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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건주 세일럼의 교외, 19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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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부드럽게 내리고 있었다.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듣는 이를 진정케 하는 후드득 소리에 불과했다. 공기는 시원하고 산뜻했으며, 하늘은 회색이었으나 어둡지 않았고, 물방울은 마치 유리구슬이라도 되는 양 소나무 가지에 매달려 있었다. 명금(鳴禽)들은 자연 목욕을 즐기며 털을 부풀리고 있었다.
"작고 예쁜 동네네, 그렇지 않아?" 이키가 보도를 거닐며 물었다. 그 얼굴의 보라색 색조는 이키의 우형(愚形)적bozomorphic 특성에 관심이 끌리지 않도록 억누르고 있었다.
"아직 따분함의 영토야. 너무 편하게 있지는 마." 매니가 무뚝뚝하게 대꾸했다. 스카프와 모자가 그의 거꾸로 뒤집힌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아, 겁나 툴툴대네. 넌 돌아다닐 때 날 더 많이 데리고 가야 해. 내가 너보다 더 괜찮은 대인 능력을 갖고 있거든. 내가 도와주면 굳이 꼬맹이들을 자루에 집어넣고 납치하지 않아도 되겠지." 그는 매니의 팔에 장난스럽게 주먹을 날리며 농담을 던졌다.
"난 꼬맹이들을 자루에 넣고 납치하지 않아." 그가 항의했지만, 매니의 죄책감 섞인 목소리는 엄밀히 말하자면 그것이 사실임을 확고히 할 뿐이었다. "이봐, 네가 이 꼬맹이를 순순히 따라오게 해주면, 최고지. 하지만 널 여기 부른 가장 큰 이유는 후방지원이야. 현실조정자 아이들은 예측하기 어렵고, 우리는 이렇게 노출된 상황에서 이목을 끄는 위험을 감수할 수 없으니까."
"걱정 붙들어 매셔. 꼬맹이들 다루는 데는 나만 한 인간이 없다니까, 특히 마술 꼬맹이들은." 그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바로 이 꼬맹이를 별 다섯 개짜리 공연자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고."
그들은 코너를 돌아 작은 공원으로 다가갔다. 소녀 한 명이 홀로 장난감에 둘러싸여, 거들먹거리는 투로 크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키는 처음에 아이가 빗속에서 놀고 있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곧장 공원 내부는 비가 내리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쟤가 걔야?" 그가 미소를 지었다.
"쟤가 걔야." 매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가."
둘은 대문으로 걸어 들어갔고 이내 갇힌 것을 깨달았다. '소피 여왕의 왕국 – 물러날지어다!'라는 문구가 걸려 있었다. 공원의 내부는 셀 수 없을 정도의 장난감과 사탕 포장지, 위아래로 둥둥 떠다니는 풍선, 초코우유로 가득 찬 분수대로 어지럽혀져 있었다.
"작은 광대 골목 같네." 이키가 히죽 웃었다. "저기요? 소피 여왕과 말 좀 나눌 수 있을까요?"
"누가 감히 모든 땅에서 가장 위대한 마법사 여왕을 방해하느냐!" 소녀가 플라스틱 지팡이를 손에 들고 입구로 행진하며 따져 물었다. 아이는 붉은 머리였고 8살쯤 되어 보였으며, 한동안 씻지 않은 것 같았다. 반짝거리는 발레 치마와 케어 배어Care Bare 티셔츠는 흙먼지와 초콜릿으로 얼룩져 있었으며, 아마 다른 갈색 물체도 묻어있는 것 같았다.
"그저 미천한 서커스 공연자일 뿐이옵니다, 폐하. 그리고 그 동행자이지요." 이키가 정중하게 절을 하며 대답했다.
"내 분노를 맛보고 싶지 않다면 무릎을 꿇을지어다!" 소피가 위협을 하고는 크게 트림을 내뱉었다. 이키는 주저하지 않고 바로 비위를 맞춰주었지만, 매니에겐 조금 더 자존심이 남아있었다. "무릎을 꿇으라고 말했다, 이방인이여!"
"우리가 딱 원하던 거네, 또 다른 골칫거리 현실조정자." 매니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중얼거렸다.
"이제, 나의 영원한 놀이시간을 방해한 이유를 설명하라!" 소피가 명령했다.
"물론입지요 폐하. 저희는 마술적인 사람들의 사회에서 왔습니다, 폐하처럼요, 그리고 -"
"나는 이 세상의 유일한 마녀다!" 소피가 소리쳤다. 반쯤은 자랑스럽게, 반쯤은 고통스럽게.
"진짜 그렇게 생각하세요?" 이키가 물었다. "그게 폐하가 여기 홀로 있는 이유인가요?"
"…다른 사람들은 날 무서워해. 애들, 우리 엄마 아빠, 심지어는 경찰이나 검은 옷을 입은 군인들도 다 도망쳤어." 아이가 설명했다. "내가 여기 있는 게 제일 나아."
"난 네가 무섭지 않아, 얘야." 입술과 볼, 눈가에 밝은 보라색이 돌아오도록 하며 이키가 대답했다. "나도 마술적이거든. 얘도 그렇고."
매니가 스카프를 끌러 뒤집힌 얼굴을 보여주었다. 소피가 조심스럽게 마음을 놓으면서 둘을 바라보았다.
"너희들… 너희들 진짜 마술이야?" 아이가 부드럽게 물었다.
"그럼, 그리고 우리는 마술적인 사람들로 가득 찬 곳에서 왔어." 이키가 말했다. "너를 무서워하지 않을 사람들이 있는 곳, 다시 친구도 만들고, 안전하고 사랑받고 마술을 더 잘 다룰 수 있게 배울 수도 있는 곳. 엑스멘이라고 들어봤어? 그거랑 비슷해, 그렇다고 슈퍼히어로는 아니지만. 그냥 서커스야."
"너 광대야?" 눈을 휘둥그레 뜨고 소피가 물었다.
"그래. 광대 좋아하니?" 이키가 크게 미소지으면서 물었다. 소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네가 우리랑 같이 간다면, 모든 세계들에서 가장 재능 넘치는 광대들을 만날 수 있을 거야. 어쩌면 네 마술을 더 도와줄 수도 있고. 네가 정말 잘 한다면 어쩌면 우리가 -"
총알이 윙 소리를 내며 소피의 두개골을 뚫고 반대편으로 나왔다. 아이의 몸뚱어리가 바닥으로 추락하자, 모든 풍선이 하늘로 날아가 버렸고 초콜릿 분수는 말라버렸으며, 공원 안으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안 돼!" 이키가 대문을 뚫고 소피 쪽으로 달려가, 아이를 자신의 품에 안았다. "소피? 소피! 소피, 얘야, 일어나! 제발 일어나! 소피!"
이키는 자신의 마술을 최대로 끌어올렸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애 들고 빨리 가자! 지오 씨야, 빨리 여기서 나가야 한다고!" 매니가 소리쳤다.
이키가 찌그러진 상태로 땅바닥에 떨어진 총알을 노려보았다. 총알은 끝이 은으로 덮였고, 베릴륨동과 철심을 텔레킬 층이 둘러싼 형태였다. 그 각 층에는 보호 마이크로그리드가 새겨져 있었다. 단순한 세계 오컬트 연합이 아니었다. 이들은 이카보드 작전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수많은 현실조정자를 몇십 년간 죽여왔다. 반격하기도 전에, 혹은 심각한 위협으로 자라나기 전에 저격수는 아이를 쏴 죽였다. 무언가가 되기도 전에.
이키는 분노에 차 울부짖었다. 무기로 테더볼을 꺼내 들어 바닥에 던지며, 그는 총알이 날아온 방향으로 달려갔다.
"베로니카, 안 돼! 자살행위야! 베로니카!" 애원하는 매니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져 가고 있었다.
격분한 상태이기는 했지만, 그 때문에 목숨을 버릴 정도는 아니었다. 이키는 가장 빠른 속도를 유지하며 2초 이상 직선 거리로 달리지 않았고, 눈에 보이는 엄호물 사이를 누비고 다녔다. 염력으로는 그 총알을 조종할 수 없었다. 만일 저들이 이키의 특성을 알아챈다면, 저들은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그의 마술을 지연시킬 것이었다. 뇌나 심장에 한 발만 박히더라도 그는 죽으리라.
이건 문제가 되었다. 만약 타격조가 타입 그린을 불시에 죽이지 못한다면, 그들은 압도적인 화력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이키는 총알의 궤적을 따라가며 가장 높은 지점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작은 동산 위에 서서 위장한 G.O.C. 타격조 인원 열 명의 윤곽을 보았다. 비가 그들의 위치를 알려주고 있었다. 저격수는 아직도 그를 추적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지만, 나머지는 돌격용 자동소총을 장전하고 있었다.
그는 마술 카드를 한 덱 꺼내서 타격조로 전부 던진 후 맨홀을 통해 하수구 안으로 뛰어내렸다. 이키는 그들의 전투복이 자기네 총알처럼 현실 닻과 반기적술 방어기제가 걸려있음을 알았다. 그래서 그들을 곧바로 조준하지는 않았다. 대신, 모든 54장의 카드는 타격조 주변의 아스팔트를 엄청난 운동 에너지로 강하게 내리쳤고, 엄청난 양의 콘크리트 파편이 막대한 속도로 사방팔방 날아갔다. 이키는 그들이 놀라움과 고통, 그리고 분노로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적어도 한 사람은 다른 이들에게 명령을 내릴 정도로 상태가 괜찮은 듯했지만, 몇 명은 무력화시켰다는 건 확신할 수 있었다.
그들이 주위의 다른 맨홀이나 하수도 배수관을 총으로 겨냥하고 있었으므로, 이키는 시야에 들어온 다음 맨홀로 다가갔다.
그는 맨홀 뚜껑을 조금 들어 올리고 남은 타격조원 여섯이 콘크리트 잔해에 덮여 있거나 스텔스 유닛이 망가진 채 백투백 방어 대형으로 서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이키는 지오씨발놈들 중 하나의 머리를 참수하고도 그 뒤에 있던 조원을 반쯤 죽여놓을 정도로 힘을 가해 맨홀 뚜껑을 던졌다. 그는 잽싸게 남은 타격조원들의 총격을 피해 몸을 수그렸지만, 숨을 시도는 아니었다. 몇 초의 사격이 지나고, 이키는 소총의 탄창이 바닥나면서 무력하게 텅텅거리는 소리를 내는 걸 들었다.
"재장전! 재장전하라!" 사령관이 소리쳤지만, 이키는 이미 살인을 위한 다음 수를 두고 있었다. 그는 사령관의 머리를 테더볼 봉으로 가격하면서 또 다른 참수에 점수를 올렸다.
이름이 이카보드Ichabod, 슬프도다임을 고려하면 적절한 처사일 것이었다.
나머지 셋은 휴대 무기로 손을 뻗었지만, 이키는 땅으로 내려와 봉을 한 번 휘둘러 그들의 다리를 쓰러트렸다. 그는 그들 중 한 사람의 가슴을 꿰뚫고, 다른 자의 머리를 걷어차고, 세 번째 타격조원에게로 뛰어들어 그의 머리를 주먹으로 무자비하게 두들겨 패 고기 패티로 만들기 시작했다.
"뒤져이사악한좆같은애들이나죽이는사악한좆같은집단살해사악한좆같은나치사악한좆같은개새끼들아! 뒤져! 뒤져! 뒤져!" 두개골도 남아 있지 않고 그저 도로만 때리고 있을 때까지, 그는 소리 질렀다. 이키는 고개를 숙이고 훌쩍거리기 시작했지만,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신음하는 것을 들었다. 타격조 중 한 명, 맨홀 뚜껑에 맞은 두 번째 인물은 아직 살아있었다. 바이저가 박살나 있어서 이키는 남자의 눈동자를 볼 수 있었다.
딱히 알고 싶은 것도 신경 쓸 것도 아니었다. 이키는 테더볼 봉을 시신의 무너진 가슴에서 뽑아들고 생존자의 두개골을 부수기 위해 휘둘렀다.
맞닿은 순간, 봉은 이키의 손에서 모래로 변하였다.
깜짝 놀란 이키는 남자에게서 뒤로 물러섰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네, 네가 그런 거야?" 이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남자는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헬멧을 벗으면서 먼지와 모래를 금발 머리카락에서 털어냈다. 빗방울이 피로 변하면서 둘은 빠르게 진홍색 줄무늬로 얼룩졌고, 이키는 그것이 남자의 소행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배신자!" 이키가 소리를 지르며 남자의 기도를 찢어버리려고 달려들었다. 움직이지도 않고 남자는 이키의 경로에서 벗어났다. 마치 거기 원래 없었던 사람처럼. 주먹 한 번의 동작으로 남자는 벼락을 내리쳤다. 완전히 끝내버릴 요량이었다.
늘 그렇듯이, 이키는 고작 빛나는 해골바가지가 되어 경련할 뿐이었고 그슬린 머리카락과 옷가지를 제외하곤 딱히 다친 곳 없이 살아났다.
"하, 어이가 없네." 남자가 중얼거렸다. "널 쓰러트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광대야?"
그는 보조무기로 손을 뻗었지만 무기는 어느새 없어져 있었다. 이키가 남자를 지나쳐 무기를 와락 집어든 뒤 이제는 그를 향해 겨누고 있었다. 남자는 이키만큼이나 마법과학적 총탄에 취약하다는 것을 이키는 알고 있었고, 무기를 발사했다. 이키가 기습했더라면 먹혔을지도 모르지만, 대신 남자의 앞에 내리고 있던 피의 비가 곧바로 2피트 두께의 젤-벽으로 굳으면서 총알을 멈춰버렸다.
이키는 좌절감에 소리를 질렀다. 그는 총을 던져버리고 벽 위를 뛰어넘었지만, 남자는 거기 없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남자는 이키가 조금 전에 있었던 곳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있잖아, 난 정말, 진심으로 너희 괴물들이 내 끔찍한 부분을 쓰게 만드는 게 존나 싫거든." 그가 말했다. "존나 위선자 같다고. 나는 나라는 사람을 진실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단다."
이키는 이번엔 피 위를 미끄러지면서 다시 한 번 남자에게 돌격했다. 그러나 피는 이키 주위에 엉기면서 바닥에 그를 구속했고, 아나콘다처럼 몸통을 죄이기 시작했다. 이키는 결박을 부술 충분한 힘을 불러올 수도 없었다. 남자가 이키에게 건 마법을 압도할 충분한 마법도 불러올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숨쉬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었다.
"총알 낭비하지 말았어야지, 예쁜아. 험한 맛 좀 보게 될 거다."
아직 이키가 할 수 있는 게 하나 남아 있었다. 도움이 필요한 아가씨 따위가 되고 싶진 않았지만, 죽는 것보다야 나았으니.
"이봐," 이키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불온한 서커스의, 얼굴이 뒤집힌 남자에 대해 들어본 적 있어?"
얼굴이 똑바로 된 남자는 어이 없는 질문에 비웃음을 띄웠다. 그러나 마음속에서 이질적으로 분석당하는 듯한 어떤 기분을 깨닫자마자 남자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안녕 프랜시스. 소리 없이 목소리가 속삭였다.
"그럼 그는 너에 대해 들어본 거야." 이키가 미소 지었다.
정보재해. 이키는 남자에게 일종의 정보재해를 감염시킨 셈이었다. 그의 심박 수는 뭘 해야 할지 생각하려고 시도하면서 급증했지만, 남자는 이러한 종류의 공격에 대비되어 있지 않았다. 얼굴이 뒤집힌 남자는 그의 머릿속에서 남자를 공격할 수 있는 어떤 것이든 찾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찾아내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얼굴이 뒤집한 남자는 릴리를 보았다. 프랜시스가 끊임없는 두려움 속에 살게 한 여신 - 아니, 그건 진실이 아니다. 그는 릴리를 사랑했다… 남자는 끊임없는 무례를, 끝나지 않는 비판을, 잔인한 모욕들을 보았다 - 모두 릴리를 흡족하게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가 릴리에게 걸맞는 사람이었다면, 릴리도 더 다정할 수 있었겠지… 남자는 공격을, 처벌을, 훼손을 보았다 - 그의 잘못이었다. 그의 잘못이었다. 모두 그의 잘못이었다…
남자는 릴리가 그를 강간했던 때마저도 보았고, 누군가가 알아낼까 봐 프랜시스가 언제나 두려워하던 일을 정확히 수행했다.
남자는 웃었다.
얼굴이 뒤집한 남자의 웃음이 프랜시스의 두개골을 울렸다. 그게 그가 들을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남자는 프랜시스의 무력감, 유약함, 남자로서의 실패를 비웃었다. 남자는 터프가이인 척하는 외양 아래에서 프랜시스가 얼마나 비참한지에 대해 웃었다. 남자는 웃고 웃고, 웃었다. 프랜시스의 마음속에 웃음과 귀청이 떨어질 것 같이 울려오는, 의식을 박살 낼 정도의 생각만 남을 때까지.
비가 다시 물로 바뀌었다. 이키는 풀려났고, 배반자 연합놈은 땅바닥에 쓰러진 상태로 뚫을 수 없는 존재운동역학적 고치를 두르고 태아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는 머리를 움켜쥐고 몸을 앞뒤로 흔들고 있었다. 릴리에게 제발 아프게 하지 말아 달라고 빌고, 또 훌쩍이면서.
이키는 고치를 뭉개버리고 놈을 끝내버리기 위해 움직였다. 그러나 매니의 목소리가 그의 마음에서 울려 퍼졌다. 그를 그만 내두고 달아나라는 목소리였다. 연합놈을 숨 쉬는 채로 놔두는 게 싫기도 할뿐더러 놈이 이키를 거의 죽일 뻔하기도 했지만, 기회가 있을 때 도망치는 게 최선일 것이었다.
그렇지만 달아나기 전에 침을 뱉어주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었다.
몇 시간 뒤, 이키는 얕은 무덤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와 매니가 후드산 국유림에 파둔 소피의 무덤이었다. 이키는 반들거리는 바위를 적당한 묘비로 변형시켰다. 묘비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여기 나이는 알 수 없으나 너무 어렸던, 이카보드 학살의 희생자 소피 여왕이 누워 있다. 이 땅 너머에 자리한 곳에서 평안을 찾기를, 그리고 소피의 희생이 우리가 왜 분서꾼에게 대항해야 하는지 되새길 수 있게 하기를. 단잠에 드소서, 폐하.'
"미안해. 정말, 정말 미안해." 이키가 눈물을 흘렸다. 매니는 이키의 뒤에서 무릎을 꿇고 팔을 둘렀다. 그는 자신에게 이키의 머리를 기대게 하고 눈물을 닦아내고 있었다.
"멋진 묘비야. 소피가 좋아할 거야."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내가 네 목숨을 그렇게 거는 짓에 찬성하진 않아도, 소피의 복수를 해줄 수 있던 건 정말 멋졌어. 그리고 이제 세상의 분서꾼들 아홉을 괴물들을 살해할 수 없게 만들어줬잖아."
"마지막 놈은 어떤데? 그 배신자?" 이키가 물었다.
"우릴 기억하지 못할 거야. 내가 그 부분은 버렸거든." 매니가 대답했다. "하지만 오래 남을 상처를 입히기엔 놈은 너무 강했어. 다시 마주치지 않길 바라야지. 놈은 어떤 심각한 문제들이 있어."
"그 자식 문제가 뭔지 상관 없어. 그놈은 괴물이야." 이키가 쉭쉭거렸지만, 그리고는 허탈한 한숨을 내뱉었다. "내 목숨 구해줘서 고마워. 하나 빚졌네."
"너도 똑같이 해줬을 거잖아." 매니가 끄덕거렸다. "글쎄, 이제 가봐야겠는데. 서커스로 돌아가지 않으면 풀러가 스트레치를 보낼 거야.
이키가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신의 손가락에 키스하곤 묘비에 갖다 대었다. 괴물과 광대는 자리에서 일어나, 흠뻑 젖은 솔잎과 다정하게 흩날리는 빗줄기 사이에 신속하지만 사랑스럽게 만들어진 무덤을 두고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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