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주점 "톨링 벨"
"휴가를 내고 지방에서 올라온 건 잘한 선택 같아, 조장… 아니아니, 팀장님도 이 정도 지출은 뭐라 안 하겠지."
"저기요. 손님?"
"그러니까 말이야, 노을아. 팀장님 요즘 너무 날선 거 같지 않아? 뭐? 원래 날선 사람이라고? 아하하. 하긴 그렇긴 하겠다. 아무리 우리 앞에서는 부드럽게 대하려 해도 그렇게 바짝 갈려 있으면 신경이 예민할지도. 그 뭐냐, 최근에 유적지에서 소란 있었던 거에 대해서도…"
"저기요?"
톨링 벨의 어스름 진 밤, 창이는 전화를 하며 한눈을 파는 한 손님에게 주문을 받으려 애쓰고 있다. 검정색 장코트를 걸치고 백발에 가까운 반짝거리는 단발머리를 한 다소 앳된 외견의 인물은 한참을 전화를 하며 떠들다가 그제서야 창이의 눈초리를 알아차리고 시선을 돌린다.
"으응 그래, 나중에 내려가서 보자. …죄송합니다. 제가 주문 안 했었나요?"
장코트를 걸친 손님은 옆에 놓여 있던 커다랗고 긴 가방을 옆으로 제치고 창이의 대답을 기다리며 바라본다.
"네. 한 이십 분 정도 떠들고만 계셔서 혹시나 하고 내려왔습니다."
'혹시나'라는 말에 상당히 힘을 주어서 말하는 창이의 의도를 상대방은 딱히 알아차리지 못한 듯하다. 이미 손님만 아니였으면 한 번 싸울 법했다는 눈빛에 상대는 조금 주눅이 든 듯하다.
"아. 이런 결례를, 그럼 저기 보이는 걸로 주세요. 저 파랑색."
"뭔지는 아시고 주문하시는 거죠?"
"그럼요. 가격은… 이 정도면 될까요? 팁 포함해서."
"네, 그럼 결제 도와드리… 어?"
상대방이 가볍게 건낸 액수에 창이는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가게 내에서 팁을 명시하지 않은 것도 있기에 그리 많이 주지 않을 거라 예상한 것도 있었지만, 도무지 정상적으로 한 번에 지불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되지 않는 금액이였기 때문이였다.
"뭔가 문제라도 있나요?"
"아… 아닙니다. 금방 가져다 드리죠."
창이는 아마도 저녁 시간의 마지막 손님에게 서빙할 술을 기다리며, 바 테이블 안쪽의 직원용 숙소에 들어가 대기한다. 직원용 숙소리 해 봤자 규모 탓에 그리 큰 건 아니였지만.
"오늘도 마감이네, 선배."
"낮간지러우니까 선배라고 부르지 말아주시면 안 될까요?"
한소라, 독일 마술사한림원에서 최연소 소드마스터 자격을 취득한, 톨링 벨의 새 직원이자 보조 해결사이다. 바가 돌아가는 대부분의 시간엔 평범하게 업무를 수행하지만. 의뢰가 들어오면 창이와 같이 나가서 여러 일들을 도맡아 해주는 역할이다.
"알았어 알았어. 그럼 뭐라고 불러?"
"아무렇게나 편한 대로요."
"그럼 어르신?"
"아오 진짜!"
"네! 선배."
창이와 소라의 대화는 바 테이블을 툭툭 두들기는 효린에 의해 끝이 난다. 톨링 벨의 점장이자 창이와 소라에게 줄 의뢰를 전달해주는 해결사 사무소로써의 사장 역이기도 한 효린의 손에 의해 새로운 의뢰가 둘에게 전달된다.
"이거 뭐라고 적혀 있는 거야?"
상대적으로 빛이 오지 않는 곳에 서 있던 소라가 창이와 효린을 향해 묻는다. 그 탓에 의뢰의 내용이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였다.
"보자… 나랑 싸워줘. 라는데?"
창이는 스스로 읽어주면서도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다. 시간도, 장소도. 의뢰자의 신원도, 대상도 없는 하나의 문장. 그 안에서 특정할 수 있는 것은 의뢰자 자신을 칭하는 말 하나 뿐이였다.
"뒤에 더 있네요, 의뢰비는 이미 팁이랑 같이 지불했으니. 다 마시면 테이블로 내려와달라고."
테이블? 팁? 이미 지불했다고? 창이의 머릿속은 여러 생각으로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시제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가까운 시점일 것이라는 뜻일 것이며, 장소를 주지 않았다는 것은 아마도 가까운 곳임을 시사할 것이다.
테이블이랑 팁이 언급되었다면, 아마 의뢰자는 손님 중 하나일 게 틀림없었다.
"…손님, 주문하신 거 나왔습니다."
창이는 방금 전 거금의 팁을 쾌척했던 손님에게 술을 가져다주고, 다른 손님들이 하나 둘 자리를 옮기거나 떠날 때까지 기다린다.
"의뢰하신 분 맞으시죠?"
"와, 어떻게 알았어요?"
내심 놀라워하는 상대방의 태도에 창이는 괜히 우쭐해져서 방법을 그대로 늘어놓는다.
"간단했죠, 시간도, 장소도 없었고 조건만 따지고 보면 바 안에 있었을 거 같았으니까요."
상대방은 가볍게 의자 옆에 걸쳐 놓은 가방을 툭 치면서 일어난다. 둔탁한 쇳소리가 떨어진 가방에서 나오며. 앉아 있을 때보다 배는 큰, 아마 창이 본인보다 머리 한두개 정도는 커다란 상대의 시선이 창이를 향해 내려간다.
"아하, 그랬구나. 역시 이런 일을 하게 되면 감각이 생기는 걸까요? 마술사한림원이든… 의뢰든 말이죠."
창이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아니라고 하고 싶었지만, 상대가 어느 정도까지 알고 찾아온 것인지 파악되지 않는 상태에서 더 신원을 명확히 해주고 싶진 않았다.
"…어디까지 알고 온 거죠?"
"그야, 아는 만큼? 술은 다 떨어졌네요. 이제 슬슬 싸워보고 싶은데. 안 되려나?"
"물론 가능하죠! 손님, 이쪽으로 오세요."
머뭇거리는 창이 대신 소라가 쾌활한 목소리로 상대방을 바에서 가까운 공터로 안내한다. 상대방은 소라와 창이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기계적인 장치를 꺼내 들고 공터 바닥에 설치한다.
"아무래도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게 걸리면 좀 곤란하거든요."
덜컥, 장치를 기점으로 하여 공터의 안팎은 잘 보이지 않게끔 물리적인 결계가 설치된다. 창이가 당황하는 사이 이미 결계는 완벽하게 설치가 끝났고. 창이 자신이 두들겨 보아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안전상 괜찮은 거, 맞죠?"
창이는 미심쩍음과 의심이 가득한 상태로 상대방을 처다본다. 창이와 소라에 대해 알 만큼 알고 있다는 걸 넘어서, 마치 팬이 작가나 스포츠 선수를 바라보는 듯한 눈으로 보고 있는 상대방은 창이 입장에서 꽤나 거슬렸다.
"걱정 마세요. 이건 비살상 제압… 아니아니, 친선전용이거든요."
거슬렸다기보단, 위험하게 느껴졌다. 이따금씩 코트 아래로 보이는 반짝거리는 결정 같은 것들과, 이질적인 빛을 내는 투명한 머리카락. 바 안에서는 보이지 않던 외형적 특성과 더불어 살아온 경험이 평범한 존재는 아닐 것이라고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제가 보고 있을까요?"
창이는 걱정을 떨쳐낼 겸 심판 역을 자청해 감시에 들어갔지만, 이미 소라는 상대방의 앞에서 검을 뽑아들며 기술 같은 걸 자랑하고 있었다.
"진짜 멋지다! 그 칼 만져보면 안 돼요?"
"죄송합니다. 그건 무리."
"히잉…"
상대방은 창이의 눈치를 보는 듯 힐끔거리다 다시 말을 잇는다.
"제가 일할 때 칼을 주로 쓸 일도 없고, 누가 가르처 준 적은 없거든요."
"아, 그렇구나. 사무직 같은 거죠? 취미로 운동하긴 참 힘들죠."
"그… 그쵸! 팀장님도 절 계속 보니까…"
너 바보냐. 라는 말이 입안을 맴도는 창이였지만, 둘 다 즐거워 보이길래 딱히 방해하지는 않았다. 아마도 바를 나오면서 한 번 바닥에 떨어트렸었던 긴 가방이 무기일 거라 지레짐작한 창이는 헛기침을 해서 주의를 끌어낸다.
"빨리 끝내요. 곧 영업 마감해야 하니까."
"아."
"맞다."
창이는 한숨을 푹 쉬고, 내키지 않는다는 듯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그럼 시작합니다. 3,2,1."
En Garde… Allez!
소라의 신호에 맞춰 장갑이 던져지고, 상대의 시선이 장갑에 한눈 팔렸다고 생각한 사이 소라는 사각으로 이동하며 검집채로 찌르기를 시도한다.
"…이건 결투잖아요? 뽑아도 무관한데."
상대방은 어느센가 검정색 대검으로 소라의 칼을 막아내고 있었다. 수정질로 된 대검과 동일하게 검정색 결정이 자라난 지면, 결정 조각이 떨어지는 상대의 손을 통해 그 짧은 시간 안에 변칙성을 써서 무기를 뽑아냈음을 짐작 가능했다.
"이… 이걸 막았어?"
"방금 동작을 보여줬잖아요. 이미 본 걸 그대로 맞을 리는 없으니까."
너스레를 떨며 거대한 대검을 가볍게 한 손으로 휘둘러서 소라를 밀어낸 상대는, 여유롭게 소라를 도발하기까지 한다.
"자! 그 칼을 뽑고 저한테 덤벼주세요. 한 번이라도 유효타가 나면 그쪽이 이기는 걸로."
소라는 앞서 본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호승심을 불태우며, 제안에 응한다.
"좋아! 한 대 가지고 충분하겠어? 넌 반응도 못 하고 스무 번 가량 찔리게 될걸?"
소라가 말을 마쳤지만, 상대의 모습은 시야에서 사라져 있었다. 창이가 창처럼 날카롭게 벼려진 수정 기둥 세 개 가량과 같이 기습하는 상대방을 알아차리고 소라를 밀어내서 보호한다.
"미쳤어요? 결투 중인데 그런 위험한 짓을 해요?"
창이는 소라를 걱정하며 그녀의 방향으로 달려갔지만, 소라는 방해하지 말라며 되려 창이를 밀어낸다. 밀어낸 방향에는 땅에 꽃히기도 전에 사선으로 날이 그어져 박살난 수정 기둥들의 파편이 보인다.
"원래 결투는 그런 거거든? 이건 의뢰이기도 해. 그리고 난 저 정도로 안 다쳐."
"흠… 좋아요! 이제부터 안 봐드릴게요."
상대방은 다시 도약해서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하며 소라를 향해 돌진해온다. 무기가 본질인 창이조차도 상대방의 속도를 눈으로 쫓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이동 경로는 소라를 향해 정직하게 직선을 그리고 있었다.
"자! 이것도 받아내봐요!"
소라는 이전의 공격처럼 대검을 휘두를 것으로 생각하고 방어 자세를 취했다가 칼날을 넘기며 베어가를 작정이였다. 상대는 그런 소라의 생각을 뻔히 꿰고 있다는 듯 그대로 앞에서 멈췄다가 대검을 부수어서 파편들을 내리꽃고, 손에 남은 기다란 파편을 레이피어 형태로 바꾸어 베어가른다.
"윽!"
소라는 예상하지 못한 페인트에 중심을 잃고 뒤로 밀려나며, 그대로 뒤로 이동한 상대방에 의해 걷어차여 날아간다. 곧바로 다시 제 형태를 갖춘 대검이 소라의 방향으로 날아와 복부를 가격하며. 손잡이를 향해 상대방의 발이 내려꽃힌다.
"자, 그대로 날아가라!"
소라는 충격에 의해 그대로 공터와 외부 사이를 나누고 있는 결계에 던져진다. 충격으로 인하여 결계에 물리적인 손상이 가해졌지만, 상대방의 말대로 소라는 큰 부상을 입진 않았다.
"커흑… 쿨럭… 이거, 한 방 먹었네!"
흙먼지 때문에 기침을 하면서도 신나하는 소라를 보며 창이는 이마를 짚는다.
"소라 씨, 방금 죽을 뻔했다고요!"
"재수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난 재밌거든!"
"야 이 미친년아!"
창이는 소라를 걱정하는 속마음과 달리 험한 말을 하지만, 소라는 그런 것은 신경쓰지 않고 전투를 즐길 뿐이였다.
소라는 상대방이 시야에서 사라지기 전에 옷깃을 붙잡고, 세이버 칼날을 찔러넣는 식으로 공격을 시도한다.
"…어라? 왜 안 맞지?"
창이만이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간신히 눈으로 쫓을 수 있었지만, 상대방은 소라의 칼날이 머리나 몸통 부근으로 들어올 때마다 그 부근을 조각내서 피하고, 다시 몸을 수복했다.
"다 끝났죠?"
상대는 소라를 다시 가볍게 밀쳐내고, 이번에는 기적술을 시도한다. 영창이 끝나기 전까지 동작을 취하지 않는 다른 한 손으로 한손검 형태로 깎아내린 결정을 들고서 소라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막아낸다.
"절명(絶冥), 회륜(廻輪), 혼천(混天), 절시(折翅), 어두움이 헛돌고 잘려나가 뒤섞인 하늘엔…"
검붉은 궤적이 칼날처럼 소라를 향해 날아오기 직전에, 소라는 상대방의 손목을 발로 쳐내서 동작을 끊어낸다. 이후 기적술로 만들어진 칼날까지 검으로 튕겨내서 경로를 바꾸어 막아낸다.
"그걸 다 외울 틈을 주겠냐? 나도 마술을 배웠거든!"
"아앗! 거의 다 끝났는데!"
어린아이와도 같은 상대방의 아쉬워하는 한탄과는 정 반대되게도, 불발된 기적술은 계속해서 나아가다 궤적 상에 놓인 그대로 설치된 결계를 애초에 없었던 것마냥 지워버린다.
"와, 좀 쩌는데?"
이 와중에도 순수하게 감탄하는 소라를 보며 창이는 불안함에 분통을 터트려야 했다는 사소한 문제가 있었지만, 어쨌든 소라는 그걸 처낼 만큼의 실력이 있었고 아무도 다치지 않았기에 결투는 계속되었다.
"앗!"
이후 몇 차례의 공방 끝에 상대방이 소라의 세이버에 크게 베이며 결투가 끝나는 듯 싶었으나, 코트를 벗어던진 상대를 보며 소라와 창이는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왠지 날이 잘 안 들어가는 거 같더라니…"
소라의 말을 덤덤히 넘기며 상대방은 소라의 검이 베인 궤적을 어루만지며 즐겁게 웃는다. 분명히 사람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는 있었지만, 누군가 끌이라도 가지고 다듬은 듯한 모양새에는 커다란 칼자국이 결정면처럼 반짝거리며 조각나 있었다.
"아, 이거요? 초상세계에서 살면 저 같은 것도 볼 수 있는 거죠 뭐."
시큰둥하게 대꾸하는 상대방을 보며 창이는 어이없음을 감추지 못하며 혼자 나지막히 중얼거린다. 사람이 아닌 것을 넘어서 아에 무기물이 생물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이니까.
"…거짓말 하고 있네."
소라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지만.
"얏호! 내가 한 방 먹였네."
"네! 제가 졌어요. 이제 슬슬 돌아갈…"
상대방은 주섬주섬 짐을 싸려 했지만, 소라가 검을 상대 앞에서 빙글빙글 돌리며 막아선다.
"아니! 아직 안 끝났어. 마지막으로 한 합만 해보는 거 어때?"
상대방은 다소 지친 듯 보였지만, 소라의 제안을 두고 눈에 띄게 고민하는 눈치였다.
"좋아! 할래요."
그러고 나서 바로 받아들였기에 의미는 없지만, 고민은 했다. 마지막에 마지막에 상대가 꺼내든 것은, 카람빗이 연상되는 휘어진 칼날을 한 한손검 형태의 무기였다. 아니면 그냥 크기만 커진 카람빗이라도 해도 좋을 것이다.
"이걸로 딱 한 합이에요!"
3, 2… 1.
0.
경기는 끝났다. 소라는 세이버를 손에서 놓친 채로, 상대와 엇갈려서 등을 등지고 있었다. 패튼 검술이 본래는 마상용이였단 걸 귀담아 들었던 상대가 소라의 발 쪽을 공격해서 틈을 만들고, 칼을 튕겨서 날려 보낸 탓이였다.
"…내가 졌네. 그쪽은 멀쩡하지?"
그러나 소라의 대답이 무색하게 상대방은 소라가 뒤를 돌아보는 순간 산산조각나서 무너졌다. 머리와 상반신 일부를 제외하고는 인간의 형체를 잃고 광물질 조각으로 나뉘어진 상대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소라의 말을 부정한다.
"전혀요! 그쪽이 이긴 거 같아요. 재밌었어요!"
상대가 조각난 몸을 조립하는 사이, 소라는 소독약을 바르고 솜으로 긁힌 곳을 대강 닦는다. 나머지 처치는 바 안에 들어가서 효린이 해 주는 것이 나을 것이다.
"위험할 거 같으면 저한테 넘겼어야죠."
"시작할 때 말했잖아. 자기는 칼 쓰는 건 익숙하지 않다고."
소라는 창이를 지그시 바라보며 단정짓듯 말한다.
"저쪽이 칼 말고 다른 걸 적극적으로 썼으면, 그게 더 위험했을걸요?"
"그럼 난 형식 없이 개싸움을 한단 거네?"
"당연하죠!"
"뒤진다 진짜!"
창이와 소라가 투닥거리는 사이, 어느센가 몸을 추스르고 다시 들어오기 전처럼 단정하게 차려입은 상대방이 소라의 앞에 서 있었다.
"오늘 진짜 재밌었어요! 다음에 또 와도… 아, 그쪽 성함이 어떻게 되나요?"
상대방은 궁금해하는 눈치로 소라의 이름을 물어봤고, 소라는 별다른 망설임 없이 대답해줬다. 순수하게 실력을 뽐내고 승리까지 따낸 상황이여서 기분이 몹시 좋은 것이 영향이 클 것이였다.
"한소라. 그러는 그쪽은?"
"최서연입니다. 다음에 또 와도, 문제없겠죠?"
상대방은 인사와 함께 문을 닫고 나간다. 멋을 부린답시고 뒤로 나가다 문지방에 머리를 찧어서 머리가 반쯤 부서지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어찌저찌 해결하고 나갈 수 있었다.
"문제 있으니까 다시는 오지 마요!"
"네!"
"거따가 대답하라고 한 적 없거든요!"
반쯤 붙은 뒤통수를 향해서 괜히 화를 내던 창이까지 문 앞에서 돌아가고 나서야. 오늘 톨링 벨의 저녁은 끝이 났다.
"응, 조장님. 나 사고 안 쳤어. 뭐? 못 믿겠다고? 아니야! 나 그냥 바에서 술 먹고 온 거 뿐이라니까."
이와는 반대로 최서연, 아니. 별구름의 전화기는 가는 길에도 꽤나 시끄러웠지만.
"애초에 지치지도 취하지도 않는데 뭔 바냐고? 기분 내는 거잖아! 기분! …경비 확인한다고? 제발 한 번만 봐주라. 응?"
그래도 톨링 벨에서의 추억을 만들고 갈 수 있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 돈 많이 안 썼다고!!"
아니라면 아닌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