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11월 10일, 데모대로부터 국회의사당 앞을 경비하는 경찰부대. 긴장감이 감돈다.
기자 만나뵙게 되어 기쁩니다, 호야 주석.
호야씨 (이하 호야) 그딴 식으로 부르지 마. 그냥 「호야」면 된다.
기자 일본어가 유창하시군요.
호야 오래 살았으니까. 예전에는 일본에 살았던 적도 있지. 그런데 그건 1930년대 일이었으니까, 말씨가 이상한 점이 있어도 무례하다고 생각하지는 말아 주었으면 한다.
기자 오, 그러십니까? 호야씨의 과거도 매우 흥미가 있는 부분입니다만, 오늘 인터뷰에서는 현재의 한국에 중점을 두고 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호야씨는 혁명정부 내에서 주로 초상문제를 담당하고 있다고 하던데…….
호야 들은대로. 초상사무처 처장을 맡고 있다. 1998년 이래로 초상에 관한 문제가 산적하여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낸다. 혁명정부의 동지들은 대부분 비변칙적인 인간(편집부 주: 한국에서는 일본어의 “이상”에 해당하는 표현으로서 “변칙”이 사용된다)이니까, 전국평의회에서 우리 능구렁이 손의 계파에 그런 역할이 배정된 것이겠지.
기자 아, 혁명정부 내에도 파벌이 있습니까?
호야 혁명정부를 주도하는 것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편집부 주: 한국의 노동조합 내셔널 센터로, 강경투쟁 중심의 노선을 취하는 전투적 노동조합으로 알려져 있다)에 의한 전국평의회이고, 전국평의회의 조합원들은 크게 4개 계파로 나뉘어 있다. 「자주와 통일의 모임」, 「민주사회 네트워크」, 「노동정치동맹련선」. 그리고 우리 능구렁이. 능구렁이는 동맹련선과 연대하고 있다.
█ 자주와 통일의 모임 (민족주의)
█ 민주사회 네트워크 (사회민주주의)
█ 노동정치동맹련선 (비타협적 마르크스주의)
█ 능구렁이 (무정부조합주의) |
▲ 호야씨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한 혁명정부 전국평의회 도표.
각각의 세력이 5:3:2:1 정도의 비율로 나뉘어 있다. |
기자 그렇다면, 최대 파벌인 「자주와 통일의 모임」이 현재 평의회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습니까?
호야 그렇지 않다. 전체 조합원 수의 비율보다, 각 계파가 장악한 산별(편집부 주: 특정 산업별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중요하니까. 그래서 전국평의회의 핵심멤버인 집행부 구성원은 각 계파에서 선택되어 적절히 권한을 분산시킨 집단지도체제로 혁명정부를 움직이고 있다.
혁명정부는 한국 국민과 함께 있다
기자 혁명정부를 운영하면서 곤란한 점도 있지 않습니까?
호야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난항이야 있지만, 노동대중이 혁명정부를 강력히 지지해주고 있어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 체제의 건설은 우리의 독단에 의한 것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참여에 의해 성립된 것이다. 혁명정부와 그들이 함께 서는 한 어떤 어려움인들 별 것이랴.
기자 그렇군요. 혁명정부가 사회주의를 표방하기도 하여 세계 각국은 한국이 북한과 같은 길을 걸을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정부는 혁명정부를 반란분자로 취급하는 자세를 바꿀 기미가 없습니다. 이런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호야 물론 북한과의 연대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주로 「자주와 통일의 모임」에 그런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한국을 북한 체제처럼 재구성하자고 주장하지는 않고 있다. 북한 체제가 실패한 것은 1990년대에 이미 밝혀진 것 아닌가. 김정일이가 죽어서 북한의 위협이 크게 줄어들기도 했고, 설사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대중과 우리가 그걸 원하지 않는다.
또한 많은 곳에 알려진 것과 같이, 혹은 오해로 비난하고 있는 것과 같이, 이 혁명이 군사쿠데타나 테러리즘에 의한 것이 아님을 여기서 선언하고 싶다. 아까 말했듯이 우리 혁명세력은 한국 국민의 총의로 일어선 것이고, 구 한국정부군도 그것을 이해했기 때문에 혁명세력의 데모대를 무력으로 진압하지 못했다. 이번 혁명은 최소한의 유혈로 얻어진 인민의 혁명인 바,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그것을 미루어 알아주길 바란다.
기자 이 한국혁명에 능구렁이들이 참가한 것에 대해서도 갖가지 추측이 있습니다. 뱀의 손이 초상인간 인권문제에 참여하고 있음은 잘 알고 있지만, 이처럼 특정한 정치현안에서 한쪽 편에 선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이런 움직임을 취한 것에는 뭔가 이유가 있었습니까?
호야 음. 1998년 이후, 특히 2001년 허드슨강 협정(편집부 주: 재단 및 GOC가 연명하여 체결한, 인간형 이상존재의 생존과 자유의사의 존중을 옹호한다는 협정)이 발효되면서, 뱀의 손이 공공연히 활동하는 데 장애물은 적어졌다. 하지만 그 활동반경이 변화를 따라가는 것이 늦는 것도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은 초상인간을 두려워하거나 경멸의 눈으로 바라보았고, 뱀의 손의 활동은 그것에 수동적으로 저항하는 것 뿐이었다.
능구렁이는 역으로, 우리가 먼저 정상인간에게 다가간다는 노선을 취했다. 우리의 지식과 능력이 그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우리가 그들에게 베푸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인격을 가진 “인간”들로서의 대화가 가능하도록. 그리고 이 땅 한국은 그런 우리의 독자노선을 실천에 옮기기에 적합한 곳이었다.
기자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실천적이었습니까?
호야 장막이 걷히기 직전이었던 1997년 발생한 아시아 외환위기가 기억나는가? 그 때 한국 경제는 파멸적인 피해를 받았다. 당시 한국 정부는 경제부흥을 3개의 기둥으로 지탱했다. 첫째, 국제통화기금이 강요한 긴축재정을 받아들이고 부실기업을 정리하는 것. 둘째, 노동구조를 개악하여 값싸게 착취할 수 있으며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는 파견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는 것. 셋째, 정보기술(IT)산업을 비롯한 신산업을 육성하는 것. 이듬해 장막이 걷히면서 초상기술(PT)산업도 IT와 함께 신산업으로 육성되었다.
기자 당시 일은 저도 기억합니다. 결과적으로 한국 정부는 3년만에 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를 청산하는 데 성공하여 많은 나라를 놀라게 했습니다.
▲ 2007년 6월 12일, 텔레비전 뉴스를 보고 오열하는 유족.
호야 그러나 국고와 재벌의 금고만 정상회되었을 뿐, 민생은 1997년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되었다. 올해 6월의 「중대초상재난사태」는 너도 알고 있겠지.
모든 시작은 초상산업재해문제
기자 잘 알고 있습니다. 2차적인 부분까지 포함하면 총 1만여명이 사망한 대참사였지요. 능구렁이 손이 그 사고의 수습에 적극적으로 기여했고, 저희 회사도 연일 세계에 그 처참함을 호소했습니다. 일본에서도 이 사고 보도를 보고 능구렁이 손을 알았다는 분이 많지 않았을까요.
호야 사실 초상산업재해는 그뿐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2000년경부터 초상산업체 노동자의 각종 직업병과 사망사고에 관한 정보제공을 확인하고 있었다. 능구렁이는 피해자들과 오랫동안 연대해온 면목이 있어, 이번 혁명에서도 어느 정도 발언권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초상산업재해의 피해자 대부분은 비변칙적 정상인간이었다는 것이다.
기자 왜 그렇게 된 걸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비변칙인간이 PT 제조에 종사할 기회는 적을 텐데요.
호야 앞서 말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급증이 관계되어 있다. 초상산업체의 임직원이 어디 초상인간 뿐이랴. 초상능력자 자체도 있을 것이고, 초상능력은 없지만 초상기술에 관한 지식이 밝은 전문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노동에 대해서는 그런 초상능력도 전문지식도 없는 보통 사람을 채용한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그런 사람들이 없으면 회사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그러나 기업들은 전문기술자나 초상능력자보다 경제적 가치가 적은 이런 비변칙 인원을 소모품으로 여기고 모두 비정규 파견직으로 채웠다. 비정규직이라는 것은 즉 임금수준도 정규직에 비해 낮을 뿐 아니라, 산업재해나 불상사를 당했을 때 배보상을 받기도 어려운 것을 의미한다. 책임소재가 원청인 초상산업제가 아니라 하청인 파견업체에 있기 때문이다.
기자 정규직이라는 것은 일본의 종합직에 해당하는군요. 듣고 보니 PT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은 휴먼에러에 의한 사고발생의 온상이 되었겠습니다.
호야 그렇다. 그래서 초상세계에 관한 정보나 지식이 불충분한 노동계로부터 도움을 요구받은 능구렁이가 적극적으로 그 요청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옛 정부는 경제부흥을 위해 IT, PT 산업을 육성하려 했기에, 이런 신산업에서 발생하는 재해를 무마해왔다. 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이 역학조사 때 피해자 유족의 참여를 거부하고, 기업의 경영비밀이라는 이유로 자료공개도 거부하는 등 무도한 짓을 태연히 저질렀다. 한국사회는 자국의 무고한 국민들을 그 재단의 D계급처럼 다루었던 것이다. 일회용품(Disposable)인 존재로.
기자 그것은…… 그것은 너무나 소름이 끼치는 이야기입니다.
호야 생각해 보면 한국만의 이야기도 아님을 알 것이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예로부터 토헤이중공이나 일본생류창연같은 초상기업이 다수 존재하여, 이미 견고한 PT산업의 기반이 성립되어 있다. 그러나 향후 PT의 수요가 높아지면 결국 공급체제는 핍박해지고, 마찬가지의 비극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들을 위해서라도 각국 정부는 한국을 거울삼아 주기를 바란다.
▲ 2007년 11월 13일, 데모에 참여한 시민의 연행을 시도하는 경찰. 이날부터 데모대와 경찰의 충돌이 급속히 격화되었다.
기자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니, 현재 혁명정부나 한국 국민들은 초상기술이나 초상인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가지게 되었을 것 같은데요?
호야 초상기술을 미워할 필요는 없다. 일찍이 저 마르크스가 『자본론』 제1권 제4편 제15장 제6절에서 말하기를, 「기계 자체는 노동시간을 단축하여 생산자의 재산을 증대시키지만, 자본주의적으로 사용되는 기계는 노동시간을 연장하고 생산자를 빈민으로 만든다」고 했다. 초상기술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기술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고, 기술이 창출하는 부를 평등하게 공유하기 위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기술과 산업의 민중적 통제를 확립하는 것이다. 이전의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우리가 혁명을 한 것이다. 그뿐이다.
그리고, 초상인간이 차별받지 않겠냐는 우려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정상인간 동지들과 굳게 연대하여 이어져 있다. 항의농성 현장에서 한 청소미화노동자 동지가 나를 알아보고 그녀의 도시락을 나누어 준 적이 있다. 그 한 끼 식사가 신뢰와 사랑의 증거라고 생각하면 기쁨응로 가슴이 웅장해지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숨겨져온 주권상실이 드러나며 국민이 분노했다
기자 초상재해사태는 너무 충격적이긴 했지만, 정권교체 정도가 아니라 체제가 완전히 뒤집히는 혁명으로 이어진 것은, 역시 재단의 문제 없이 설명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호야 그랬다. 결정적인 것은 소위 「피어슨 늑약」(편집부 주: 1981년에 한국 정부와 재단 사이에 주고받은, 대한민국의 국가안보를 침해하지 않는 모든 변칙・초상현상을 재단에 일임한다는 내용의 각서. 늑약이란 치욕적 조약을 일컫는 한국어)의 존재가 밝혀지고, 이 땅이 건국 이래로 재단의 식민지와 같은 상태였음이 드러난 것이었다.
전 대통령은 지지율도 상당히 높았고, 리버럴한 민주당 소속이었음에도 이 늑약을 갱신했던 것에 배신당했다고 느낀 사람이 많았다. 그 사람 뿐 아니라 역대 모든 한국 대통령이 그 비판과 실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기자 장막이 걷히기 전까지는 재단의 지배가 불가항력이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을 텐데, 그런 의견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호야 장막이 걷힌 뒤에도 재단은 한국의 초상주권을 강점하고 있었고, 그런 주제에 6월 참사도 막지 못했다. 그러니 그런 의견은 일체 고려할 가치도 없다. 이제까지 정부가 주도해온 초상산업체에 맞서운 노동계의 파업에, 이번에 피어슨 늑약에서 드러난 재단의 본성에 성난 국민들이 결합하여 총파업이 혁명으로 비화한 것이었다.
그리고 1997년 이래로 비정규직으로 전락해온 사람들의 분노 역시 하늘을 찔렀다. 이 변수들이 모두 서로 관련되어 있다. 비정규직이 늘어나서 초상산업재해 피해자가 늘어나고, 피해자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재단이 한국을 지배했기 때문에 아무것도 변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일어섰을 때, 허위의 세상은 무너져내렸다.
기자 그렇군요. 옛 정부 관계자, 특히 전 대통령에 대한 처우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호야 군의 동원을 엄금하여 희생을 최소화하고, 혁명지도부와의 협상에 응해 평화롭게 하야한 점을 인정해 명예는 예우하기로 했다. 그가 한국의 마지막 대통령이 될 것이다.
기자 마지막 대통령이라고요?
호야 혁명정부는 향후 노동조합을 통해 민심이 모이고 대변되는 노동자평의회 체제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때문에 한국에는 이제 대통령은 필요없다. 평의회는 정직하게 스스로 일하는 모든 사람을 노동조합원으로 받아들인다.
기자 스스로 일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됩니까?
호야 블랙기업 사장이나 악덕 건물주, 금융쟁이 같은 놈들을 말하는 것이라면, 이미 천국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 같다.
전인류 공영에 동참하지 않으면 초상인간은 고립될 수밖에 없다
기자 그럼 마지막으로 본 신문의 독자분들께 해주실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호야 짧게 하지. 「세계의 초상인간 또는 초상능력자 여러분. 기존 체제에서 당신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것은 불충분합니다. 오히려 장막이 걷힌 세계에서, 지위가 올라간 당신은 절대 다수의 정상인간을 착취하는 데 일조하는 중간관리자로 타락하게 될 것입니다. 당신은 변칙적인 것, 초자연적인 것, 별세계의 것을 가지고 있을 뿐인 보통의 인간인 것입니다. 자신만 잘 되면 그만이라며 전인류 공영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초상인간들은 고립될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다른 길이 있음을 우리가 보여주었습니다. 우선 정상인간들에게, 그 중에서도 사회 기층을 이루는 절대 다수의 노동대중에게 다가가고, 연대하고, 결합하십시오. 두려움을 걷어내고, 우리 함께 빛의 길로 나갑시다. 연대의 폭을 넓히면, 고립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기자 바쁘신 와중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마칠 때, 취재반이 들어올 때 가슴에 품었던 공포는 사라졌다. 재단의 무도함에 분노하고 혁명의 정의를 뜨겁게 주장하며, 도시락의 일화를 말할 때 무의식중에 미소를 짓던, 그런 호야씨의 모습을 볼 때마다, 호야씨 그녀 자신이 바로 「변칙적인 것, 초자연적인 것, 별세계의 것을 가지고 있을 뿐인 보통의 인간」임이 실감되었기 때문이다.
「두려움을 걷어내고, 우리와 함께 빛의 길로 나가자」 ……뱀의 손의 기본 이념인 이 프레이즈는, 상대를 이해함으로써 초상인간과 일반인 사이의 울타리가 제거되고 함께 손잡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한국과 같은 혁명의 동란이 어디에서나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 땅에서 피어난 사람들의 “연대”의 맹아가 각국에 뿌리내릴 것을 한 명의 인류로서 영원히 희구하며 한국의 장래를 지켜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