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더 레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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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틀린 솔밭 / 윌슨 야생생물 이야기

1: 재단 넥서스 방침에 대한 약식 개요


넥서스. 여러분도 아마 알고 있을 겁니다. 넥서스란 인구 중심지인데 변칙적인 양의 변칙활동을 끌어들이기도 하는(이런 일이 일리가 있을 정도로 반복된다면) 곳입니다. 몇 가지 보편적인 법칙이 있는데… 거주 인구가 30,000명이 넘는 넥서스는 드물고, 그곳 주민들은 이상한 일들을 "평범하다"고 여기며, 변칙성이 막연한 주제를 따르는 듯하다는 거죠.

그래서, 본래부터 변칙활동이 발생하는 인구 중심지가 있다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해야 할까요?

음… 대부분의 경우에, 재단은 상당히 이상한 전략을 취합니다. 넥서스의 수 그리고 주변 상황을 "평범하다"고 여기는 그곳 주민들의 성향 때문에, 정상성의 의미가 약간 영향을 받았거든요. 물론 넥서스의 특성은 일반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게 되어 있지만, 그곳 상황을 평범한 것처럼 취급하는 넥서스의 일반 대중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 사람들 트위터 피드에 동네에서 최신 밈 마약이 판을 치고 있다는 언급이 없거나, 인스타그램에 거대한 원석이 공중에 떠 있는 셀카가 보이지 않는 한은 다 괜찮습니다. 재단은 이런 넥서스들의 행정기관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그곳 활동을 감시하는 것만을(민간 트래픽을 들락날락하는 것도) 바랄 뿐이니까요.

그럼, 넥서스 한복판에 조그만 가족경영 단체가 나타나서 넥서스에 특화된 문제를 처리해도 재단에게는 그다지 걱정거리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겁니다. 글쎄요, 정말 그럴까요? 일반 대중에 속하지 않고, 자기 동네 밖 멀리로 나가보려 하지 않는, 재단에게 요긴할 뿐인 변칙적인 동네에 무슨 안전조치가 필요한 걸까요? 그 사람들한테 좀 불만이라도 있는 걸까요?

실은 딱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딱 요긴한 존재 그뿐이죠.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에 넥서스는 이런 식으로 있습니다. 이따금씩 추이를 확인할 때 외에는 편집됨주 검은칠마을의 흡혈귀 사냥회에 아무도 눈길 한번 안 줍니다. 아무도 데말골의 엄청 중요한 석유 시장에 신경쓰지 않아요. 동네를 떠나지 않는 한에서는요. 그리고 아무도, 특히나 아무도 보링이라는 적당한 이름이 붙은(아니면 별로 적당하지 않을지도) 오리건주의 조용한 마을에 있는 작고 소박한 동물보호소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요.

물론 이렇지는 않습니다.

뭣하러 그러겠어요?


2: Nx-17 오리건주, 보링읍


일련번호: Nx-17

민간 명칭: 오리건주 보링읍

인구: 7,000

구역 분류: 들장미(Briar)

넥서스 상호작용 규약: Nx-17에는 약간의 위장정보가 필요하다. Nx-17의 소셜미디어 및 온라인 연관 키워드는 "보링 오리건", "보링 마을", "괴상한 동물", "괴상한 하이킹", 그리고 이런 단어의 변형(유의어)이다. 웹크롤러는 이러한 키워드가 하나 또는 그 이상 포함되어 있는 글, 페이지, 게시물을 찾아낸다. 찾아낸 모든 내용은 Nx-17과 관련된 제64기지 인원의 검토를 받은 다음 삭제되고, 장막 정책 유지에 위배되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민간인들에 대한 접근이 이루어진다.

격리시설: 제64기지

설명: Nx-17은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남동쪽으로 대략 30km 떨어져 있는 작은 농촌이다. Nx-17에서 제곱킬로미터당 생성 혹은 격리되는 변칙동물군 수는 세계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Nx-18, "위스콘신주, 슬로스스핏"과 반(反)변칙적인 Nx-42, "스코틀랜드, 덜" 같은 명백히 기준점을 벗어나는 곳은 제외) 평균치의 약 350%에 달한다. 이러한 변칙동물군은 드문 사례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명백하고 긴급한 위험요소가 되지 않는다.

다른 넥서스들과 다르게 Nx-17 내의 변칙존재는 Nx-17 밖에도 존재할 수 있지만, 그 안에서 거의 떠나지 않는다.

부록: 1997년 1월 20일자로, 클랙커머스군에 있는 비변칙적 및 변칙적인 야생생물의 재활에 전념하는 단체가 설립되었다. 해당 단체는 팀 윌슨Tim Wilson이라는 민간인이 운영하는데, 이 인물은 샌디에이고 출신이기에 Nx-17 토박이가 아니다. 몇 가지 조치가 제안되기는 했으나, 아직까지는 이러한 국면이 재단의 직접적인 조치를 불러일으키지는 않았다.


3: 팀 윌슨 방침에 대한 제64기지의 공식 논의


기지이사관 에드거 홀먼Edgar Holman의 책상 건너편으로 오리건주 보링읍에 새로 생긴 단체에 대해 수집한 정보가 든 파일이 미끄러져갔다. 홀먼은 파일을 자기 앞으로 가져와 열어보았다. 블록체로 적힌 "윌슨 야생생물보호소"라는 커다란 글씨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수장은 팀 윌슨, 대략 열 명의 직원과 수십 명의 자원봉사자로 구성됨. 비영리. 소규모.

"좋아, 그래서 이걸 나한테 가져온 이유가 뭔가? 그냥 파일로 정리해 두면 되는 것 아닌가?“

방 안의 네 사람 사이에 잠시 침묵이 맴돌았다.

"그게 말입니다," 한 명이 말을 꺼냈다. "그냥 정리해 둘 수도 있었지만, 몇 가지 시사점이 염려되었습니다." 홀먼이 눈썹을 치켜올리는 게 보였다. "아마 아무것도 아닐 겁니다. 그냥 이사관님이 확인해보시고 넘어갔으면 합니다.“

기지이사관은 의자에 기대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그에게는 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넥서스 17 연구원 셋이 이 새로운 국면에 대해 논의하고 싶어할 때, 그는 미등록 변칙존재(Unregistered Anomalies, 또는 URA)를 특수 격리 절차 필요 개체(Special Containment Procedures Required Objects, 또는 SCP)로 승격시킬 것을 주장하는 문서 몇 장을 읽고 서명하던 와중이었다. 홀먼은 고개를 끄덕이며, 연구원들에게 이 문제를 처리해 보자는 몸짓을 보냈다.

녹색 눈을 지닌 보링 기록보관전문가 셔넌 맥도웰Seanan McDowell이 먼저 말을 시작했다. "네, 기본적인 내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이 단체는 외지인이 설립했습니다. 따라서 이 인물이 이곳의 변칙적인 야생생물을 '평범한' 것으로 취급하지 않고 거기에 관심을 갖기로 했을 수도 있다고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이자는 아주 강경하고, 지역사회에서 정치적으로 매우 활동적인 구성원이며, 넥서스 17 외부로 자주 여행을 다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갈색 눈에 피부가 까무잡잡한 보링 역사가 조시 히긴보텀Josh Higginbottom이 맞장구를 쳤다. "팀 윌슨은 연관된 인물입니다. 변칙적인 야생생물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고, 그런 것들을 죄다 마술과 환상이라고 생각하고, 매우 활동적이고, 여행을 다니고, 아주 강경합니다. 그는 넥서스에 대한 정보가 외부 세계로 유출되게 하는 주요 매개자입니다.“

에드거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그런데. 윌슨 야생생물보호소 말야. 제 일을 하고 있나?“

조시: "예?“

에드거: "야생생물을 재활시키고, 동물들에게 보금자리를 주고, 그런 걸 하고 있느냐고.“

셔넌: "네, 그러고 있습니다. 그 넥서스에 있다는 걸 감안하면 놀랍도록 잘 해내고 있죠.“

에드거가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으응. 그쪽에서 우리보다 먼저 찾아낸 변칙존재가 얼마나 되나?“

"에에," 셔넌이 주위를 둘러봤다. "지금 이사관님 바로 앞에 파일이 있으니, 직접 보시면 되겠군요. 34쪽에 나와 있습니다.“

에드거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앉아 34쪽을 찾아 파일을 휙휙 넘기기 시작했다. 34쪽을 찾아내자, 기지이사관은 그 페이지를 손가락으로 쭉 짚어 내려가다가 "주목할 만한 변칙 상호작용"이라는 글자에서 멈췄다. 목록을 읽어내려갈수록… 그의 눈썹이 서서히 올라갔다.

"인상적인 수치로군. 그리고 이게 다, 그쪽에서 우리보다 먼저 찾아낸 거라고?“

조시: "보링의 등급을 들장미(Briar)에서 수선화(Asphodel)로 상향할지의 여부에 대한 회의가 바로 오늘 밤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전부 팀 윌슨 탓입니다. 보링에 이렇게나 많은 변칙개체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에드거: "우리가 그런 것들을 전부 어딘가에 목록으로 정리해 두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쪽에서 쓰는 분류방식에 따라서?“

맥도웰이 고개를 저었다. "업무가 밀려 있는 상태입니다. 저희에게는 그런 것들을 추적할 인력조차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에드거: "그렇지만 저들은 어떻게든 하잖나. 직원 열 명을 데리고서.“

셔넌: "그리고 성장하는 자원봉사자 기반도 데리고요. 두말할 것 없이, 이 단체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커질수록 눈에도 더 잘 띄게 되죠. 저희는 벌써부터 그자들이 웹사이트를 만들까봐 걱정이 됩니다. 논점에서 벗어난 얘기기는 하지만 —“

"아,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네." 기지이사관이 미소지었다. "나한테는 이 일이 제64기지의 금광과도 같아. 팀 윌슨이 장막 정책에 약간의 위협이 될 수는 있겠지만, 우리가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은 요 앙증맞은 변칙기록기구를 해체해 버리는 걸세. 자," 그가 양 팔꿈치를 책상에 올렸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떻게 하면 이 단체가 눈에 잘 띄지 않게 두면서 계속 활동하도록 할 수 있을지를 알아내는 거야. 그리 어려운 업무는 아닐 거야, 내 생각에는. 넥서스 17을, 어, 얼마였더라? 14년 동안 굳게 봉쇄된 채로 있게 한 사람들에게는 말이지.“

세 연구원들 중 하나가 초조하게 침을 꼴깍 삼켰다.

"내 말은, 팀 윌슨을 그대로 두자는 거야. 면밀히 감시하되, 그대로 두는 거지. 그리고 그자의 행보를 은폐하는 문제는 자네들에게 넘겨 두겠네. 이제껏 그자가 문제가 된 적이 있었나?"

조시가 이 사이로 숨을 내쉬고, 잠깐 침묵했다가 머리를 푹 숙이고 고개를 저었다.

"좋아, 그자가 실제로는 절대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고 기대해볼 수 있겠군. 이걸로 됐네. 내 대답이 불만족스럽다면 감독관 회의에 이 주제를 안건으로 제출하도록. 그럼, 나는 다른 볼일이 있어서." 홀먼이 파일을 연구원들 쪽으로 도로 밀어냈다.

잠시동안,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그 전까지 아무 말이 없던 보링 격리전략가 카이 보스코비치Kai Boskovich가 안경이 거의 벗겨질 정도로 격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며, 비슷한 몸놀림으로 파일을 격하게 낚아챘다. "보안 파기 발생 가능성에 대해 감수해야 할 위험성이 터무니없는 수준입니다.“

카이가 쓸어넘긴 갈색 머리칼을 휘날리며 문을 박차고 나갔고, 조시와 셔넌이 그 뒤를 바짝 따라갔다. 그들이 시야에서 막 사라질 때, 홀먼은 한 연구원이 문이 닫히기 전 "숫자 자료를 들고 다시 올 겁니다"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4: 비밀요원, 윌슨의 최고 자원봉사자


와지마 모유미Wajima Moyumi는 용도가 다양한 "각자 알아서 하는" 요원으로, 지금은 어떠한 기동특무부대나 SCP 격리팀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았다. 와지마는 제일 친한 친구 셋을 격리 파기로 잃은 지 한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임무 수행 중에 그렇게 된 것도 아니었다. 심리 평가를 받고 계속 일을 해도 될 정도로 정신상태가 온전하다는 판정을 받긴 했지만, 물론 그 당시에 그녀는 뭐든 강도 높은 일을 알아보고 있지 않았다. 더 조용하고, 근사한 일. 확실히 더는 누군가가 희생되지 않을 중간쯤의 일을.

그리고 또 와지마는 하기마츠 유후유Hagimatsu Yufuyu라는 이름의, 재단이 윌슨 야생생물보호소에 심어놓은 비밀요원으로 있었다. 제64기지에 있는 와지마의 집은 그녀가 있고 싶어하는 곳에서 차로 한 시간 반은 안 넘는 거리에 있었고, 왕복 세 시간은 기본적으로 동물 사육 자원봉사자로 일하기 위해 치르는 아주 작은 대가였다.

보호소 자원봉사 일 이외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겉치레를 하기 위해, 그녀는 화요일과 주말에만 자원봉사를 했다. 나머지 시간은 제64기지에서 자질구레한 일과 서류 작업을 하면서 보냈는데, 가끔씩 사소하고 위험도 낮은 임무 때문에 방해를 받기는 했다.

앨버트 웨스트린Albert Westrin이 걸어왔을 때, 와지마는 아주 조그맣고, 꼭 껴안아 주고 싶게 생겼지만 유감스럽게도 전류가 흐르는 바다표범을 물을 쓰지 않고 씻겨 주고 있었다. 앨버트는 전형적인 남성상처럼 희끗희끗한 턱수염을 텁수룩하게 길렀고 완전히 대머리인데다가, 거친 일에 더 익숙한 손을 지녔다. 그는 보호소에서 와지마와 가장 가까운 친구고, 그녀와 쉬는 날이 잘 겹치는 동료 자원봉사자였다. 그는 가족들과 베리류 농사를 지었고, 그들에게는 농장을 돌보는 일정이 있었다. 그래도 주말에는 모두 일을 쉬지만, 대개는(꼭 필요하지 않은 일은 모두 일정에서 빠졌다). 앨버트에게는 거의 매일 보호소에 들를 자유시간이 있었다. 최소한 그냥 둘러보기만 할 정도는. 돌아다닐 시간이 정말로 없다면, 보통 그는 음료와 도넛을 가져다 주었다. 두말할 것 없이, 와지마는 그를 보게 되어 기뻤다.

"무슨 일로 들렀어요, 앨?“

그러나 앨은 곧 그들이 함께 작업해 온, 특히 좋아하는 일에 매혹되었다. 바다표범은 몸을 튕기고 껑껑대며 단단히 쥔 와지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앨버트에게 가려고 버둥거렸다.

"아, 내가 와서 신나하는 친구가 누구일까나?" 앨버트가 늘 요란하고 그르렁대는 저음의 목소리로 외쳤다. 그는 자그마한 쿠퍼Copper(몸 색깔 때문이 아니라, 구리선(copper wire)에서 따온 이름.)를 안전하게 쓰다듬을 수 있도록 고무장갑을 꼈다. 지금 일어나려는 걸 본 와지마는 그게 마음에 들든 그렇지 않든간에, 잠깐 앨의 손길을 받는 시간을 갖도록 쿠퍼를 놓아주었다. 앨버트는 생긴 것처럼 힘세고 극기심이 있는 남자여서, 그에게 커다란 물렁팥죽이 되어가는 쿠퍼를 붙잡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의 외모와 쿠퍼와 제일 과격한 식으로 서로 어울려 노는 모습 때문에 앨버트가 훨씬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

"저도 마찬가지에요, 앨." 와지마가 그에게 미소지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하지. 쿠퍼는 어때요?“

"쿠퍼는 괜찮아요. 저는 녀석 몸에 묻은 오물을 씻어내고 있었어요. 당신이 와서 귀엽게 망쳐버리기 전까지는요.“

"방해해서 미안," 앨은 쿠퍼의 머리를 계속 긁어 주었다. "그래, 꼬맹아. 다시 씻으러 가자."

와지마는 (조심스레) 쿠퍼를 안아 올리고 고무를 덮은 무릎 위로 도로 데려와 따뜻한 수건으로 원래는 반지르르한 회색인 쿠퍼의 몸에 묻은 얼룩 몇 점을 닦아냈다. 녀석이 꿈틀거렸지만, 와지마는 굳세고 단호했고 별다른 문제 없이 미끌미끌한 바다표범이 있을 곳에 있도록 했다. 앨버트가 감탄하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좋았어!" 쿠퍼는 평소처럼 반질반질해졌다. "수조로 돌아갈 준비가 됐네…“

와지마는 쿠퍼를 들어올려, 작고 적막한 수조에 도로 던져넣었다(이렇게 하지 않으면 녀석이 수조에 들어가기를 힘들어한다). 물은 이상할 만큼 센물이었고, 쿠퍼는 적합하지 않은 수조 속을 헤엄쳐 나아갔다. 거기에는 바위 약간밖에 없었는데, 이곳이 녀석이 물 밖으로 나와 물가의 작은 바위에 올라갈 수 있는 조그마한 장소였다. 하지만, 이렇게밖에는…

쿠퍼가 있는 수조에는 다른 물고기를 넣을 수가 없었는데, 곧바로 죽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녀석이 지나간 자리에 있는 생물들이 전부 죽게 될 테니 녀석을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도 없고(그리고 어쩌다 녀석이 오리건 개울이 시작되는 곳에 있게 되었는지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 뭐, 그것도 그렇지만, 녀석 자체로도 충분히 문제였다. 오늘은 쿠퍼가 보호소에서 지낸 지 일주일이 되는 날이고, 녀석의 건강 상태는 완벽했지만 그들은… 녀석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다.

앨버트와 와지마는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 입술을 오므렸다.

"그래서, 우리가 녀석을 어떻게 한다고요?"

앨버트가 턱수염을 긁적였다. "그게.. 팀한테 얘기했는데, 우리는… 아직 모르겠어요. 녀석은 야생에서 살기에는 적당하지 않아요. 아니면, 야생이 녀석에게 적당하지 않은 거든가요. 그리고 우리는 이곳 동물들을 다른 동물들보다 우위에 두지 않고요.“

"대부분은요…" 와지마가 살며시 미소지었다.

"뭐, 물론 우리가 녀석들한테 이름을 지어 주긴 하죠."

그들은 킥킥대며 웃었지만, 그 웃음은 짧고 묵직했다. 그들에게는 쿠퍼를 위한 아주 넓은 구역조차도 없었다. 지저귀는 새들로 가득한 녹색 목조 방 한가운데에서, 녀석은 철 지난 수조에 갇혀 있었다. 녀석이 거기 있어서 돌볼 또다른 수생동물을 데려오는 데에도 방해가 됐다. 이 일은 꽤나 번거로운 문제가 되었고, 시야에 그 생각이 어렴풋이 나타났다… 누구도 쿠퍼를 안락사시키고 싶어하지 않았고 녀석이 더 오래 있을수록, 녀석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더 많아질수록 점점 더 안락사가 필수적인 조치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아무도 그러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직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여전히 녀석을 손님처럼 대하고, 가끔 한번씩 녀석을 닦아 주는 것이다. 와지마는 마음속으로 쿠퍼를 놓아 주자는 주장을 밀고 나가서, 녀석을 어떻게든 제64기지에 스킵으로 들여온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 의견을 밀고 나가는 건 그녀의 성격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고, 매번 반발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거의 틀림없이 그녀에게 시선이 쏠릴 것이고, 그냥 관찰자로만 있는다는 임무에도 지장이 생길 것이다. 그래도…

"그냥 녀석을 그대로 두면 어떨까요?“

"뭐라고요?"

자기 자신에게 동의하는 것마냥 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녀석을 그대로 두면 어떨까요? 깜찍한 마스코트로요. 윌슨 야생생물보호소의 쿠퍼.“

와지마가 눈을 두어번 깜빡였다. "그게, 그렇게 하면 수조 문제를 영영 갖게 될 —“

"말도 안 돼요." 앨버트가 와지마의 말을 무시했다. "쿠퍼가 나머지 다른 동물들처럼 그냥 손님 같았다면 우리가 녀석만의 수조를 만들어 주자는 생각을 도저히 할 수가 없잖아요. 하지만 녀석을 애완동물 — 에, 마스코트로 삼는다면, 녀석에게 우리 마음에 드는 만큼 커다란 수조를 마련해 줄 수 있겠죠.“

"정말로 커다란 수조가 필요할 거예요. 녀석이 보통 바다표범처럼 성장한다면요."

"그런 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보자고요."

"자신 있어요?"

"안될 거 있겠어요?" 앨버트가 고무장갑 낀 손을 물 속으로 뻗어 헤엄쳐 지나가는 쿠퍼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수생구역을 만드는 방향으로 예산을 쓰도록 추진해볼 수도 있겠죠."

"수생구역이라고요!?“

"이미 각기 다른 새장을 마련해서 새들이 서로를 해치지 않게 됐잖아요. 결국에는 수조도 달랑 하나보다는 더 많이 필요하게 될 거예요. 그리고 쿠퍼가 바로 그 증거고요! 녀석을 그대로 두자고 결정하면 팀과 보호소 사람들이 더 나은 수족관을 만들 수밖에 없게 되지 않겠어요?"

와지마의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아— 아마도 그렇겠죠? 동물들을 두려고 선례를 세워야 하는 게 확실해요? 예산안에 있나요? 지역사회에서 우리를 정말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던데…“

"자금 모금 행사로 뭐든 우리가 보통은 감당 못하는 것도 정기적으로 부담할 수 있어요. 그 외에도 약간."

"흐음." 와지마의 머릿속에서 재단이라면 오히려 야생 변칙개체라며 추적했을 동물을 보호소에 두도록 돕는 게 좋은 생각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게…" 쿠퍼가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시선을 마주쳤다. "에라, 모르겠다. 한번 해보자고요. 팀한테 쿠퍼를 데리고 있겠다고 말해요. 오늘 밤이나 내일 이 주제로 얘기를 나누게 될 거예요.“

앨버트가 이를 훤히 드러내고 씩 웃었다. 엄청나게 풍성한 콧수염에 미소가 가려지기는 했지만.


5: 윌슨 야생생물대책의 확장


칙칙한 옵시디언 블랙을 덧댄 회의실에 놓인 타원형 탁자에 기지이사관 에드거 홀먼, 기지이사관보 사라 오코넬 박사Dr. Sarah O'Connell, 인사이사관보 캐머런 마일스Cameron Miles, 시설이사관보 밀레나 로페즈 박사Dr. Milena Lopez, 연구이사관보 에이버리 산체스 박사Dr. Avery Sanchez, 격리이사관보 소피아 터너Sophia Turner, 특무이사관보 윌리엄 존슨 요원Agent William Johnson이 시계방향으로 둘러앉았다. 잘 아는 사람이 보기에는, 매주 일요일 열리는 이사관 회의가 진행중인 게 분명했다.

오늘의 안건으로는 평소대로… 스리포틀랜즈의 마약 조직, 풀려난 변칙 까마귀떼, 남쪽 지역에 국한된 특이현상, 그리고 이 세 가지를 조사하던 도중에 습득한 새로운 로보틱스 장치가 있었다. 제12구역에서 온 서한도 있었는데, 양쪽 시설 모두가 발견 공로를 차지하고 싶어하는 어느 변칙개체의 관할 다툼에 관한 내용이었다. 진이 빠지는 일이었다. 평소처럼.

그러나 그들은 끝을 내가고 있었다. 모두 짐 챙겨서 귀가하는 단계로. 더 남은 안건은 한두 개 뿐이었으며 — 머핀이 돌려졌고, 물론 그래서 도움이 되었다.

"좋습니다." 홀먼이 말했다. 이사관들이 제12구역에 보낼 서한 개요를 작성하고 난 후였다. 서한 나머지는 교섭 직원이 나중에 채워넣을 것이다. "이제 넥서스 17 상황 보고서를 다뤄봅시다. 제출자는…" 홀먼이 한숨을 내쉬었다. "…셔넌 맥도웰, 조시 히긴보텀, 카이 보스코비치군요. 제목은 '윌슨 야생생물보호소의 성장에 관한 커져가는 우려'고, 부제는 '변칙기반 단체의 걱정스러운 확장'입니다.“

어디선가, 이사관 하나가 끙 하고 앓는소리를 냈다. 홀먼은 그 보고서를 상당 부분 줄줄 읽어 나가다가, 말하는 게 지겨워져서 사라 오코넬에게 넘겼다. 전달된 정보는 그리 새로운 게 아니었다. 와지마 모유미라는 비밀요원과 협력해 일하는 넥서스 17 연구팀이 윌슨 야생생물보호소가 이제는 몇몇 변칙개체를 자기들 관리 하에 두고 있다는 소식을 입수했다는 내용이었다. 그 시작은 빠르게 그곳의 마스코트가 된 쿠퍼라는 이름의 바다표범이었다.

본질적으로, 그 단체는 작은 격리기지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더 일반적인 야생생물 문제를 위해 단체 이름을 보호소에서 다른 명칭으로 바꿔볼 생각도 하고 있었다. 여전히 근본적으로는 야생생물 보호소긴 하지만. 그리고, 늘 그랬듯이 그들이 발견하는 변칙적인(아니면 그 사람들이 부르는 대로 "신기한" 그리고 "별난") 오만가지 동물들은 논할 것도 없이 인상적이었다.

설명이 있고 나서, 뭔가 말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그래서 홀먼은 사람들을 재촉했다.

"떠오른 의견 있습니까? 제안할 조치라든가?“

소피아 터너가 먼저 말을 꺼냈다.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지금까지 그 단체는 격리를 성공적으로 해냈습니다. 맞죠? 그리고 그들의 통제 하에 있는 변칙개체가 얼마나 되는지는, 음, 그 건 그 단체가 없었더라면 우리가 격리했어야 했을 변칙개체 수와 같겠죠. 그렇게 되었다면 제19기지와 많은 예산 다툼이 벌어졌을 겁니다. 상당한 자원과 인원, 특무부대가 더 필요해질 테니까요. 윌슨 야생생물보호소가 생긴 이후부터, 넥서스 17을 감시하는 데 드는 비용이 60% 이상 줄었습니다. 굉장한 수치죠. 우리가 당장 지출할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되는지 아시는 분?“

"제가 압니다." 본 회의에서 떨어져 가장자리에 있는 책상에 앉아 있는 지명된 회의 서기가 말했다.

"윌슨 야생생물보호소가 몇몇 변칙개체를 맡기로 시작한 이후부터 우리가 넥서스 17의 변칙개체들을 격리하는 데 쓰는 돈이 얼마나 줄었는지 알려 주시겠어요? 이곳에서 포획된 변칙개체를 다른 기지로 이송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잊지 말고 확인해 주시고요.“

"확인 중이지만,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고마워요.“

그들이 안건을 미리 읽고 준비했어야 하긴 했지만, 그 주에는 바빠서 그러리라는 기대가 사실 없었다. 이사관들이 재검토해본 건 제12구역 붕괴 건이 거의 유일했는데, 일주일 내내 화제였기 때문이었다.

"그럼," 윌리엄 존슨이 갑자기 말을 시작했다. "답을 기다리는 동안, 저는 넥서스 17 활동에 특화된 기동특무부대를 창설할 것을 제안하겠습니다. 잠시 뒤로 미루어두었던 계획인데, 최근 보링에서 일어난 온갖 소란을 보니 꺼내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가 스테이플러로 철한 얇은 서류 한 묶음을 탁자 위에 철썩 내려놓았다. "부대 번호도 이미 정해 놓았습니다. 베타-4로요. 물론 별칭 겸 코드네임은 아직 없습니다. 그런 건 보통 부대원들이 알아서 고르니까요. 이 부대에 넣고 싶은 후보자들 명부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저는 존 슈트 요원Agent John Schut을 부대장으로 임명할 겁니다. 이 후보자들은 슬링스 & 애로우즈(Slings & Arrows)에 있는 동안 동물을 다루는 데 관해 폭넓은 경험을 했습니다. 아니면 최소한 변칙개체 같은 동물들에 관해서는요.“

"그래야 할 목적이 뭡니까?" 캐머런 마일스가 거리낌없이 의견을 밝혔다. "지금 당장은 그런 기동특무부대가 별로 필요할 것 같지 않아 보이는데요. 특무부대가 할 일은 그 보호소에서 거의 다 해주고 있으니까요.“

"반대로, 저는 보링에 특무부대가 필요한 이유를 윌슨 야생생물보호소가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넥서스 17에 있는 변칙개체가 실제로 얼마나 되는지 지금보다 더 잘 알게 되고, 그것들을 잘 찾아낼 수 있게 될 겁니다. 윌슨에서 보여주는 것만큼이나 집중도가 높다면, 그곳의 자금과 자원은 빠르게 바닥나 버릴 겁니다.“

밀레나 로페즈가 대화에 참여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그 사람들이 아주 성공적이었죠?“

"아주요." 캐머런이 지적했다. "현 시점에서 그들이 다룬 변칙개체는 서른 마리가 넘고, 심각한 부상을 입은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사망자도 전혀 없었고요. 또, 그 단체가 아직은 여러분들 생각만큼 외부에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곳보다는 우리의 특권에 더 가깝겠지만은 아직은요.“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밀레나가 계속 말했다. "우리가 그곳에 자금을 지원해 주는 거예요.“

정적. 몇몇 사람들이 머핀을 우적우적댔다.

"서기에게 일거리가 더 생기는 걸 무릅쓴다면, 아마 우리가 아껴둔 자금 일부를 그 단체한테 쓸 수 있겠죠. 물론 전부는 말고요. 그 사람들한테 다른 자금원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단체가 늘어가는 변칙개체들을 자기들 관리 하에 둘 수 있을 만큼 자금을 지원해 준다면, 우리가 직접 작업을 하는 것보다는 돈이 덜 들 겁니다. 그 단체에서 이미 익명으로 지역사회 기부를 받고 있으니, 우리 돈이 거기 끼어들어가도 별 일 없을 거예요. 그리고 갑자기 꽤나 부유한 기부자가 생겼다는 걸 거기서 눈치채더라도, 그걸 굳이 조사해보려고 들기나 하겠어요?“

"말도 안 됩니다." 사라 오코넬이 한 마디 했다. "우리가 아껴둔 돈이 얼마나 되든간에, 우리의 통제가 전혀 없는 단체를 신뢰할 만한 가치는 안 돼요. 그 사람들이 실수라도 했다간 우리가 책임져야 할 일이 될 겁니다. 우리 자금으로 우리가 직접 처리했더라면 쉽게 피할 수 있었을 일이 말입니다.“

"그러면 아마… 아마도 우리가 그들을 통제해야 되겠죠. 적어도 약간은.“

방 안의 모든 시선이 캐머런에게로 향했다.

"이미 와지마 모유미라고 그쪽 단체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는 요원이 있습니다. 와지마는 그곳에서 — 당연히 가명으로 — 아주 잘 알려져 있고, 그녀가 거기에서 정규직으로 있도록 해볼 수 있습니다. 자원봉사자에서 직원으로 승격시키는 거죠. 그 단체가 예상한 속도대로 성장한다면 그곳 규모가 정말 문제가 될 수준으로 커지기까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아직 충분히 있고, 그녀는 승진을 해 나갈 수가 있습니다. 배후 조종을 좀 하고, 특정 화제를 밀고… 포착하기 힘든 영향이겠죠, 물론. 하지만 비영리 단체에서는 어쩌면 타고난 매력으로 와지마가 해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고 나면 그녀는 우리의 내부자가 되어줄 수도 있습니다. 지금처럼 그냥 첩자가 아니라요. 그러면 우리 자금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쓰이도록 해줄 수 있겠죠. 우리가 일처리를 잘 하는 한에서는요. 이 수법이 먹힌다면 우리는 돈을 덜 쓰고, 그 단체를 더 완전히 신뢰할 수 있고, 그들이 갑자기 사라져 줘야 할 필요가 생긴다면 손쉽게 사보타주를 일으킬 수도 있을 겁니다.“

방 곳곳에서 웅얼거리는 소리가 여럿 터져나왔다.

"저는 찬성하는 쪽에 표를 던지겠습니다." 홀먼이 주절대는 소리를 뚫고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모유미에게 또다른 요원이 생긴다는 한에서 말입니다. 물론 그 일에 본인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요. 물론 영구적인 임무가 될 겁니다. 그녀에게는 마지막 일이겠고요. 윌슨이 없어지지 않을 거라고 본다면 — 아니면 우리가 윌슨을 없애지 않거나요.“

방에서 웅성거림이 잦아들었다.

"20%입니다." 서기가 말했다. "이송 및 격리에 돈을 20% 덜 썼습니다. 단언하기에는 너무 이를 수도 있겠지만, 이 수치가 계속 상승할 것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소피아의 오른쪽 입꼬리에서 미소가 피어났다.


6: 비밀요원, 윌슨의 신입직원


"이름을 바꾼대요!"

"알아요!“

앨버트와 와지마는 신이 나서 몸을 떨었다. 진심에서 우러난 것도 있었다. 와지마로만 한정한다면. "우리 단체가 출세하고, 확장을 한다니!“

"우리 자금량이 아주 갑자기 급상승한 덕이죠.“

"헤헤." 와지마가 위를 쳐다봤다가 고개를 내렸다. "네, 운좋게도요.“

앨버트와 와지마는 넓은 책상에 있었다. 둘은 늦은 밤에 봉투를 풀칠하고 그 속에 초대장을 집어넣으며 남아있던 마지막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전야 파티가 있었고, 윌슨 야생생물보호소의 자원봉사자들과 직원들 모두를 위한 성대한 발표 파티가 있었다. 서비스 확장의 결과로서 공식적으로 단체명을 바꾸게 되었다는 걸 모두에게 알리는 자리였다. 이런 걸 마케팅 전략으로는 "개업식"이라고 한다. 이제 이 단체는 동물 보호소뿐만이 아니라 유해조수 방제업자, 지역 생태계 조사자이자 연구자였다. 이미 그들은 이 지역의 개구리 개체수와 토양 알칼리도, 수중 침전물 그리고 기타 등등을 알아보기 위한 탐사를 준비중이었다.

그러나 바로 지금 당장에는, 그들은 이름을 바꾸게 되어 마냥 기뻤다. 이번 일은 움직임이자, 계기이자, 행동이었다. 이곳은 그냥 보호소가 아니고, 그들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상황을 구제했다. 윌슨 야생생물대책. 이 이름에는 근사한 울림이 있었다.

그래서 전야 파티의 여파로, 앨버트와 와지마는 지치고 (그리고 약간 취한) 팀 윌슨과 긴 작별인사를 하고 작업을 계속했다. 다행히도 더 남은 봉투는 많지 않았다.

"이번 일로 우리가 어떻게 될 거라고 봐요?" 앨버트가 물었다.

"흐음," 와지마는 생각을 해 봤다. "분명히 계속 성장해 나가겠죠." 그녀는 어떻게든 그렇게 되길 바랬다. 머릿속에서 위협적인 재단에 대한 생각을 밀어내면서. "저는 좋은 쪽으로밖에 생각을 못 하거든요." 사실이 아니었다. "정말 중요한 건 그게 전부예요."

정적이 맴돌았다. 둘은 봉투를 붙였다. 와지마는 생각을 해봤지만… 이번 일이 규약일지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적어도 이런 건 그녀의 임무에 들어가지 않았다. 와지마는 그냥 알고 싶었다. 와지마는 이 임무가 걸핏하면 장난스런 놀림거리로 전락할 수 있고, 자신에게 존중과 신뢰를 얻어다 준 매력에 달려 있다고 봤다. 그래. 그런 정당화는 효과가 있었다.

"어, 저기, 그게요.“

"으응?"

"있잖아요, 전 이곳 사람이 아니에요. 동부 연안에서 여기로 이사왔죠.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요." 완전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리고, 우리 동네에는 어 —“

"신기한 동물들이 없었다고요?"

와지마가 눈썹을 찌푸렸다. "네. 없었죠. 이곳에서는 음, 신났어요. 재미있었죠! 황당하기도 했고요. 이런 것들이 죄다 존재한다고 생각하니까요. 여기 처음 왔을 때는 정말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어요. 그나저나 그냥 궁금해서 그런데요, 이곳 상황을 어떻게 생각해요, 앨버트?“

"어떻게 생각하냐고요?"

"이런 게 어떻게 말이 되는지에 대해서요. 과학적으로요. 우리가 기존에 알던 모든 사실과 모순되는지 말이에요 — 이를테면 우리가 여기에서 도움을 주면서도, 어째서 이곳의 넘쳐나는 연구거리에 대해서는 과학협회에 얘기를 안 해주는 걸까요?"

와지마는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됐다. 이곳이 너무 편해져서 그랬거나, 어쩌면 새 친구를 너무 사귀고 싶어서 그랬는지도. 너무 속을 터놓고 말했다. 그녀같이 냉정하고, 관조적인 요원이 보일 태도가 아니었다. 와지마의 얼굴이 죄책감으로 화끈 달아올랐다.

"그게 문제에요, 바로 그런 게.“

"네?"

"우리가 뭐든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게요.“

"어떤 것들은 우리가 알아야 해요.“

"그 지식이 실용적이라면, 간직해라. 하지만 보편적이고, 전부 들어맞는다고는 생각하지는 마라. 이게 현대 과학의 문제점이죠.“ 앨이 와지마에게 미소지었다. "현대 과학이 타당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에요. 하지만 그 이름난 과학자들은 죄다 자기들 생각이 제일 잘난 줄 안다니까요.”

와지마가 킥킥댔다. "가끔씩은, 그렇죠." 돌연 그녀는 생태계 연구를 위해 곧 고용할 환경학자들을 앨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졌다. "있잖아요, 저 직장을 그만둘 생각이에요.“

"안돼요, 하기. 어째서죠? 당신은 뛰어난 플로리스트잖아요!“

"포틀랜드에 있는 가게에서는 아무런 목적의식이 느껴지지가 않거든요. 부케 만드는 건 좋아요. 하지만 이 일은 결국에는 저에게 성취감을 안겨주지 못해요. 그리고 이곳, 이곳에서는 성취감이 들고요."

앨이 뱁새눈을 뜬 채,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 허허허, 정말이에요?“

"네, 정말로요. 예쁜 꽃을 가꾸고 예쁜 꽃을 예뻐 보이는 방식으로 정돈하는 제 얼마 안 되는 식물학 경험을 여기서 이곳 사람들과 일하면서 다듬어 나가야 해요. 그러면 꽤 써먹을 만 해지겠죠. 그리고 꽤 근사할 거고요.“

앨이 미소를 참으려고 했다. "버는 돈이 틀림없이 더 적어질 텐데요.“

"비영리단체에 들어가면서 최고의 생활수준을 기대하지는 않잖아요, 앨.“

앨은 와지마의 생각을 돌리는 데 꽤 심하게 실패했고, 그래서 고개를 다시 봉투로 돌렸다. "음, 뭐, 그렇다면야. 당신이 팀에 있어서 기뻐요.“

와지마가 숨을 깊게, 마음껏 들이쉬었다. 진정으로 팀이었다. 정말로, 전혀 팀 같지 않은 팀이 아니었다.

훨씬 더 가족같은 느낌이 들었다.


7: 시간이 지나


2002년 1월, 오리건주 보링읍에서만이 아니라 대중의 관심을 더 많이 얻자는 윌슨 야생생물대책 새해 결심의 일환으로 이 단체의 전용 웹사이트가 개설되었다. 실은, 이 계획은 몇 가지 이유로 인해 더 일찍 진행되지 못했었다.

팀 윌슨은 언제나 다소 러다이트스러웠다. 그는 나면서부터 산업화, 회사, 공장, 그리고 더 나아가 기술 일체를 불신했다. 팀 윌슨과 앨버트 웨스트린, 난디니 찬드라Nandini Chandra, 그리고 그의 아내 앨리스 윌슨Alice Wilson 같은 그와 가장 가까운 친구들 몇몇은 합심해서 "신세대"를 향한 주목과 신세대인들의 "기술 의존"을 깔봤다. 인터넷에 대한 뚜렷한 염려와 그 예상 용도에 대한 의심도 함께였다.

또다른 요인은 오리건주 보링읍의 인터넷 연결 문제 같았다. 말하자면, 거의 인터넷 연결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속도가 느렸다. 아주 느렸다. 1분짜리 유튜브 영상이 로딩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스파게티를(그리고 스파게티 소스도) 다 만들 수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니 웹사이트를 만들고 유지하는 일이 참으로 성가실 게 뻔했다. 윌슨 야생생물대책이 이에 대해 취할 수 있는 해결책은 자금 일부를 아껴두었다가 더 질 좋고, 더 빠른 인터넷 연결 수단을 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른 목표와 의욕 때문에 그 돈을 더 큰 설비, 더 좋은 비품, 동물들 먹이나 기타 등등에 쓰는 게 늘 더 적절하게 여겨졌다. 2000년 전까지는 더 좋은 연결 수단을 구하는 데에는 아무도 돈을 전혀 안 썼다(그리고, 그리 놀랄 일은 아니지만 결국에는 자기 돈을 들여서 이 목표를 이뤄낸 사람은 동네의 "기계 도사"인 게리 하프Gary Harp였는데, 그래야 자기 업무가 훨씬 더 수월해지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몇 사람들이 — 특히 하기마츠 유후유가 — 이렇게나 신기한 곳을 바깥 세상에서는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오리건주 보링읍의 환상적인 특징이 일반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상태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고, 편집증적인 세상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두들 약간 겁을 먹었다는 것도 더군다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 이런 요인들이 합쳐져 윌슨 야생생물대책 웹사이트를 만들자는 호소가 생겨났다… 약하게.

그래도 마침내,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여기에 힘을 보탠 주요 인물들은 직원인 알렉스 몰리나Alex Molina, 게리 하프(전화기들을 굴리고 홍보 업무를 많이 다루는)와 그의 형제이자 자원봉사자인 저스틴 "치카디" 하프Justin "Chickadee" Harp, 그리고 팀 윌슨의 친아들 로빈 윌슨Robin Wilson이었다. 웹사이트에 대한 주요 논점은 오리건주 보링읍 외부에서 기부금을 얻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었다.

현재, 윌슨 야생생물대책의 자금은 이런 식으로 마련된다.

그들은 자금 조달수단(빵 바자회, 체험 동물원, 공동체 파티와 와인 시음회 등등.)을 활용했고, 직접 기부금을 받는 곳이 있었고,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구독"이라는 게 있었다. 구독료는 한 달에 15달러 정도였고(그들에게는 돈이 필요했다.), 구독한 사람은 윌슨에서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에서 할인을 받았다. 그런 서비스에는 유해조수 구제, 그리고… 으음, 뭐, 실은 그게 대부분이었다. 그게 그 단체에서 구입할 수 있는 서비스였다. 그 외 다른 건 다 그냥 그들이 했던 일들이었다. 여러가지 지역 동물들 개체수를 모니터링하고, 6개월마다 생태계 보고를 제출하고, 그 지역의 오염을 조사하고, 동물들을 구하고, 가능하다면 그런 동물들을 재활시키고, 도로를 포장하는 일처럼 말이다.

그렇다. 그들은 도로를 포장했다.

그 단체에서 했던 다른 일들과는 연관성이 전혀 없었지만, 그들은 그 일로 대중의 호감을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그리고 그냥 하면 좋은 일이기도 했고). 그래서 그들은 책임지고 오리건주 보링읍의 도로를 포장했다. 또 눈 치우는 넉가래도 한두 개 갖고 있었다.

구독하면 매달 나오는 그 단체의 "카탈로그"도 받을 수 있었다. 보링에 있었을 적에는 아무튼 그랬었다. 그 카탈로그의 내용은 그들이 현재 사육중인 모든 동물들에 대해 조금 알려주는 것이었다. 각 카탈로그는 "이 동물들을 돕고 싶으시다면, 자원봉사에 참여해보세요!" 같은 취지로 끝났다. 아, 그리고 그 취지가 웹사이트를 만들어야 할 또다른 이유였다.

자원봉사자들을 구성하는 일은 대개 전화와 대면으로 진행되어야 했다. 아주 많은 서류와 일정 조정이 필요한 고된 업무였고 아무도 이 일을 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웹사이트가 있다면, 온라인으로 자원봉사 신청을 받은 다음 신청 지원서에 기준해 사람들을 자동으로 가려낼 수 있었다. 물론 코드를 잘 짜야겠지만, 당시에 그들은 이런 이유로 프로그래머를 고용하려고 돈을 아껴두고 있기도 했다. 최소한 몇몇 사람들이 웹사이트 개설을 추진 중이었다.

그래서 2002년 새해 결심을 하고 난 뒤, 팀 윌슨과 그의 반대파 동지들이 "사회와 더 통합되고, 대중들이 더 접근하기 쉽도록"하기 위해 웹사이트 아이디어를 받아들였다. 이제 사람들은 세계 곳곳에서 그들의 작업을 보고 후원할지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단체의 은행 계좌로 통하는 온라인 송금수단을 마련했고, 개설하고 처음 두세 달 안에 백 명이 넘는 신규 구독자들이 생겨났다. 달마다 자금이 1,500달러 넘게 불어날 정도의 규모였다. 또는, 연 단위로 따져서 해마다 18,000달러가 넘는 규모였다. 신나는 일이었다! 물론!

그곳 데이터에 기반해 보면, 그 구독자들 대부분은 보링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가족이나 친구였다. 대성공이었다. 뭐, 그래. 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럴 가치가 충분히 될 만큼 성공했다는 건 분명했다. 그러나 장막 뒤에서는, 재단이 영향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물론 자금 투입도 좀 해줬고.

우선, 이미 재단이 정부 개입과 더 물리적인 수단 모두를 동원해 넥서스 17의 기간시설 대부분을 확보하고 있었으므로, 그 조그만 동네의 느린 인터넷 속도는 주로 재단 탓이었다. 아니, 전부 다는 아니었지만 재단은 그곳의 발전 수준이 더 나아지게 할지 더 늦춰지게 할지를 결정해야 했다. 그들의 선택은 여지없이 후자였다.

그 단체가 영원히 웹사이트를 갖지 못하도록 막을 수 없다는 건 재단도 알았지만, 그 전에 뭔가를 준비해 둬야 했다. 또는, 누군가를.

와지마 모유미가 그런 웹사이트의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직책에 있어야 했다. 와지마가 늘 좋은 직원이기는 했지만 아직은 뭔가를 책임지는 자리는 맡고 있지 않았고, 그 단체가 웹사이트를 갖게 해줘도 재단이 불안하지 않으려면 아무래도 그 전에 그녀가 홍보나 인터넷 기술, 아니면 그런 류의 영향력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일은 절대 생길 것 같지가 않았다.

실제로 생겼던 일은 와지마가 웹사이트 개설을 추진하는 팀에 합류하게 된 거였다. 제알 좋은 부분은 그녀가 그 사람들에게 거짓말할 필요가 거의 없다는 거였다. 처음으로, 와지마는 정부의 관심을 끌까봐(아니면, 와지마만 알고 있긴 하지만 뭔가 더 거대한 곳의)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선봉에 서 있었다. 그런 관심을 끄는 게 그녀와 다른 사람들이 정말로 걱정하는 거였다. 그러나, 웹사이트 건에 충분한 추진력이 갖춰졌음이 명백해지고 나자 와지마는 이를 위해 투쟁할 것이며, 보링의 신기함에 관심이 쏠리지 않게 사이트를 만든다는 조건 하에서 준비를 돕겠다고 말했다.

낙천적인 논의(와지마는 진짜 논의를 숨기려는 게 아닌가 생각한)를 약간 거친 후, 그들은 발칙하게도 인터넷상에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에게는 소소한 농담으로만 보일, 그곳의 신기한 특징에 대한 문구를 몇 가지 집어넣도록 뒀다. 예를 들면, 바다표범 쿠퍼는 윌슨의 마스코트로 남아 있었고 웹사이트에는 녀석의 성격이 "짜릿하다"고 나와 있었다. 재단에서는 이런 행동을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용인하기는 했다. 윌슨이 그곳의 더욱 신비한 면모를 장막 너머에 계속 감춰 두는 한, 재단은 그 웹사이트에 손대지 않을 것이다. 와지마의 손을 거치는 건 빼고. 하지만 그녀의 손을 거치는 건 재단이 손대는 것과 전혀 똑같이 볼 일이 아니었다.

어느 쪽이든, 확실히 대중적인 관심은 몇 가지 흥미로운 의문을 끌어냈다.


8: 비밀요원, 윌슨의 새로운 유명인사


틀림없이 그 달에만 50번째로 열리는 빵 바자회였다. 윌슨에서는 빵 바자회 여는 걸 좋아했는데, 좀 솔직히 말하자면 와지마는 이 일에 정말 진저리가 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윌슨에서 여는 이벤트를 빼먹는 쪽이 절대 아니라, 언제나 바자회를 직접 운영하겠다고 먼저 말하는 쪽이었다. 그녀는 이번에는 그런 도움을 주지 않았는데, 말했듯이 빵 바자회가 엄청 많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바자회 장소 주변에 머물러 있기로 했다. 왜냐하면 그 업무를 맡은 사람이 친한 친구인 게리 하프였기 때문이었다. 와지마는 직접 해 봐서 그 일이 얼마나 지루하고 반복적인지 알고 있었고, 게리가 자신과 같은 팔자에 처하는 건 원치 않았다.

그래서, 와지마는 게리가 준비해 있는 곳 건너편 길에 차를 댔다. 동네에 있는 로드 투 다마스쿠스 교회 앞이었다. 일요일이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꽤 많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빵 바자회로 버는 돈이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 어쩌면 순전히 바자회가 열리는 횟수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람들이 열성적으로 쿠키를 너무 자주 만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뭔가 다른 생각지도 못한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누군들 확실히 알겠는가?

와지마는 자신의 빨간색 도요타 트렁크를 열고 접이식 의자와 감자칩 약간, 나중에 먹을 샌드위치, 콜라 큰 병, 컵 두 개를 꺼냈다. 트렁크를 (좀 힘겹게) 닫고 나서, 그녀는 게리를 향해 다가갔다. 게리는 아직 와지마를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고, 판매대 위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고 있었다.

"어이!" 와지마가 길을 건너며 그에게 외쳤다. "동료가 있으면 좋아할 것 같아서!“

게리가 손바닥으로 머리를 감쌌다. "여어. 고마워, 하기.“

와지마는 게리 옆에 의자를 놓고, 꼭대기에 거꾸로 뒤집힌 컵 두 개가 걸려 있는 음료수 병을 바닥에 두고, 감자칩 봉지를 뜯어 통에 든 샌드위치와 함께 탁자 위에 올려둔 다음 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래서, 잘 돼가?“

"더럽게 잘."

"아," 와지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보이네. 교회가 이전하고 나면 장사가 다시 잘될 거야. 그치? 교회에서 나눠주는 쿠키를 어떻게 참고 넘어갈 수 있겠어?“

게리가 한숨을 내쉬었다. "순조롭겠지, 보기에는. 우리가 이 일을 전에 안 해본 게 아니니까. 판매량이 매번 줄고 있어." 게리가 쿠키를 만지작거렸다. "최소한 팔고 남은 것들을 우리 몫으로 많이 챙길 수 있긴 하지만, 이건 정말 시간 낭비야." 게리는 볼을 당기고, 생각하다가 만지던 그 쿠키를 먹었다. "이 과자들 맛있네.“

"여기 감자칩 있잖아. 굳이 파는 거 안 먹어도 돼.“

"하지만 이 과자들 정말 맛있어."

"그렇긴 하지. 이번 달에만 빵 바자회를 50번은 한 기분이야.“

"이번 주에만 빵 바자회를 1조 번은 한 기분이야.“

"워어, 이봐. 횟수가 좀 많이 올라갔는데.“

"네가 말한 횟수로 따져봐도 바자회가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있었다는 말이거든.“

"에, 그러네. 그것도 농담에 포함된 거였어."

게리가 도넛을 하나 집어들고 먹어치워 나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와지마가 꼬치꼬치 캐물을 기회를 잡았다. "어째서 팀이 이렇게나 빵 바자회를 벌이고 있다고 생각해? 우리 자금이 바닥나거나 그런 건 아니잖아. 여전히 기부금을 꽤 후하게 받고 있다고." 그래, 상당히 거금으로, 그것도 다름아닌 재단에서 말이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제정신 아닌 거 맞아. 너는 이런 걸 그리 많이 못 본 모양이네.“

"보다니, 뭘?“

"보호소의 몇 가지 고민거리 말이야." 게리가 와지마를 향해 의자를 돌렸다. "넌 우리 단체의 식물학자고, 현장 조사자고, 웹사이트 운영자야. 보호소에 있어온 지도 오래 됐고."

"맞아. 이런 일로 화낼 것까지는 없잖아.“

"미안, 기분이 조금 언짢아져서.“

"너 이 일 자원해서 한 거지, 어?“

게리가 마침내 판매할 과자에 손대는 걸 그만두고 감자칩으로 손을 뻗었다. "하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그런 거야. 콜라 좀 건네줄래? 고마워. 그래, 그냥…" 게리가 본인이 마실 음료수를 따르면서 말끝을 흐렸다. 새들이 지저귀고, 산들바람이 조용히 불어오고, 나뭇잎이 바스락거리고, 교회에서 목사가 외치는 소리가 아주, 아주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냥 뭐?"

"그러니까, 우리한테는 아무런 재정 문제가 없어! 돈 문제는 우리가 제일 걱정 안 해도 될 문제라고! 넌 여기에서는 뭔가가 더 분명해질 거라고 생각하지, 응? 잠깐, 어, 딴 얘기로 새야겠네. 팀에 대해서야. 내가 보기에는 팀이 사람들을 조직하는 데는 그다지 소질이 없는 것 같아, 그치? 그냥 그런 데에는 안 맞아. 하지만 그게 문제긴 해도, 제일 중요한 문제는 아냐."

정적. "그럼 제일 중요한 문제는…?"

"바로 우리가 여기서 신기한 망할 것들을 다루고 있다는 거야, 하기. 신기한 것들을 한 사람이서 아무 탈 없이 둘 수 있기에는 한계가 있어. 우리에게는 신기한 능력이 없고, 그것들한테는 있어. 고생스럽잖아, 때로는. 그치?" 게리가 음료수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우리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를 좀 넘어선 것 같아. 그냥 다. 팀은 예산이 문제인 게 분명하다고 생각해. 그래서," 게리가 빵 판매대를 강조하는 몸짓을 했다. "다 이러고 있는 거지. 팀은 그 문제에 질겁을 하고 있어. 과민반응까지는 아니고, 잘못된 방향에 있다는 거야."

와지마가 얼굴을 찌푸렸다. "올바른 방법이 뭔데?"

게리가 음료수를 더 마셨고, 마신 걸 넘기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난, 어, 나야 모르지. 우리가 그 방법을 아는지도 모르겠고. 좀 걱정되는 부분이 바로 그거야. 쿠퍼는 아직도 친구 없이 혼자서만 수조에 있어. 우리는 하루 걸러 불 난 걸 끄러 가야 돼. 최소한 우리가 그걸 보고 처리할 수 있어서 아무도 다치지 않기는 하지만, 몇몇 동물들은 그렇지가 않았지. 우리는 그냥, 뭘 해야 할지를 모르는 거야. 동물들을 그냥 야생으로 돌려보낼 수도 없어. 내 말은, 녀석들이 여기서 불을 지르면 적어도 우리가 불 끄러 여기 있기라도 하지만, 저 밖에서 불을 지르게 내버려둘 수는 없잖아… 몇 놈들은 순간이동을 할 줄 알고, 몇 놈들은 말 그대로 쳐다보기가 힘들고, 몇 놈들은 우리가 잘 기억하지를 못해서 이놈들 먹이 주는 걸 며칠 까먹으면 다시 떠올랐을 때 엄청 끔찍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듯이, 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자연사를 제외하고는 아무 동물도 죽지 않기는 했지만… 우리가 모래 위에 집을 지었고, 그 집이 와르르 무너져 우리를 덮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니까. 우리 단체는 체계가 부실하고, 어느 시점이 되면 산산조각나 버릴 거야. 내 생각에 팀이 그런 점을 자각하고 있기는 하지만, 뭘 해야 할지는 몰라서 마음을 편하게 하려고 예산 탓을 하고 있는 것 같아. 그래서 지금 내가 여기 나와서 아무도 안 사가는 망할 쿠키를 팔고앉은 거고.“

게리에게 이 문제에 대해 뭘 해야 할지 그에게 물어보려던 참에, 와지마는 그에게 아무런 아이디어가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게 문제였다.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그의 말이 옳았다… 와지마를 현장 조사(때때로 재단이 갖도록 하는 편이 확실히 더 나은 변칙개체가 있어서, 와지마가 자주 개입했다)에 더 관련되고, 웹사이트에 더 관련된 자리에 두는 데에 있어서는. 그녀는 재단이 더 많이 알고 싶어할 주제와는 스스로 거리를 두고 있었다. 이곳 사육시설이 얼마나 잘 견디고 있는지 같은 것 말이다. 와지마는… 어쩌면 이 소식으로 낙담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예상 못한 건 아니었다. 사실 이런 게 높으신 분들 대다수가 하는 주된 비판 중 하나였다. 윌슨이 그 단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고, 어느 순간에 그들을 믿은 걸 재단이 진정으로 후회하게 될 거라고.

지금까지는 이런 의혹을 일부 윌슨 사람들의 빼어난 수행능력, 장막정책 유지를 지향하는 태도, 단체 구성원 중에 재단 요원이 있다는 점(재단에서는 아직도 끼워넣을 두번째 요원을 찾아 와지마와 합류하도록 하려는 중이지만, 와지마가 간청하는데도 아무도 이 일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아서 계획이 너무 오랫동안 연기되고 있다), 윌슨의 존재 때문에 재단이 아껴둔 돈으로 간신히 모면해왔다.

실제로 넥서스 17은 제64기지 외에는 어느 누구의 관할구역으로도 여겨지지 않았고, 제64기지는 스리포틀랜즈와 그 유일무이한 "자매도시"인 오리건주 포틀랜드시, 그리고 그 외 오리건주 서쪽 반절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건들을 모두 처리하는 주요 기지였다. 오리건주의 나머지 동쪽 반절은 예산과 할 일이 더 적은 기지인 제12구역이 주로 관리했는데, 그 지역에 있기는 하더라도 넥서스 17을 감시하기에는 적합해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이렇게 해서 제64기지는 넥서스 17 내에 있는 걸 죄다 격리해야 하지는 않더라도 이미 해야 할 일이 많았고, 그런 일을 자기네 힘으로 하려고 나선 요주의 단체를 용인해 주게 되었다. 어쩌면 못본 척 넘어갔다는 말이 더 어울리겠지만. 윌슨 야생생물대책의 결점을 말이다.

아무튼, 겉보기에 넥서스 17에서 무언가 심각하게 위험한 게 나타난 적은 없다는 이유로 윌슨은 남아 있게 되었고, O5 위원회가 이 결정을 지지했다(표결이 7대 6으로 팽팽하게 나오기는 했지만). 와지마는 갑자기 스트레스를 좀 받았다. 해왔던 모든 게 무너져 내리는 상황에서 이 단체가 어떻게 될지, 또는 재단이 뭘 해야 할지에 대해…

그러나, 그녀가 재단과 윌슨 양쪽 모두에 충실하다는 점(물론 재단이 우선이긴 하지만)으로 볼 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우리가 이 문제를 팀이랑 얘기해 봐야 해. 그치?"

"으. 그래. 해야지." 게리가 염증을 내며 윗입술을 삐죽거렸다. "더 일찍 얘기했어야 했지만 그러고 싶지가 않았어."

"상사 말에 토 달기는 힘들지."

게리가 다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팀은 너무 빌어먹게 명랑해. 팀한테 지적을 하면 꼭 아기한테 주먹질을 하는 것 같단 말이야.“

게리와 와지마가 킥킥대며 웃었다.

"좋아, 항의를 표하는 식에서 일찍 정리하고 이 문제를 높으신 분들한테 얘기하고 싶어?"

"응." 게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응, 정말로 그러고 싶어." 게리가 다리에 반동을 주며 탁자를 앞으로 내던지려고 했지만 — 쿠키 몇 개만 덜덜 떨리게 만들고 갑자기 그만뒀다. 그리고 말을 꺼냈다. "우선 쿠키, 도넛이랑 크루아상부터 전부 먹어치워야 해. 물론 항의를 표하는 식에서."

"물론이지."

게리가 도로 자리에 앉았다. "그래, 해보자고.“


9: 남자 상관과 여자 요원이 일 얘기를 하다


에드거 홀먼은 평소 습관대로 꾸벅꾸벅 졸다가 작은 "삥"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그 소리는 비서가 책상 위 스피커를 통해 뭔가 말해주려 한다는 의미였다.

"와지마 모유미 요원이 이사관님을 뵈러 왔습니다. 약속한 시간은 오후 8시지만 더 일찍 도착했는데 요원이 말하길 좀 서둘러서 그렇다고 합니다. 불편을 끼친 점 사과드린다고 합니다.“

에드거는 눈을 비비며 졸음을 쫓아냈다. 그는 스리포틀랜즈에 관한 특이사건반과 SCP 재단간의 책임을 더 명확하게 분할하자는 내용이 담긴 이 전화번호부 두께만한 서류다발을 절반도 다 못 읽은 상태였다. 뭔가 변칙 마약과 변칙 마약상에 대해 재단 일부와 UIU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었다. 재단은 그 마약을 SCP로 두기를 원했고 UIU는 마약상을 구금하기를 원했는데, 한 가지 일이 또다른 일로 이어지고 재단과 UIU가 서로 맞부딪혀서, 스리포틀랜즈에 관해 맺은 협약에 말도 안 되는 양의 개정을 가하는 지경까지 오게 됐다. 아무것도 그다지 이 상황의 이유가 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홀먼 기지이사관은 사실상 그 상황에 끼지도 못했었다. 왜냐하면 그와 동시에 제64기지가 제12구역과의 또다른 분쟁에 휘말렸기 때문이었다. 홀먼은 이 분쟁에 더 관심을 기울였는데, 이미 몇 년 전 이런 논의가 있었을 때 제12구역이 정말 골치 아프게 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때 정리가 됐었고! 홀먼 기지이사관은 제12구역이 훨씬 더 명성 있는 기지가 되려 하고 있고, 제64기지를 그곳의 직접적인 경쟁 상대로 정했다는 의심이 들었다. 홀먼은 생각했다. 이런 식의 정신상태는 재단의 이상과 목적에 너무나 심하게 반대되는데 그러니까… 그러니까… 음, 이런 일은 생각해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리고 그를 계속 따라왔다. 그리고 그가 스리포틀랜즈 문제에 에너지를 많이 쏟지 못하게 했다.

"홀먼 이사관님?"

"그래, 그래. 미안하네." 에드거가 콧마루를 꼬집었다. "들어오라고 해." 고작 7시 45분이니, 와지마가 홀먼을 화나게 할 만큼 너무 일찍 온 건 아니었다. 실은, 그녀가 돌연히 나타나 준 덕분에 그가 업무 도중 갑자기 "맛이 가" 버리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와지마 모유미는 사무실로 들어가 손을 내밀어 홀먼과 악수를 하고, 옆에 서류가방을 내려놓은 다음 자리에 앉았다.

"안녕하십니까, 홀먼 이사관님. 윌슨 야생생물대책에 관한 염려사항이 있어 왔습니다.“

오 세상에. "그리고 나는 여기 들으러 와 있고. 어떤 염려사항인가?“

"그곳 자금이 적지 않다는 건 우리도 다 알고 있습니다. 항상 계속 운영해 나갈 수 있을 만큼 돈이 충분히 있도록 우리가 확실히 하니까요.“

"그렇지."

"하지만 그 단체가 변칙적인 동물들을 다수 격리하고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습니다. 그 중 일부는, 재단 관리 하에 있었다면 다른 식으로 격리되었겠죠.“

"물론."

"저는 그 단체가 '다른 식으로' 격리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지만, 그럴 수단이 없다는 걸 말씀드리려고 온 겁니다."

홀먼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더 자세히 설명해 주겠나?"

"기술력 말입니다. 그 단체에게는 그곳의 생물들을 전부 성공적으로 격리할 수 있는 적절한 기술력이 없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그곳에 하이드Hyde라고 순간이동을 할 줄 아는 독화살개구리가 있는데, 그들에게는 그 개구리를 내부에 둘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사실 없습니다. 현재는 격리를 포기한 상태고, 하이드는 야생 어딘가에 있습니다.“

"하이드를 찾으러 연구팀과 구조팀이 보내질 거라고 확신하네. 우리가 그 개구리를 제64기지에 수용해볼 수 있고.“

"그게 다가 아닙니다. 기억하기가 어려운 얼룩무늬 고양이도 있습니다. 저는 가벼운 밈과 반밈 저항에 관한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녀석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지가 않죠. 그 얼룩고양이가 제가 알기로는 이름이 루피Roofy인데, 가끔씩은 며칠이 넘도록 먹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도 합니다."

"그 고양이를 기억하기 어렵다면, 어쩌면 자네가 직접 거기서 빼내올 수도 있지 않나? 자네는 뛰어난 요원이고, 그 고양이의 변칙성이 기억하기가 어려운 것 뿐이라면 그냥 우리가 애완동물로 삼아도 —"

"제 말의 요점은 그게 아닙니다." 와지마가 말을 멈췄다.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제 말은 그 모든 걸 개별적인 기준으로는 다룰 수 있지만 다 합치면 윌슨 야생생물대책이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기 시작하니 우리가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가 정확히 뭘 해야 하나, 모유미 요원?"

와지마가 숨을 돌렸다. "확실히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격리전문가나 전략가, 또는 그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저는 그저 제가 본 걸 보고하는 현장 요원일 뿐입니다. 넥서스 17 연구팀에는 이미 말해 두었으니, 제 의견을 헤아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럼 넥서스 17 연구팀이 처리하게 두자고. 다음 달 중으로 그들이 뭔가 알아내지 못한다면, 자네 의견을 더 충분히 고려할 수 있을 걸세. 하지만, 지금은 제64기지에 다뤄야 할 더 큰 문제가 있어." 홀먼이 다시 한번 눈을 비볐다.

"송구스럽지만, 저는 넥서스 17 연구팀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몇 년 동안 저에게 동료 요원을 붙여주기로 하고서는 그 일에 전혀 손도 대지 않았는데, 상황이 '매끄럽게' 흘러가고 있어서 그렇다더군요. 저는 제 불만사항을 이미 내비쳤고 지원해줄 요원을 제공해 달라고 한번 더 간청했지만 그들은 미루기만 했죠. 그런데, 연구팀이 이사관님과 윌리엄 존슨 요원의 검토를 거쳐가야 하니 어쩌면 그 책임을 두 분께 돌려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와지마는 스스로가 놀라웠다. 에드거의 표정은 굳은 채로 있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이 문제를 처리하지 않을 걸 나중에 대단히 후회하게 될 것이고, 제게 필요한 지원을 통상적인 제공원에서 얻을 수가 없어서 이사관님께 왔다는 게 다입니다. 고려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홀먼이 손으로 이마를 쓸어넘겼다.

"좋아. 자네 의견을 공식 보고서로 작성해서 제출한다면, 이사관 회의에 상정해 볼 수 있겠군. 하지만 그런 일이 이번 달에는 없을 거라는 말은 지금 이 자리에서 해 두겠네." 와지마는 그를 노려보려는 충동을 떨쳐내려고 애썼다. "이 말은 믿어 주게. 미루려고 그러는 게 아니니까. 지금은 너무 바빠서 그런 것 뿐이네." 홀먼은 와지마가 입을 열려고 하는 걸 보고 이렇게 말했다. "또다시 벌어진 제12구역과의 관할구역 논쟁, 그리고 그 외에 자네 인가로는 알아낼 수 없는 다른 일로 말이지. 하지만 적절한 서류작업 없이는 이 문제를 고려해볼 수가 없어. 서류 양식은 내 비서한테서 받아가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홀먼 이사관님. 일주일 내로 작성해 올리겠습니다."

와지마가 자리에서 일어날 때 홀먼이 이렇게 말했다. "너무 서두르려고 들지 말게. 내가 말했듯이, 다음 달에도 그렇게 되지가 않을 것 같으니까. 어쩌면 시간이 더 걸린다는 게 상황을 더 철저히 검사하고 보고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될지도 모르지. 주의를 기울이게.“

"좋은 하루 되십시오, 홀먼 기지이사관님."

홀먼이 손을 들어 측은하게 지친 작별의 손짓을 보냈지만 와지마는 신이 나서 그걸 미처 알아차릴 새가 없었다.

"뭐, 아무 일도 아니었군." 홀먼은 혼자서 생각했다. "내가 떠맡아야 할 업무가 더 많아진다는 것뿐." 에드거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에게 지금 당장 정말로 필요한 건 약간의 카페인 알약이었다. 더 많은 일이 아니라.


10: 올 것이 오다


칙칙한 옵시디언 블랙을 덧댄 회의실에 놓인 타원형 탁자에 기지이사관 에드거 홀먼, 기지이사관보 사라 오코넬 박사, 인사이사관보 캐머런 마일스, 시설이사관보 밀레나 로페즈 박사, 연구이사관보 에이버리 산체스 박사, 격리이사관보 소피아 터너, 특무이사관보 윌리엄 존슨 요원이 시계방향으로 둘러앉았다. 잘 아는 사람이 보기에는, 그들이 매주 일요일 열리는 이사관 회의를 다시 한번 진행중인 게 분명했다.

한 가지만 빼고. 잠깐, 아니지. 이 날은 화요일이었다. 그리고 이 자리는 에드거 홀먼이 사건 경고 없이 소집한 긴급 회의였다. 다들 이제 막 도착했고 사람들은 짜증나거나, 혼란스럽거나, 걱정스럽거나, 그 외 다양한 감정상태에 있었다. 얼마나 중요한 일이길래?

홀먼 기지이사관은 서서 조용해지기를 기다렸다.

"그렇게나 짧은 통지에도 이렇게 나와주셔서 모두들 감사합니다." 투덜거리는 소리가 잦아들고 나자, 에드거가 말을 시작했다. "불편을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여러분이 개인적으로 긴급상황에 처해 있다면, 물론 그리로 돌아가보셔도 됩니다. 다들 알고 있으시겠지만. 전원 참석해 주시다니 고맙군요. 이제, 점잔빼는 말은 관두도록 하죠."

"넥서스 17에 대한 겁니다."

에드거가 침을 삼켰다.

"윌슨 야생생물대책에 대한 거고요."

몇몇 회의 참석자들이 지금 상황이 틀림없이 일종의 농담 아니면 시간 낭비일 거라고 생각하고 앓는소리를 내거나, 한숨을 내쉬거나, 또는 다른 식으로 격앙을 표출했다. 확실히 이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듯했다. 홀먼은 그런 무례를 표하지 않은 사람들을 잘 봐 두었다. 이들은 그의 판단을 더 신뢰했다. 나중을 위해서 알아두면 좋을 것이다.

"황당한 소리처럼 들린다는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윌슨 뒤를 — 아니, 우리 뒤를 — 깔끔히 처리해줄 특이사건반이 없었다면, 윌슨 야생생물대책은 전국적인 뉴스거리가, 아니, 국제적인 뉴스거리가 되었을 겁니다. 우리가 인터넷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모든 뉴스가 국제적인 뉴스입니다. 그리고 이게 방금 벌어진 일이죠. 우리는 하루 동안 전지구적인 역정보 작전에서 이탈해 방임을 저질렀습니다.“

방 안은 쥐죽은 듯 했다.

"네, 그럼, 세부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보죠. 아직 알아보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간략히 말해보자면 윌슨에서 엔트로피를 거스르는 북극곰을 발견했다는 겁니다."

뒤쪽 근처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북극곰이라고요? 오리건에?"

네, 북극곰 말입니다. 오리건에. 그 사람들이 강에서 바다표범을, 숲에서 정글 개구리를 발견했고 우리는 그들이 거기서 그런 것들을 죄다 어떻게 찾아냈는지에 대한 의문을 넘겨 버렸죠. 아무튼 넥서스니까. 하지만 네, 북극곰입니다. 엔트로피를 거스르는. 자, 아마도 여기 있는 물리학자가 그게 왜 정말, 정말로 나쁜 일인지 말해 줄 수 있을지도요?"

방 안에 정적이 흘렀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잘 모르고 있습니다. 적당한 연락책을 구하고 나서야 이 일을 좀 전에 알게 되었죠. UIU가 연락해서 '너네 어딨어?'라고 묻기 전까지는 이 일에 대해 들어보지도 못했습니다. 여러분도 분명 이게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다 봤으리라고 확신합니다. 간단히 줄여서 말하자면, '북극곰 사건'으로 창고회사 주인과 직원이 사망하고, 시청을 포함해 보링읍 절반이 얼어붙고, UIU 요원 두 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그 곰이 너무 밝아서 쳐다볼 수가 없을 때까지 열을 계속 흡수해서 곰을 사살하기로 했는데, 그게 폭발하면서 윌슨 야생생물대책 본부와 충돌하는 바람에 그 단체의 마스코트인 쿠퍼를 포함해 그곳 변칙개체 셋이 죽었습니다. 그리고 거기 있던 자원봉사자가 중상을 입었고요. 사라 가드너라는 사람이었다고 하더군요."

"그건 언제 터질지 모를 핵폭탄이었습니다. 윌슨은 그 곰을 그들 부지로 몰아가려 해보라고 간섭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한 이유를 누군들 알겠습니까. 윌슨이 도대체 어떻게 자기네들이 그 곰을 격리할 능력이 된다고 생각했는지는 저로선 알 수가 없지만, 그들이 노력을 안 해봤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곳 사람들 두 명이 그 곰 때문에 폐렴에 걸렸거든요. 자, 물론 우리에게는 그 북극곰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떻게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건지, 그 곰의 변칙적인 특성이 언제 발현되었는지, 그 외 기타 등등에 관해 아무런 정보가 없습니다. 하지만 제기랄, 이번 일에서 우위에 서 있는 건 우리였어야 했다고요. 그리고 우리는 이 사건에 대해 알기도 전에 이걸 UIU한테 위탁해야 했습니다. 듣기로는 와지마 모유미 요원이 개입을 하느라 너무 바빠서 우리한테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고 하던데, 누군가 있었다면 도움이 됐을 겁니다. 요컨대, 같이 활동할 다른 요원이라거나.“

에드거는 속내를 숨긴 채 윌리엄 존슨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참고로 말하자면, 우리 흔적을 덮어 준 보답으로 스리포틀랜즈의 마약을 UIU에 넘겨줄 겁니다. 행정명령으로."

세 사람은 금방이라도… 화내거나, 슬퍼하거나, 후회하거나, 비아냥대는 도움 안 되는 얘기를 쏟아낼 것만 같아 보였고, 홀먼은 탁자 위로 손을 홱 내저어 그럴 여지가 없다는 걸 확실히 보여줘야 했다.

"자, 화내는 것처럼 말한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제 잘못이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거의 전부는요. 저도 지금 당장 이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윌슨 야생생물대책한테 돌리고 싶습니다. 물론 통제 밖의 것들도 있긴 했지만, 제 통제 하에 있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더 중요한 프로젝트'에 집중하느라 무시한 것들 말이죠. 제12구역, 앤더슨, 포틀랜드, 그 외 몇 가지. 그저 윌슨이 저에게서 벗어난 겁니다. 우리 대다수에게서도 벗어났듯이요.“

"하지만 이제는, 우리가 그들한테 단순히 영향력만을 끼칠 수 없다는 게 분명해졌습니다. 배후에서 몰래 행동할 수가 없습니다. 효과가 있게 하려면, 그들이 하는 일에 직접적으로 개입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 저는 — 더 이상 미뤄 둘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에게 이 일을 충분히 논할 시간이 전혀 없으므로 제가 명령을 내리겠습니다. 재단 정책에 어긋나는 점이 있다면, 명령이 다 하달된 이후에 O5 위원회에 알리십시오. 알아들었습니까?“

약간의 불평과 "으음"하는 소리. 긍정과 부정을 모두 확인해 주는 표현이었다.

"좋습니다. 윌리엄 존슨 요원, 넥서스 17과의 추후 상호작용을 위한 특무부대를 구성하십시오. 한참 전에 베타-4라는 부대번호를 맡아뒀던 걸로 아는데, 마음대로 써도 됩니다. 캐머런 마일즈, 기지 직원들 중에서 외무팀을 소집하십시오. 여기에는 넥서스 17 연구팀 책임자, 위협 및 긴급 상태에 대처할 요원 한두 명, 그리고 소피아 터너가 포함되어야 합니다. 당신의 외무팀은 현재 윌슨 야생생물대책 본부를 점거하고 있는 UIU 요원들과 만나게 될 겁니다. 바라건대 윌슨 야생생물대책 직원들 몇 명과도.“

"그 이후에는, 추후 지시를 기다리십시오. 저에게서 임무를 받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 여기 머물면서 윌슨 야생생물대책을 정확히 어떻게 할지에 대해 논의하도록 합니다. 전부 알아들었습니까?“

방에 있는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고, 임무를 받은 사람들은 자리를 떴다. 윌리엄, 캐머런, 소피아는 모두 흩어졌고, 이사관들 중 거의 절반만이 남았다. 마지막 사람이 나가고 문이 닫히자마자 에드거 홀먼은 자기 의자에 앉았다.

"좋습니다. 이제, 우리는 뭘 해야 합니까?"

방 안에서 갑자기 논의가 벌어졌다. 당장 쓸 수 있는 자원, 그들의 의도, 재정, 현재 프로젝트, 윌슨 야생생물대책을 더 면밀히 주시하는 데 재단의 시간과 에너지가 얼마나 들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토의는 격했지만, 전문적이었다. 견해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었지만, 하나도 바보스럽지 않았다. 논의를 하면 할수록, 한 가지 사실이 더욱 분명해졌다.

윌슨 야생생물대책은 결코 파괴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용될 것이다.

더 직접적인 관여로, 재단은 윌슨이 일을 똑바로 해내도록 보장하는 동시에 그 단체와 민간과의 관계를 비용 경감 그리고 변칙사회와 연계할 편리한 장소 제공에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 재단이 일처리를 제대로 한다면, 윌슨 야생생물대책은 그저 수동적인 도움 그 이상이 되어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날이 만족스럽고 정말 유익할 수도 있다.

도구로써.

물론,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둔 동안 윌슨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는 재단도 보았다. 그 단체는 엄격한 제한 하에 있어야 하고, 어쩌면 윌리엄이 구성할 특무부대가 그들의 활동을 직접 감독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정말 서류상으로는 좋은 결정처럼 보였다.

몇 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 마침내 그들은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며칠간의 외부교류 및 상호작용 후, SCP 재단과 윌슨 야생생물대책은 협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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