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괜찮은 거야?"
"…아니."
"이제 우리 어떻게 해야 해? 출구가 박살이 났어."
"…후일을 기약해야지."
"그리고 우리 둘, 살았잖아?"
"난 그걸로 됐어.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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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19일
어느 어두운 뒷골목

"흐어흑… 으흑"
다친 남자가 아무도 없는 골목에 주저앉아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슈판다우였다. 그의 제복은 무언가의 체액에 푹 적셔져 있었고, 손에 든 권총은 완전히 비어 슬라이드까지 후퇴되어 있었다.
"힘들어? 아파?"
슈판다우는 억지로 몸을 일으킨 뒤, 고개를 돌려 앨리슨을 바라보았다. 손에는 물병이 들려 있었다.
"필요 없어. 거래는 한 번으로 족해. 나도 선이란 게 있거든."
"뭐, 정 싫다면…" 앨리슨은 물병의 뚜껑을 열고는, 자기가 한 모금 마셔 버렸다.
"…그나저나, 어떻게 수습할 생각이지?"
"수습은 내가 알아서 할 수 있어. 신경 꺼."
앨리슨은 병을 주머니 속에 집어넣은 뒤, 신경을 끄고 말고는 자기 맘이라는 듯 다시 질문했다.
"혹시 빽 같은 거라도 있어? 막, 아버지가 O5 평의원이라던가 뭐 그런 거 아니야?"
"무슨 소리, 아버지는 대장 자리에서 퇴역한 지 5년을 훌쩍 넘겼어. 그냥 내가 직접 처리하는 거야. 알리바이를 제시하고, 문서를 고치고, 변명을 하고… 할 일이 많지."
"……"
"할 말 없으면, 어서 꺼져." 슈판다우가 무심하게 등을 돌리며 소리쳤다. 소리쳤다곤 하지만, 지쳤는지 음량 자체는 상당히 작았다.
"…재단 상층부와 뜻이 맞는다고 들었어."
"뭐?" 의외의 발언에, 슈판다우가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들었어. 옛날 보위 장군 때처럼, 군사적 부문의 강화를 추진하는 높으신 분들이 재단에 계신다고. 거기에 네가 동참하고 있고, 그것 때문에 한사부 인원들하고 대립 중이란 소식까지."
"어떻게 — 아니, 너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슈판다우가 빈 총을 겨누었다. 총알은 없어도 가만히 놔두진 않겠다는 의사의 표명이었다.
"이것저것 많이 알고 있지. 걱정하진 마, 난 입이 무겁거든." 앨리슨이 미소를 지으며, 암흑 속으로 사라졌다.
"…" 슈판다우는 말을 잃었다. 목표를 잃은 총구 역시 바닥을 향해 내려갔다.
"…그나저나, 축하해. 넌 기적사가 아닌 평범한 개인으로서, 도서관 블랙리스트의 한 켠을 당당히 차지했어."
자신의 신경을 긁는 듯한 목소리에, 슈판다우는 얼굴을 찌푸리며 올라오는 욕설을 씹어 삼켰다. 그리고, 조용히 독백했다.
"앞으로도, 힘들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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