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모든 것을 다시금 멀리서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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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팀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제3감시소 전부가 이 일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제2팀, 제3팀과의 기나긴 논의 끝에 업무 전략이 합의에 이르렀다. 제2팀이 일선에 투입, 제3팀과 제1팀이 사건 관련 정보를 수집하기로 했다.

양수택 요원과의 교신마저 끊어졌다는 게 유일한 문제점이었지만, 그것 하나로 이 모든 일에서 손을 뗄 수는 없었다.

경기제3감시소는 전무후무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요원들의 얼굴에는 묘한 광채가 흐르고 있었다. 다들 이런 기회가 왔다는 것에 설렘 반, 두려움 반인 듯했다. 아니, 설렘은 20%고 두려움이 80%라고 할까.

제1팀장 송현주 역시 상황은 같았다.

진용우 요원이 서류다발을 들고 현주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회의실에 널린 서류더미를 정리하고 있던 현주가 얼굴을 찌푸렸다. 저 서류가 분명 이 사태를 이해할 만한 초석이 되리라.

"요청하신 문건 왔습니다."

"어떻대?"

"확실히 우리가 놓친 지점이 있었어요. 인근에서 이상한 사건이 벌어졌던 그 일 말입니다."

2018년 6월, 제2중부고속도로 곤지암 IC와 경기광주 JC 사이 구간에서 벌어진 추돌 사건. 기아 쏘렌토 차량이 갑자기 앞서가던 차량 두 대를 들이받고, 뒤로 후진하여 뒤따라오던 차 한 대를 들이받더니, 그대로 고속도로 옆에 있는 하천으로 돌진해서 침수된 사건이었다.

세간에는 단순한 운전자 과실로 처리된 사건이었지만, 당시 입수된 블랙박스에 의하면 운전자가 소리를 지르거나 오열하는 등 정신적 문제가 관측되었다는 내막이 있었다. 정확히 어떤 초상성이 여기 개입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기에 여태 진척이 없었지만.

"한…형섭."

현주가 서류를 훑으며 중얼거렸다.

"네, 당시 소렌토를 운전한 운전사의 이름입니다. 1978년 출생으로, 중학교 교사였다고 하더군요. 2000년대 이전까지는 특별한 점 없이 생활했다고 합니다. 다만 2006년 이혼했고, 2013년 학교를 그만뒀습니다. 이후로는 주변인들에게 돈을 빌리면서 살다가 마침내 2018년 사고를 일으키면서 자살한 셈이지요. 경기도 광주에 살았는데, 태화산을 자주 찾았답니다."

"조현병이 있었다는 소견이 있던 걸로 보이네?"

"그렇습니다. 행동 양상이 해당 병력이 있는 사람들과 유사했기 때문인데, 정황상 그건 아닌 듯싶습니다."

현주는 봉주연 요원이 주고 간 서류를 들어 올렸다.

"그렇다면 그건 이것과 연관 있겠군."

"미국 쪽 자료입니까?"

"그래. 연방수사국 특이사건반에서 팩스로 보내준 서류다. 뭐 그쪽도 우리랑 상황은 같다만, 아무래도 거긴 역사란 게 존재해서 그런지 재단이랑 태도가 비슷하더라."

"젠체한다는 뜻이군요. 무슨 문건입니까?"

"1999년 9월에 벌어진 한국계 미국인 살인사건이야. 초상 무기로 무장한 폭력조직이 한 가정을 몰살했는데, 그 한국계 미국인이 갖고 있던 장독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와서 그 조직원들을 전부 미치게 했대."

"신기한 이야기긴 합니다만, 그게 무슨 연관성이 있습니까?"

"거기서 죽은 한국계 미국인, 로버트 한이라는 남자야. 한국명은 한진섭. 한진섭의 사촌이 한형섭이고."

현주가 고개를 저었다.

"한진섭의 유품을 한형섭이 받아 갔어. 그 유품이 바로 장독이라고 하고."

용주의 눈에 잠깐 감정이 깃들었다. 진용주란 인물에게서 가장 보기 힘든 감정이라고, 현주는 다시 생각했다.

그게 무엇인지 깨닫는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양수택 요원의 마지막 교신, 기억나십니까?"

"그래. 그놈 내려간다면서, 어두운 기운이 쫙 깔렸는데 도통 알아볼 수가 없다고 그랬잖아. 지금은 연락이 돼?"

"아니요, 그건 아니지만… 양수택 요원이 마지막에 덧붙인 말이 있잖습니까."

"아."

현주가 잠시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다. 왜 이 연결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을까.

"양 요원이 마지막에 그 어둠 속에서 장독을 봤다고."

진용주 요원의 눈동자에는 불안감이 차오르고 있었다.


걷는다.

뛴다.

다시 걷는다.

어둠은 걷히지 않고, 다시 뜀박질을 시작한다. 인도인지 도로인지 구분은 이미 한참 전부터 불가능해졌다. 그저 일련의 클랙슨 소리가 일어나면 내가 도로에 있구나, 하고 다시금 생각할 뿐이다.

식겁하지 않는다. 머리는 멍하고, 뒷머리에서부터 차오르는 두통의 감각은 무너지지 않는다. 나무가 우뚝 서고, 달리는 승용차와, 빌딩과, 돌과, 다시 장독. 입에서 들끓는 숨소리가 폐를 메운다. 눈에 핏줄이 선 것을 느낄 수 있다.

어둠이 걷히지 않는다.

양수택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당초 감시소와의 교신에서 산을 내려와서 다른 구역으로 후퇴하겠다고 보고했지만, 산을 내려오자마자 길을 잃고 말았다. 그렇게 복잡한 곳도 아닌 이곳에서 이렇게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은 아마 한 가지렷다.

산에서 만난 존재의 영역 안에 들어가 버렸다는 것.

정신을 차리고 나아가려고 해도 지독한 숙취를 겪는 듯한 이 의식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두통과 메스꺼움 사이사이에 빛나는 눈빛은 지워지지 않았고, 그 눈빛을 정면으로 받을 때마다 수택의 척추는 서늘함에 요동쳤다. 불현듯 어떤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산 생선을 갈라내는 퍼런 사시미칼의 움직임. 그 움직임이 서걱댈 때마다 수택은 그것이 자신의 몸이라는 기묘한 확신에 휩싸였다. 목덜미가 시큰하게 저렸다.

무언가가 시야 속에서 흩어졌다. 길목을 지나고, 나무를 지나고, 펜스를 넘고. 간격과 간격 사이에서 무언가가 일렁거리며 나타났다가, 산 것의 흔적처럼 스러졌다. 숨을 몰아쉬는 간극 그 사이에서 무언가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에라 시발!"

수택은 창백해진 손발을 애써 놀려 달리는 자신의 몸을 억지로 바닥에 붙들어 매었다.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엎어진 몸이 욱신거렸다. 그러나 괜찮다. 팔에 닿는 땅의 감촉은 부드러웠고, 숨으로 들어오는 농가의 공기가 익숙했다. 다만 일어날 수 없었다. 바들거리는 팔과 다리에 힘은 가해지지 않았다.

일견 어두웠던 시야에 무언가가 비추었다.

불타는 하늘과 잿빛 공기. 비명과 고함과 애원, 그리고 서늘한 칼질 소리.

도망쳐야 한다고, 이곳에서 벗어나 아주 멀리 가야 한다는 본능의 속삭임이 메아리쳤지만 수택은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마치 거기 속박당하기라도 한 듯이. 거기 갇히는 형벌을 받기라도 한 듯이.

거기 네눈박이 거인이 있었다.

거인이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세상이 흔들렸다.

거인에게 대적하려던 몇 명의 병사들이 뛰어가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들은 창을 던지기도 전에 거인의 앞에서 나무가 되었고, 흙으로 흩어졌고, 두 동강 났고, 팔다리를 잃고 뱀처럼 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거인의 뒤에서 거대한 새가 날아올랐다.

그 새의 위에 누군가가 정자세로 서 있었다.

만면에 웃음을 띠고 무어라 소리치던 그 사내가—

빛.

"어유, 학생 괜찮아?"

수택은 숨을 헉, 하고 들이키며 몸을 일으켰다. 웬 땅딸막한 남자가 놀란 눈치로 수택에게 페트병을 따서 입에 가져다 대고 있었다.

"여, 여기가 어딥니까? 제가 어디 있는 겁니까?"

"여기 추곡리여! 보아하니 술 먹은 것 같진 않은데… 학생 괜찮은 거야?"

추곡리. 태화산 아래라지만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 더욱이 이곳은 산 바로 아래가 아니라 다른 동리에 접하는 지역인 듯싶었다. 대체 여기까지 어떻게 왔단 말인가. 수택은 멍한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땅바닥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등을 돌린 그곳에 웬 느티나무가 자라나 있음을 보았다.

"저… 저건."

딱 보아도 나이를 많이 먹은 나무였다. 굵은 몸통에 무언가 따스한 기운이 어우러진 그 나무는, 왠지 모를 든든한 풍채를 뽐내고 있었다. 마치 마을의 좌장을 맡을 법한 아름다운 나무였다.

나무 옆에 무언가가 서 있었다. 마을에서 세워둔 표식인 듯했는데, 내용이 안 보일 정도로 먼 곳은 아닌지라 수택의 시야에도 그 글씨가 무엇인지는 파악될 수 있었다.

'추곡리 당산나무'

"…죄송합니다, 어르신. 절 어디서 발…"

그리고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수택이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남자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멍한 표정의 방재원 요원만이 남아 주변을 두리번댈 뿐이었다.

나무가 바람에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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