ᄒᆞᆫ 뫼를 너머가더니 듁님이 무셩ᄒᆞᆫ 곳의 ᄒᆞᆫ 계집이 쇼복을 단졍히 ᄒᆞ고 안져 울거ᄂᆞᆯ, 운치 시이불견ᄒᆞ고 지나가셔 윤공ᄭᅴ 글를 ᄇᆡ온 후의 집으로 도라올졔 본즉 그 쳐ᄌᆡ 그져 울거ᄂᆞᆯ, 운치 고히 녀겨 나아가 보니 년광이 삼오이팔은 ᄒᆞ고, 용모ᄂᆞᆫ 옥 갓ᄒᆞ여 아릿ᄯᅡ온 ᄐᆡ되 남ᄌᆞ의 마음을 방탕케 ᄒᆞᄂᆞᆫ지라. 운치 나아가 위로ᄒᆞ며 문 왈
「낭ᄌᆞᄂᆞᆫ 어늬 곳의 이스며 무ᄉᆞᆷ 일노 아ᄎᆞᆷ붓터 일즁이 되도록 슬피 우ᄂᆞ뇨」
그 녀ᄌᆡ 우름을 긋치고 붓그러믈 먹음고 답왈
「나ᄂᆞᆫ 이 뫼 아ᄅᆡ 잇더니 셜운 일이 이써 우노라」
ᄒᆞ며 즐겨 이르지 아니ᄒᆞ거ᄂᆞᆯ 우치 그 겻ᄒᆡ 나아가 간졀히 무르니 그 녀ᄌᆡ 강잉 ᄃᆡ왈
「나ᄂᆞᆫ ᄆᆡᆼ어ᄉᆞ의 ᄯᅡᆯ이러니 오셰의 모친을 일코 계뫼 드러운 후로 날를 날를부치ᇇ긔 참소ᄒᆞ여 쥭이고져 ᄒᆞᄆᆡ 쥬야 셜워ᄒᆞ여 ᄌᆞ결코져 ᄒᆞ나 참아 못 ᄒᆞ고 이갓치 우노라」
ᄒᆞ거ᄂᆞᆯ 우치 ᄎᆞ언을 드르ᄆᆡ 가장 긍축히 녀겨 왈
「ᄉᆞ람의 ᄉᆞᄉᆡᆼ이 유명ᄒᆞ니 낭ᄌᆞᄂᆞᆫ 부모유쳬를 ᄉᆡᆼ각ᄒᆞ여 ᄉᆞᆯ기를 도모ᄒᆞ라」
ᄒᆞ고 인ᄒᆞ여 옥슈를 잡으되 그 녀ᄌᆡ 조곰도 ᄂᆡᆼ담ᄒᆞ미 업스ᄆᆡ 흔연히 교합ᄒᆞ여 냥졍이 환흡ᄒᆞᄃᆞ가 이윽고 셔로 ᄯᅥ날ᄉᆡ ᄌᆡ삼 견권ᄒᆞ며 도라가니라.
— 작자 미상, 『전우치전(田禹治傳)』 "일사문고본"에서 발췌
대한민국 대구광역시 중구 남산동 남문시장 네거리.
창백한 형광등 불빛 아래서 한 여자가 먼지에 콜록거리며 책더미를 뒤적거렸다.
“영 소득이 없네. 아무래도 여기서 살 만한 건 다 샀나. 이제 다른 데로 옮겨야 하나.”
서고를 이쪽 끝부터 저쪽 끝까지 모두 훑어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없자, 그녀는 마지막으로 여태껏 한 번도 뒤져보지 않았던, 서고 위에 쌓여 천장까지의 공간을 채운 고서들을 꺼내보기 위해 플라스틱 스툴을 아래 받쳤다.
『田禹治傳』 이라는 제목이 박힌 책이 손에 들어왔다.
“전…… 우치전.”
책의 앞뒤를 뒤집어 보았다. 오래되다 못해 바싹 말라 담배불똥이라도 튀었다가는 금방 재로 화할 것 같았다. 나풀나풀 펼쳐보자 먼지와 함께 한자와 옛한글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거 진짜 골동품인가??”
그녀는 잠시 턱을 손으로 짚고 눈쌀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만약 이게 진짜 골동품이라면 한두푼에 팔 리는 없고. 헌책방이란 게 원래 그런 데서 마진이 나오는 거니까. 하지만 내 수중엔 지금 5만원밖에 없단 말이지. 이젠 눈까지 감고 생각을 거듭하던 그녀는, 책을 들고 가장 구석 서가로 향했다. 백년쯤 지나도 안 팔릴 것 같은 철지난 자기계발서들이 썩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그 책들을 빼낸 뒤, 전우치전을 책장 벽 안쪽으로 밀어넣고 책을 다시 꽂아 넣었다. 여기라면 다음 주에 다시 올 때까지 아무도 안 건드리겠지. 그녀는 바지 무릎에 묻은 먼지를 떨고 계산을 하기 위해 아래층으로 향했다.
"『전우치전』을 찾아서"는 SCP-953의 과거를 톺고 현재와 연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클레프 박사는 향후 본 프로젝트의 설정을 953 관련 설정으로 채용할 의향이 있다(canonical to him)는 뜻을 밝혔습니다.
*1 전사(前史)
이 글은 원래 『조선』 카논의 하위 연작으로 기획되었던 것입니다. 무슨 이야기건 조선시대가 배경이면 다 넣고 보자는 희대의 막가파 카논이죠. 처음에는 이런 식의 단일 중장편이 아니고, 카논에 속하는 여러 개의 엽단편들을 쓸 예정이었습니다. 그 당시 썼던 엽단편들도 있습니다만, 현재 완성된 『『전우치전』을 찾아서』와는 설정이 충돌하기 때문에 모두 삭제되었습니다.
『조선』 카논은 참여자들의 비활성화로 인해 어느새 정전카논이 되었고, 저도 오랫동안 잊어버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2017년경, 그동안 제 프로필 사진이라던지 여러 용도로 사용되던 정체불명의 캐릭터를 주연으로 사용하는, 말하자면 이 캐릭터의 데뷔작을 써 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캐릭터를 뱀의 손 한국지부의 머장으로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것을 보류되었던 『조선』 카논의 전우치 플롯에 결합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캐릭터 데뷔전, 뱀의 손, 『조선』 카논, 이 생각들이 어떤 순서로 떠오른 것인지는 너무 오래되어서 확실한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2 캐릭터 디자인: 「전우치의 딸 호야」에 이르기까지
사실 호야는 이 외형이 가장 먼저 만들어진 캐릭터입니다. 갈색 빵모자를 쓴, 한복을 입고 붉은 띠로 머리카락을 묶은, 옆구리에는 술병을 달고 담배를 피우는, 성격 나빠 보이게 인상을 팍 쓴 여성. 이 캐릭터는 제가 고등학교 때 쓰다 폐기해 버린 역사소설의 주인공이었던 자작 캐릭터입니다. 작품을 제대로 쓰지 않았기 때문에 정해진 이름도 없었습니다. 그런 캐릭터를 재단 아트워크에 그냥 올려두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해당 아트워크가 사람들에게 자신의 캐릭터를 신청받아 그려주는 아트워크였기 때문에, 이 이름도 없는 캐릭터는 곧 저를 상징하는 캐릭터로 사람들에게 인식되어 비상한 관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전우치의 캐릭터 디자인은 배우로 비교했을 때 강동원, 차태현, 최주봉氏를 이미징했습니다. 또한 유승진 만화가의 작품 『포천』에 나오는 전우치의 영향도 많이 받았습니다. 단신이라는 설정도 그렇고, 천방지축 날뛰는 트릭스터이면서도 암흑의 세상에서 더 큰 선을 생각한다는 점도 그렇고요. 『포천』에서 그 암흑은 다가오는 임진왜란이고, 전우치는 제자인 주인공에게 예언비결을 쓸 것을 명합니다. 반면 SCP 세계관에서 암흑은 백성들을 해치는 괴력난신과 이매망량들인 것이고, 이쪽의 전우치는 그것들에 대처하기 위한 도사들의 조직화를 유훈으로 남긴 것입니다. 하지만 이지함의 조카 이산해의 개입으로 그 조직화는 철저히 국가의 주도로 이루어지게 되면서 전우치의 원래 구상과는 어긋나게 됩니다.
“호야”라는 이름은 사실 별 의미가 없었습니다. 지금은 여우 狐에 어조사 也를 씁니다만, 사후에 갖다붙인 것이고, 처음에 “호야”라는 이름은 그저 고등학교 때 자주 읽던 한국문학에서 자주 보이던 이름들 중 하나를 아무렇게나 붙인 것에 불과했습니다. 이름이 정해지니, 그 다음은 일사천리였습니다. 이 중장편을 착안한 계기가 된 된 세 가지 요소가 “호야=전우치와 953의 딸”이라는 아이디어로 삼중교점을 찾았던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호야의 구체적인 과거와 행적, 성격을 구상하고 디자인하는 데만 몇 개월을 더 보냈습니다.
*3 초기 플롯 및 집필
전우치가 여우와 성교하던 도중에 여우 입속의 구슬을 삼켜 도력을 얻었다는 고전 원본 『전우치전』의 에피소드를 비틀어서, 전우치가 사실 여우에게 끌려다니며 도술을 익혔다는 설정, 그리고 그 여우가 바로 SCP-953이라는 설정은 2014년 『조선』 카논 설정회의 단계에서 이미 확정된 것입니다. 하지만 그 기본 설정 이외에 다른 모든 기존 플롯은 폐기했습니다. 개중에는 953과 전우치 사이에 태어난 아기들을 953이 푹 고아사 전우치에게 밥이라고 먹이는 그런 내용도 있었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전우치의 아이들 중 하나가 생존한다는 개념은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새로 쓰게 된 『『전우치전』을 찾아서』는……. 플롯이 없이 작성되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기억을 잃었던 호야가 결말에서 기억을 되찾고 능구렁이단에 재합류하게 되는 것이 플롯이라면 플롯일 것인데, 그 밖의 세부적인 플롯이나 전개는 정말 하나도 정하지 않은 상태로 무작정 써내려가지는 대로 쓴 글입니다. 『전우치전』의 새로운 판본을 찾는 추적? 그건 그냥 맥거핀일 뿐이었죠. 이 글은 플롯이 없기 때문에 순전히 캐릭터의 발광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러니만큼 호야의 캐릭터성은 이 작품에서 거의 다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목은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에서 따 왔습니다.
*5 비판적 자기평가
그런 식으로 쓰인 글이니만큼 허점이 많습니다. 일부 부분에서는 억지로 전개를 밀기 위해 몸을 비트는 문자열들이 불쌍할 정도로 흉해 보입니다. 그 압권은 “우리들의 모험은 지금부터다!” 식의 날림결말 아닐까 싶은데요. 물론 이 중장편이 호야가 우두머리인 조직 “능구렁이”의 프롤로그 격이 되므로 틀린 말은 아니지만, 단독 작품으로서의 결말 치고는 몹시 비루한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호야의 과거의 비밀이 드러난 뒤에는 더이상 보여줄 것이 없어서 이야기가 그야말로 문자 그대로 붕괴해 버리죠. 플롯 없이 캐릭터에 의존한 이야기의 한계입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호의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호야라는 다양한 캐릭터성이 중첩된 캐릭터의 데뷔작이기 때문이었다, 그것 외에는 이유를 찾기 힘들다는 생각입니다.
문체 면에서도 제대로 형태를 갖춘 소설이라기보다는 키치한 인터넷소설에 가깝습니다. 일각에서는 그 점이 오히려 매력이라는 과분한 평가를 내려주시기도 했지만…….
*6 해외수출
이 작품은 처음 쓰기 시작할 때부터 SCP-953의 저자 클레프에게 구상을 전달하고 그에게 canonical 할 수 있다는 답을 받고 쓰기 시작했습니다. IRC 대화방에서 나누었던 대화인지라 지금도 그걸 기억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래서 이 작품 전체를 영어로 번역해 수출하지는 못해도, 이 작품의 내용을 설정 설명식으로 요약한 「천년구미호」를 영어로 수출하는 것은 필연이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영작해서 영미지부에 먼저 업로드하고, 한국지부에 업로드한 국문판은 그것의 번역이라는 형식으로 업로드되었습니다. 이것은 다른 지부의 번역작이 영미지부에 진출하기 어려웠던 시절에 수출 자체를 위한 전략이기도 했고, 이 작품은 영미지부 작품인 SCP-953의 정식 속편이라고 어필하기 위한 의도 역시 있었던 것입니다. 현재 기준 점수가 +107점으로 꽤 호의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편입니다.
옛한글이 난무하고 분량도 적지 않은 작품 전체를 영어로 번역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을 뿐더러, 작품 자체의 모자라는 완성도를 생각할 때, 이렇게 설정만 수출한 것은 현명한 일이었다 할 것입니다.
*7 Q&A
Q: 강동원 연기 어땠나요?
A: 강동원 氏의 외모가 제 취향이 아니라서 별로 즐길 수 없는 연기였습니다.
Q: 능손 쪽 등장인물들도 원래 구상했던 게 아니라 쓰면서 구상하신 건가요?
A: 미리 만들어진 거는 모리안 뿐이고, 희지하고 병길이는 이 작품 올라가고 나서 구체적인 내용이 채워진 케이스입니다. 그 밖에 다른 캐릭터들은 이 작품 집필 시점에서는 존재조차 아직 없었습니다.
Q: 한설하와 박하연은 어떻게 되었나요?
A: 한설하는 사건 이후로 SCP재단 한국지부에 특채되었고, 박하연은……, 모르죠? 어디 다른 작품에서 등장할 일이 있을지? 또는 다른 분이 이 캐릭터를 써 줄지?
Q: 호야는 순수 여우인가요, 반여우 반인간인가요?
A: 헷갈려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호야는 혼혈이 아니고 순수 여우입니다. 전우치가 여우구슬을 삼키면서 그의 몸에 일어난 어떠한 변화 때문에 전우치와 953의 자식들은 순수 여우로 태어났습니다. 그렇다고 전우치가 여우가 되었다는 건 또 아닙니다.
Q: 호야의 레즈비언 설정은 언제부터 확립되었나요?
A: 처음부터요.
*8 끝으로
『『전우치전』을 찾아서』는 세계관 전체를 보면 세계의 역사나 등장조직과 관련해서 중요한 의무통과지점을 찍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나, 작품 자체의 질은 평균 이하라는 것이 저자로서의 총괄입니다. 다음부터 글을 쓸 때는 반드시 플롯부터 써야 한다는 자기반성을 남긴 최초의 완결작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뒤로는 플롯 구상만 몇년째 하느라 다른 글을 못 내놓고 있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