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곳에서 눈을 뜨다
평가: +11+–x

그리고 두레원 농장으로부터 약 60km 떨어진 어떤 곳.

국가초상방재원 작전실 초동개입국 소속 상설주시자산과. 그리고 그 휘하에 설립된 경기제3감시소.

경기제3감시소 사람들은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특별한 일들이 없는 일상. 간혹 특별한 일이 있다면 바로 상부에 보고하고, 그 상부는 다시 재단이라나 뭐라나 하는 조직과 협력해서 일을 해결하는, 그런 판에 박힌 일상.

조사1팀 팀장 송현주는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감시소 1층 소파에 주저앉았다.

현주는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였지만, 국가초상방재원이 설립되면서부터 상실주시자산과에 근무했으며 여러 공적을 세웠다는 이유만으로 3년 만에 팀장직을 달게 되었다. 비록 감시소 팀장인 데다가 이 팀이라는 것도 필요시 자유로운 해체와 결성이 가능한 수준이니 별 의미가 없다고 하면 또 반박할 수도 없는 일이었지만.

그저 애꿎은 다크서클이나 늘어날 뿐이다. 얼굴을 문지르고 있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팀장님, 주무시게요?"

팀원 봉주연이 옆에서 쏙 얼굴을 내밀고 나타났다. 주연은 팀원 가운데에서도 막내에 속하는 축이었는데, 실상 일로 따지면 가장 많은 분량을 직접 발로 뛰는 장본인일 터였다. 그러나 체력에 초상적인 부분이 있는지, 주연은 절대 지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래. 몇 시간 뒤에 안전안내문자 올 테니까 그때까지만 좀 자려고."

"무슨 일 있으세요?"

"무슨 일 없다. 그냥 피곤해서 그래. 어제부터 과장님한테 보고서 송부하고 초상 현상 징후 선별하느라 밤샜으니까."

"전 또 오양 듀오 때문에 그런 줄 알았죠."

오양 듀오라 하면, 양수택과 오유찬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수택이 일을 벌이는 타입이라면, 유찬은 우직하게 자기 일을 마치는 타입이었다. 이 두 사람 간의 케미가 절묘한 균형을 이루면서 막상 현장에서는 유능한 타입이 되는, 오묘한 두 사람을 두고 팀원들은 둘에게 듀오라는 별명을 붙여주곤 했다.

현주가 기억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오늘 두레원 농장에서 어떤 행사가 있답시고, 둘이서 부리나케 나가는 것이 마지막이었다. 평소에도 냅다 일을 벌여두곤 했는데, 오늘도 다름없었으리라고 현주는 생각했다. 그나마 사전에 잠입 계획을 브리핑 받았고, 오유찬이 잠입할 동안 양수택이 주변을 맴돌며 실시간으로 상황을 업데이트할 것이라고 하니 승인한 일이긴 하지만…

"그나마 양수택이 말고 오유찬이라도 끼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물론 그놈이 그놈이라고, 녀석도 사고를 안 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양수택 혼자 내뒀을 때 벌이는 사고보다야…"

문득 두통이 이는 것 같아서 현주는 이마를 찌푸렸다. 애를 보는 느낌이었다. 굳이 이럴 거면 그냥 얌전히 학교 선생이나 준비할 걸.

"그래도 그 둘이 제일 일 잘하지 않아요?"

주연의 순진한 반문에 현주가 헛웃음을 내뱉었다.

"얻어걸리는 게 많은 거지. 그거 뒷감당하느라 내가 죽어 나가고. 다른 사람 말고 내가."

주연이 피식 웃었다.

그때였다. 상황실에서 수택의 보고를 받고 있던 팀원 진용우가 문을 벌컥 열고 튀어나왔다. 늘 죽상이던 얼굴에 한 줄기 희열이 깃들어 있는 걸 보니, 심상치 않은 상황임이 분명했다. 현주가 스르륵 일어서자 몸을 덮고 있던 윗옷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허리를 굳이 굽혀야 하나 살짝 고민하고 있을 때, 용우가 다가와 옷을 주워 들고는 자신의 팔에 맸다.

"야…그거 줘라."

"괜찮습니다. 같이 좀 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왜 또?"

"양 요원과 오 요원이 말만 하던 그 대어를 낚은 것 같거든요."

특유의 무미건조한 톤으로 용우가 읊조렸다.


그리고 어딘가.

바람이 고요하다. 물안개가 스산하게 낀 저편에서, 무언가가 자리하고 있다. 어떤 이들이 보기에는 그저 평범하게 여길 물건이고, 다른 이들이 보면 꽤 귀하게 여길 물건이며, 어떤 이들에게는 단지 쓰레기일 존재.

그는 그 모든 감정에도 이제 그닥 신경을 쏟지 않는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는 잠들어 있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었다. 너무 깊게 잠들어 이제 그 층위조차 가늠하기 힘든 잠. 오랜 시간을 걸쳐 매몰되어 온 깊은 잠이다. 잠은 쉽사리 깨지지 않는다. 그래도 됨을 안다. 저편의 미물들이 그를 지키기 위해 생성되었다가 싸웠다가 사라질 테니까.

길고 긴 잠.

그러나 곤한 숙면 가운데에서도 무언가 이질적인 기분이 느껴지는 것은 막을 수가 없다. 그는 몸을 뒤척인다. 한 번도 이런 기분이 들지 않았는데, 갑자기 자라나기라도 한 것마냥 장독대 안이 비좁다. 아니, 아니다. 이것은 저 밖에서 무언가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무언가가 이 일대 안으로 들어왔다. 기맥이 전혀 다른 무언가가.

그의 손가락이 경련한다.

잠은 서서히 그 깊이를 낮춘다. 본능이 작동한다. 아주 자연스러운 일련의 과정 후, 그의 눈꺼풀이 살짝 경련한다. 잠은 빠르게, 주인을 지키기 위하여 물러가고 있다.

공기 저 너머에서 들려오는 온갖 파장의 존재들. 그리고 그 존재들 사이에서 유독 기이한 기운을 머금은 파장은 더욱 그 기세를 불려 가고 있다. 조금이나마 숨기려고는 했지만, 그에게는 모조리 느껴졌다. 아주 생생하게.

그의 몸이 살짝 비틀렸다.

그의 눈이 뜨였다. 허공을 바라보며.

저 밖에 누군가가 있다.

저 밖에 그의 동류가 있다.





⚠️: SCP 재단의 모든 콘텐츠는 15세 미만의 어린이 혹은 청소년이 시청하기에 부적절합니다.
따로 명시하지 않는 한 이 사이트의 모든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3.0 라이선스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