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987-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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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등급
보안 인가 요구됨






일련번호 등급 담당 기지
987-KO 케테르-비격리 제02K기지


1968. 3. 2.





특수 격리 절차: SCP-987-KO는 현재 요주의 인물 두 명(이하 POI-0813, POI-0814)과 동행하며 도주 중이다. SCP-987-KO의 소재지를 특정하기 위해 지역사령부 정보국이 POI-0813과 POI-0814의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 SCP-987-KO 추적 임무를 담당하는 모든 인원은 대상이 적대적 고위험 현실조정자임을 숙지하고, 조우 가능성이 있을 땐 스크랜턴 현실성 닻을 동원 가능한 환경에 SCP-987-KO를 유인하도록 작전을 수립해야 한다.

프로젝트 디어사이드의 일환으로, 제02K기지 과학부 무속분과 주관 하에 대한민국 영토 및 국적자에 대하여 대규모 문화 재조정 규약을 실행한다. 규약의 구체적인 시행 내용은 다음과 같다.

l. 지역사회에서 다음 대상들이 갖는 사회적 신뢰 및 의존 경향을 약화시킨다.

  • 무당, 굿 등의 종교 종사자 및 의식 행위
  • 당산나무, 장승 등의 상징물
  • 전통 신격과 관련된 미신

2. 상기 대상들의 대체제로써 이미 상당한 잠식을 나타내는 다음 대상들의 보급을 촉진한다.

  • 아브라함계 종교
  • 불교, 유교 등 형이상학적 동양 종교
  • 배금주의, 반공주의
  • 전력 공급망, 통신 설비 및 현대식 의료 서비스


설명: SCP-987-KO는 VIII 등급 인간형 현실조정자 독립체이다. 외형상 신체 특징으로는 한국계 몽골로이드 여성, 신장 약 110 cm, 겉보기 나이 10~14세, 흉부의 명확하고 반복적인 절개술 회복 흔적 등이 있다. SCP-987-KO는 최소 5세기 이상 생존해온 것으로 추정되며, 처음 외형이 기록된 1906년 이후 60여년 동안 노화나 성장이 전혀 없이 외형을 유지하고 있다.


본인의 증언과 교차 검증된 문헌 증거에 따르면 SCP-987-KO는 한반도 토착 신격체의 일종으로 여겨진다. 15세기 조선 왕실에서 SCP-987-KO로 추정되는 신적 개체를 포섭하여 활용한 기록이 조선왕조실록과 이금록 등에 남아있으며, 당시 문헌에서 나타나는 변칙성 상당수를 실험에서 소규모로나마 재현하는 데 성공한 점으로 미루어보아 이는 SCP-987-KO 본인으로 추정하는 것이 현재로선 합당한 것으로 여겨진다. 해당 기록들은 모두 민간으로부터 회수되었다.

SCP-987-KO는 16세기 말엽 이후 한동안 문헌 증거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20세기 초 돌연 한반도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었으며, 1919년 일본제국 이상사례조사국(이자메아)에 의해 확보됐다. 이자메아는 대상을 연구해 활용하고자 노력했으나 패망 이전까지 성과를 보지 못했다. 1945년 일제가 무조건 항복하면서 연구 관련 자료가 재단에 인계되었으나, SCP-987-KO 자체는 북한 지역에 놓인 탓에 확보할 수 없었다. 이 시기 동안 이자메아 출신의 요주의 인물 두 명이 SCP-987-KO와 동행했음이 여러 증거로 확인되어있다.

SCP-987-KO가 다시 감시망에 포착된 것은 한국전쟁 도중인 1951년이다. 전쟁이 진행되면서 남북한의 대치선이 북위 38도선 이북으로 이동한 1950년 10월, 기동특무부대 알파-88("최전선")은 화천에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되던 구 이자메아 안전가옥을 급습했으나 SCP-987-KO를 발견하지 못했다. 알파-88은 전선이 재차 남하할 때 후퇴했다가 1951년 4월 다시 화천에 입성했는데, 이때 동행자 없이 안전가옥에 혼자 남아있는 SCP-987-KO를 발견했다. 후방으로 이송되어 제06K기지에 격리된 SCP-987-KO는 분리불안과 우울증 증세를 나타냈지만 별다른 저항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정전 협정 체결 후 SCP-987-KO는 제02K기지로 옮겨졌으며, 이후 20여 년 동안 SCP-987-KO의 격리는 큰 이변 없이 정상 수행되었다.

1964년 5월 10일 장기간 소재 불명이던 POI-0814가 돌연 제02K기지에 침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POI-0814는 정규 출입구에서 보안대원에게 체포되었지만, 언어장애 환자가 기지에 침입했다는 보고 내용을 엿들은 SCP-987-KO가 격리 파기를 일으켜 POI-0814와 함께 도주하고 말았다. 격리실의 스크랜턴 닻 설치가 지연된 탓에 SCP-987-KO의 변칙성을 통제할 수단이 없던 것이 당시 격리 실패의 최대 원인이었다. 이후 SCP-987-KO의 행적은 명백하게 재단 감시망에서 벗어났다.

1960년대에 들어 POI-0813이 대한민국 정부와 접촉하고 있음을 의심케 하는 첩보가 간헐적으로 입수되고 있다. 지역사령부 정보국은 여전히 대한민국 영토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두 요주의 인물이 SCP-987-KO와 동행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 두 인물을 추적하고 있다.


SCP-987-KO의 현실조작 능력은 매개체가 될 인간을 통해서만 실현된다. SCP-987-KO는 목표로 삼은 인간의 확률적 미래에 간섭할 수 있으며, 대상에게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사건을 의도대로 유발할 수 있다. 이 변칙성의 명확한 작동 기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예언 계통 변칙성이라는 추측은 상식적으로 기대되지 않는 사건(인원이 곤충으로 변화하는 등)을 발생시킨 사례를 해명하지 못하므로 확실히 배제된다. 반복 실험과 문헌 고증을 통해 몇가지 경향성을 정리할 수 있었다.

  • 본인 또는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는 대상에게 더 강한 현실조작이 가능하다.
  • 가까운 미래의 일은 더 확정적으로 개입할 수 있으나, 목표 시점이 멀어질 수록 효력이 약화된다.
  • 한국계 혈통의 대상에게는 더 쉽게 개입할 수 있으나, 그 외 대상에게는 효력이 현저히 약화된다.

측정 결과 SCP-987-KO의 신체는 현재까지 한국사령부에서 측정한 대상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흄 준위와 아키바 방사능을 보였다. 이 결과는 SCP-987-KO의 변칙성이 스스로의 강한 현실조작 능력에 집단적인 신앙이 부가되어 구현된다는 이론을 성립하게 한다. 이러한 특성은 VIII 등급 독립체 중에서도 신화적 배경 문화를 가진 개체에게 주로 나타나는 것이며, SCP-987-KO가 한반도의 고유 신격체라는 추정을 뒷받침한다.

프로젝트 디어사이드의 효과로 한국 내의 전근대 신화 숭배가 궤멸적으로 파괴되었음에도 탈주 사건 직전까지 SCP-987-KO의 변칙성이나 아키바 방사능은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 이것이 프로젝트 디어사이드의 성취 미달을 의미하는지, SCP-987-KO에 대한 숭배가 통상적인 민간 신앙의 형태로 성립하지 않음을 의미하는지, 또는 SCP-987-KO가 별개의 에너지원을 확보하고 있음을 의미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추가적인 탐구가 요구되나 SCP-987-KO 격리 파기 후 관련 연구는 중단되어 있다.


프로젝트 현황 보고: SCP-987-KO의 격리 실패 사태는 1차 계획이 종결 단계에 접어들고 있던 프로젝트 디어사이드에 상당한 타격을 주었다. 프로젝트 디어사이드는 이론적 배경이 취약한 상태에서 실시되어 각 권역별로 성취도와 효용성이 천차만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등 비체계적 실행 계획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냈으며, 아키바 방사선 개념이 도입된 이상 성과 측정 기준도 완전히 재설정할 필요가 대두되었다.

한국사령부의 경우 무속분과의 민간전승본 회수 작업이나 미신 파기 공작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지만, 정부의 협조가 필수적이었던 학술 연구 제한 및 제도적 규제 부분은 본래 예정된 규약이 거의 전혀 실행되지 못했다. 이는 권위주의 정부가 정통성 확보를 위해 민족주의를 활용한 탓도 있으나, 근본적으로 전세계에서 관련 학문이나 관념을 제거할 수 없는 이상 특정 국가에서만 이를 거세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기도 하다.

프로젝트 디어사이드의 2차 계획은 이러한 교훈을 반영하여 각 시행 권역별로 규약의 필요성과 적절성을 판단해 조정하도록 조치되었다. 대한민국 지역사령부에서 프로젝트 수행을 맡고 있는 무속분과는 SCP-987-KO가 격리에서 벗어나있는 점과 그 외에도 미확보 상태의 VIII 등급 독립체가 다수 존재한다고 추정되는 점을 들어 규약을 더 강화하여 추진할 것을 주장했지만, 뇌창건 박사 등은 1차 계획이 순항하던 기간에도 SCP-987-KO의 변칙성에 유의미한 약화가 없던 데 비해 한반도의 민간 전통 문화가 파괴되는 부작용은 명백하다고 지적하며 규약 집행을 보류할 것을 주장했다. 이러한 우려가 사령부 참모진의 공감을 얻었기 때문에 한국사령부에서 디어사이드 2차 계획은 대폭 축소된 채로 개시되었으며, 이 또한 3년간 추이를 살핀 뒤 조기 종결 여부를 결정하기로 정해졌다.


1968년 2월 28일자 지역사령부 정보국 보고:

한국 정부가 신경을 한껏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청와대 뒷마당에 흙발자국이 찍히기 무섭게 미국 정찰선이 나포당하는 등 최근 한반도 정국은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속수무책입니다. 지난달 한국 측에서 우리에게 북한 P국의 동향 정보를 요청한 데엔 북한이 초상세계에서까지 수작을 벌이면 손조차 쓸 수 없다는 불안감이 비쳐 있었습니다. 그때 우리가 적절한 첩보를 제공하지 못한 것이, 베트남에서의 전쟁에 끼지 않은 건에 이어서 재단에 대한 한국의 기대에 반하는 바였음은 퍽 자명합니다.

이런 와중 지난 26일 중앙정보부가 POI-0813과 접촉해 그를 청와대로 들였다는 첩보가 입수되었습니다. 1964년 SCP-987-KO 격리 파기 당시 POI-0813이 청와대에 출입한 것이 복수의 증언으로 확인된 지금 정부가 재차 POI-0813을 초청하여 자문을 구한 것은 상당히 미심쩍은 행보입니다. 제02K기지 침투의 배후에 청와대가 개입해있다는 의심은 아직 이르겠지만, SCP-987-KO에 관련해서든 아니든 박정희 대통령이 초상 문제에 비상한 관심을 두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POI-0813이 대통령과 대화했는지,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향후 한국 정부의 대재단 입장이 어떻게 변화할 지, 청와대 내 정보원이 애를 쓰고는 있지만 아직 확실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정보국 외의 채널도 적극 동원하여 정부 내부의 기류를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향후 재단이 대한민국에서 주도권을 위협받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 분기점은 바로 지금이 될 것이란 사실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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