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상관없다.
남자가 웃는다.
복도 끝에 서서 웃는다.
한없이 여러 번 달렸던 복도이다.
그림자가 남자를 쫓아 달려든 적도 있었다.
화염이 남자를 쫓아 덮쳐든 적도 있었다.
물보라가 남자를 쫓아 쏟아진 적도 있었다.
상관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더 이상 쫓아오지 않았다.
남자의 팔뚝이 찢어진 적도 있었다.
남자의 살갗이 그슬린 적도 있었다.
남자의 다리가 부러진 적도 있었다.
상관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남자를 무엇이 쫓건 이제 상관없다.
남자가 어디를 다쳤건 이제 상관없다.
남자가 웃는다.
문에 기대어 앉아 웃는다.
남자가, 삭아서 뽑혀버린 문고리를 던져버리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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