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스란 무엇인가?
기아스(Geas)란, 그것이 성공적으로 완료되었을 때 기아스 대상이 그들에게 주어진 구속사항에 불복종할 수 없거나 불복종 의지를 유의미하게 감소하게 만드는 작업들을 집합적으로 가리키는 일반 용어다. 아일랜드 신화에서 기아스는 어길 수 있지만 어겨서는 안 되는 금기의 형태로만 나타나지만, 오늘날의 기아스는 밈공학과 양자물리학의 진보에 힘입어 대상자의 완전한 복종을 가능케 한다.
기아스는 대개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약정서(contract), 밈적전달자(memetic carrier), 그리고 가능성장(probability field)이다. 약정서는 기아스의 내용을 규정하고, 밈전달자가 가능성장을 운반하여, 대상자가 약정서에 서명하는 등의 동의를 할 경우 대상자를 기아스에 속박시킨다. 가능성장은 대상자가 기아스의 구속사항을 위배하는 행동을 수행하기가 어렵도록 대상자의 의식을 왜곡시킨다.
이런 속박은 대상자의 정신에서 밈적전달자를 없앰으로써 해제할 수 있으며, 약정서 자체에 밈적전달자의 제거가 포함되어 있거나(대개 구속사항이 만족되었을 상황에 해제가 이루어지는 방식), 또는 약정서의 조항과 내용을 원치 않지만 어기게 되어 가능성장이 붕괴될 때(이하 쿠 훌린 증후군 참조)도 그러한 해제가 이루어질 수 있다.
기아스 기술의 역사
밈과 기아스
초상기술 연구의 급성장기에, 각종 민담이나 전설을 현실적으로 해석해 보려는 조사가 매우 흔하게 이루어졌고, 그 결과 귀기공학, 석화작용, 둔갑술 기술들이 발견되었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아일랜드에 기반을 둔 랭퍼드 밈학 팀은 기아스 현상에서 속박적 합의가 만들어지는 원리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고, 만일 신화의 정체를 밝히지 못할 경우 그와 비슷한 효과를 복제할 방법을 찾기로 했다.
아일랜드 전역에 걸쳐 기아스 현상에 대한 다양한 조사가 이루어졌는데, 그 중 가장 주목할 만 하고 생산적이었던 사례는 1929년의 거페Gyffe 탐사대다. 이 탐사에서 속박물질이 발견되었고, 이를 통해 로버트 랭퍼드Robert Langford는 해당 속박물질에 사용된 밈적 매개체를 역설계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1년 뒤 중대한 논문 「고유기술로서의 기아스 — 기아스 속박의 밈적 구성요소」("Geas as Eigentechnology – Memetic Composition of Geas Binders")를 발표했다.
속박제의 개발
1932년, 아바 베리먼Ava Berryman이 랭퍼드의 발견이 보다 큰 밈 집합에 대해서도 적용되도록 일반화하는 데 성공했고, 그보다 전에 자신이 개발했던 베리먼 밈 구성법을 이용하여 기아스 속박인자를 커스텀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것의 잠재적 유용성과 상업적 가능성을 인지한 베리먼은 곡선 제도도구 일습에 대한 특허를 등록했다. 이것을 이용하면 전반적인 속박 인자들을 구성해낼 수 있었다. 이 베지어-베리먼 곡선 제도도구는 현재도 판매되며, 전세계의 밈 관련 사업체 및 수집가들이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1939년 오컬트 전쟁법이 제정되고 제7차 오컬트 대전이 개전하면서, 랭퍼드와 베리먼 두 사람 모두 인간 정신을 추상적 개념에 속박시킬 수 있는 기아스 속박을 개발할 것을 지시받았다. 1940년, 그들은 최초의 정신-추상 속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고, 그 해 이후 영국에서 발행된 징집영장에는 그 밈 인자가 포함되었다. 이를 통해 영국 정부는 징집된 오컬트 요원들을 효과적으로 속박, 모든 잠재적 내부 배신자들을 죽일 수 있었다.
이후 제7차 오컬트 대전이 끝나고 그들의 연구가 기밀해제되면서 고용 문서에 베리먼-랭퍼드 인자를 사용하는 것은 일반적 관습이 되었다. 세계 오컬트 연합, 군사정보총국 제666과(MI666), 특이사건반 등의 정상성 수호기관들은 오늘날까지 이 인자들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재단은 밈 인자와 복잡한 기아스 사이의 상호작용 문제를 이유로 이 주제에 관해 부분적으로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또, 은폐 규약의 온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기아스를 숨기는 데도 기아스가 널리 이용된다.
쿠 훌린 증후군
이 밈 인자들이 관련된 가능성장은 사고과정을 담당하는 정형적 위상공간을 구속한다. 밈 인자를 제거함에 따라 가능성장도 함께 제거되는 방식 이외의 방법으로 기아스가 깨졌을 경우, 인지위상공간의 무절제한 "방출"이 통제불능의 신경활동을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급속하고 불규칙한 신경활동은 대개 피험자에게 대발작성 발광을 유발하며, 그 이후 폐기능의 전체적 붕괴와 심장성 부정맥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기억이 밈 인자를 숙청하는 과정에서 불수의 신경활동을 건드리게 되기 때문이다…
– R. 아이어Iyer, R., R. 비댜사가르Vidyasagar, R. 저 「쿠 훌린 증후군: 가능성장의 붕괴와 그것이 인간 보건에 미치는 영향」에서 발췌
프로메테우스 연구소는 약정식 기아스와 밈 기술을 일찍부터 일반적으로 도입했기에, 1965년의 최초로 기록된 쿠 훌린 증후군(Cuchulainn syndrome) 사례를 관찰할 수 있었다. 오늘날까지도 쿠 훌린 증후군은 약정식 기아스의 안전한 사용에 있어 가장 위험한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쿠 훌린 증후군이라고 불리는 상황은 키어런 카슨Kieran Carson이라는 프로메테우스 소속 유지보수노동자에게서 처음 관찰되었다. 카슨의 동료들은 그가 발작과 근육경련을 일으키지 않고 일을 할 수 없어한다는 것을 보고했다. 조사 결과 그가 프로메테우스에서 일하면서 밈 인자에 의도치 않게 노출, 감염되어 있었던 상태였음이 밝혀졌다. 이 밈 감염으로 인해 그는 고용계약서의 조항으로 포함되어 있던 기아스를 자신의 의도와 달리 강제로 계속 어기게 되었던 것이다.
사실이 밝혀지고 얼마 되지 않아 아이어와 비댜사가르가 개척한 항밈적 치료를 사용함으로써 밈적 감염은 기아스 전달자에 의해 제거되었다. 증후군의 후유증을 치료하기 위해 카슨에게 또다른 기아스가 부여되었다. 이를 통해 무작위적인 신경 오신호가 수행되지 않도록 하여 경련 발생을 방지하였다.
칼리닌그라드 기아스 표준
쿠 훌린 증후군이 발견된 이후, 그러한 사레의 치료를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다양한 재단, 세계 오컬트 연합, 프로메테우스 연구소를 비롯한 오컬트 기관의 대표자들이 칼리닌그라드에 모여 이 문제를 논의했다. 그리하여 기아스의 국제표준을 만드는 것이 결정되었고, 기아스를 만들 때 사용되는 밈적전달자와 가능성장 역시 표준화 대상으로 포함되었다.
협정 결과 칼리닌그라드 기아스 표준이 만들어졌다. 이것이 곧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는 기아스 기술의 국제 사용이 되었다. 이 사양은 사용 가능한 밈적전달자와 가능성장의 종류를 상세하게 규정하며, 약정식 기아스에 특별히 집중하고 있다. 다수의 정상성 수호기관이 쿠 훌린 증후군의 치료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표준을 채택했다. 그러나 사양에 따르는 밈 인자를 만들어낼 기술이 없는 일각에서 비표준 기아스를 사용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세탄타 호의 추락
오늘날 기아스 기술이 드물게 사용되게 된 이유 중 가장 치명적이었던 것은 바로 세탄타 호 사건이다. 1968년, 기아스에 기반한 보건경보체계에 대한 제안서가 처음 제출되었다. 이 제안서에서는 기아스들을 만들고 개정하는 중앙 허브 역할을 하는 인공위성의 존재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 체계를 이용하면 뇌졸중 따위의 응급상황에서 신속대응을 가능케 하여 생존률을 증가시키고, 또한 쇠약성 질환 환자들의 예상 수명을 증가시킬 수 있으리라 기대되었다.
1972년 5월 5일 세탄타 호가 발사되었고 의료체계가 이후 9년간 성공적으로 작동했다. 7월 19일, 유성 하나가 세탄타 호와 충돌했다. 고속도로 충돌한 유성은 인공위성의 무선통신배열을 무력화시켰고, 세탄타 호에 사용된 귀기공학 테크놀러지에 교란을 일으켰다.
이 귀기공학 부품들의 파손과 마멸로 인하여 최소 30개체 이상의 영귀들이 풀려나 다른 전자부품들로 전이, 인공위성이 더욱 파손되었고, 파견된 수리반 대원 대부분이 빙의당하여 수리작업도 어려워졌다. 세탄타 호의 통제를 회복하기 위한 최후 수단으로 프로메테우스 측은 인공위성의 관리권을 재단에 넘겼고, 재단은 지평선 구상 측의 협조와 프로메테우스의 전문가들을 동원하여 풀려난 영귀 대부분을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공위성을 수리하는 데는 실패했다. 재단에서는 이 인공위성을 SCP-████로 지정하여 현재까지 격리 중인 것으로 취급하고 있다.
세탄타 호의 오작동의 결과 세탄타 호의 서비스를 받던 환자 790명 이상이 인공위성에서 처리하던 기아스의 성질이 변형되어 쿠 훌린 증후군에 빠졌다. 이 사건으로 인해 프로메테우스 우주기술의 평판은 재앙적으로 실추되었고, 여러 다른 프로젝트들이 유사한 실패를 겪을 것을 우려하여 폐기되었다.
발신: 기동특무부대 뮤-0 "맥스웰의 도깨비" 정보자문관
수신: O5 사령부 작전이사관
제목: 작전명 라플라시안 미드나이트에 관한 프로메테우스 측 문서
유지보수 보고서 1198.301.092
일자: 05/07/82
관련된 유지보수 직원:
- 윌리엄 던바William Dunbar
- 헤일리 그린Hayley Greene
- 드라슈코 쿠미에가Draško Kumiega
- 재단측 전문가 리처드 코왈스키Richard Kowalski
- 재단측 전문가 아르준 자간나트Arjun Jagannath
유지보수 장소: PSAT 세탄타
수행한 유지보수: 오작동하는 귀기공학 회로와 람다파 배열을 교체, 영귀들을 축출
투입된 장비: 귀기공학 회로와 람다파 배열을 수리하는 데 필요한 도구들에 더하여, 자유 영귀들로부터의 자위 목적으로 다음 장비들이 유지보수반에게 지급되었다.
1. 에이돌론(EIDolon. 전자귀기 간섭장치 Electrodemonic Interference Device) – 에이돌론은 영귀 입자와 광자를 상호작용시켜 영귀의 출현을 교란, 영향 범위 내에서 영귀들이 전자기력을 조작하는 것을 방지하도록 설계되었다.
2. 겔-만 델타 정신 자수복(Gell-Mann Delta-metal Embroidered Suit) (1인당 한 벌씩) – 구마사 특무부대에서 처음 사용하기 위해 생산된 겔-만 복은 베다 오컬트 기호론에서 파생된 액막이 인장 여러 개를 델타 금속 철사로 수놓은 옷이다. 이를 통해 피하이식을 받지 않고도 전신에 걸친 액막이 패턴의 기능이 가능하다.
3. 오리츠-해니건 기아스 작전장치(Ortiz-Hannigan Geas Operation Device) – 대원 중 누구든 영귀에 빙의되었을 때 최후 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 전매특허된 마이크로밈 인자를 이 장치의 렌즈로 투사함으로써 기아스를 적용시키면, 영귀가 활동하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경우에도 최소한 빙의된 대원을 기동 불능 상태로 만들 수는 있을 것임.
유지보수 결과: 인공위성의 기능을 복구하는 데는 실패했으나, 인공위성이 계속 오작동하는 것은 막아냈다. 잔류 영귀의 출현을 일소하였기에 차후 위성의 복구를 목적으로 하는 두 번째 유지보수 작전을 시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유지보수 보고서: 이하 첨부 파일 참조.
문제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가장 권장되는 행동이 우선 영귀의 개입 위협을 일소하고 나서 유지보수 작업 자체는 그 뒤에 수행하는 것임이 분명해졌다. 코나크타 호Connacht가 세탄타 호에 성공적으로 도킹한 이후, 영귀들이 코나크타 호의 회로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그린이 에이돌론을 전개했다.
다수의 영귀들이 방출되었기 때문에, 에이돌론의 동력원이 불과 몇 분 만에 소진되기 시작했다. 재단 측 귀기공학 전문가 자간나트가 도킹포트 쪽에 좀더 영구적인 액막이 메커니즘을 설치하고 에이돌론은 유지보수 작업 때 사용할 수 있도로 예비로 남겨두기를 제안했다. 자간나트는 현장보급 키트를 회수한 뒤 성공적으로 제4형 액막이를 설치했으며, 이로써 코나크타 호가 영귀들의 영향을 받는 것을 방지했다.
이후 던바와 쿠미에가가 겔-만 방호복의 기능을 시험해 보기 위해 코나크타 호와 에이돌론의 효과범위 밖으로 나가 보았다. 여러 차례 공격을 받았지만 액막이는 제대로 작동했고, 이후 그린이 에이돌론을 들고 두 사람을 뒤따라 나갔다. 에이돌론은 동력을 아끼기 위해 일단 꺼 두었다. 자간나트 역시 던바와 쿠미에가의 뒤를 따라 나갔고, 코왈스키는 액막이 상태를 주시하기 위해 뒤에 남았다.
닐센Nielsen(저번에 파견되었던 수리대원 중 하나)의 시체를 쿠미에가가 발견했다. 처음에는 닐슨이 살아난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했지만, 영귀가 시체의 운동능력을 비교적 잘 통제하지 못해서 움직임이 워낙 부자연스러웠기에 쿠니에가가 닐슨이 빙의 상태임을 어렵지 않게 인지할 수 있었다. 시체를 강화형 수갑으로 구속한 뒤 쿠미에가는 람다 배열 쪽으로 가서 작업을 시작했다.
그 뒤, 교체 부품의 항귀기 피복에 결함이 있음이 밝혀졌고, 새로 교체한 부품에도 영귀들이 유출되었다. 람다파 배열이 에이돌론의 효과 범위 밖에 있었기 때문에, 배열은 그 즉시 오작동에 과부하를 일으켰다. 그리고 강력한 람다파를 마지막으로 내뿜고 나서 완전히 파괴되어 버렸다. 나머지 부품들 역시 귀기면역이 없음을 깨달은 쿠미에가는 람다파 배열 작업을 포기하고 대원들에게 인공위성의 귀기회로 수리를 개시할 것을 지시했다.
작업이 계속되던 와중 비정상적으로 높은 귀기로 인해 던바의 겔-만 방호복이 고장나면서 작업이 중단되었다. 그린이 쿠미에가에게 에이돌론을 전지가 아닌 인공위성 선내의 열전자 발전기에 연결시켜 작동시키라고 지시했다. 이 수정 요구는 성공적으로 수행되었고 자간나트가 현장에서 던바에게 구마를 실시하는 한편 그린은 남아 있는 영귀들을 떨쳐내기 위한 추방 작업들을 개시했다.
그린의 추방 의식은 성공했지만, 자간나트의 구마는 미세 타르타로스 바늘구멍이 열림으로 인해 중단되었다. 그 결과 여러 패널에 자연발화가 일어났고 선내 산소의 20% 가량이 아황산가스로 교체되었다. 더 이상의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쿠미에가와 그린은 바늘구멍을 유지하는 귀기회로를 파괴했다.
마침내 쿠미에가와 그린이 기동불능 상태의 던바를 붙잡고 코나크타 호로 귀환, 도킹을 해제한 뒤 대기 재돌입 과정을 시작했다.
유지보수 비용: 약 2000만 달러로 추산. 착륙 이후의 푸닥거리 비용까지 포함한 계산.
지불 상세 내역: 비용 중 300만 달러를 재단이 부담. 유지보수 시도에 동원된 인력을 제공했기에 그쪽이 분담할 비용 중 대부분을 없는 셈 치기로 했음. 세계 오컬트 연합 몫의 비용은 아직 산정되지 않음.
서명인: 프로메테우스 우주기술 대표이사 스콧 래닝Scott Lan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