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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제목: 다시는 모든 생물을 홍수로 멸하지 아니할 것이라
저자:Garlic Corn-Potatoes
SCP-1920-KO 기반 테일입니다.
제목에 취소선이 안되는 건 아쉽긴 하네요.
최근 30년 동안 너무나도 많은 일이 있었다.
단연코 가장 심각했던 일을 말하자면 해수면 상승일 것이다. 그동안 해수면은 급속도로 상승해 낮은 언덕들은 그 존재가 감추어지고, 바다와 가까웠던 도시들은 기록에서나 그 이름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재단은 당연히 조치를 취했다. 수중 시설과 수상 시설 제작에 큰 비용을 치다. 지금 내가 서있는 이곳도 물 위에 지어진 곳이다. 하지만 그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었다. 허나 재단은 조사를 통해 해수면 상승이 비변칙적 현상으로 확인된 이후 시설 설치 외엔 더 이상의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인류가 멸망하게 놔둔 것이나 다름없었다.
창문 밖에는 첩첩의 바다만이 보일 뿐이었다.
나는 연구실로 향하면서 다른 이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다른 시설이 물에 잠겨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는 얘기, 재단이 지구권 밖에 개척지를 찾아보고 있다는 얘기, 아직도 해수면 상승의 최대치는 5m는 더 남았다는 얘기. 전부 비관적인 얘기들뿐이었다.
몇 분 후 나는 연구실에 도착해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정리했다.
띠링
갑작스런 메일이 보내졌다. 메일에는 변칙재난대응부의 강호윤 박사가 보냈다고 되어 있었다. 최근의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물에 잠긴 변칙개체들의 활동을 확인하기 위한 기동특무부대의 탐사 도중 SCP-1920-KO를 발견했다는 내용이 쓰여져 있었다. 이에 SCP-1920-KO의 조사에 관여했던 나에게 메일을 보낸 것이었다.
SCP-1920-KO에 대해 완전히 잊고 있던 나는 강호윤 박사에게 메일로 새로 생겨난 문장을 물었다. SCP-1920-KO에 대한 마지막 기억은 3달 전인 12월 1일에 완전히 침수됐지만, 개체가 있는 장소에 강우가 내려 제대로 조사도 못했다는 흘려들은 말 뿐이었다.
보통이었다면 12월 1일에 눈이 내렸을 텐데 라 생각하며 나는 오랜만에 SCP-1920-KO의 문서를 읽어 내려갔다. 25년 전에 발견된 문장이 아직도 '맥락 확인 중' 처리가 되어있는 것만으로도 해당 개체의 관심도를 알 수 있었다. 그나마 개체와 관련된 활동 중 가장 의미있는 것이 역사학부에게 자료를 건내준 것 뿐이었다.
다시 한번 강호윤 박사의 메일이 도착했다. 상상치도 못한 내용이었다. SCP-1920-KO를 제작, 혹은 발견한 최초의 사람의 기록으로 추측되었다. 그 기록에는 SCP-1920-KO의 존재 이유가 있었다. 인류를 이끌고 싶었던, 안내판이나 디딤돌이 되고 싶었던 이의 기록이 있었다. 메일 아래에는 SCP-1920-KO의 현재 모습이 담긴 사진이 보였다.
사진 속에는 또다른 첩첩의 바다만이 있었다.
나는 천천히 문서를 수정했다. 생성 날짜를 넣고, 문구 내용을 썼다. 비고에는 '맥락 확인 중' 표시를 넣었다. 이로서 또다른 SCP-1920-KO가 문서에 새겨졌다. 점점 아래로 추락하는.
재단은 경고를 무시했다. 고통받는 이들의 기록들을 보고도 무시했다. 정확히는 무관심에 가까웠다. 내가 수정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발견된 문구는 비고마저 안 적혀있었다. 언젠간 무너질 사상누각 위에 있는 자신들의 이상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문서에 사진을 추가했다. 등급은 무효로 바꾸었다. 어차피 아무도 기억 못할 문서인데 마음대로 바꿔도 뭐라하리. 자리에 일어나려던 순간, 나는 비고를 보았다. 아마 이제 평생토록 '맥락 확인 중'이라 되어있을 비고를 보았다.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아 새로 발견된 문구에 대해 답변해주듯 비고를 바꾸었다.
'맥락 확인중'
'이미 늦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