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명은 형벌이 아니라 범죄 그 자체에 있음이라 |
20██년 3월 ██일 제8100기지 정치국 행정감독부 RAISA분실 쿠루스 감시관
요 전날의 쏙독새 소동 이후, 기존의 일본초상조직평화우호조약기고 “작파토”가 재편됨에 따라, 나는 정치국에 딸린 분실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직원으로서 요주의 단체나 국가에 이런저런 의미로 “눈을 붙여두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일 터이다.
국가와 관련된 요주의 단체들과의 조정 따위 귀찮은 역할은 사양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관련된 업무를 아무 거나 던져주는 것은 더 곤란하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잘하는 편이 아니다. 이런 조직간 조정 따위 일에 누군가 다른 적임자가 있을 것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어떻게 이런 가명으로 방문허가가 나왔어요?」
나는 크게 한숨을 내쉬며, 필리스 시가리요에 불을 붙였다가 그대로 재떨이에 비빈다. 농익은 수박 향과 스모키한 연초 향이 섞여 얼굴이 찌푸려진다. 이 담배를 준 러시아인들은 도대체 왜 이따위 것을 가지고 있었는가, 다대한 의문을 품으며 조만간 방문 예정인 GOC 직원들의 자료에 눈길을 떨어뜨린다.
에어컨 구동음과 레스피기의 소나무를 BGM 삼아 잔잔히 시간이 흘러가는 사무실 데스크에는, GOC 소속 조사원 두 명에 대한 자료가 가득했다. “KATO - SAITO김이(金李)”와 “KATO - ITO최박(崔朴)”, 딱 봐도 나는 가명이요 라고 써붙인 듯한 이름의 방문자, 일본인과 비슷한 분위기의 중화계 미국인 사진은 80년대 비즈니스맨을 방불케 하는 애매한 미소와 수상쩍은 안경으로 꾸며져서, 흡사 내가 지금 2류 폴리티컬 서스펜스에 휘말렸나 싶은 착각마저 든다.
「그래서, 이 딱봐도 수상한 두 사람은 뭐 때문에 극동의 정치부소를 방문하는 건가요?」
서류를 가져온 시원찮은 동료요원 운노에게 말을 건다. 에어컨 구동음과 레스피기의 소나무가 흐르는 사무실에 잊혀진 듯 매몰되어 있던 그가 한숨을 내쉬며 대답한다.
「아마도 로고스 코퍼레이션에 변칙물품과 정보를 들고 도망치려던 바보가 일본에 잠복하고 있는가 봐요. 인도되기 전에 회수를 하고 싶으니 협력을 부탁한다네요. 성가시게도 협력요청이 위쪽에서 수탁된 뒤 안에서 돌았어요」
「그래서 우리가 도움을? 어딘가의 SF에 나오는 공안 몇부처럼요?」
「예에. 전뇌전에 강한 사이보그도 없고, 잠을 안 자는 눈의 남자도 없지만요」
눈자위를 누르면서 나는 그들의 이력을 살펴본다. 아무리 봐도 액운을 떠맡은 류일 것이다. 비정상적일 정도로 화이트한 경력에, 무색무취한 소속, 웨트워크는 커녕 벌레도 달라붙지 않을 정도로 클리어한 정보는 대저 시커먼 잉크를 감추기 위한 미채에 불과하다.
「그래서 우리 쪽에서? 그럴 시간적 여유도 있고, 일에 쫓기고 있는 정의의 편 같은 것도 아니지만, 참 별로네요」
「이것도 일이니까요. 체념하고 협력하는 수밖에 없죠」
「그래서, 그 로고스로 도망가려 하는 음유시인은 어떤 매직 아이템을?」
「체르노빌에서 반출된 코끼리 발 조각이라나요」
20██년 3월 ██일 도쿄도 롯폰기 쿠루스 감시관 / 요원 운노
조용하게 클래식이 흐르는 가게 안에서 우리는
「도-모, 도-모, 사토 사이토(佐藤・斉藤)입니다」
「도-모, 도-모, 카토 이토(加藤・伊藤)입니다」
명함을 내밀며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GOC의 너무나도 “재패니즈 비즈미스맨”-라이크한 모습에 나는 마음 속으로 머리를 싸매고, 새로 지급받은 명함을 건네주며 교환했다. 옆에서는 운노씨가 벌써 쓴웃음을 짓고 있다.
「아무쪼록. 기록정보보안행정처RAISA의 쿠루스입니다. 이쪽은 정치국의 운노입니다」
「그것은 그것은 도-모, RAISA의 소문은 이쪽에서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쪽의 정보관리는 우리들로서는 따라갈 수가 없더군요」
사토라는 수상한 안경남이 토 쏠리는 불쾌한 미소로 빈말을 해왔다.
「그래서, 코끼리 발……, 핵연료 데브리가 일본에 반입되었다는 이야기인 것인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죠?」
「아아, 네네. 코끼리 발은 현재 이미 도쿄에 들어와 있습니다. 놈은 추적장치와 항밈 제거를 위해 도내에서 일본생류창연의 의료시설에서 모종의 조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만, 그 뒤로는 족적이 끊어졓습니다, 네네」
무언가 어긋났다는 느낌이 든다. 누가 코끼리 발을 갖고 도망치는 중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서탕이 듬뿍 녹은 블렌드커피를 천천히 홀짝이고, 과일이 듬뿍 들어간 밀크레프를 무너지지 않도록 한 입 사이즈로 잘라내며 대꾸했다.
「그건 그 놈의 이동경로 이야기겠지요. 코끼리 발 자체는 어떤 상황인지?」
카토는 이런이런(やれやれ) 식의 제스쳐를 취하더니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예에, 예전에 우리 공작원이었던 『윌슨 로그 브라운』이가 “코끼리 발”이 되어서 도망치고 있거든요. 코끼리발 윌슨씨는 우리 공작원 가운데 한 명입니다. 그는 체르노빌에서 발생한 핵연료 데브리 샘플을 사용한 대(対)현실개변능력자용 무기 시제품을 개발하던 중에 만들어진 인간형 존재자이고 말이죠」
사토가 보충하듯이 말을 이어받는다. 끈적거려서 불쾌한 시선이 느껴진다. 뭔가 핥고 다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지만, 무시하고 이야기를 듣는다.
「그가 후천적으로 얻게 된 방사능 및 제한적 현실개변 능력은 그가 GOC의 케이스오피서로서 활동할 적에 리미터로서 달아 놓은 매립식 디바이스로 봉인되어 있으므로 물리적 위협은 없지만, 추적장치가 제거되고 어떤 트러블이 생긴 경우는 이에 한하지 않습니다. 자세한 건 자료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네네」
나는 의미가 이해될 때까지 몇 초 동안 그대로 굳어버렸던 것 같다. 당분인지 뭔지가 부족한 것일까? 아니면 내가 픽션 속에 들어와 버린 것일까? 밀크레프를 한 입 베어물고, 딸기와 바나나와 크림의 하모니를 즐기면서 천천히 커피를 홀짝이고……. 운노가 옆에서 심하게 사레 들린 소리를 내자 비로소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하? 그러니까, 에? 핵연료가 인간형이고, 살아 있는데, 일본을 경유해서 러시아로 도망가려 한다고?」
카토가 안경을 꾹 누르며 진지하게 대답한다. 거기까지 파고들지 않아도 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네네, 그래서 이렇게 말씀을 드리는 거지요. 그래서 우리도 협력을 구하는 것입니다. 네네」
「그럼, 조속히 확보해서 우리들이 봉쇄하거나, 아니면 인도해서 당신들이 긴급조치를?」
자기 말투가 빨라졌다는 것을 자각하면서도 굳이 확인한다. 운노는 더더욱 쓸모없는 느낌이 든다. 뭐랄까, 픽션과 현실과 SF가 뒤섞여 가지각색의 무언가를 토해낼 것 같은 느낌이다.
「네네, 네네. 그러니 협력해서 확보를 했으면 합니다. 우리는 출국할 수 없도록 루트를 막을 테니, 놈의 추적을 부탁합니다」
「해서, 루트를 막는 것은 어느 정도로?」
「48시간입니다. 네네」
「우리는 미국 대사관에 머물고 있습니다. 코끼리 발을 확보했는지 어떤지 상황의 변화가 생기면 연락을 주시면……. 아참, 가능하면 산 채로 확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와 달리 여러분이라면 분명 잘 해내실 거라고 믿습니다. 네네」
일일이 신경 거슬리는 말투를 쓰는 놈들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일부러 그렇게 설정한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아무튼 시간이 없다는 것은 잘 알겠다. 변칙능력을 봉쇄한 현실개변능력자를 확보해서 인도한다. 그 뿐인 이야기다. 적어도 조직 간의 말다툼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심부름꾼으로서는 원만한 일거리일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건 그렇다 쳐도, 뭔가 묘한 위화감이 든다. 방사능이 누출될지도 모르는 변칙적 시제품 무기가 도망쳤는데 청산하지 않는다? 저 세계오컬트연합이? 아니, 재단과 함께 일을 하는 이상 양보하는 것일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다 치더라도 걸린다……. 속셈이 따로 있다. 마음속 어딘가 그런 쐐기가 박히는 것이 느껴졌다.
20██년 3월 ██일 제8100기지 정치국 행정감독부 “실장대리” 요원 이바노프
상사를 팔아넘긴 대가로 내부보안부에 들어가는 대신 클리어런스가 상응하는 포지션을 받았는데, 그것은 바로 대리실장으로서 카시오카의 후임이 결정될 때까지 장식 노릇을 하는 것이었다. 실권 없이 책임만 있는 실장대리의 업무는 명목뿐인 일이 태반이었으나, 그래도 헐값에 팔려서 현장에서 혹사당하는 것보다는 낫다. 적어도 오늘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평일 정오 직후, 사무실에서 실장으로서 강요받는 업무……. 새로운 실장이 부임할 때까지 형식적인 보고서들을 살펴보는 것 뿐이었을 텐데, 그 RAISA 영애님이 러시아 귀족의 카타콤베에서 길을 잃은 양 끔찍한 트러블을 가져와 주었다. GOC 놈들과 회담하러 간 쿠루스는, 액땜 수준이 아니고, 체르노빌의 유산이 얽힌, GRU 시절에도 손대본 적 없는 특대형 폭탄을 가져왔다.
하필이면 실권을 가진 담당직원이나 고레벨 클리어런스를 가진 놈들이 모두 식전(式典)인 이런 날에. 정치국에 오게 된 뒤로 빈핍한 제비만 자꾸 뽑게 되는 것 같다. 서열상 클리어런스 레베 3인 나보다 상위인 놈들이 돌아오기 전까지, 책임은 모두 내가 져야 할 처지가 된다.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하고 있다.
「그렇게 되었습니다. 핵물질이 변용되었다던가 어떻다던가, 자료는 송신했으니까 그쪽에서 분석을 부탁드립니다. 이쪽에서는 GOC에서 정보제공을 받은 일본생류창연 관련 의료시설로 향해서 “코끼리 발”의 단서가 없는지 조사하겠습니다」
「오냐, 꼬마야. 이쪽에서 농땡이 치고 있는 사이토도 합류시킨다. 나는 자료와 연줄로 뭔가 끌고 올 게 있는지 알아보마」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이런 실수는 정보를 전달하기는커녕 자기들만 움켜쥐고 으스러뜨리기 마련. 그런데 협력을 구해 오다니 그 자체가 수상쩍은 것인데, 일본인이란 너무 선의에 치우쳐 있다. 그런 말을 혼자 중얼거리며 데이터를 확인한다. 어차피 정보를 내놓기 떫어할 수밖에 없다. 받은 데이터를 스탠드얼론 단말기에 열어놓고 있는데, 마침 찾아야 할 사이토가 돌아왔다.
「야, 좆같은 러시아 새끼야. 슬슬 쿠루스한테 연락 왔지? GOC 놈들이 뭐라던?」
「이바노프 실장대리라고 불러라……. 뭐 아무튼, GOC 놈들, 살아 있는 핵물질이 일본으로 도망쳤으니까 잡아서 어떻게든 해 달라는 모양인데. 나는 보내온 자료를 조사해서 연줄을 동원할 테니, 너는 쿠루스하고 운노한테 합류해서 일본생류창연 시설을 조사하고 오너라」
좌표를 입력한 휴대단말기를 내던진다. 놓칠 것 같으면서도 어떻게든 손에 받아낸 것을 확인하고 PC로 다시 돌아서다가, 깨나른하게 방을 나서는 사이토에게 말을 걸었다.
「내 크리미아를 써도 된다. 키 보관번호는 229543다. 차에 들어 있는 건 자유롭게 써도 되지만, 부수지만 말고 곱게 가져와라」
「오냐, 편리하게 써 주마. 그러고 보니 전에 탔을 때 대시보드에 들어 있던 그 수류탄 모양 병에 담긴 술. 그거도 마셔도 되는 건가?」
「그거는 마시면 죽여 버린다」
사이토는 실실 웃으며 방을 나갔다. 변함없이 일을 제대로 하는지 아닌지 알 수가 없는 녀석이다. 그 사이, PC에 제공받은 데이터가 표시되어간다. 사망한 공작원을 재활용하기 위한 생체실험, 대(対)개변자용 암살안, 네크로맨시의 위험성, 악마학을 응용한 특수기반에 의한 뇌조직 재편…… 그리고…….
20██년 3월 도쿄도 모처 쿠루스 감시관 / 요원 운노
2시간 뒤, GOC의 그들을 미국 대사관으로 돌려보낸 우리는 오쿠타마(奥多摩) 교외의 쓸쓸한 주택가에 와 있었다. 엄연히 도쿄도내인데 주위가 한산하여, 일종의 공동화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옆에서는 운노가 기록장치 조정을 하고 있어서, 오랜만의 필드워크인데 벌써 사무실이나 연산실로 돌아가 통상업무로 돌아가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로부터 어느 정도 차를 몰자, 목적한 건축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보제공에 따르면 의료시설이 있다는 건조물은 언뜻 보면 세입자가 남아있지 않은 폐허처럼 보였다. 주차장이 병설된 볼링장이 그대로 방치된 모습에, 네모난 것 외에 별다른 인상도 남지 않을 장소다. 만약을 위해 건물 주변을 법정속도로 한 바퀴 천천히 돌았는데, 감시장치 같은 것도, 감시 자체도 없는 것 같다.
「운노씨, 사이토씨는 아직인 것 같은데, 어떡할까요?」
「어차피 한참 걸릴 테니까 우리끼리 가는 걸로 하죠. 무슨 일 있으면 사이토씨 알아서 움직일 테고……. 뭐 괜찮겠지요. 그보다도 디바이스로 억제된 방사선이 언제 폭발할지 모르잖아요. 특무부대에 응원요청을 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네, 통지는 보내고 있어요. 보내고 있는데……」
운노에게 송신한 메시지를 보여준다. 형식적인 서식으로, 제8100기지 담당부대는 대응장비를 조달한 후에 출동할 예정인 것으로 표시되어 있다.
「아직 시간이 걸린다……라, OK, 대방사선 장비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특무부대도 그리 흔치는 않으니까요. 응원이 올 때까지는 역시 우리끼리만」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차를 시설 근처 갓길에 세운다. 대시보드 수납에 지문을 읽히고, 안에서 9㎜ 권총을 꺼내 부속된 매거진을 주입한다. 안전장치를 풀어 운노에게 건네주고, 나는 연막탄을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우선사항은 “코끼리 발”에 관한 정보의 확보. 가능하다면 의료시설에서 변칙성에 관한 다른 정보도 얻을 수 있으면 better겠지요. 운노씨, 저는 필드에서의 정보조사나 전자기기에 대해서는 훈련을 받았지만, 거친 일은 잘 하지 못합니다. 만일의 경우에는 저도 전면에 서겠지만, 서로 목숨을 우선으로 부탁합니다」
운노는 고개를 끄덕이고 표표한 모습으로 시설 쪽으로 걸어간다. 나도 한숨을 내뱉고 그 뒤를 따른다. 어차피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한숨을 쉬며 그의 뒤를 따르기로 했다.
20██년 3월 도쿄도 모처 일본생류창연 관련시설? 요원 운노
홀스터에 넣은 권총의 무게를 느끼며, 요주의 단체 관련 시설로 생각되는 폐허를 거닌다. 건물은 역시 겉모습 그대로 볼링장이었던 것이었다. 적어도 지상부는 접수처에 널찍한 볼링 레인, 게임센터에 휴게스페이스. 학창시절에 다녔던 기억이 떠오르는 구조였다.
어디를 가든 어디서도 인기척이 없기는커녕 노골적인 혈향과 혈흔이 도처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어디를 보아도 벌레 한 마리 보이지 않는다. 깔끔하게 다듬고 왁스칠한 리놀륨에 하얀 벽, 재단과는 다른 의미로 무기질한 공간이 이어졌다. 타박타박 발소리를 내며 따라오는 쿠루스도 안으로 들어오고 나서는 입을 다물었다.
「아마도 여기는 이미 철수해 버리고 없거나, 적어도 문제의 코끼리 발은 허물만 벗어놓고 떠났겠지요」
「그러면 차라리 다행인데……. 이렇게까지 영화같은 배역에 걸맞는 변칙성,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일이겠지요?」
한숨을 쉬며 쿠루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설마 그렇게 운 나쁜 액시던트가……, 라고 생각한 순간. 어디선가 무언가를 내려치는 듯한 불쾌한 소리가 울렸다. 소리는 벽을 타고 여기저기 반향하듯 울려서, 음원이 어디인지 인식할 수가 없다. 그저 무언가를 내려쳐 파쇄하는 듯한 소리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들려왔다.
깡! 깡!
깡! 깡!
그런 느낌의 소리였다. 그리고 그 소리가 어디서 들려오는지방향을 찾고, 그리고 깨달았다……. 소리는 우리들 바로 위에서 나고 있었다.
「뛰어!」
그렇게 외친 것과, 위로부터 그것이 떨어진 것은 동시였다. 그것은 절반은 기계, 절반은 너덜거리는 근육으로 된 무언가였다. 내 뒤에 있었을 쿠루스는 이미 먼저 쏜살같이 줄행랑을 놓았다. 몇 초 늦게 나도 달리기 시작한다.
「저런 말 못 들었어요! 저거는 무슨 사이보그인가 안드로이드인가 그런 보스적인 놈이잖아요!」
반쯤 울 것 같은 목소리였다.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리놀륨 바닥을 울려가며 전력으로 달린다. 뒤에서는 벌레와 짐승과 기계가 섞인 괴물이 다섯 개의 다리를 능숙하게 움직이며 금속 발톱을 가챠가챠 울리며 쫓아온다.
「저거, 절대 권총으로는 못 잡을 놈이에요. 어떡하지요!」
쿠루스가 반쯤 비명을 지르며 이쪽에 호소해 온다. 저 작은 체구 어디서 그런 스피드가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필사적으로 달리는 나보다도 몇 배는 더 현격히 빠른 스피드로, 금방이라도 멀어져 버릴 것 같은 것을 어떻게든 따라간다.
「내가 어떻게 알아요! 일단은 저걸 따돌리고 특무부대가 올 때까지 어딘가 숨읍시다!」
「숨을 수나 있겠어요 아까부터 조금씩 거리가 좁혀지고 있어요!」
그 말에 순간 뒤르 돌아보니, 상당한 스피드로 쫓아오는 그 사이보그는 정마 수십 초 뒤면 우리를 따라잡을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미끼가 되어야 하나? 아니면 쿠루스를 미끼로 만들어? 빙글빙글 돌아가는 생각을 끊어버리고 계속 달린다. 엉망진창이 된 머리를 어떻게든 굴려서 엔터런스로 이어지는 문을 난폭하게 뚫고 나가자, 바로 정면에 펼쳐진 공간에 한 명의 여성이 서 있었다.
「엎드려!」
갑자기 목소리가 울린다. 귀에 익은 여자 목소리다. 필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죽을 것 같은 기분으로 여자의 얼굴을 바라보자, 거기 서 있는 것은 터무니없이 거대한 2연장 총신의 라이플을 손에 든 사이토였다. 급히 엎드리려 했지만, 달리면서 동시에 엎드리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지라, 발이 꼬이면서 뒹굴고 말았다. 얼굴이 힘껏 지면에 처박히고, 그대로 미끄러져 벽에 부딪혔다. 다음 순간, 뱃속까지 울리는 거대한 총성이 울려퍼졌다.
무언가 찌부러지는 듯한 파괴음이 울리고, 내 바로 옆에 거대한 덩어리가 굴러간다.
벽을 짚고 간신히 일어서자, 엉덩방아를 찧고 아픈 듯 허리를 문지르고 있는 사이토와, 그 불과 몇 미터 앞에 뒹굴고 있는 사이보그의 모습이 보였다.
쿠루스는? 주위를 둘러본다……. 그녀는 벽에 전력으로 격돌해서 기절해 있었다.
「사이토씨…….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 무지막지한 건 뭐예요?」
두 개의 총신에서 연기를 피워올리며 바닥을 뒹구는 거대한 라이플. 재단에서 사용되는 군용 총기와 달리 곳곳에 화려한 장식으로 꾸며서, 마치 예술품처럼 느껴진다.
「그 러시아 놈의 싸제 물건. 트렁크에 이것저것 들어 있길래, 일단 제일 큰 걸로 꺼내왔다」
기가 막혀야 하나, 아니면 감탄을 해야 하나. 어쨌든 그 제일 큰 총 덕분에 목숨을 건진 것 같다. 사이보그인지뭔지 쪽으로 시선을 돌려 본다. 얼굴에 해당할 부분이 무참히 찌부러져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다. 마치 키메라와 같은 생물과 기계가 뒤섞인 기묘한 그것은 파치파치 소리를 내며 구멍에서 오일과 피가 섞인 무언가를 흘리면서 죽은 것처럼 보였다. 알 리야 없겠지만 일단은 물어 보자.
「이거…… 뭐죠?」
「뭐, 그 요주의 단체의 실험체인지 뭔지가 탈주한 거 아닐까?」
사이토는 총을 지팡이 삼아 일어서더니, 어떻게인지 중절식으로 되어 있는 듯한 라이플에 중기관총에 장착하는 것과 같은 거대한 탄을 장전하고, 바로 이어서 한 발 더 발사했다. 이번에는 엉덩방아를 찧지는 않았지만, 반동 때문에 오만상을 찌푸린다. 사이보그인지뭔지는 총알을 맞고 더욱 찌부라들고, 주위에 피와 오일과 살점과 부품을 흩뿌린다.
「괴물의 정체가 궁금한가?」
갑자기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온다. 정신을 차리고 바라보니, 우리가 쫓겨나온 통로 쪽에서 금발의 외국인이 짝짝 작게 박수를 치며 다가오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GOC 요원들이 건네준 자료에 적혀 있던 그 남자다. 『윌슨 로그 브라운』, 코끼리 발에 의해 변칙존재가 되었다고 기재된, GOC가 만들어낸 현실개변능력자. 그가 거기 서 있었다.
「모두 다 이야기해 주지. 그러고 나서 나는 제군들 재단에 제안을 하고 싶다. 나, 윌슨 로그 브라운은 너희들 재단에 수용되어 SCP로서 보호받기를 희망한다」
액운의 씨가 또 하나 늘어난 것 같다.
〈오피서 닥터 솔저 스파이〉
제4화 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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