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심판부터는 신만의 몫이야






1,499,999년


예전에 재밌게 들은 농담이 있다.

재단 인원이 기록 부서에 이름과 성별을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 양식을 여러 장 채우고 담당 직원에게 지금 무엇을 왜 요구했는지 몇 시간 동안 신중하게 설명한 끝에,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었다.

'뭐야, 어렵지도 않네!' 그 생각이 맞았다! 형식적인 절차 탓에 서류 절차가 엄청나게 오래 걸리긴 했지만, 생각보다는 훨씬 쉬웠다. '하지만 아직 한 가지 절차가 남았습니다. 이 실험용 장갑을 착용해 주세요.'

'예, 이걸로 끝이라면 뭐든 하겠습니다.' 재단 인원이 말했다. 장갑을 낀 그 사람은 SCP-113을 건네받았다.

"숙소로 돌아가시면, 서류가 심사 후 통과될 때까지 두 달 동안 격주로 이걸 쓰셔야 합니다. 그 다음 이걸 돌려주시면, 모든 절차는 끝입니다."

그 인원이 망설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인원은 4달 동안 113을 사용해 계속 성별을 "바꾸면서", 디오게네스급으로 분류된 현상을 겪으며 더욱 중성적으로 보이게 되었다. 4달 뒤, 모든 서류가 통과되었다는 알림이 왔다! 이제 113을 기록 부서에 돌려줄 수 있다. 인원은 서둘러 달려가 담당 직원을 찾아갔다!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름과 성별 정정은 모두 끝났습니다.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만 하겠습니다. SCP-113을 사용하면서 뭔가 변하는 걸 느끼셨나요?

'아뇨, 없는 것 같네요.' 인원이 답했다. '오히려 이걸 왜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지 묻고 싶은데요.'

'그럼 당신은 남자면서 동시에 여자로 사는 게 뭔지 아시나 보네요.' 담당 직원은 지루하고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인원은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정말 죄송하지만, 질문 자체가 이상한데요. 저는 이미 평생 동안 두 성별로 동시에 살았다고요. 못해먹을 짓이죠.'

나의 불안한 웃음을 신호로, 뱃속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나는 거대한 기계의 컨베이어 벨트에 못박힌 채, 나라는 존재 전부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것의 입은 인간의 두개골을 가진 울부짖는 짐승이며, 불안과 편집증으로 가득 차 있다. "난 몸부림치고 있어. 다음에 뭐가 나타날지도 모르겠어. 최선을 다했다고. 제발 이해해 줘. 날 이해해 달라고." 그것은 작게 쎅쎅대며 울부짖었다. 기계는 계속 돌아갔고, 그것의 입으로 더 가까이 다가갔다. 조금 뒤 저것이 나를 꿰뚫을 것이다,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

그것의 턱이 닫히는 순간, 나는 씹혀 죽지 않았다. 대신 그것은 내 목에서 멈추고, 몸통을 향해 느리게 내려간다. 숨이 더 거칠어진다. 내 몸통에 닿은 턱이 닫히는 순간,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탈로란, 왜 고통을 느끼지 않아?" 관음증자가 물었다. "고통에 익숙해진 거야? 이제 오히려 고통을 바라는 거야?"

"역시 네가 고통을 주는 거였어!" 관음증자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나의 각막으로 파고들었다.

"아니, 나는 심판자일 뿐이야. 나는 원래 거기 있던 것을 가져올 뿐이야. 으음… 여기에서 가져올 신체적 고통은 없나 보네." 턱에 달린 이빨이 머리 위까지 물러났다. "작가가 등장인물을 이야기 속에 존재하도록 하듯이, 나도 네가 자신을 증오하도록 할 뿐이야. 그건 단지…" 턱이 내 머리 앞부분을 박살냈다. "이야기를 전하는 것 뿐이라고."

기계가 나의 뇌를 떠내고, 내 몸이 축 늘어졌음에도 나는 주변 모듯것을 느끼고 알아볼 수 있다. 그것의 손 안에서 나는 반으로 갈라진다. 그것은 나를 조심스래 자신의 뼈만 남은 몸으로 옮긴다. 반은 머리로, 다른 반은 사타구니로.

'탈로란, 이제 이해하겠어? 네가 누구인지?'

나는… 탈로란 연구원이다.

'너는 뭐지?'

인간, 이 단어가 낯설게 느껴진다.

'스스로를 묘사할 수 있어?'

아니.

'왜 너는 여기서 너 자신, 혹은 탈로란 이외의 호칭을 거부하는 거야?'

그건… 아마…

'너는 남자야?'

모른다. 모르겠다.

'너는 여자야?'

모른다. 모르겠다.

'이전에 너 자신을 설명했을 때는 어땠는지 기억해?'

그렇다.

그런데 왜 떠올리지 못하는 걸까?

모른다. 모르겠다.

어쩌면 알았던 적조차 없었을지도.

정말 처음부터 몰랐던 걸까? 아니면 최근에만 그랬던 걸까? 만약 모두 내 망상에 불과했다면?

이런 생각을 처음 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건 확실해.

"음. 성별이 항상 고민거리었지." 나라고 인식되지만 확실치는 않은 어딘가에서 말이 흘러나온다. 네온빛 로르샤흐 테스트로 모습을 바꾼다.

"내가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무지의 공포. "내가 제일 걱정하는 것은?" 이 모두가 나의 거짓말일 가능성. "나 자신과 나의 안전을 주변에 맡기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 그렇다. "재단 같은 곳이라 해도?" 그렇다. 재단에서는 특히. 남자도 여자도 되지 않고, 둘 중 무엇과도 다르게 되는 것 말이지. 그렇다. 단 한 순간도 너 자신으로 있지 못하는 것이 진짜 문제라는 거지? 그렇다. 내가 문제의 근원이다. 네 주위 환경이 아니라?

그렇다는 건 아닌데… 내 탓이나 하면서 폐급으로 사는 게 더 쉽잖아. 안 그래?

하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아주 슬픈 이야기네. 저 밖에는 슬프지 않은 이야기도 있지 않을까?

"이 기계가 너를 잡아먹으려 하지 않아… 지금 이 상황을 전혀 느끼지 않잖아. 그 대신, 사색한다고?" 관음증자가 묻는다. 그가 처음으로 거슬려하기 시작한다.

"잠시…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그래서 그것은 나를 홀로 두었다. 나는 모든 1분 1초 동안 사색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나는 더 강해졌다.






2016

탈로란은 기록 부서로 향했다.








1,500,000년


생존을 향한 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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