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zakonagisa 2021/3/14 (일) 22:45:48 #18485926
파라워치에 첫 투고!
무덤까지 가져가려던 이야기가 있다. 이제라면 말해도 괜찮을 것 같다, 기보다도 계속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파라워치를 열었다. 누가 들어 주라.
사실 나는, 어머니를 갓난애일 때 잃었다. 그래서 아버지와 친조부모 밑에서 자랐다. 딱히 불편하게 산 건 아니었고, 아르바이트도 할 필요 없이 대학까지 보내주었다. 꽤 럭키했지. 아버지는 재혼하지 않는 대신 일에 열중했다. 어쩌면 여러가지를 잊고 싶어했을지도. 그래서 내가 집을 나올 결심을 할 때까지 별로 대화를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아버지 쪽에서 나를 피하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얼굴도 보기 싫다는 식의 태도였다.
그래서 여기서부터 본론이다.
집에서 독립한 내가, 어머니에 대해 꼭 알고 싶은 것이 있었다. 어머니가 왜 죽었을까. 병이었던 것 같지만 어쩐지 수상하다. 다른 친척들한테 물어봐도 별 영양가 없는, 애매한 억측 섞인 의견밖에 들을 수 없었다. 그런데, 진상을 알 아버지에게 물어도 절대로 가르쳐주지 않는 거다.
그래도 내 나름 여러가지 조사하고 있던 어느 날, 나는 교통사고를 냈다. 밤길을 달리고 있을 때 핸들 조작 미숙으로 벼랑에서 차째로 떨어졌다. 굉장한 사고였다. 차는 대파되었고, 몸은 여기저기 골절되어 버렸다. 그래도 시간은 걸렸지만 재활을 거치면 후유증 없이 사회에 복귀할 수 있을 정도만 다치는 걸로 끝났다.
의사는 기적이라고 했지만, 나는 분명히 봤다. 내가 「떨어진다!」 싶었던 순간, 조수석에 웬 여자가 있어서, 나를 지키듯이 상냥하게 꼭 안아 준 것이다. 나를 실어준 구급대원에게 물어도 그런 여자는 본 적 없다고 했지만, 나는 안다. 그것은 어머니였다. 어릴 때 많이 보아 눈에 담았던 사진첩에서 분명히 보았던 얼굴이다.
sakuramoti 2021/3/14 (일) 22:47:01 #08114562
흐으음. 좋은 이야기잖아. 감동계인가?
뭔가 갑자기 끝나버린 느낌이 있다만.
mazakonagisa 2021/3/14 (일) 22:47:02 #18485926
안심해라. 아직 계속된다.
부상당한 뒤 처음 며칠동안 나는 의식이 없었는데, 그동안 꿈을 꾸었다. 꿈 내용은 본 적 없는 남자와 어머니가 즐겁게 대화하는 모습을 멀리서 보는 느낌이다. 기분이 나빴다. 아버지가 거기에 있어야 할텐데, 일절 나오지 않는다.
어머니는, 정말 즐거운 듯이 웃었다. 내 눈에 익은 사진첩의 어머니는 이런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이윽고 등장하는 것은 어머니뿐이 되고, 울면서 사과하는 것 같은 행동을 취했다.
싫은 예감이 들었다.
sakuramoti 2021/3/14 (일) 22:48:21 #08114562
뭔가, 갑자기 쎄한 느낌이 오는데.
mazakonagisa 2021/3/14 (일) 22:48:22 #18485926
눈을 뜬 뒤, 재활을 하면서 아버지 몰래 DNA 감정을 했다. 결과를 보고 아연했다. 나는 아버지와 피가 섞이지 않았다.
나를 여기까지 키워주었기에 아버지인 것은 변함없지만, 역시 쇼크였다.
sakuramoti 2021/3/14 (일) 22:48:59 #08114562
에에에에?
머선 이야기고 이게.
mazakonagisa 2021/3/14 (일) 22:49:00 #18485926
아버지에게 그걸 보여줬다.
아버지는 새파란 얼굴을 하고, 여러가지로 이야기를 해 주었다.
하지만, 나를 속일 수는 없었다.
나는 알게 되어 버렸다. 진상을.
아버지가 죽인 거였다.
어머니를.
최악의 기분이었다. 어떻게 감히!! 라고 생각했다.
왠지, 눈 앞이 어두워졌다.
정신을 차려 보니, 이 꼴이다. 욱하는 것을 못 참고 말았다. 나는 아버지와 다를 게 없었다.
나는 경찰에게 진상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믿어줄 리가 없지.
살인자의 헛소리로 처리당했다.
내 인생은 이제 끝장났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그럼 이만.
sakuramoti 2021/3/14 (일) 22:49:35 #08114562
헐?
이거 실화냐?
mazakonagisa 2021/3/15 (일) 00:00:00 #18485926
mazakonagisa의 어머니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알려드리겠습니다.
mazakonagisa는 어제 죽었습니다.
22:40분경이었습니다. 자살이었습니다.
아들은, 그 사람을 죽여 버리고 체포당해 있었습니다.
제가 모두 나쁜 것입니다. 제가 모든 것의 원흉입니다.
제 잘못입니다. 제가 살해당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mazakonagisa 2021/3/15 (일) 00:00:01 #18485926
어째서 아들을 부추겨서 나를 죽인 것이지?
아내는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이다. 나를 선택해주지는 않았지만, 나는 아내를 사랑하고 있었다.
누군지 모를 놈의 애를 억지로 떠맡게 되어도, 아내의 모습이 느껴져서 내버릴 수 없을 정도로.
아내가 아들과 연을 끊고 싶어했기 때문에, 나는 아내의 사진을 아들에게 보여준 적이 없다. 아내 스스로 철저히 다 처분했기 때문에 남은 사진이 없었다.
아들은 미쳐 버렸던 것이다. 너 때문에.
너 도대체 누구냐?
mazakonagisa 2021/3/15 (일) 00:00:02 #18485926
효도받고 싶은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