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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고기 냄새가 진동한다. 사방에서 냄새를 맡고 몰려든 벌레떼가 시끄럽게 날아다닌다. 몇 놈은 썩은 게 아니라 신선한 고기가 먹고 싶은지 내 몸에 들러붙는다. 숨을 쉬는 것도 눈을 뜨는 것도 고통스럽다. 하지만 멈출 순 없다. 손에 들고 있는 가방을 돌려 뒤집는다. 고깃덩어리가 나왔다. 적당한 곳에 집어던지고 다시 가방을 돌린다. 고깃덩어리가 나왔다. 고깃덩어리가 나왔다.
고깃덩어리가 나왔다. 사람은 한 가지 일에 오랫동안 집중하지 못한다. 집중을 잘 하는 원숭이는 열매와 벌레에 집중하다가 호랑이에게 잡아먹혔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고깃덩어리가 나왔다. 지금도 이렇게 중요한 일을 하면서 자연선택에 관한 잡생각이나 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게 꼭 나쁜 일만은 아니다. 좋은 일과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은 나쁜 일과 하찮은 일에도 집중할 수 없다는 의미니까. 고깃덩어리가 나왔다. 썩은 냄새나 물어뜯는 벌레나 연쇄 토막 살인나 뭐 그런 것들. 그런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간 정작 중요한 일은 하나도 못 할 거다. 고깃덩어리가 나왔다.
고깃덩어리가 나왔다. 고깃덩어리가 나왔다. 왼발- 고깃덩어리가 나왔다. 점점 집중이 흐트러진다. 이렇게 또 헷갈리면 곤란하니 잠시 가방을 내려놓고 눈을 감는다. 금세 머릿속이 온갖 생각으로 넘쳐난다. 이 잠깐의 휴식을 행복한 생각에 잠겨 보내고 싶지만 대신 슬픈 생각이 쉴 틈 없이 쏟아진다. 이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일까? 그럴 것 같다. 어디서 호랑이가 나오는지를 기억하는 원숭이가 어디에 열매와 벌레가 잔뜩 있는지를 기억하는 원숭이보다 덜 잡아먹혔을 테니까. 이것도 자연선택. 그놈의 자연선택.
그 애가 죽은 것도 자연선택일까? 아닐 거다. 토막 살인이 벌어진다고 해서 미래에 토막 살인을 견뎌낼 수 있는 인간이 탄생할리가 없다. 그럼 뭐였을까? 그냥 개죽음이었나? 하나 뿐인 자식이 놀러 나갔다가 머리만 돌아왔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경찰들도 그 의미를 알 수가 없었는지 이제는 내 자식을 찾으려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다. 대체 얼마나 지났다고. 쓸데없는 거 찾으며 낭비할 시간은 넘쳐나는 놈들이. 못난 것들. 역한 것들. 고깃덩어리들.
숨을 내쉰다. 다시 눈을 뜨고 가방을 든다. 충분히 쉬었다. 이제 잡생각은 멈추자. 제발 중요한 일에 집중하자. 하나 뿐인 자식이 차갑고 습한 냉동고 안에서 기다리고 있다. 되찾아주자. 그리고 따뜻하고 건조한 곳으로 보내주자. 다시 가방을 돌려 뒤집는다. 고깃덩어리가 나왔다. 고깃덩어리가 나왔다. 고깃덩어리가 나왔다. 고깃-
오른팔이 나왔다. 거의 다 됐어. 조금만 더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