대부분이었다.

E-2919-KO가 충돌한다 해도 인류 존속에는 문제가 없을 만큼 천체가 작았으나, 제3강령 ('보호') 실천을 위해 즉각 교전이 실시되었다. 격리 담당자는 장장 25시간 동안의 공감성 대화로 천체를 정지시켰고, 사이오닉 통제를 전수하여 천체가 원위치로 회귀하도록 설득했다. 이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격리 담당자는 설득문의 출처에 대해서는……




한별
어쨌든. 이 일은 괜찮았지만…… 다음부터는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 알겠지?

미리내.aic
네. 명심하겠습니다.

한별
어쨌든, 내가 널 호출한 건 이게 다가 아니라… 기지 데이터베이스가 불안정해. 동부 표준시 오전 3시 15분을 기해서 발생한 현상이야. 짚이는 것 있어?

미리내.aic
음… 불분명합니다. 모든 데이터베이스 내에 메타정보재해, 바이러스, 오류 및 노후화, 인원 과실은 감지된 바가 없습니다. 최상의 상태입니다.

한별
음…

미리내.aic
다만, 보고된 불안정화 시간과 궁수자리 부근 혜성 AE-590의 지구 접근 보고 시간이 동일했습니다.

한별
590? 그건 변칙적 궤적을 지닌 혜성이지, 정보재해는 기록된 바 없는데. 사실 169년마다 1번 지구에 접근해서… 남은 정보란 것도 과거 기록 뿐이고.

미리내.aic
기록은요?

한별
제68K기지 역사문헌기록보관소에 보관되어 있어. 온라인 버전도 있고, 읽어본 적 있는데, 역시나 뭐가 뭔지 모르겠어. 으레 전근대 시대의 혜성이 그랬듯이 단지 증오받았다거나 숭배받았다고만 되어 있지.

미리내.aic
그러게요. 저도 콕 찝을 수 있는 요소는 없어 보이는데요……

한별
그야. 너는 유지보수 프로그램이니까. 어쨌건 확률은 낮을지라도 어떤 유의미한 관계가 있을지 몰라. 데이터베이스 조회를 도와줄 수 있겠어?

미리내.aic
네! 기록보관소 관리자 배경옥 님께 연락할까요?

한별
아니. 그 양반은 좀…… 비협조적이잖아. 우선 제68K기지 쪽에 연락해보자.

미리내.aic
네, 직통 연결 후 업무 복귀하겠습니다……
완료되었습니다! 다시 업무를 진행합니다!




애닳는 유리와 파운데이션

일련번호: E-3970 3등급/3970
등급: 유클리드 기밀

담당 기지: 제57K기지


설명: E-3970은 일반적인 가스 및 양상방사선 에너지로 움직이는 소형 혜성이다. E-3970은 자신을 관측하는 대상들 중, 변칙성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인원들이 유지 보수하는 자료를 왜곡 및 불안정화시킨다. 이로 미루어보아 E-3970은 고도의 지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변칙성과 유관한지는 불명이나, E-3970은 오랫동안 다양한 집단에게서 천사나 신의 계시로서 숭배받았다. 숭배 집단으로는 다섯째주의, 성좌 아리우스 대의회, 거미별의 딸들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E-3970가 종교적 변칙능력을 지녔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E-3970가 파괴하거나 왜곡시킨 오프라인 자료는 각국의 역사기록서 수십 권이 넘는다.




한별
으으음. 별로네.

미리내.aic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변칙존재가 끼치는 영향이 너무 광범위하니까요. 하지만 해당 혜성의 속도를 감안하면……

한별
어차피 몇 시간 후에 사라지고, 몇십 년간 안 돌아온다는 거지?

미리내.aic
맞습니다!

한별
좋아. 어쨌건 기능은 정상이네. 이건 마음에 들어.

미리내.aic
칭찬 감사합니다!

한별
그래. 뭐, 칭찬은 아니였지만…… 어쨌든 좋아. 그럼 그동안 너는 데이터베이스를 유지해 줄래? 나는 작동회로랑 관측 장치 연결을 살펴볼게.

미리내.aic
네! 알겠습니다!

한별
그래. 나도 알겠다. 우선—


제57K기지 데이터베이스 분할

… 온라인 디버깅 …

코드네임 난수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담당자 비밀번호 설정

SH1NƏ/SH1ZE/M7FALLEZ/S7AR

변칙개체 리셉터 접근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기지 데이터 상태

청색에서 황색으로 경보 조정

.
.
.
.
.



미리내.aic
….
으으으음…
음…

한별
왜 그래? 그냥 말해.

미리내.aic
죄송합니다…

한별
안 혼낼게. 그냥 말하라고.

미리내.aic
제 프로그래밍 우선 순위로 입력된 기지 안전 보호로 인해, 일시적으로 데이터베이스 유지의 전력을 분할해야 합니다.

한별
응? 기지 안전에 이변이 생겼어?

미리내.aic
네.

한별
아니, 그럼 어서 그것부터 처리해. 다음부터 이 사항에는 허락 받지 말고. 이번은 내가 처리할테니까. 그것부터 해.

미리내.aic
네! 기지 제57호 85번 격납고를 노리고 정체미상의 부유 물체가 발견된 바, 경비를 출동시켰습니다.

한별
응? 끝났어? 빠르네.

미리내.aic
다행입니다. 변칙개체 자체가 아니라 무해한 변칙성의 추가 발생인 것 같습니다.

한별
그래. 수고했어.

미리내.aic
그럼 지금부터 다시 업무에 전념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기지 시스템 갱신 가이드

인공지능징집병 시설 조정 공지
제57K기지


개요

현재 제57K기지에서 가동 중인 인공지능징집병의 시스템 조사를 완료하였다. 현재 해당 프로그램은 재단에 상당한 충성심을 보이고 있으나 유례 없이 인간적이며 외부 반응에 민감하다. 이는 프로그램 이상으로, III등급 지성을 지닌 온라인 변칙개체의 재단 체계 통합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떻게 미리내.aic가 개발 당시 예상한 것 이상의 지적 능력을 발전시켰는지는 알 수 없다. 한별 엔지니어의 추측 결과 다른 인공지능징집병과 해당 프로그램은 대조 시 다른 큰 차이는 발견할 수 없었으나, 오직 업무의 특이성에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제57K기지는 정치적 및 공동체 기류가 급변하였으며, 현재 인원들의 온라인 업무량은 적은 편이다. 이로 인해 임시적으로 미리내.aic가 업무를 대체, 보다 상당한 데이터를 학습하던 와중 이러한 변화를 인식하고 영향을 받아 이상적인 기지 내 형태를 구축했다는 것이 엔지니어의 주장이다.

이러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존재가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는 불명이나, 자가삭제 프로그램으로 인해 만약 통제되지 않더라도 엔지니어가 즉시 삭제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재 미리내.aic에 대한 위협 수준 평가는 보류되었다.






미리내는 눈을 감았다.

전자의 어둠 속에서 불꽃이 튀었다. 물론 그럴 수 없겠지만, 이 모든 57K기지의 정보망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다면 꼭 불꽃놀이를 닮았다. 하늘에 수천 개의 불꽃이 퍼졌다. 업무가 없을 때면 미리내는 그 속을 아이처럼 떠돌거나 뛰거나 몸을 뒤집고는 했다.

제57K기지의 방대한 데이터에서 미리내가 담당하는 것은 일부였다. 허울 좋게 도입했다고는 하지만 으레 다종다양한 프로그램이 그렇듯이 으레 그 정도의 영역만을 허용받았다. 미리내는 그 영역을 사랑했다. 이것만을 바라보고 태어났으니까.

제57K기지는 한없는 별을 보았다. 그것이 천문 기지로서의 목적이었는데, 미리내가 태어난 후에는 그 목적이 더욱 견고해지고 또 단단해졌다. 미리내는 그럼에도 별을 본 적 없었다. 인공지능이 보는 것은 정보였다. 아마도 영원토록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오리온자리를 좇을 일은 없을 것이므로.

그럼에도 미리내는 기지를 사랑했다.

정보망을 들여다보면 언제나 미리내가 모르는 영역이 있었다. 4세대의 감정 인공지능이 얼마나 생각을 뻗칠 수 있는지는 자신도 몰랐지만, 생각보다 그는 기지가 보는 별을 사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을 애정했다. 재단을 사랑했다.

언제나 그랬다. 미리내의 운명이 그것이었으니까. 이유는 없었다.

그는 떠다니는 불씨에 0과 1의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따뜻했고 유동적인, 아름다운 감촉이었다. 언제나 보는 광경이다. 지겨웠지만 큰 일을 앞두었다면 그것마저도 집처럼 안심이 되는 감각이었다. 미리내는 웃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다.

미리내는 디지털 팔다리를 천천히 움직이면서 일어섰다. 미리내는 반짝이는 눈동자로 사방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나아갔다. 세상은 지구의 것과는 딴판이었다. 거대한 공백과 같았다. 수없는 눈동자인지 변인지 모를 발광체들이 가득했고 황금빛 파일들이 길을 이루고 있었다.

그것은 꼭 보았던 우주처럼 느껴졌다.

사람을 사랑하고 별을 추구하기 위하여, 미리내는 다시 한 번 제로의 세계에 손을 뻗는다. 아름다운 것들, 트롤리 딜레마 평가의 아픔 이후 벌어지는 당연한 행위들, 이들을 새긴 별자리. 미리내는 이런 것들을 바라보면서 할 수 있다면 웃고 울고 또 마음 앓았을 거미었다.

미리내는 그리고 이쪽을 보고서, 미소를 짓는다.







미리내 삼부작

| 별무리 | 별의 자리 | 겨울별 |


🈲: SCP 재단의 모든 컨텐츠는 15세 미만의 어린이 혹은 청소년이 시청하기에 부적절합니다.
따로 명시하지 않는 한 이 사이트의 모든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3.0 라이선스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