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 숙녀 여러분. 술에 취해 있는 코끼리, 풍선껌을 위한 큰 박수 한 번 더 부탁드립니다. 이 아이를 보고 너무 불쌍해하지 마세요. 본인이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기 전까진 뭐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까요.”
대형 천막에서 평생 술을 펑펑 마시는 핑크 코끼리가 핑 돌아 나오자 광중들은 환호를 지르고 박수를 보내는 반면, 무대 감독인 이키는 관중의 뒤쪽을 주시하였다. 이키는 그곳에 있는, 꽤, 음, 불온한 사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년간의 경험 덕분에 이키는 노력 없이도 누군가 그들의 시그니쳐인 검은 솜사탕의 효과를 받고 있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 말할 수 있었다. 또한 이키는 그들이 일을 저지를 경우를 대비하여 검은 솜사탕의 효과를 받고 있는 이들을 언제나 주시하고 있었다. 이키의 서커스는 그녀의 모든 것이었으며, 먼 거리에 떨어져있는 위협도 감지할 수 있었다.
현재 이키가 바라보고 있는 남자는 완전히 몰입하여 이키의 쇼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재미나 궁금증, 혐오나 공포와도 같은 감정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 남자는 그것이 자신의 직업인 양 성실히도 바라보고 있었다. 이키는 남자가 자신의 머릿속에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 소리를 확실히 들을 수 있었다.
그 보고서를 누구에게 보내는지 알아낼 시간이다.
이키는 음향 기술자에게 신호를 보내 칼리오페로 연주하는 음악을 ‘올해의 직원’으로 바꾸게 했다. 서커스의 모든 직원들이 즉각적으로 이키의 신호를 알아챘으며, 이제부터 즉흥 공연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사 숙녀 여러분, 이 서커스의 종장에 들어가기 이전에 마지막으로 하나의 마법 트릭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하나 더 보고 싶으신가요?”
관객들은 그렇다는 듯 박수로 답을 대신했다.
“마법 트릭 하나 더 보고 싶어요!” 이키의 실크해트 아래에서 튀어나온 조수가, 이제는 이키의 머리 위에 고고하게 앉은 채로 외쳤다.
“롤리, 거기서 내려오렴.” 이키가 부드럽게 명령했다. 롤리는 물구나무를 섰다가, 원래대로 실크해트를 무대 감독의 머리에 돌려놓고선 뒤로 공중제비를 넘어 바닥에 착지하여 웃음과 박수를 자아냈다. “우리 다음 트릭에서는 관객 중 한 분의 지원자가 필요할 겁니다. 딱 한 명이요! 지원자 있으실까요?”
당연히도 열망의 손 수십여개가 하늘로 치솟았지만, 뒤쪽의 남자는 가만히 관찰하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었다.
물론 아이키에게 그 사실은 별 상관 없었다. 이키가 완드를 들고 과장된 동작을 하여, 스포트라이트를 그 남자에게 드리웠다.
“거기, 뒤쪽에 계신 분. 당신이 딱 좋을 것 같네요.”
“예? 저는, 어… 싫어요. 그게, 저는, 저…”
“이리 내려 오세요!”
관중은 격려해주기 위해 박수를 치고 환호를 질렀다. 남자는 이내 꽤나 거대한 광대가 이미 아래로 자신을 안내하기 위해 자신의 옆에 서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자는 재빠르게 선택을 내렸고, 지금 상황에서는 어울려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무대 위로 안내를 따라 갔다.
“고마워, 누들즈.” 이키가 그리 말하고선 남자의 팔을 붙잡았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아… 제레미?” 남자가 말했지만, 말에는 확신이 없는 듯 했다.
“그래요 제레미. 제리라고 불러도 되죠? 제리라고 부를게요. 제리, 저 훌륭하신 분들 사이에서 당신을 고른 이유는 당신 표정이 심각해 보였기 때문이에요. 그건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거든요. 술에 취한 분홍 코끼리가 그 코로 하늘로 떠오르는 풍선을 부는데, 어떻게 사람이 그걸 보고서 심각한 표정을 지을수 있겠어요?”
“확실히 평범하진 않네.” 롤리가 동의했다. “제리가 여기에 즐기러 온 게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제리, 뭐라고 대답하실 건가요? 여기에 사업 목적으로 오셨나요, 아니면 즐기러?”
“저는 그냥, 그, 텐트 여러 개가 세워진 걸 보기도 했고, 할 것도 없어서… 이건 또 뭐야!”
제레미의 바지가 자연적으로 불에 타기 시작하여, 그의 엉덩이가 불길에 휩싸였다. 제레미가 불을 끄려고 하자 관객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대체 뭔데!”
“바지에 불이 났네요 제리. 당신이 분명 거짓말쟁이라 바지에 불이 붙은 거겠죠.1” 이키는 느물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그리 답했다.
“맞아, 내가 그래서 거짓말을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도록 치마만 입잖아.” 롤리가 자랑했다.
제레미는 불을 끄기 위해서 바닥을 구르기 시작했다. 제정신이 아니어 보이는 광대 하나가 소화기를 들고 뛰쳐나왔지만, 소화기를 분사하자 텐트 주위를 날아다녀 관객의 감탄을 만들어내 지금 이것이 쇼의 일부라고 안심시켰다.
“사람 살려!” 제레미가 비명을 질렀다.
“당신은 진실만 말하면 됩니다.” 대중이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목소리를 낮추어 이키가 말했다. “어째서 여기 왔죠? 누구 아래에서 일하나요?”
“그냥 서커스를 보고 싶었을 뿐이라고!” 제레미가 외쳤다.
“뭐 좋아요, 당신의 째끄만 남성 부분이 타도록 둘게요. 그걸 그리워할 사람을 사귀지 않았길 바라며.”
이키의 명령에 따라 불이 정말로 생식기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악! 알겠어, GOC야! 오컬트 연합에서 왔다고!”
제레미에겐 다행스럽게도 불꽃이 즉각적으로 꺼졌다. 하지만 안심할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았는데, 직후에 제레미는 모든 광대가 심한 증오의 시선으로 망신살 엎드려 뻗칠 정도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괴물 살해자!” 롤리가 숨 죽여 야유했다.
“안 돼! 제발, 나는 그쪽에서 시켜서 정찰을 하러 왔을 뿐이고 서커스는 정말 우연히 왔을 뿐이야. 그쪽은 내가 여기 있는지도 모를 걸. 나를 놓아주면 영원히 입을 다물게.” 제레미가 말했다. 이키는 경멸을 담아 고개를 저었으며, 몰래 답을 들려주기 위해 무릎을 꿇어 앉았다.
“그냥 정찰 목적이었다고? 당신네가 지오 씨로 보낸 괴물들은 싸그리 죽었어! 내 동류들을 지구상에서 지워버릴 목적인, 말 그대로 나치들이라고! 이 서커스는 괴물들의 안식처야, 당신이 여기서 살아서 나갈 생각은 않는 게 좋을 거라는 뜻이지. 일단 우리 쪽에 어울려, 적어도 빠르게 죽고 싶다면 말이야.”
이키는 몸을 완전히 세워 발랄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신사 숙녀 여러분, 미스터 제리의 이상하고도 바보같은 공연에 사죄드립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제부터 여러분이 목격하게 될 믿기 힘든 마법 공연에는 무리가 없을 거란 말이죠. 그 공연은 바로, Fuller-than-Full 인간 카라멜 요리사!”
롤리와 누들즈가 제레미를 들어올려 고무 벨트같은 것에 내려놓고서, 튜브와 깔때기를 제레미의 목구멍에 쑤셔넣었다. 롤리는 벨트의 맨 위로 올라가 깔때기를 붙잡아 모두가 보게 만들었다. 무대 담당자가 아주 깨끗한 하얀 설탕으로 가득 찬 더개한 탱크를 끌고 무대 위로 등장했다.
말도 안 되는 마법의 단어와 극적인 몸짓과 함께, 이키는 모든 설탕을 공중으로 꺼내 무대 주위를 회전하는 소용돌이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설탕은 코끼리와 얼룩말, 호랑이같은 이국적인 동물의 형상을 띠었는데, 이키가 설탕으로 만들어진 채찍을 휘둘러 탁 소리를 내 동물들을 움직이도록 하자 설탕의 동물들은 무대 주위를 경주하듯 돌았다.
한 번에 한 마리씩, 동물들은 깔때기 속으로 들어가 제레미의 뱃속을 요리하였다. 제레미의 배는 뜨겁게 타오르는 녹은 설탕으로 부풀기 시작했는데, 분명 그는 배가 터질 것이라 생각할 정도가 되어도 터지지 않았다. 제레미의 배가 부풀어 갈비뼈를 부러뜨리고 척추를 끔찍하게 변형시키는 정도에 이르렀지만, 그의 연조직은 비정상적인 탄력으로 인해 무시무시한 비율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제레미의 몸통은 자신의 아래에 있는 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거대해질 때까지 팽창을 이어나갔다. 다리가 부러지는 그 시점에 벨트가 제레미를 땅에서 약 20피트 정도 공중으로 들어올렸다. 제레미는 모든 설탕을 삼켰으며, 여전히 몸을 불리고 있었다. 벨트가 제레미의 몸통을 빙글빙글, 점차 빠른 속도로 돌렸다. 이키는 관중에게 구호를 외치도록 유도했지만, 제레미는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신경쓸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마침내 제레미의 피부가 팽팽해졌다. 더 이상 늘어날 수 없게 되었고, 그 속의 무언가가 바깥쪽으로 계속해서 밀고 나갔다. 제레미는 마지막 단말마를 외치고, 풍선처럼 터져버렸다.
수천 수만의 알록달록하게 포장된 카라멜이 관객들 사이로 비처럼 내렸다. 그들 중 대부분이 박수를 보내고 열심히 카라멜을 주웠다. 칼리오페 음악의 영향을 받지 않은 소수의 사람들만이 방금 무엇을 본 것인지 확실하지 않은 듯 당황스러워했다.
가벼운 카라멜이 거대한 천막 전부를 아우르며 날아가는 반면, 무거운 내장은 대부분 앞줄에 착지했다. 그 중에서도 내장이 가장 후두둑 떨어지는 구역에2 앉아 있는 사람은, 그들의 VIP 손님인 빅터 찬이었다.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신중함으로, 빅터는 넥커치프를 꺼내 조각난 살덩이를 닦아내기 시작했다. 빅터는 확실히 이키의 조언을 받아 덜 비싼 의상을 입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빅터는 다음 지출품의서에 이 옷의 드라이클리닝 비용을 요구할 것이라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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