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타무라씨, 또 구두끈 풀려 있어요」
나는 곁을 걸아가고 있는 남자, 키타무라에게 말을 걸었다. 키타무라는 일 때문에 알게 된 사이로, 얼마 전 갓 성인이 된 대학생 새내기다. 나보다 열 살 가까이 아래지만, 묘하게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
오늘은 키타무라의 권유를 받아 그가 추천하는 술집으로 향했다. 몇 년 전에는 전철 막차 시간이 지나도 활기가 끊이지 않던 이 거리, 이제는 사람도 드물고 셔터를 닫아버린 가게들도 여럿 보인다.
「아, 또 그러네요.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착.
키타무라는 뒤축을 조금 걷어차고는, 해질 무렵까지 내린 빗물이 남아 있는 길바닥에 무릎을 꿇고 구두끈을 묶기 시작했다. 이 자세를 보는 것이 오늘만 벌써 몇 번째일까.
「자주 풀리네요. 묶는 방법이 잘못되었다던가?」
「아아, 매듭 묶는 방법이라던가는 상관 없어요, 이거. 이런 식으로 자꾸 풀리게 된 게 대략 3개월 전부터니까요」
「……혹시, 그 사건하고 관계된 겁니까」
「네에 뭐, 그렇지요」
나는 3개월 전, 그가 이야기한 그 때가 기억났다. 아직 더위가 남아있는 8월 말, 망가질 듯한 냉방기가 신음소리를 내는 살풍경한 방 안에서였던 것을 잘 기억했다.
「그럼 키타무라씨, 우선 당신 외 3명, 아베씨, 이시다씨, 츠츠미씨와의 관계를 알려 주시죠」
「우리는 대학 1학년 때부터 어울려 다녔고요. 같이 게임을 하거나 여행을 가거나 하는 사이였습니다. 일일이 다 이야기할 건 아닌 것 같아 생략하지만, 꽤 즐겁게 보냈습니다.
그런 관계가 변하기 시작했던 것은 대학 2학년 10월경, 아베가 여자친구를 사귀게 된 무렵부터였습니다. 그 때부터 아베는 우리보다는 여자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뭐, 양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우리 둘은 관계를 응원했습니다. 아니, 응원했을 겁니다, 라고 말하는 쪽이 정확하려나」
「했을 겁니다, 라니 무슨 뜻이죠?」
「그 여자, 바람피고 있었거든요. 그것도 츠츠미하고. 함께 응원한다고 해놓고는」
「그랬군요」
「나도 물론 화가 났는데, 무엇보다도 아베와 이시다가 극대노했습니다. 아베는 그렇다 쳐도, 이시다는 왜 그랬느냐 하면, 그 녀석은 그런 부정을 특히 용납하지 못하는 성격이었고, 또 아베하고 고등학교 시절부터 아는 사이였고 그래서 동정하는 면이 강했던 것도 있겠죠.
그리고, 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 날 강의가 일찍 끝나서, 뭘 할까나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공원의 공중화장실에서 아베와 이시다 둘이가 나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묘하게 황급하게 나오는 것 같아서, 안에 뭐가 있나 싶어 들여다봤더니, 전신이 피범벅이 된 츠츠미가 거기에 엎드려 쓰러져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바로 구급차를 불러야 옳았겠지요. 하지만 너무 무서워서 그 자리에서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 사건이 있은 후로, 자꾸 구두끈이 풀리게 되었거든요. 츠츠미의 짓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그렇습니까……」
「그렇지. 실은 나, 나가사와씨에게 이야기하지 않은 것이 있는데요. 새삼스럽지만 이야기해도 좋을까요」
「뭔데 그래요」
「내가 화장실에 가서 츠츠미를 발견했을 때, 그 녀석 아직 의식이 있었거든요. 내 이름을 부르면서 도와달라고 빌었어요.
그래서 나는 도망친 겁니다. 아니, 무시했다, 라고 말하는 편이 정직하군요. 그 둘이만큼은 아니지만, 저도 츠츠미의 행실에 분노해서 당연한 응보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셨단 말입니까……. 키타무라씨, 또 구두끈이」
「오오, 진짜다. 실례하겠습니다」
착.
「아까부터 신경쓰인 것입니다만, 왜 무릎 꿇기 전에 뒤축을 차는 움직임을 하는 것입니까. 지금 물을 게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거 말빈가요. 실은, 내가 도망치려고 하기 전에 츠츠미한테 신발끈을 잡혔습니다. 제발 좀 살려 달라는 뜻이었겠지만, 나는 그것을 뿌리치려고 뒤축으로 찼습니다.
그 뒤로 나는 구두끈이 풀려서 고쳐매기 전에 이렇게 뒤를 차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계속 쭉」
「끈이 없는 신을 신을 생각은 없습니까」
「생각은 없네요. 왜냐면 거기에 츠츠미가 있을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라고 말한다면」
「나는요, 아베하고 이시다가 부럽더라고요. 분이 풀릴 때까지 츠츠미를 구타한 그 둘이가요. 나도 남의 여자를 채간 놈은 용서할 수 없었으니까요. 당시에 쓰러져 있는 놈을 보았을 때는 그런 생각은 안 들었지만, 잡히고 나서 후회했거든요. 그 때 나도 한 방 걷어차줬으면 좋았을 걸. 나한테 살려달라 비는 놈을, 한 발이라도 때렸으면 좋았을 걸」
「……」
「그래서 나는 꼭 끈이 있는 신만 신는 겁니다. 그러면 구두끈이 풀릴 때마다 그 놈을 걷어찬다는 기분이 드니까요」
「……그렇습니까」
「뭐, 이유가 그것 뿐만은 아니지만요.
이렇게 자꾸 신발 뒤축을 차니까 얼마 안 가서 구두가 못 쓰게 되어요. 그래서 한동안 끈 없는 신을 신을 수밖에 없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때 친구하고 같이 대학 교정을 걷고 있는데, 계단에서 그 친구가 굴러떨어져 버린 것입니다」
착.
「뭐, 그 친구는 머리를 몇 바늘 꿰매는 정도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는데, 그 친구가 넘어진 게 풀린 신발끈을 밟고 그렇게 된 거 있지요. 그런 비슷한 일이, 다른 친구들과 걸을 때도 넘어져서 부딪히거나, 차에 치이거나, 그런 일이 연달아 일어나고.
그래서, 내가 이렇게 이놈을 나한테 붙들어 놓아야 하는 겁니다. 계속 이렇게,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착.
「우중충한 이야기가 되어서 죄송하게 됐습니다. 슬슬 가게에 다 와 가네요. 그나저나 나가사와씨가 변호인이라 정말 다행입니다. 덕분에 이렇게 둘이서 맛난 술도 마시러 갈 수 있지 않아요」
「저야, 제 직업상 일을 했을 뿐입니다」
「정말 훌륭하십니다. 당신 같은 훌륭한 분은 언제까지고 건강히 직업을 계속하시는 게 좋은 일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당신도, 에에 뭐, 쓸데없는 참견 같긴 합니다만,
거 구두끈, 묶는 게 좋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