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철도의 괴이

Oda_kent 2020/12/21 (금) 20:12:43 #98658754


몇 년 전 겪었던 이야기가 떠올라서, 여기서 썰 풀어본다.

시베리아 철도라고 알고 있으려나.
아는 사람도 많겠지. 세계 최대의 철도로, 러시아를 횡단하는 철도다.
나는 그때 모스크바에 용무가 있어서 시베리아 철도로 이동했다. 객실부의 꽤 호화로운 전차였다. 뭐, 좀 이상한 냄새가 났지만.

대략 밤이 되었을 무렵이었을까, 묘하게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파닥파닥, 뭔가가 달리는 것 같은 소리다. 신경쓰여서 밖을 내다봤는데,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발자국 같은 것이 남아 있는 것도 아니었고, 검은 그림자가 보이거나 하지도 않았다.
나는 잘못 들은 거라고 생각하고 잠들었다.

그 때, 기묘한 꿈을 꾸었다.
엷은 홍차색 같은 흑백의 시야에서, 전차 침대에 앉아 있는 꿈이었다.
눈앞에는 젊은 여자가 있었다. 아마도 금발의 러시아인이었고, 나는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아무래도 나는 누군가의 시야를 대신 보고 있는 듯했다. 나는 딱히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저절로 입이 움직이며 수다를 떨었다. 최소한 내 목소리가 아니었다. 대화는 잡음이 낀 듯 하여 잘 들을 수 없었지만, 여행을 즐기는 중인 것 같았다.
여자의 뒤에는 일력이 붙어 있었다.

1967/12/21

이렇게 쓰여 있던 것을 분명히 기억한다. 창문도 있었지만 밖은 꽤 어두워져 있어서 별이 뜬 하늘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몇 분 정도 뒤, 돌연 비명이 들렸다.
여성의 째지는 비명으로, 옆 객실에서 들려온 것 같았다.
그 직후, 빵 하고 총성이 들렸다. 그것을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비명과 고함소리가 들렸고, 거기에 교차하여 뭘 두들기는 타박음이나 총성도 들려왔다.
다음 순간, 나와 여자가 있는 객실의 문이 파괴되었다.

거기서 꿈은 끝났다. 눈을 떴을 때는 땀이 흥건했고, 솔직히 말해 꽤 무서웠다.
일단 눈이 말똥말똥해져서 몸을 일으키고 바닥에 발을 붙였는데,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
뭔가 딱딱한 것이 밟히는 것 같았다.
발을 들고 바닥을 보니, 빈 약협 한 개가 나뒹굴고 있었다. 살짝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기 때문에, 침대 밑에서 굴러나온 것 같았다.
집어서 자세히 살펴보니, 될까말까 낡은 것임을 깨달았다.
좀 더 자세히 보려고 눈을 가까이 갖다대는데, 복도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무심코 약협을 떨어뜨리고 말았는데, 그보다도 고함 쪽이 신경쓰여 복도로 뛰쳐나갔다.
나 외에도 비명을 들은 사람들이 복도로 나온 것 같았고, 조금 이야기를 나눈 뒤 전원 객실로 돌아갔다.
약협은 그새 어디론가 사라졌다. 찾아도 찾을 수 없어서 결국 찾는 것은 포기했다.

그런데, 여기서 깨달았다.
어째서 약협이 여기 떨어져 있냐고?
패닉에 빠진 나는 창을 열고 뛰쳐나왔다.
두꺼운 눈인지 뭔지가 충격을 흡수했지만, 속도가 붙어 있었기에 매우 아팠던 기억이 난다.
설명하자면, 오래된 약협이란 건 핸드로드, 실탄을 수작업으로 만들 때 주로 사용된다. 언제 사용된 건지 밝혀지기 어렵게 만들기 위해서다.
또 시베리아 철도를 달리는 열차는 구간마다 청소를 한다.
즉슨 내가 전차를 타기까지 그 사이에, 누군가가 그 객실에서 사살되었고, 어딘가에 그 시체가 유기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꿈에서 본 날짜는 12월 21일, 그리고 그 때 날짜도 12월 21일. 나는 21일에 뭔가 일어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 없는 곳에 연기는 올리오지 않는다.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런 꿈을 꿀 리가 없고 그런 소리를 들을 리도 없다. 필히 뭔가가 있었다는 거다.

문득 떠오른 것인데, 사살이라는 것은 총성이 들렸을 것. 그런데 어째서 아무도 신고하지 못했을까. 혹시 남자는 그 열차에 혼자 타고 있었던 것일까? 혼자 있다가 노려져서 살해당한 걸까?
그럼 왜 꿈에서는 몇 명이나 살해당했던 걸까. 혼자될 타이밍이 없었나? 아니면 자고 있는 사이에 습격당했을 수도 있겠다.

뭐, 내 생각은 일단 여기까지 해두겠다.
일단 다행히 역은 2 킬로미터 정도 앞에 있어서 걸어갔다.
거기서부터는 딱히 별 일이 일어나지 않고, 모스크바에서 용무를 마치고 그대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런데 신경쓰였던 게 상사였다. 이 일을 상사한테 보고했는데, 1분이나 나를 빤히 보더니, 「잊아뿌라」 라고 고한 뒤 가 버렸다.
상사는 무언가 알고 있는 것일까?

일단, 필히 그 열차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다.
분명히 거기서 나던 이상한 냄새는 초연과 피의 냄새였다.

누구든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 사람은 댓글 달아줬으면 한다.

Rousseau 2020/12/21 (금) 20:23:46 #10987966


오오, 이것이야말로 왕도적인 음모론!! 특정 날짜에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좀 흔하지만 재미있다.
그렇긴 해도, 나도 21일에 시베리아 철도를 탄 적이 있지만 딱히 별 일 없었는데? 오다씨가 꾸었다는 꿈도 꾼 적 없다.

Oda_kent 2020/12/21 (금) 20:25:31 #98658754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냐? 사소한 일이라도 괜찮으니 알려주라.

Rousseau 2020/12/21 (금) 20:26:47 #10987966


으음, 사소한 일이라면 하나 있다.
시베리아 철도의…… 구간은 잊어버렸지만, 그 사이의 기억이 없다. 정말 사소한 일이지만, 공백처럼 그 구간에서의 기억이 비어 있어서 꽤 불가사의하게 생각하고 있다.

Oda_kent 2020/12/21 (금) 20:28:56 #98658754


정보제공에 감사한다. 동료들한테 물어봐도 「알지 못한다」거나 「잊어버리는 편이 좋다」고 일관해서 여기에 글을 쓰는 게 역시 잘했다고 지금 생각하고 있다.

그 밖에도 뭔가 아는 사람은 없는지? 사소한 소리나 냄새나 뭐든지 괜찮다.

TIME 2020/12/21 (금) 20:30:54 #18101809


나도 시베리아 철도에서 기묘한 체험을 한 적이 있다.
몇년인지 잊었지만, 확실히 12월 21일이었다. 여행차 시베리아 철도를 탔고 침대칸에 누웠었다.
갑자기 덜컹 하면서 전차가 크게 흔들려서 나는 침대에서 내던져졌다. 제법 세게 몸을 부딪었던 게 기억난다.
그리고 객실 문이 쾅하는 큰소리를 내며 열리더니, 머리를 강하게 짓밟혔다.
머리에 뭔가 금속질의 물체가 들이밀어졌는데, 잠시 뒤 「실례했다, 착각했군」 그런 목소리가 들렸고, 동시에 강력한 통증이 달리더니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그 뒤 눈을 떴을 때는 침대에 뉘여져 있었다. 처음에는 개꿈인가 싶었는데, 밟힌 감각이 머리에 남아 있었고, 조금이지만 머리카락에 습기가 남아 있었다. 게다가 열쇠가 걸려 있었을 문이 열려 있었다.

같은 경험을 한 것이 나뿐이 아니라서 안심했지만, 의문은 더 깊어졌다. 정말 12월 21일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Oda_kent 2020/12/21 (금) 20:35:46 #98658754


정보제공에 감사한다. 직접적인 피해를 당한 케이스도 있었군.

점점 기분나쁜 예감이 든다.

TIME 2020/12/21 (금) 20:40:59 #18101809


마찬가지.

맞다, 이제 생각난 건데. 깨어났을 때 밖을 봤는데 뭔가 깃발 같은 것을 봤다.
낡고 너덜너덜했지만, 확실히 아래에서부터 적청백 삼색기. 러시아 국기였던 것 같다. 곧바로 숲속으로 들어가서 잘 보이지 않게 되었지만.

Oda_kent 2020/12/21 (금) 20:42:44 #98658754


새로운 정보제공에 감사한다.

뭐지, 정부도 관련되어 있는 걸까? 지금 조사해 봤는데 12월 21일에 관한 정보가 현저하게 결여되어 있다.
억지로 조사해서 나온 것도, 크라스노야르스크 연선에서 3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겄뿐이다.

12월 21일에 뭔가 숨겨져 있는 걸까? 정부까지 관계되어 있다면 국가적으로 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걸까?

G.R.F. 2020/12/21 (금) 20:43:47 #20201221


어느새 이런 글타래가?
야, 바로 이 글타래 지우는 게 좋다. 이건 경고다.

Oda_kent 2020/12/21 (금) 20:46:44 #98658754


무슨 뜻? 갑자기 그런 말 해봤자 의미를 모르겠는데.

G.R.F. 2020/12/21 (금) 20:50:42 #20201221


실례했다. 하지만 이건 정말 경고다.
그 철도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하지만, 너는 더 이상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고, 알지 못하는 편이 낫다.
나는 네 신상을 걱정해서 이러는 거다.

Oda_kent 2020/12/21 (금) 20:54:32 #98658754


그 말하는 걸 보니 뭔가 아는 모양이군.

부탁인데, 뭔가 정보를 알려주지 않겠는가?

G.R.F. 2020/12/21 (금) 20:57:42 #20201221


너한테는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을 거다. 네가 그 경험을 했었다면, 앞으로 시베리아 철도를 타지 않는 것이 좋을 거다.
진짜, 부탁이다. 더는 간여하지 마라. 이 철도에, 이 의식에 더이상 간여하지 마라.

Oda_kent 2020/12/21 (금) 20:59:49 #98658754


의식이라고? 12월 21일에 어떤 의식이 행해지고 있는 건가?

그리고 시베리아 철도를 타지 않는 편이 좋다고 했는데, 나 지금 시베리아 철도에 타고 있다. 지금 이것도 침대칸 객실에 누워서 쓰고 있었다.

G.R.F. 2020/12/21 (금) 21:03:11 #20201221


아아, 어떡하지. 지금 당장 창문을 열고 뛰어내려라. 빨리.
벌써 죽고 싶지는 않지? 그 꿈처럼 되고 싶지 않지? 빨리 뛰어내려라.
지금 당장.

Oda_kent 2020/12/21 (금) 21:05:41 #98658754


미안하지만, 상사 왈 급한 용무라고 한다. 게다가 지금 나갔다가는 눈에 파묻혀 죽는다.
이제 슬슬 전파가 안 터지는 지점으로 들어가니까, 이걸 마지막 글로 올린다.

일단 충고는 고맙다. 방에 틀어박혀서 총을 꺼내놓겠다.

G.R.F. 2020/12/21 (금) 21:07:32 #20201221


그러지 말고, 부탁이다. 빨리 내려라. 눈에 파묻혀도 금방 도우러 올 거다.



G.R.F. 2020/12/21 (금) 21:13:18 #20201221


아아, 늦었다.

미안하다, 정말로.



NONAME 2020/12/21(Fri)21:21:21 #21212121


그러고 보니 오늘이 21일이네. 불쌍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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