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의 가두행진

두 남자가 군중들과 군중들의 시선을 피해 한밤중의 뒷골목 침침한 빛 아래에서 만났다. 하늘에서는 어두운 별들이 약하게 빛났다.

두 남자 중 한 쪽은 훌륭한 옷을 입었고, 온갖 보석 장신구 위로 두꺼운 검은 망토를 걸쳤다. 다른 한 쪽도 검은 망토를 입었으나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 그는 큰길을 때때로 쳐다보며 아무도 자기들을 보지 않음을 확인했다.

사치스러운 복색을 한 쪽이 중후한 목소리로 말했다. 비록 딱히 큰 목소리가 아니었으나, 그 소리는 어두운 골목길에 메아리로 울렸다. “도시에서 나가야겠다.”

“하지만 대부님!” 다른 남자가 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조금 떨렸다. “다른 대부님들께서 — ”

“다른 대부들은 그냥 가만히 있을 거다. 놈들은 내 위치를 오랫동안 시샘해 왔으니, 나를 없애는 것 그 이상을 바라겠지.” 그의 주인이 말을 끊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증오를 품고 있었다. “관문의 열쇠는 가져왔느냐?”

“예, 예.” 상대방이 재빨리 망토 아래에서 열쇠 하나를 꺼내 건네주었다. 검은색 금속제 열쇠에서는 희미하게 살 타는 냄새가 났다.

대부가 길쭉한 손가락 사이로 열쇠를 집었다. 그의 손가락에 끼워진 흑요석 반지와 자기 반지가 가로등 아래에서 탁하게 빛났다. 그가 열쇠를 조심스럽게 살피는 동안, 그 얼굴에서 떠나지 않는 찌푸림이 다시 되살아났다. 그가 종복에게 열쇠를 돌려주었다.

“대부님.” 종복이 말했다. “국왕께 탄원하실 수 있으시잖습니까! 대부님께서는 항상 — ”

“나는 항상 왕의 총신이었지. 그게 바로 놈들이 나를 살려 두지 않을 이유다.” 대부가 대답했다. 그의 얼굴이 고통을 참는 듯 실룩거렸다. “대사는 국왕이 자기 권력을 제대로 발휘하는 꼴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 도움이 없으면 국왕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지. 왕의 목에는 사슬이 채워졌고, 왕좌에는 가시가 돋쳤다. 왕은 스스로를 도울 수 없는 만큼 나도 도울 수 없어.”

종복이 여전히 무언가 말하려 했으나, 큰길에서 들려오는 소음으로 둘의 대화는 중단되었다. 그들은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 한 명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걸음소리가 거리에 천둥을 쳐댔다.

“가두행진이 오고 있습니다.” 종복이 겁먹어 말했다.

“도시에서 나가야겠다.” 대부가 했던 말을 되풀이했다.

“제가 무엇을 해드릴 수 있으리이까, 대부시여?” 종복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들 위의 빛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대부가 종복을 바라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손가락을 들어올리더니, 갑자기 자기 살을 후비기 시작했다. 윤이 나도록 다듬은 그의 손톱이 피에 젖어 피부 아래를 파헤쳤다. 이제 그의 창백한 손은 암적색 혁류로 덮였고, 그 손에 끼워진 멋진 반지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계속해서 폭력적으로 살을 찢어냈다. 불빛도 거칠게 깜빡였다.

발소리들이 가까이까지 다가왔다.

잠시 사이에 대부는 자신의 창백한 얼굴을 뜯어내 두 손 위에 올려 놓았다. 그의 목으로 어두운 피의 강이 흘러내려 그의 망토 속으로 사라졌다. 종복은 몸을 떨기 시작했다. 그의 숨이 거칠어졌고, 심장이 마구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도망치지 않았다.

“이것을 써라.” 얼굴이 속삭였다.

발소리는 이제 거의 지척까지 다가왔다.

종복은 떨리는 손으로 하얀 자기질 얼굴을 들어 그것을 마치 가면처럼 자기 얼굴에 썼다. 그는 비명지르지 않았다.

발소리들이 도착했다. 다양한 가면들을 쓰고 찢어진 미소를 짓는 사람들이 큰길에 아득히 채워진 것이 보였다.

얼굴은 새로운 육신에 안전히 안착했다. 검은 부식성 액체가 종복의 안와와 입으로 흘러들어갔다. 그는 여전히 몸을 떨었으나, 그 부패한 몸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힘을 쥐어짜 가두행진으로부터 도망치기 시작했다.

“대사께서 도착하셨다!” 누가 소리쳤다.

군중이 급커브를 틀어 침침한 빛의 뒷골목을 덮쳐들었다. 그 군중들의 한가운데에 대사가 있었다. 대사는 다른 이들을 내려다보면서 거드럭거드럭 가두를 지휘했다. 가면을 쓴 모든 존재들이 웃음을 발산했다. 그들은 가장 좋은 옷을 입고, 손가락에 반지를 끼고, 목에 목걸이를 걸고, 손에는 술병을 들고, 제정신인 세계를 망각하며 행진했다. 이 흥청망청은 멈출 수 없었으니, 그들은 거친 쾌락의 비명을 질렀다. 대사는 웃지 않았다.

대부의 예전 육신은 어두운 피로 뒤덮인 채 어두운 뒷골목에 여전히 서 있었다.

다가운 군중이 그 육신을 쉽사리 짓밟았다. 뼈들이 부러지는 소리는 행진하는 이들의 노래와 웃음소리에 압도되어 들리지 않았다. 대부가 입었던 훌륭한 옷들은 곧 먼지를 뒤집어쓰고 찢어졌으며, 흑요석과 자기의 반지들은 산산조각으로 흩어졌다. 비명소리는 없었으며, 설혹 있었다 하더라도 들릴 수 없었다.

대사는 이 꼴을 잠시 지켜보더니 몸을 돌려 떠났다. 가두행진은 계속되었고, 이제 알라가다시 전역을 뒤덮었다.

그러나 이 천둥 같은 행진에서 멀리 떨어진 어딘가에서, 한 남자가 달아나고 있었다. 그는 종복이었으나, 이제는 종복이 아니었다. 그는 대부였으나, 이제는 대부가 아니었다. 군중이 그의 옛 육신을 짓밟을 때,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고운 자기질 얼굴에 영원히 떠올라 있던 번민의 표정이 사라졌다. 그는 이제 입을 넓게 찢고 검은 액체를 흘리며 웃고 있었다.

그는 불탄 열쇠를 손에 꼭 쥐고 웃고 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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