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알프스 산맥을 가득 채울 정도로 큰 홍수가 들이닥친다.
굽이치는 노란 파도가 북해부터 알프스 산맥의 북쪽 지역까지 밀려와 전 유럽 대륙을 뒤덮는다. 공포와 혼돈의 도가니이다.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도처에서 들려오며 곧이어 시체가 켜켜이 쌓인다.
저 멀리 하늘에서 한 성인이 파도를 몰며 나를 향해 다가온다. 그는 양탄자를 타고 머리에 항아리를 이고 있었으며 마치 명상하듯 눈을 내리깔고 아무런 감정도 없이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의 등 뒤로 거대한 불타는 태양이 천천히 떠오른다. 가운데에 붉은 십자가가 박힌 태양은 모든 것을 태워버릴 기세로 화염을 내뿜는다. 태양은 성인의 헤일로 처럼 그의 등 뒤로 올라오며 곧이어 하늘을 가득 메울 정도로 커진다.
나는 거의 2시간 동안 지속된 그 광경에 진이 빠지고 넋을 잃고 여행길에 챙겨가려던 담요를 뒤집어쓴 채로 벌벌 떨었다. 그리고 곧이어 그 태양의 열기와 홍수의 냉기가 가시고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거실의 한복판에 웅크리고 있었다.
나: 이것은 무엇이지?
시대의 정신: 유럽을 휩쓰는 노란 홍수이다. 곧, 혼돈이 있으리라.
깊은 곳의 정신: 그리고 이는 너의 본질이자 저주이다. 곧, 고통이 있으리라.
나: 그렇다면 난 그 저주를 받아 삼키겠다. 곧, 깨달음이 있으리라.
그러자 태양이 꺼지고 세계는 얼음으로 뒤덮였다.
1913년 10월의 일이었다.
1. 요람 레푸기움
불리었든, 불리지 않았든, 신은 존재한다.
2. 익시온의 수레바퀴
익시온은 헤라에게 흑심을 품은 죄로 불타는 바큇살에 매달려 영원히 돌아가는 형벌을 받는다.
3. 영웅을 모으다
이아손은 황금양털을 얻기 위해 여러 영웅들을 모아 아르곤 호에 오른다.
4. 공허감
타르타로스의 구덩이는 무한히 깊고 넓어서 그 무엇도 그것을 채울 수 없었다.
5. 하늘이 열리다
칼리의 시대가 도래할 때 세계는 탐욕과 분노와 불신으로 가득 찬다.
6. 폭풍우 속에서
신들이 일으킬 홍수에 맞서 우트나파쉬팀은 방주를 짓는다.
7. 광야에서 해메다
나자렛의 예수는 광야에서 40일을 헤매며 악의 유혹을 받는다. 그는 악의 유혹을 견뎌냈지만 선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다.
8. 보탄의 군대
보탄은 발키리를 부려 죽은 이들의 혼을 모은 불사의 군대를 만든다.
9. 일출
태양 아래 만물은 조화를 이룬다, 하지만 일식의 때에는 달이 그것을 가려버린다.
10. 마지막 요람
나는 내가 선택한 사람이다. 나는 내가 되고자 한 사람이다.
E. 에필로그
크레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