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7일.
오산 공군기지에선 중대한 작전 실행을 앞둔 한 무리의 재단 특무부대원들이 최종 브리핑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긴 말 않겠다. 이번 임무는 우리 부대가 맡아온 지난 모든 임무와 마찬가지로 극히 중요하다. 자네들 중 일부는 이미 실전을 겪어봤을 것이지만, 신참내기도 여럿 있는 것으로 알기 때문에 재차 경고하겠다. 절대로 방심해선 안된다. 모두 훈련받은 대로만 행동해라.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있으면 즉시 보고해라. 절대로, 절대로 방심해선 안된다. 이상, 각자 위치로."
"예!"
대장이 강한 경고로 작전 브리핑을 마친 뒤, 저마다의 대기 위치로 이동하는 대원들 사이에선 긴장감이 감돌았다. 신입 대원들은 자기 전술장비를 꼭 움켜쥐며 행여 잊을세라 작전개요와 행동수칙을 되뇌었고, 베테랑들도 브리핑 사항을 곱씹으며 장비 상태를 점검한 뒤 차분히 주변 상황을 주시했다.
"브라보 분대 전개 완료. 이상."
"찰리 분대 클리어. 이상."
"에코 분대 정위치. 이상."
"확인."
기동항공대 산하 SCP-313-KO 특별대응반, 엡실론-113의 대장은 각 분대장들의 보고를 확인하면서도 쌍안경 형태의 감시장비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극도로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반대편 손에는 전술장비를 단단히 쥔 채 풀숲 곳곳을 살펴보는 그는 지난번의 실패를 되풀이해선 안된다는 결의로 가득차 있었다. 그의 곁에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는 알파 분대도, 제각기 포인트에 흩어져 있는 다른 분대원들도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널따란 비행장에는 들떠오른 공기만 고요하게 감돌 뿐 참새 한 마리도, 아니 파리 한 마리도 날아다니지 않는 듯 했다. VIP의 방문을 맞이하기 위해 몇주에 걸쳐 제초와 살충을 반복하고 끝없이 새떼를 쫓아냈기에 가능한 고요함이었다. 정오의 찌는 태양이 사정없이 활주로에 내리쬐자 지면은 계절을 잊은 듯 약한 아지랑이마저 피워내고 있었다.
『에어포스 원, 오산 어프로치입니다. 27L 활주로 ILS 접근 허가.』
『에어포스 원 확인. 27L 활주로 ILS 접근합니다.』
『주파수 ███.██으로 오산 타워에 연락하십시오.』
『███.██. 확인.』
대장의 헤드셋에는 항공국 측으로부터 제공된 교신 음성이 약간의 잡음과 함께 계속 수신되고 있었다. 공항에 거의 다 도착한 모양이니 이제 항공기가 육안으로 관찰될 터였다. 대장은 감시장비를 동쪽 하늘로 돌렸다. 탁 트인 지평선 위로 과연 비행체의 실루엣이 나타났고, 감시장비가 출력하는 연초록색 디스플레이에는 그 곁에 진한 녹색 점이 함께 보이고 있었다.
「미션컨트롤, 오산기지 090 방향 고흄독립체 포착. 거리 약 300마일 이내로 추정, 특정 바랍니다.」
「엡실론 113, 확인했습니다. 위성이 대상을 주목하고 있고 제원 도출하는대로 제공하겠습니다.」
「확인.」
희미한 그림자로 보이던 비행체는 서서히 형체와 색상이 구분될 만큼 가까워진다.
『에어포스 원, 27L 활주로 풍향 ███ 풍속 ██노트, 착륙 허가합니다.』
『27L 착륙 허가 받았습니다, 에어포스 원.』
"온다. 정신 똑바로 차려."
플랩과 랜딩기어를 전개한 채, 동체 옆면 두 줄의 스트라이프가 선명한 흰색 거체가 서서히 하강한 끝에 활주로에 바퀴를 내려놓았다. 흰 먼지구름이 바퀴들 좌우로 멋들어진 와류를 그린 뒤 흐트러진다. 거대한 터보팬 엔진들이 회전수를 낮추었지만 굉음과 열기는 쉽게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대장은 소음을 가볍게 무시하면서 비행기 저 뒤편의 목표물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에어포스 원, 지상관제로 연락하십시오. 주파수 ███.██입니다.』
『███.██. 감사합니다.』
비행기는 곧 방향을 틀어 유도로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호위 전투기들이 착륙을 준비하는 동안, SCP-313-KO-1은 여전히 빠른 속도로 비행장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엡실론 113, 대상 현재 지상속도 70노트, 위치는 090 방향 7마일입니다. 5분 후 도달합니다.」
「확인.」
에어포스 원이 육중한 동체를 주기장에 멈춰세우자, 스텝카가 부드럽게 다가와 계단을 전개했다. 푸쉭 소리와 함께 열린 탑승구에서 SCP-5004-B가 모습을 드러냈다. 손을 흔드는 그의 모습을 기자들은 플래시를 펑펑 터트려가며 찍어댔다.
「대상 5노트 미만으로 급감속. 비행장 부지내에 들어왔습니다.」
「확인, 이제 육안으로 추적하겠습니다.」
주기장 한켠에 마련된 연설장으로 걸어가는 SCP-5004-B의 머리칼이 바람에 휘날렸다.
"놈이 알파 쪽으로 갑니다."
"보고 있다."
SCP-313-KO-1은 자기가 언제 제트기를 따라잡으며 폭주한 적이 있냐는 듯이 미파람을 타고 여유자적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애매하게 고도를 낮추지 않는 SCP-313-KO-1을 주시하며 대장은 숨을 죽였다.
"반갑습니다. 미합중국 대통령으로서 오늘 세계 제일의 훌륭한 군인들과, 훌륭한 동맹국 군인들을 만나니 좋습니다."
SCP-5004-B는 좌우에 폼나게 늘어놓은 군용기들과 그 사이에 도열해 있는 미군 병사들을 쭉 둘러보며 특유의 장광설을 시작하고 있었다. SCP-313-KO-1은 공격기의 날개와 엔진 틈을 쏙 비껴날아올라선 나풀나풀 연단을 향해가고 있었다. 대장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고 있었다.
"나는 이 다음 캠프 험프리스로 갑니다. 아주 좋은, 아주 대단한 기지입니다. 물론 여러분이 근무하는 오산 기지도 대단한 기지입니다. 이것이 미국입니다. 우리는 세계 어디에도 대단한 기지가 수많이 있지만 이곳과 캠프 험프리스는 대단합니다."
SCP-313-KO-1은 기어이 SCP-5004-B의 정수리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그리고 캠프 험프리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날 겁니다. 언제나 미국에 경의를 표하는, 아주 훌륭한 남한 대통령과 식사를 하면서, 음, 대한민국입니다. 식사를 하면서 우리는 북한과 무역적자에 대해…"
대장은 결단을 굳혀야 했다.
"꼼짝 마라!!"
힘껏 내리휘둘린 전술장비가 두 SCP 개체를 덮쳤다.
"그러니까 격리절차를 위해 최정예 요원들이 잠자리채 들고 미국 대통령을 쫓아다니면서, 나비를 잡아야 한다고?"
"그렇대나 봐."
"그런데 그러다가 트럼프 머리를 후려팼다고?"
"그렇게 됐지 뭐. 그래도 이번엔 잡았잖아? 지난번엔 후려패놓고 못잡았다고."
"맙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