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말한다. 언제나 말한다. 그리고 또 다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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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 소식 들었냐?"
"무슨 소식?"
"또 뭔 일 있어?"

동료와 자판기 앞에 서서 커피를 홀짝이던 연구원이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부장 걔 또 까였다더라."
"또? 몇 번째냐……."
"셀 수도 없지."
"요번으로 딱 열 번째일걸?"
"지지리도 불쌍하네."

고개를 저으며 혀를 차는 그의 모습에 옆에 동료는 피식 웃었다.

"불쌍하긴? 그 자식 노이로제 생각하면 이제 또 우리한테 화풀이 할 텐데."
"불쌍한 건 우리지."
"아……. 그렇겠네, 젠장."

그 말에 그는 얼굴에 한가득 '나 짜증 나요'를 담은 표정을 짓고 머리를 벅벅 긁어내고는 남은 커피를 입안에 털어넣었다.

"야근인가?"
"야근이겠지."
"그렇겠지?"

그렇게 직장 동료 간의 친목과 화합을 위한 상관의 뒷담화를 두런두런 나누기 시작했을 때, 뒤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너희 둘! 뭐해!"
"양반은 못되네."
"야 더 까이기 전에 가자."

세 명은 그렇게 키득거리며 얼굴을 가득 찌푸린 그들의 상관을 따라 격리실로 갔다.


"오늘은 뭐가 올까나~"
"글쎄요."
"뭐라고?"

갑작스런 연구원의 혼잣말에 상관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네?"
"방금 뭐라 중얼거렸잖아."
"뭐라고 묻지 않으셨어요?"
"그런 적 없는데. 어디 아프냐?"

자신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상관의 시선을 받으며 갸웃거렸다. 연구원은 분명 뭔가 있었던 거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뭐 잠깐 졸았겠지, 하며 무시하기로 했다.

"……기분 탓인가?"
"그나저나 오늘 실험 내용 뭐냐?"

가죽 의자에 눕듯이 앉은 상관이 핸드폰 게임 화면에서 눈도 떼지 않고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네? 아, 그냥 평소랑 같죠. 뭐가 다른지, 뭐가 아닌지 알 때까지 D계급 들여보내고, 묻고, 다시 들여보내고, 묻고…."
"들이고, 데려다 묻고, 다시 들이고, 다시 데려다 묻고."

그게 자신들에게 물은 말인 걸 한참 지나서야 알아챈 연구원이 지루하다는 듯 말했다. 삐딱하게 말했다고 잔소리할 만 하지만 '이쪽'팀은 매일매일 같은 짓을 몇 년이나 사람이 바뀌어가며 반복하는 게 얼마나 할 짓 못 되는지는 상관 본인도 알았고, 굳이 선인이 아닌 일반적인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저 넘어갔을 문제.

하지만 그 상관은 지금 정상적인 마음씨가 아니었다는게 문제였다.

"…너 지금 반항하냐?"

바로 방금, 자신의 기획안이 위쪽에서 무시되고 온 그는 자신의 짜증과 스트레스를 해소할 지점을 찾았고, 일부러 얼굴에 짜증을 담아서 으르렁댔다.
물론 짜증이 난 것도 사실이었고.

"대답 참 똑바르게 한다 너?"
"네? 아니 그게 아니라……."
"얼씨구 이젠 말대꾸까지 해? 이러다 네가 나한테 명령내리고 지시하겠다?"
"…죄송합니다."

미친개에게 물리면 답도 없다는 걸 그도 알기에, 이 부당한 잔소리를 그냥 넘기기로 했다.

"내가 뭐 하나 물어보는 게 그렇게 기분 나빴냐? 뭐, D계급을……."

반쯤 소리 지르다시피 잔소리를 해대던 그는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그 모습에 잔소리를 듣던 연구원과 휘말리지 않으려고 열심히 일하는 척하던 그의 동료가 상관의 얼굴을 쳐다봤다.

"D계급을……. 어?"

그는 짜증을 담은 표정이 멍청하게 풀어지며 뭔가를 열심히 생각해 내려는 듯 미간을 모았다. 이랬든 저랬든 얼굴이 찌푸려져 있는 건 같았고, 그 못생김을 정면으로 받고있는 연구원은 얼른 이 상황을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에 물었다.

"왜 그러세요?"
"……자네가 아까 뭐라 했었지?"
"네? 어… 어라?"

그 말에 연구원도 그 못생긴 표정을 따라 짓게 되었고, 연구원의 동료는 그 모습을 옆에서 바라보며 썩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못생긴 표정을 짓고서 고민에 빠졌다.
"푸훕. 셋 다 같은 표정."
그리고 그 긴 침묵을 깬것은 상관이였다.

"자네 뭔 생각을 하고 있나?"
"…네? 아까 질문……."

상관의 물음에 왜 그러냐는 말투로 대답을 하려던 연구원이 말끝을 흐렸다.

"질문? 무슨질문?"
"아까…… 어?"

아까와 같이 열심히 뭔가를 생각해 내려는 표정을 짓는 연구원을 바라보며 상관이 말했다.

"그나저나, 오늘 실험 내용 뭐냐?"

연구원은 머릿속으로 아무리 고민해 봐도 답이 안 나오던지 상관의 말에 머릿속에 잇는 안개를 털어내기 포기하고, 안개와 그 안에 가려진 것들은 한번에 싸잡아 버려버린 뒤 상관을 바라봤다. 그리고 너무나도 당연한 의문을 되물었다.

"무슨 실험이요?"
"무슨 실험이긴."
"우리가 관리 중인 거 있잖아."
"평생 기억하지 못할 거."

왜 그런 질문을 하냐는 듯 상관은 연구원의 말에 핀잔을 주었다. 그 말을 들은 둘의 대화를 모른체 듣고잇던 동료 연구원은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관리 중이던 거……?"하는 작은 중얼거림을 둘은 듣지 못하고 둘만의 대화를 이어갔다.

"우리가 관리 중이던 거라뇨? 뭐 있었나요?"

옆에서 그들을 바라보며 같이 이야기하던 ███는 연구실을 나왔다.
그 말에 상관이 짜증 내며 말을 하려고 입을 열었다가 그 모습 그대로 멈추었다.
연구실을 나온 ███는 커다란 방, 자신이 있어야 할 방을 바라보았다.
아까와 같은 벙찐 얼굴을 만든 그는 잠시 '어…'하는 바보같은 소리를 내었다.
███는 그 방을 들어서며 중얼거렸다.
"다시 이곳이네."
그 때 옆에서 방관하던 동료 연구원이 한 수첩을 가져왔다.

"부장님 여기 이런 메모가……."
"어? 뭔데? '갑자기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을 때 읽어볼 것.'? 뭐야, 이런 일이 있을 거라 알고 있었던 것처럼……."

있는 가득 투덜거리며 수첩을 받아 든 그는 메모지를 한 장 넘겨서 읽어보았다.

"내가 있어야 할 곳."

갑자기 무슨 대화를 하고 있었는지, 혹은 무슨 행동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을걸세.
그리고 자네들의 담당 관리상 그런 일은 필수에 가깝지.
그래서 이 메모를 남기네.

자네들은 한 SCP개체의 격리와 연구를 맡고 있네.
지금 자네들의 상태 또한 그 SCP의 특성 때문이지.
자네가 이런 상황이 올 때마다 아래에 횟수를 표시해 두게. 아마 자네는 기억 안 나지만 몇십번의 표시가 있을 거야.
전부 자네가 표시한 거일 테니 이상하더라도 횟수를 하나 더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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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렇게 많아?"

자네가 담당한 SCP는

그 방 위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SCP-055일세.

SCP-055 격리실

자세한 건 해당 문서를 참고하게나. 자네들 모두 열람 권한이 있을테니.

SCP-055는 자신의 격리실에 들어가서 쭈그려 앉고는 중얼거렸다.
"…무리인거 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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