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에세이는 특정 주제의 SCP 명작선을 만듦으로서 독자들의 SCP 재단에 대한 이해와 흥미를 넓힐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며,
이것이 입문자를 위한 발판인 동시에 읽을 만한 오락거리로 기능할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인간형 SCP 명작선
미숙한 작가가 건드리면 최악의 형태로 완성되곤 하는 인간형 SCP. 그만큼 인간형 SCP에는 다른 SCP들보다 더욱 높은 기준이 요구되곤 한다.
인간, 또는 인간과 유사한 존재가 주체로 등장하는 SCP만 선정.
I
SCP-2188 - 호아킨 파블로 이스키에르도 데 산 펠리페의 삶과 시대
이스키에르도라는 남성과 한 마을 사이에 맺어진 변칙적인 관계. 이스키에르도의 생각과 행동이 마을 전체에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게 된다. 이 현상의 비밀 감독자로 파견된 에스키벨 요원은 의도대로 이스키에르도와 친분을 맺지만, 예상치 못한 소동에 휘말리며 둘은 서로의 삶과 시대, 그리고 예술을 나누게 된다.
격리를 위해 얻어낸 호의였지만 그것이 점점 돌이킬 수 없이 유쾌한 우정으로 발전하고, 이윽고는 격리를 위해서가 아닌 우정을 위해서 친구의 곁을 지키게 된다. 다른 SCP들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특유의 유쾌함과 감동은 SCP-2188만의 특징이다.
SCP-5031 - 또 살인 괴물이야
지성이 없다고 여겨지던 유사 인간형 생물체. 새로 부임한 선임연구원은 아무런 조치도 없이 격리실에 방치된 이 SCP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여기게 되고, SCP-5031에게 음악, 놀이, 요리, 언어 등을 노출시키는 실험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결말을 맞이한다.
몰개성한 괴물의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그 한계를 허무는 방법 역시 잘 보여주는 SCP. 작가는 작품 외적/내적인 공간에서 동시에 한 살인 괴물을 격리실 바깥으로 끌어냄으로서 이 괴물이 무언가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SCP-4455 - "요컨대…"
논리적 인과과정을 무시하고 서술을 매우 짧게 요약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간 남성. SCP-4455는 탈출했다.
단순한 초능력자 SCP를 쓰는 건 피하라는 권고에 자극받은 작가가 써낸 극도로 참신한 초능력자 SCP. 서사 압축이라는 사기적인 능력을 이용한 재치 있는 서사로 가끔은 뻔뻔해지는 것도 방법이라는 걸 알려준다.
SCP-2800 - 선인장맨
몸에서 가시가 솟아나고 광합성을 할 수 있는 등 선인장의 물리적 특성과 일치하는 능력을 가진 인간 남성. 남을 돕고자 하는 열망이 높으나 만성적인 우울증, 영웅 증후군을 비롯한 정신병과 무능함 때문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미숙한 작가들에게 피하라고 권고되는 초능력자 SCP의 전형을 비꼬면서 동시에 모범적인 인간형 SCP의 전형을 완성한다. 선인장맨이 동경하거나 경외할 만한 히어로는 아니지만, 이 어설픈 슈퍼히어로를 연민하고 그에게 빠지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SCP-1915 - 현재 상태
현실 조작으로 주변의 구조물과 인간의 정신을 자기 일상의 일부로 변화시키는 능력을 가진 인간 남성. 본인은 이 능력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 때문에 자신의 인생에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현재 상태를 끝없이 유지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다.
개인적으로 아주 공포스럽다고 느끼는 SCP. 어떠한 일탈도 개입의 여지가 없는 일상은 저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재단의 장갑차를 버스로 바꾸고, 격리실을 거주하던 아파트로 바꾸는 등의 연출이 현장감과 재미를 더한다.
SCP-650-JP - 인간 말종인, 꼭두각시
뇌 전기 신호, 심장 박동 등 인간의 육체에서 이루어지는 거의 모든 운동을 초당 286 프레임의 현실 조작으로 모방해서 움직이는 무언가. 이 모방을 그만두더라도 생존에 전혀 지장이 없다. 이 존재는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 현실조작으로 인간을 모방한 무언가라는 사실을 출생 30년 뒤에야 깨닫게 되고 재단에 자진해서 격리된다.
인간의 정의를 되묻게 하는 참신한 발상과 그것을 발전시키는 뛰어난 필력이 돋보이는 SCP. 부록인 SCP-650-JP의 진술에 많은 비중을 두고있다.
SCP-4666 - 율맨
이례적으로 오랫동안 살아온 기원 불명의 인간형 독립체. 크리스마스 기간에만 활동하며, 가택에 침입해 일가족을 몰살하고 아동을 유괴해 가거나, 아이의 침대 발치에 아동의 신체로 만든 조악한 장난감을 두고 간다.
산타 비틀기의 성공적인 사례 중 하나. 보고서에 상세히 묘사된 SCP-4666의 역사는 읽는 것만으로 생생한 고문과 학대의 현장을 떠올리게 한다. 사이트에서 가장 뛰어난 호러 SCP 중 하나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SCP-3009 - 안녕 나는 너의 스냅플갱어야!
자신이 스냅챗 계정 안에 갇힌 스테이시 리라는 소녀라고 주장하는 변칙적인 스냅챗 계정. 이 SCP는 현실에 실재하는 스테이시 리와 함께 재단에 구류되어 어느 쪽이 진짜 스테이시 리인지를 밝히는 실험을 받게 되지만, 실험은 명쾌한 답보다는 어느 한 쪽의 혼란만을 가져오게 된다.
이 SCP가 조금씩 던져주는 단서는 무언가를 말해주려 하는 것 같으나 결국 증거는 두 방향 모두를 가리킨다. '재단 안에 격리된 평범한 인간'으로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의 가장 뛰어난 예시 중 하나.
II
SCP-1487 - 아름다운 뼈
살아있는 유기체에서 내부 골격을 제외한 어떤 부분도 인지하거나 상호작용할 수 없는 15세의 인간 여성. 사람과 눈을 맞추는 대신 텅 빈 안와를 봐야 하고, 살을 맞대는 대신 뼈와 부딪혀야 한다는 현실은 비극적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이 소녀에겐 그렇지 않다. 그러나 공포는 예기치 못한 곳에서 찾아온다.
괴이한 변칙 능력과 그에 못지 않게 괴상한 취향을 가진 소녀와의 면담으로 섬뜩한 이야기를 엮어낸 SCP. 독자들은 뼈와 관절만으로 조립된 세상에 시선을 빼앗기겠지만, 그랬다간 살가죽을 뒤집어쓴 진짜 공포를 놓치게 될지도 모른다.
SCP-1520 - 큰스님
극도로 건조 및 탈수된 상태로 400년 이상을 살아온 승려. 열반에 이르기를 기다리며 수백년간 참선을 해온 그였지만, 그런 그에게도 속세에 떨쳐내고 오지 못한 번뇌가 남아있었다. 그를 격리 하에 두고있던 재단은 그의 작은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 하나 까딱 않고 오직 속삭이기만 할 수 있는 SCP지만, 독자의 심금을 건드리는 데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SCP가 반드시 위험하거나 겁을 줘야 할 필요는 없고, 심지어는 행동을 취하지 않아도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SCP-3043 - 머피 로의… 살인자여 타자기로 3043을 쳐라!
SCP-3143 - 머피 로의… 재단은 언제나 벨을 두 번 울린다!
허구내부적 구조, 또는 양복과 중절모를 걸친 음주벽 있는 현실도피성 판타지, 또는 그저 머피 로, 무엇이든 잘못된 것이 있다면 당신이 부를 수 있는 그런 남자. 재단은 길바닥에 코를 처박고 굶주리고 학대당한 개처럼 그의 뒤를 쫓지만, 피와 화약의 냄새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궐련과 싸구려 술 냄새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머피 로라는 형이초학적 존재의 행적을 따라가는 연작. 누아르 영화의 각본과 재단 보고서를 넘나드는 과감하고 색다른 형식 파괴로 사이트 내에서 독보적인 작품적 위치를 차지한다.
SCP-340-KO - 얼간이 5형제
한국 전통 공연장에서 나타나는 5명의 인간형 독립체. 방청석에 있는 인원을 불러내어 누구나 기본적으로 알고있을 법한 문제를 내고, 맞추면 똑똑한 척을 한다며 뭉둥이로 패 죽이고 맞추지 못하면 "얼간이" 칭호를 주며 일시적으로 지능을 잔뜩 떨어트린다.
익살 넘치는 면담 기록이 특히 볼만한 SCP. 실소와 폭소를 오가는 만담을 즐길 수 있다. 익살 뒤에 숨겨진 살의가 섬뜩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SCP-1504 - 조 슈모
해를 입히거나 죽이는 게 불가능한 인간 남성. SCP-1504가 수행하는 모든 행동은 그와 무관하도록 상황에 대한 짐작으로서만 받아들여진다. 어찌 보면 자유롭고 전능하다고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지만, 실제로 그에게 주어진 건 권태와 고독 뿐이다.
단순한 방식으로 쓰였다면 몰개성하고 터무니 없이 강하기만 한 인간형 SCP로 남았겠지만, 서사에 변주를 가함으로서 개성 있는 수작으로 남은 SCP. 작가는 만능감에 취한 이야기 대신 고독감과 분노를 토해내는 이야기를 택한다.
SCP-2090 - 잠재적 XK 팀 던컨
팀 던컨이라는 이름으로 프로 농구 팀에서 활약한 현실조작 인간형 독립체. 수많은 세계선의 재단이 이 독립체의 신격화를 막지 못해 궤멸했으나, 그들이 남겨준 정보를 바탕으로 우리 세계선의 재단은 던컨을 막을 수 있는 의식을 완성한다. 그 의식의 명칭은 이름하야, 규악 올라말리즈틀리-5.
널리 알려진 실존 인물과 스포츠 종목을 소재로 사용해 세계의 존망을 건 이야기를 써낸 SCP. 거대한 규모의 이야기를 친숙한 소재와 엮어 헛웃음이 터질만큼 능청스럽게 살려낸다.
SCP-2599 - 만족스럽지 못한
자신에게 내려진 어떤 명령도 불복종할 수 없고, 내려진 지시를 절대 완벽하게 수행할 수 없는 변칙성을 가진 14세 한국계 여성. 지시를 만족스럽지 못하게 수행하는 과정에서 물리법칙을 위배하고, 현실을 바꾸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아동이 강압적인 명령을 받을 때 느끼는 불안을 변칙 능력의 형태로 그려낸 SCP. 작가가 어떻게 엑스맨 신드롬을 피해가고 독자에게서 연민을 끌어내는지 인간형 SCP를 처음 써보는 작가라면 주의 깊게 읽어볼 필요가 있다.
SCP-4498 - 일라이어스 쇼는 단수가 아니다
사고에 휘말려 일라이어스 쇼 박사의 의식을 가진 상태로 제53기지에 격리되어 있는 325개체 이상의 남성, 여성, 동물, 변칙개체 집단. 수백명의 쇼들이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해 미쳐 날뛰고, 좋지 않은 때에 기지를 방문한 재단의 요원과 박사들은 이 폭동에 휩쓸린다.
SCP 재단의 클래식 캐릭터들을 적극 활용하려는 djkaktus의 SCP-4444에 뒤이은 성공적인 시도. 정신 없이 쏟아지는 유머로 숨 돌릴 틈도 주지 않는다. 과연 소동은 행복한 결말을 맞을 수 있을 것인지?
크리쳐 SCP 명작선
SCP 재단은 SCP-173이라는 크리쳐 SCP 하나에서 시작되었고, 이후로도 수많은 괴물딱지들이 태어나 사이트를 지탱해주고 있다.
변칙적 생물이 주체로 등장하는 SCP만 선정.
I
SCP-3199 - 인간, 반박됨
인간과 닭을 섞어놓은 듯한 외형의 포식성 생물 종. 가공할 번식 능력과 언제나 최소 한 마리의 생존을 보장하는 생물학적 특성이 겹쳐져 세계멸망 시나리오를 우려할 수준의 위협이 된다.
이제는 수가 적어진 클래식한 괴물 SCP의 3000번대에서의 부활. 초창기의 괴물을 다루는 방식에서 질적으로 더 발전한 면을 엿볼 수 있다. 스스로에 대한 훌륭한 시각 자료와 서술을 완성하고, 추가적인 서사 없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인 괴물을 만들어 낸다.
SCP-096 - 부끄럼쟁이
변칙적이고 기형적인 신체를 가진 인간형 생물체. 직접 보건 영상이나 사진으로 보건 누군가가 자신의 얼굴을 보게 되면 거리에 상관없이 달려가서 죽여버린다.
가장 고전적인 작품 중 하나로 취급되는 SCP. 크리쳐 SCP 중에서는 특히나 더 그렇다. 설명과 부록 모두 이 괴물을 존재 하나만으로도 공포스러운 존재로 완성시키고, 거기에 설득력을 더하는 서사까지 용접한다.
SCP-4781 - 신맛 딜향
민달팽이의 변칙적인 아종. 보통의 복족류와 다르게 식초에서 자양분을 찾으며, 자신을 피클로 오인하도록 만드는 인식재해를 가지고 있다.
단순하고 노골적인 전략을 사용했지만, 그만큼 의도된 효과는 확실한 SCP.
SCP-3000 - 아난타셰샤
심해에 서식하는 거대한 바다뱀 같은 개체. 마주친 이의 기억을 먹어치우고 농락하는 인식재해를 품고 있다. 바다 밑에 똬리 틀고 있던 SCP-3000과 조우한 재단은 시행착오 끝에 이 미지의 존재가 인류에게 대단히 유용한 자원이라는 걸 알게 되지만, 그 대가로 뱀의 아가리에 머리를 들이밀어야 한다는 사실 역시 알게 된다.
''공포"를 테마로 했던 3000 경연의 우승작. 사이트의 역사와 함께 했던 기억소거제라는 개연성 확보를 위한 설정에 자신만의 공포스러운 해설을 덧붙인다.
SCP-5031 - 또 살인 괴물이야
지성이 없다고 여겨지던 유사 인간형 생물체. 새로 부임한 선임연구원은 아무런 조치도 없이 격리실에 방치된 이 SCP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여기게 되고, SCP-5031에게 음악, 놀이, 요리, 언어 등을 노출시키는 실험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결말을 맞이한다.
몰개성한 괴물의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그 한계를 허무는 방법 역시 잘 보여주는 SCP. 작가는 작품 외적/내적인 공간에서 동시에 한 살인 괴물을 격리실 바깥으로 끌어냄으로서 이 괴물이 무언가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SCP-3700 - 전투조류
북해의 3제도를 포함하는 직경 800km의 해역. 이 해역에서 매년 SCP-3700-1과 SCP-3700-2로 명명된 거대한 변칙적 생물 두 마리가 결투를 벌이며, 어느 쪽이 이기냐에 따라 이 구역의 환경이 변화한다. SCP-3700-1이 이기는 쪽이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기에 재단은 이 개체를 도와 결투에 참전한다.
SCP들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박진감 넘치는 전투 장면이 돋보이는 SCP. 재단이 SCP와 협력해서 다른 SCP와 싸우는 구도 또한 특이하다. 여러모로 색다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작품.
SCP-3456 - 오크니의 기수
말의 몸체에 말머리 외에 하나 또는 복수의 인간 몸통이 붙어있는 네발동물 집단. 전쟁, 테러, 자연재해 등이 발생한 장소에 나타난 뒤 마주친 인간들을 생포하고 사라진다. 재래 무기가 통하지 않으며, 지능도 높아 위협적이지만 민물로 된 경계를 건너지 못하는 약점이 있다.
누켈라비(nuckelavee)라는 오크니 제도의 전설에 등장하는 악마를 모티브로 한 SCP. 기존에 존재하는 괴담, 전설, 신화에 의존하는 SCP는 미숙하게 쓰여지면 어설픈 담습 밖에 되지 않지만, 이 SCP는 그 작업을 훌륭하게 해낸다. SCP-3456과 조우한 기록들의 현장감과 공포가 대단하다.
002~999번대 고전 SCP 명작선
SCP 재단이라는 사이트가 7000번대까지 도달하며 이루어낸 양적, 질적인 성장은 놀라운 수준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게 초창기의 선구적인 명작들 덕분임은 분명하다.
요즘 기준으로 평가해도 모자람 없는 작품성, 역사적 의의, 그리고 개인적 선호를 기준으로 선정.
I
SCP-173 - 조각상
철근 콘크리트 조각상. 시야 범위 내에 있을 때는 멈춰있지만, 눈을 깜빡이는 등 시선이 끊어진다면 적대적으로 돌변해 공격한다.
최초의 SCP. 보고서 형태의 서술 방식을 제시하고 현재의 SCP 재단이라는 사이트의 기반이 되었다. 역사성 측면에서 그 어떤 SCP보다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SCP-055 - [정체불명]
"자기보호적 비밀" 또는 "항밈". 물리적 형태, 특성, 행태, 기원에 대한 모든 정보가 자가보안 처리되어 어떤 형태로든 이 SCP를 기록하려는 시도는 모두 실패했다. 유일하게 가능한 기록은 SCP-055가 무엇이 아닌지에 대해 기록하는 것.
효과적인 검열의 고전인 동시에 "항밈" 설정의 기원. SCP-055의 작가는 이후에도 항밈을 적극 활용하여 항밈학과 연작을 쓰는 등 사이트에 뛰어난 기여를 남겼다.
SCP-049 - 흑사병 의사
중세 흑사병 의사 모습을 한 인간형 독립체. 피부 접촉만으로 유기체의 생물학적 기능을 멈출 수 있다. 본인이 "역병"이라 부르는 것에 대해 강한 집착을 보이며, 죽은 생물을 수술해 조악하게 되살리는 것을 치료라고 주장한다.
사이트의 역사와 함께한 작품이지만 2018년에 리메이크되어 더 이상 오래된 고전은 아니게 되었다. 그래도 명성과 개인적 선호를 고려해 선정. 전면적 재작성을 거쳐 구판의 대표적 특징은 보존한 채로 풍부한 서사와 캐릭터성을 가진 SCP로 재탄생했다. 유튜버 볼건을 기용한 호화로운 면담 음성 기록은 덤.
SCP-882 - 기계
여러 금속의 합금으로 된 기계 부품들이 무작위적으로 얽혀있는 물체. 금속이 접촉하면 영구적으로 부착되어 부품의 일부가 된다. 주변 사람들에게 금속음의 환청을 유발하며 금속을 넣어야만 환청을 약화시키는 식으로 금속을 바치는 걸 부추긴다.
전통의 요주의 단체 "부서진 신의 교단"의 기원. 이런 역사적 의미를 제하고도 작품의 퀄리티가 아주 뛰어나다. 특히 SCP-882의 하이라이트인 '면담 기록 882-1'은 왜 이 SCP가 고전인지를 알게 해줄만큼 생생한 폭력과 광기의 현장을 보여준다.
SCP-835 - 말소된 데이터 공개
무게가 8톤에 달하는 산호를 닮은 거대한 원통형 해양 고착 생물. 점액과 촉수로 자신을 고정하며, 하루에 몇번씩 표면에서 덜 소화된 물질, 배설물, 정액으로 구성된 반액체 물질을 배출한다. 이 물질은 몇 종류의 바이러스, 기생충, 그리고 치명적인 세균을 포함한다.
검열을 탁월한 방식으로 역이용한 SCP. 본문에 수많은 [데이터 말소]가 내용을 절묘하게 가리고 있는데, 문서 말미에 이 모든 검열을 공개하며 경악스러운 반전을 선사한다. 시간이 지나도 SCP-835 특유의 혐오스러움과 추악함은 풍화되지 않고 그 끔찍함을 더해가기만 한다.
SCP-096 - 부끄럼쟁이
변칙적이고 기형적인 신체를 가진 인간형 생물체. 직접 보건 영상이나 사진으로 보건 누군가가 자신의 얼굴을 보게 되면 거리에 상관없이 달려가서 죽여버린다.
가장 고전적인 작품 중 하나로 취급되는 SCP. 크리쳐 SCP 중에서는 특히나 더 그렇다. 설명과 부록 모두 이 괴물을 존재 하나만으로도 공포스러운 존재로 완성시키고, 거기에 설득력을 더하는 서사까지 용접한다.
SCP-455 - 화물선
칠레 남쪽 해안에 좌초되어 있는 화물선. 외부 선체의 크기를 훨씬 벗어난 내부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들어갈 시 수많은 시공간적 변칙과 시청각적 환상에 시달리게 된다.
탐사 기록이 중점인 SCP의 고전. 방대하고 공포스러운 탐사 기록에서 D계급 인원에서 기동특무부대까지 아우르는 재단 인원들의 어둡고 축축한 수난을 지켜볼 수 있다.
SCP-087 - 계단통
대학교 캠퍼스 내에 위치한 불 꺼진 층계참식 계단. 지질학적으로 불가능한 깊이까지 뻗어있어 끝이 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200m 아래까지 내려간 지점에서 울면서 애원하는 어린이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며, 매 탐사 때마다 정체불명의 존재가 재단의 발자취를 따라온다.
고전 중의 고전. 공포 요소의 적절한 배치, 흡입력 있는 필력, 상상력을 극한까지 자극하는 불길한 암시와 절묘한 검열이 더해져 사이트 최고의 호러 SCP 고전으로 자리매김한다.
SCP 재단이라는 사이트가 7000번대까지 도달하며 이루어낸 양적, 질적인 성장은 놀라운 수준이다. 그리고 이 모든 발전 뒤에 남겨진 초창기의 과도기적 작품들에도 배울 점은 존재한다.
요즘 기준으로 평가했을 때의 모자란 작품성, 역사적 의의, 그리고 개인적 불호를 기준으로 선정
I
SCP-529 - 반쪽고양이 조시
흉곽 뒤쪽 끝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 않는 고양이. 나머지는 지극히 비변칙적이다.
변칙개체 목록으로 가도 문제 없을만큼 심하게 단순한 내용, "조시"와 같은 잘못된 지칭, 특수 격리 절차의 허술함 등을 이유로 현재 사이트에 투고된다면 삭제될 것이 명백한 SCP. 여러모로 초창기의 지금보다 낮은 허들을 보여주는 항목이다.
SCP-054 - 물의 님프
인간 여성의 모습을 취하는 90L 정도의 물. 다른 형태로도 변할 수 있으며, 형태를 유지하고 움직이는 원리는 불명이다.
현재는 지양되는 방향으로 권고되는 "나쁜 재단"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SCP. 실험보다는 이유 없는 고문에 가까운 실험 기록들에는 현재 중요한 기준으로 평가받는 당위성과 개연성이 결여되어 있다.
SCP-500 - 만병통치제
작은 통에 들어있는 빨간 알약 여러개. 섭취하면 모든 병이 효과적으로 치료된다.
작성 당시에는 흥미를 끌만한 내용으로 평가받았지만, 현재에 와서는 빛이 바래어 역사적 의미 밖에 남지 않은 SCP. 대부분의 분량이 교차 실험에만 할애되어 볼거리가 심하게 부족하다.
SCP-999 - 간지럼 괴물
무정형의 오렌지색 점액 덩어리. 사람에게 친밀하게 행동하며, 표면에 접촉하면 즉시 행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일부 면에서 조시와 궤를 같이 하는 SCP. 특수 격리 절차와 설명이 애정이 묻어나오는 동시에 허술하고, 작품적으로 SCP-682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다.
종교 SCP 명작선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공포와 흥미는 예상되는 반응이다. 그러나 그것을 종교적인 경외로까지 승화시키는 건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종교적 형태를 취하거나, 종교적 요소를 차용하거나, 종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SCP만 선정.
I
SCP-3004 - 성충
특정 종교 내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변칙적인 사건들. 15세기의 한 드루이드 종교에서부터 현대의 기독교에까지 걸쳐서 모습을 드러냈으며, 매미와 연관된 폭력적인 의식의 형태를 띈다. 재단은 이 끈질긴 현상의 정체를 밝혀내고 세계에 미칠 위험 역시 알아차리지만, 그 위험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한 가지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
3000 경연 당시에 신성모독적인 내용으로 크리스천들의 혹평을 듣기도 한 SCP. 이 SCP의 가치는 매미신의 초월적인 공포보다도, 인류가 자신의 역사에서 얼마나 큰 부분을 포기해야 하는지와 그 결정을 납득시키는 데에 있다.
SCP-4960 - 재단이 수메르의 사랑의 여신을 깨우려고 야애니에 자금을 투자한 이유는?(또는, 내가 걱정을 멈추고 케데시-나나야를 사랑하는 법을 배운 건에 대하여)
청동기 시대의 섹스와 번식, 아름다움, 육체적 쾌락, 성적 여성성의 여신인 케데시-나나야의 현신. 이 여신이 제공하는 청동기 시대에 대한 통찰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케데시-나나야를 묘사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숭배자를 만들고 여신의 각성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역사"를 테마로 했던 4000 경연의 2위작. 경연 주제에 부합하게 청동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긴 역사를 가진 SCP이며, 그 역사는 재단의 기원까지도 건드린다.
SCP-3740 - 신은 신인데 병신
아시리아-바빌로니아의 공기의 신이자 아시리아 신들 중 으뜸인 아수르(Ashur). 순식간에 격리를 부술 힘을 가졌지만 아주 간단한 속임수나 손재주만 보아도 상대방을 자신과 동등한 신격체로 착각하기 때문에 격리가 매우 용이하다.
가장 평가가 높은 코미디 SCP 중 하나. 멍청한 신 하나를 속이기 위해 재단이 준비한 연극이 동시에 독자를 위한 훌륭한 코미디 쇼가 된다.
SCP-3250 - 지저스 프라이드 치킨
KFC의 "열한가지 비밀 허브와 양념"으로 조리된 치킨을 섭취한 자들에게 발생하는 지각적 변칙 현상. 모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묘사가 미국의 요식업자 샌더스 대령으로 대체되어 인식된다.
종교와 요식업 프렌차이즈를 괴상하게 조합한 SCP. 예수가 샌더스 대령으로 보이는 기이한 현상이 짧은 헤프닝에서부터 대규모 폭력 사태까지 다양한 사건을 일으키게 된다.
SCP-1846 - 옥수수 천사
신체 외부가 옥수수 잎으로 완전히 뒤덮인 인간 남성. 자신이 스르크나보트프라는 옥수수 신을 섬기는 천사라고 주장하며, 옥수수 신만이 유일신이고 사후세계에서 차지할 자리 역시 옥수수를 얼마나 생산하고 소비했는가로 결정된다는 진실을 이야기한다.
존재하는 신은 오직 옥수수 신 뿐이고, 심지어 그 신은 똑똑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는 황당한 이야기로 현실의 우연성을 꼬집는 SCP. 옥수수 천사는 신조차도 우연에 의해 결정된다는 냉소적인 농담을 던지고 있다.
세계멸망 SCP 명작선
과감한 상상력을 뻗어나가 전지구적 위험 이상으로 SCP를 확장하는 데에 성공한 작품들도 존재한다.
세계멸망을 주도하거나, 세계멸망 자체를 다루거나, 세계멸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SCP만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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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D. 로크의 제안 - 새벽이 밝아올 때
태양빛을 쬔 모든 생명이 녹아내리고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생명을 찾아 기어다니기 시작한다. 이 지옥도의 한 생존자는 구조 신호를 따라 동굴 속의 재단 기지로 발을 들이게 되고, 그 안에서 충격적인 이야기와 마주한다.
모두에게 친숙한 존재인 태양을 압도적인 공포의 대상으로 돌변시킨 SCP. 극도의 몰입감 조성을 위해 과감하게 형식을 파괴한 점이 여타 SCP들과 확연히 구분된다.
릴리의 제안 - 아름답게 저무는 세상
지구상의 모든 생명활동이 중지되기 직전에 발생하는 현상. 육지의 90%가 꽃으로 뒤덮이고 인류는 앞으로 일어날 일과 운명의 불가피함을 깨닫게 된다.
멸망 자체가 아닌 멸망 직전에 나타나는 징조를 다룬 SCP. 간결한 내용과 특유의 아련함으로 SCP-001의 다양성을 넓혀준다.
SCP-5000 - 왜?
작동하지 않는 기계수트. 손상되어 기본적인 파일 저장 기능만 남아있다. 보관된 파일에는 한 재단 인원의 기록만이 남아있는데, 그 안에서 재단이 인류 말살을 선포한 세계를 헤쳐나가는 그의 행적을 따라갈 수 있다.
"미스터리"를 테마로 한 5000 경연의 우승작. 지금까지의 n000번 작품들이 재단 세계관을 확장하는 데에 주목했다면, 5000은 그동안의 역사를 정리하고 고전에 경의를 표하는 역할에 주목한다. 그리고 모두가 궁금해하는 재단이 인류를 몰살하려 한 이유는…
SCP-3519 - 조용한 요즘
세상이 2019년 3월 5일에 멸망할 것이며, 그 전에 자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확신으로 이루어진 밈적 전염. 다섯째 교단의 방송을 기점으로 촉발된 이 전염은 재단과 GOC가 손을 써도 걷잡을 수 없는 지경까지 창궐하기 시작한다.
아주 단순한 내용의 밈을 기반으로 공포스러운 멸망의 과정을 그려낸 SCP. 각종 언론과 사적인 통신을 포함해서 보여주는 멸망의 과정은, 이미 종말의 날이 지났음에도 우리에게 세상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안겨준다.
SCP-4991 - > 이렇게 세상은 끝을 맞이한다. 대폭발이 아니라, 똥글과 함께 말이다.
2일 동안 주요 소셜 네트워크 웹 사이트들이 비실재 사건을 언급했던 사건. 주로 과증식하는 벌레들로 인한 피해를 언급했다. 이 기간 동안 게시된 모든 게시물들은 기존의 계정들이 올린 것이었다.
벌레지옥 연작의 일부. 세상을 뒤덮은 벌레 떼로 인한 고통스러운 종말을 각종 SNS 게시물을 통해 사실감 넘치게 묘사한다. 유머도 놓치지 않는다.
바디 호러 SCP 명작선
인체를 썰고, 부수고, 피를 흩뿌리는 전통적인 방식으로도 명작 SCP가 탄생할 수 있다. 물론 그것들을 우아하게 해내야겠지만.
바디 호러 장르와 연관이 깊은 SCP만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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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2030 - 웃 음은 즐겁 다
몰래카메라 TV 쇼의 형태로 나타나는 변칙 현상. 돌발적으로 기괴하고 충격적인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솔직한 반응을 보여준다. 출연자가 촬영 중에 심각한 신체적 위해나 심리적 외상을 입었어도, 쇼 진행자가 등장하기만 하면 모두가 웃으며 상황이 무마된다.
불가해하고 엽기적이지만 보는 것을 멈출 수 없는 에피소드들이 독자를 사로잡는 SCP. 결코 유쾌하지 않은 내용이지만 어느새 이 불쾌한 쇼의 애청자로 거듭나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SCP-221 - 강박 족집게
사용한 대상에게 집중적인 강박 장애를 유발하는 족집게. 사용자는 신체의 모든 털, 손발톱, 피부를 비롯한 외부 기관, 내장을 제거하고자 하게 된다.
단순한 변칙 개체와 그에 예상되는 실험 기록이 이어붙여진 SCP. 실험 기록이 당위성과 목적이 없는 고문에 가까워 보이긴 하지만, 관련 이야기는 대단히 인상적이다.
SCP-1048 - 건축가 곰
제한적인 지성을 가졌다고 여겨졌던 작은 곰인형. 기지 인원들에게 호감을 사며 경계심을 해제하고, 특정 재료로 자신의 복제품을 만드는 능력을 이용해 격리에서 탈출한다. 재료로는 인간의 귀, 태아, 금속이 사용된 바 있다.
적절한 이유 없이 귀엽다는 이유만으로 느슨한 격리 절차가 적용되는 경우들에 경종을 울리는 SCP. 아무리 곰인형의 형태라고 해도, 인간의 신체로 재구성된 창조물의 이미지는 혐오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SCP-1725 - 하인 가치 상승기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황동 상자. 내부에 들어간 사람에게 패션 악세사리 등을 모방한 신체 변형을 일으키는 9가지 설정의 다이얼이 달린 패널이 붙어있다.
요주의 단체 마셜 카터&다크의 성격을 간략히 보여주는 SCP. 극도로 고통스럽고 불안정한 신체 변형의 예시들은 읽는 것이 불편할 지경에 이른다. 원래는 "힐"을 묘사한 사진 자료가 압도적인 SCP였지만, 아쉽게도 현재 사진은 삭제된 상태.
SCP-924-JP - 그이가 좋아해 주는 나
금속 튜브에 봉입된 남성용 핸드크림. 손에 도포한 뒤 그 손으로 여성의 신체를 "흙을 빚듯이" 변형시킬 수 있게 된다. 재단은 한 체포된 사진가의 자택에서 이 SCP를 발견하게 되고, 한 연인의 파멸 역시 발견하게 된다.
일위키의 요주의 단체 판매원 미요코 관련 SCP. 판매원 미요코 SCP들은 대부분 이런 색채를 공유하고 있다. 결정타로 사용한 사진 자료를 위해 대단히 공을 들인 걸 짐작할 수 있다.
SCP-097-KO - Callosamia structura
누에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변칙적인 생물종. 인간을 숙주 삼아 기생하며, 숙주의 뇌 조직에 기억된 건축물의 이미지를 기반으로 대규모 고치 구조물을 지으며 우화한다. 매년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하며 이 생물종의 격리를 유지하던 재단은 자원 소모를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감축안을 필요로 하게 된다.
매우 특이하게도 논문 형식으로 쓰여진 SCP. 형식 파괴에 있어서 사고의 폭은 어디까지고 넓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또한 D계급 인원들을 끔찍하게 고문하면서도 실험의 목적과 당위성을 잊지 않았다는 점도 이 작품의 중요한 미덕이다.
SCP-5062 - 죄를 씻는 방
모스크바의 한 호텔의 233호실. 누군가가 이 방에 들어가게 되면 방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방에서 나올 수 없게 되며, 가위로 신체 부위 중 하나를 잘라야만 한다는 걸 알게 된다. 절단 뒤에 살아남는다면 방에서 나올 수 있게 되고, 그 뒤로는 많은 것들이 예전과 달라진다.
신체 절단을 주요한 소재로 쓰긴 했지만, 절단의 결과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SCP. 손톱 끝에서부터 머리까지 나열된 피해자들의 절단 목록에서 당혹스러운 속죄의 기록들을 감상할 수 있다.
SCP-4666 - 율맨
이례적으로 오랫동안 살아온 기원 불명의 인간형 독립체. 크리스마스 기간에만 활동하며, 가택에 침입해 일가족을 몰살하고 아동을 유괴해 가거나, 아이의 침대 발치에 아동의 신체로 만든 조악한 장난감을 두고 간다.
산타 비틀기의 성공적인 사례 중 하나. 보고서에 상세히 묘사된 SCP-4666의 역사는 읽는 것만으로 생생한 고문과 학대의 현장을 떠올리게 한다. 사이트에서 가장 뛰어난 호러 SCP 중 하나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SCP-1981 - 연설 중에 다친 로널드 레이건
미합중국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이 1983년 3월 8일에 한 "악의 제국" 연설을 녹화한 베타맥스 테이프. 이 테이프에선 레이건이 실제와는 전혀 다른 내용의 연설을 하며, 도중에 이유 없이 다수의 자상, 열상, 관통상을 입는다. 테이프를 처음부터 다시 재생하면 또 전혀 새로운 내용의 연설을 시작한다.
레이건의 맥락 없으면서도 은근히 공포와 혐오를 자극하는 연설,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사진 자료, SCP-087을 떠올리게 하는 절묘한 검열과 불길한 암시로 이미 고전의 위치를 차지한 SCP. 보이는 것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는 짐작하기 어려우나, 그것만으로도 공포를 끌어내기에는 충분하다.
믿을 수 없는 SCP 명작선
모든 SCP의 내용을 믿을 수 있다고 어느 누가 보장하는가? 서술자의 권위는 흔들릴 수 있고, 무엇을 신뢰해야 할지는 독자의 결정에 달렸다.
내용을 온전히 신뢰할 수 없는 SCP만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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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5940 - 절대 치아 역장
북극, 남극, 심해 그리고 달의 뒷면에 박혀있는 거대한 인간의 앞니. 이 앞니들에 가해지는 힘은 모든 인류의 대응되는 앞니에 분산되어 가해지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SCP-5940은 이미 인류의 집단 무의식에 적지 않은 치의학적 상해를 입혔다. 재단은 인류의 미래에서 이 심리치의학적 위기를 영원히 뿌리 뽑기 위해 용단을 내리기로 한다.
이 SCP에서 서술하는 내용은 논리의 근거가 의심스럽고, 규모는 터무니 없으며, 표면적인 이해조차 거부한다. 그럼에도 전문가답고 냉정하게 상황의 심각성을 설득시키고 독자가 절대 치아 역장이라는 계획의 중요성을 받아들이게 한다. 치아의 에나멜 표면을 더듬는 것만큼이나 어렵지 않다.
SCP-3454 - 키 큰 벌들의 땅 거부자들
벌들이 키가 크다는 사실에 동의하지 않는 자들. 키 큰 벌들의 땅은 한 폐쇄된 매장 안에 있는 시공간적 구멍으로 접근할 수 있으며 그 안에 사는 벌들은 매우 키가 크다. 벌들이 키가 크다는 사실을 거부하는 자들이 생기는 이유는 불명이다.
보고서는 이미 한 차례 뒤집혔음이 분명하고 우리는 이 새로운 보고서를 신뢰할 수 없음을 안다. 키 큰 벌들이라는 손에 잡히지 않는 이미지를 제시하고 벌-기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짐작할 수 없게 만드는 솜씨가 인상적이다.
SCP-825-KO - 속초통큰물회집
맛있는 고급 회를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습니다. 재단에서 많은 주문이 들어왔으며 사장님과 직접 미팅을 주선하기까지 한 바 있습니다. 미팅을 계기로 점포는 확대되었으나 언제나 그렇듯 사업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번지고 고꾸라지기도 합니다. 언제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혀 새로운 형태의 형식 파괴를 선보이고, 비틀어진 형식 안에 담은 이야기를 결말까지 잘 끌고가는 SCP. 이야기가 직관적으로 눈에 들어오지는 않더라도 작품 특유의 신선함과 생동감은 유감 없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싱싱한 횟감처럼.
SCP-2317 - 또다른 세상으로 가는 문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다면 또다른 현실로 이동하게 되는 나무문과 문틀. 이 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야 하겠다면, 그건 열람자의 보안 인가 등급에 달렸다. 눈이 닿는 끝까지 펼쳐진 소금 거울, 고대 문명의 기둥, 비밀스러운 의식들… 이런 것들은 진실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열람하는 자의 등급이 올라감에 따라서 점차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는 특이한 형태를 취하는 SCP. 처음에 주어졌던 정보는 전체의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는 게 드러나고, 경악스러운 정체가 서서히 그 실루엣을 내비치지만, 최후에 이르기까진 무엇도 안심하고 믿을 수 없다.
SCP-2144-JP - 여어! 거기 당신. 그래 당신 말야. 거기서 이 페이지를 멍하게 바라보는 당신. 중요한 일은 아닌데 말야, 잠깐 이 링크를 클릭해주지 않겠어?
사망한 재단 요원 크리스토퍼 콕스가 모니터 너머의 당신에게 말을 걸어온다. 그는 능청스러운 말투로 자기 자신을 소개하고, 엄중한 보안을 해체해 나가면서 당신을 재단의 깊숙한 곳까지 안내하려고 한다. 이제 당신은 재단에 대한 믿음을 시험 받아야 하지만, 동시에 눈 앞에 남자를 믿어야 하는지 역시 고민해야만 한다.
다소 일방적일지라도 독자에게 말을 거는 SCP를 읽게 되는 경험은 특별하다. 대화는 서사를 더 몰입감 있게 만들어 주고, 이야기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충격 역시 배가 된다. 믿음이란 얼마나 갑작스럽게 배신당할 수 있는지, 이 작품에서 그 충격을 똑똑히 느껴볼 수 있다.
SCP-3408 - 제3408기지에 어서오세요
제3408기지는 품격 있는 휴양 시설이며, 정상적인 바깥 세계에 지친 당신을 영원히 그곳과 격리시켜 줄 수 있는 가장 진보된 시설입니다. 휴식/예술/종교/식사/프라이버시 모든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제3408기지를 방문하세요. 한 번 들러주시거나, 영원히 머무르세요.
어떤 경위로 보고서가 아닌 이런 광고 팸플릿이 쓰여졌는지, 제3408기지에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추측할 여지를 잘 남겨둔 작품.
SCP-3980 - 장님이 장님 인도하기
어느 날 한 재단 기지 안에 있던 인원 전부를 사망하게 만들고 해당 기지를 폐쇄하도록 만든 원흉. 기지 바깥에 있었기에 살아남은 인원들은 그 존재가 다섯 또는 일만 개체 이상이며, 형이상학적 정보재해이고, 원자 단위만큼 작거나 행성과 행성 사이의 거리만큼 클 수 있다고 증언한다.
대체 무엇이 이런 참극을 일으켰는가? 희생은 눈 뜨고 볼 수 없이 거대하며 살아남은 자들의 증언은 혼란스럽고 믿을 수 없다. 독자는 이 보고서의 많은 측면을 의심해 가면서 읽어야만 실제로 일어난 사실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SCP-6452 - 껍질을 벗긴
모든 사람의 몸에 덮여있는 살점 같고 얇은 피부 조각. 이걸 찢고 벗겨내야만 그 아래에 감춰진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 뒤엔 목이 막히지 않도록 주의하라.
지극히 수상하고 노골적인 요구를 내비치며, 서술자의 권위를 인정하기에는 지나치게 집착적이며 잔인하다. 이 보고서를 신뢰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사칭된 이름 뒤에 있는 건 누구인가? 스미슨 박사의 실험실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보이는 것 뒤에 감춰진 여백을 상상해 보라.
목록에 건의 사항이 있다면 DrHal에게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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