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싸움과 용기와 스포츠 정신의 로망

화염 사격

어떤 변칙적 방식으로든, 화염을 생성 및 발사하여 과녁에 명중시켜야 한다. 과녁은 양궁의 그것과 같으나 화살이 아니라 불을 명중시켜 고득점 과녁을 정밀히 불태우는 것이 중요하다. 불이 다른 곳으로 옮겨 붙으면 실격 내지 실점.






wl_logo.png

야, 루비Ruby. 진짜로 나갈 거야?

날 못 믿는 거야? 실망인데. 손에서 나만큼 불을 잘 다루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그 Ls나, 다른 원로들 외에는 말야.

그런 문제가 아니라 분서꾼이… 됐다, 무슨 말을 하겠냐.

흥.

논고는 봤지?

어. 뭐 다 아는 소리던데.

어쨌건 네가 나간다면, 좋든 싫든 손이 승리할 가능성이 유력해. 그 점에선 대견하다니까.

애 취급하지 마.

알았어. 그러니까 어쨌건, 네 불의 효과는 대단하다니까. 요새 손의 맹원들은 숨기, 이동하기, 뭐 그런 "실용적인" 마술을 선호하지만 넌 좀 특이 케이스 같아.

맞아. 당연한 말이지.

어떻게 하는 건지 궁금한데?

그래? 그렇지? 역시. 내가 불을 다루는 실력은 통일기적학이니 하는 딱딱하고 경직된 분서꾼-스러운 게 아냐. 불을 듣는 거지. 불 속에서 들리우는 열감과 화염의 소리… 정령들의 소리… 그런 걸 듣고 설득하는 능력이 있어야 해.

와. 멋진데.

그렇지?

그러고 보니 옥리나 분서꾼도 참가한다던데, 옥리가 제법 강적일 것 같아. 뭘 가지고 있을지 아무도 모르잖아.

뭐가 와도 나만큼은 아냐.

그래. 그렇겠지, 뭐.





케테르 올림픽 업무 요약



SCP-2984: 전신이 불에 휩싸인 암컷 보르네오오랑우탄. 확실히 건강하게 살아있으며, 화상이나 연기 흡입으로 인한 손상이나 질병의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 대상을 집어삼킨 화염은 평소대로 확산되거나 소멸할 수 있으나, 대상이 물 속에 완전히 잠수하지 않는 이상 곧바로 다시 발화한다.

SCP-154: 청동 팔찌 한 쌍. 착용자가 팔찌를 착용하고 신경을 집중하고 적절한 자세를 취할 경우 무형의 활이 완전히 뻗은 팔에서부터 형성되며 활시위를 당기면 뻗은 팔에서 팔뼈가 강제적으로 튀어나와 초고속으로 올곧게 날아간다.

기대되는 사항: 2984의 (불 붙은 상태의) 팔 골격이 날아가 올림픽 종목인 "화염 쏘기"에 적합한 무기가 된다. 사라진 뼈와 팔의 손상은 빠르게 회복되며, 몇 분 내로 다시 '발사' 가능한 상태가 되기에 윤리적 문제가 적어진다. 단, 2984의 지적 능력을 감안했을 때 정신 집중이 가능할지 불명이다.

.
.
.

기각함. 모든 '케테르 업무' 스포츠 전술 아이디어는 제출을 금지합니다. 제가 재단이라는 조직을 너무 과대평가 한 것 같군요. 윤리에도 어긋날 뿐더러 외설스럽습니다. 앞으로 재단 선수단의 감독들의 목적은 SCP 개체 사용이 아니라, 일단 적절한 장비 사용에 집중될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디어 공모전에… '동그란 말뚝을 네모난 구멍에 넣지 못한다'는 말만 덜렁 냅둔 사람 누굽니까?






안녕, 무슨 문제 있어, 제시?Jessie

응. 오늘 공개된 올림픽 종목이 굉장히 불만이야.

그 '화염 쏘기' 말이지?

맞아. 우리 맥스웰교 사람들은 도통 할 수가 없잖아?

랜선 폭발이라도 하라는 거야 뭐야

오, 그렇네. 나도 정말 유감이야 :(

짜증 난다니까. 그 똑딱이들이랑, 부마로네 독실자들은 이천 년간 그 화염 방사기 기계 갖고 놀아 왔는데. 우리는?

흥, 잘 놀아 봐라 기계박이들. 기계 깨지듯이 깨지겠지 뭐.

제시, 너무 나쁜 말은 하지 마. 그 사람들은 단순히 WAN의 순전한 컴파일에 대해 모를 뿐이야. 외관과 물질만 보는 거지

사르킥 애들처럼 말이야. 하지만… 음, 우리 쪽 선수가 어느 종목에 못 나간다는 건 정말 유감이다 ;(

됐어. 우리끼리 사이퍼시티에서 놀면 되는 거잖아.






greendolphinstreet □/□□/□□ (□□) 05:36:50 #680120

파라워치에 글을 올리는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지금도 매우… 매우 떨린다. 아주 초자연적인 것은 아니지만 단순히 무서운 경험이다. 나는 오리건 포틀랜드에 산다. 그리고 오늘 이상한 자를 목격했다.

그 자는 무슨 구식 히피처럼 차려 입은 키 큰 남자로 입에 담배(?)를 다섯 개비 물고, 우리 집 문 앞에 쭈그려 앉아 있었다. 그는 무슨 약이라도 빤 듯이 멍청한 표정으로 있다가 갑자기 내 쪽을 쏘아보며 외쳤다. "다섯 불꽃에서 나오는 건 다섯 연기니 연기를 쏘아도 합법"이니 뭐니.

그때까지는 그냥 약쟁이인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그의 형태가 흐릿하고 일그러진 형태로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눈을 씻고 보아도 그랬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내가 다시 그를 보았을 때 그곳엔 단지 잿빛과 녹색의 연기만이 남아 있었다…

무엇이었을까? 그 꿈결 같은 광경은?






ㅇㅇ(398042)

그래서 시바 이제 불까지 뿜네 ㅋㅋ

살 레 🟢

이새끼들 또 종목 근본 붙이겠다고 무슨 초상의 역사 ㅇㅈㄹ할듯 ㅋㅋ

ㅇㅇ(809602)

그냥 해리포터에서 따왔다 해

완세노인터넷 🟢

대충 지오씨 새끼들 전신? 조상?이 용 때려잡던 거에서 따온 거 아님?

LKO 🟢

그럼 선수가 용을 죽여야지 드래곤 브레스를 쳐 쓰는 게 말이 되냐

ㅇㅇ (681409)

교미






대한 카르시스트의 불길. 이것은 사실 문헌에서 (적을 덮치는) 신성한 염증을 암시한다. 혈술으로 불길을 만들 수 있는 법은 극히 제한적. 불타는 것에 대한 육신의 저항성이라면 만들어낼 수 있으나 불을 쏠 수는 없노라… 그러므로, 낼캐 집단은 이 종목에선 실로 불리하다.

그러므로 훌륭한 방법으로 대체 가능하다. 하나, 역병을 뿌려 모든 적 선수를 살해한다— 하지만 부서진 신을 모시는 고위의 뇌 빈 자들에게는 소용없다. 둘, 신성한 짐승을 만들거나 그리 변이하여 과녁을 부순다. 셋, 심판을 조종한다.

신이 되는 법: 죽지 않기. 카르시스트 이온이여 오시라.






주홍왕의 일곱 옥좌를 내 응시하여 보았더니, 그 군대가 싸우고 또 싸워 나가려 하더라. 암흑 억겁의 동료 신들의 뼈 위에 선 그의 왕좌를 향해 기어나갔다. 이 시대에 수많은 다른 신들은 아래 암흑에서 태어나고 죽거나, 창조 속에서 행하기 위해 그림자 드리운 영역을 떠나기로 했다. 남아있던 이들은 나이를 먹으며 강력해졌지만, 그들은 카하라크의 속박에 묶이게 되었다. […] 아이들은 왕의 대승을 선언하기 위해 달려 나가며, 전장을 피와 재로 뒤덮고, 지나는 길에 역병과 공포를 흩뿌린다.






스리포틀랜드 어딘가


초상올림픽 개최지인 이곳, 린다는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낮의 스리포틀랜드는 언제나처럼 흐리기는 했지만, 제법 따스한 햇살이 린다의 얼굴을 쓸어주고 있었다. 그때, 한 남자가 부리나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문이 닫히고 남자가 때마침 방 안에 있던 의자에 걸려 넘어지는 소동에 린다 역시 눈을 뜰 수 밖에 없었다.

"아이, 놀래라. 뭔 일이야?"

남자는 몹시 급하다는 듯이 뺨의 땀을 닦고는, 갖고 온 서류를 보여주며 다짜고짜 입을 열었다.

"그… 선배님. 화염 사격 경기 말이죠."

"그게 왜?"

"아무래도 최악의 화제가 될 것 같습니다."

"뭐?"

린다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녀는 일어서 서류를 두 눈으로 확인함과 동시에, 후배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듣기 시삭했다.

"아시다시피 화염 사격이란 그냥 은비학적인 방법이면 되잖아요?"

"파라노말급에선 그렇지. 그게 왜?"

"생각보다… 그게 많이 쉬운 모양입니다. 참가 신청을 넣은 기존 단체가 수십입니다."

린다는 고개를 갸웃했다. 재단, 연합, 뱀의 손, 뭐 방재원이나 특이사건반부터 부서진 신의 교회나 기타 등등 다양한 단체가 참여할 것은 예상된 일이었다. 그런데 그게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린다는 입술을 깨물며 후배의 말을 되짚어 보았다. 참여한 단체가 수십인 게 문제라면, 뭐, 재단과 반란… 연합과 손 등이 만나서 문자 그대로 피터지게 싸운다던지 하는 일이 있겠지만 이건 기본 중의 기본 아닌가.

"그게 왜?"

"그… 기존 단체가 수십인데 신생 단체가 수백입니다."

"뭐?"

남자는 뺨에 맺힌 땀을 손으로 닦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아시다시피 불 사격이 쉬워서, 재단이나 연합, 손 같은 곳에는 이게 가능한 인력이 상당한 모양입니다."

"설마."

"네, 음… 이걸 보시죠."

남자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듯 서류를 그녀의 눈 앞에 바짝 들이밀었다. 린다는 안경을 고쳐쓰고는 서류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기존 단체, SCP 재단, 세계 오컬트 연합, 뱀의 손, 톱니장치 정교회, 사슴대학, 주홍왕의 아이들, 원더테인먼트….. 익숙한 단어들의 아래에 곧 기묘한 것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분석심리학부, 멕시코검은왕뱀의 손, 미스터즈… 이거 그냥 재단, 뱀손, 원더테인먼트잖아."

"네. 신생 단체… 말하자면 다중 참가 해놓고 이건 우리가 아니라 분리된 독자 조직이다 하는 사례가 상당합니다."

"신분 세탁을…"

린다는 어이가 없어, 이마를 짚었다. 그 외에도 사슴대학은 동아리 수만큼 선수 신청을 했고, 셀레스트는 어떻게 참여할 건지는 몰라도 자기업 수만큼 많은 명의였으며, 제비꽃은 벌레 군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몇 번이나 생략과 중략을 거쳐야 했다.

"그럼 이거 다 탈락시켜. 뻔하잖아?"

"그게, 사실 좀 복잡합니다."

"왜?"

"세계 오컬트 연합은 108 평의회죠. 그 각각이 꽤 날리는 단체라 반도체 노르니르나 사탄교회나 그런 곳은 독자 참여도 했고요."

"그렇지?"

"그래서 너흰 되는데 우린 왜 안 되냐 하는 의견이…"

린다는 심한 두통을 느끼고, 마른 세수를 했다.

"경우가 다르잖아… 여긴 애초에 108개가 올 인 원 된 거고. 거긴 떨어져 나왔다고 하는 거고…"

논리적 주장이었음에도, 남자는 그 말이 맞다 감히 말하지 못하고 연신 초조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제법 자신의 '올 인 원' 가설에 자부심과 논리적 쾌락을 느끼고 있던 린다는 다시 남자를 쏘아보았다. 뭐가 문제냐는 그 눈빛에 남자는 애써 말을 이어갔다.

"선배님, 재단 내전 아시죠."

"어. 반란이 무슨 이유로 1940년에, 재단에서 뜯겨저 나왔잖아? 그때 쟤들이 싼 똥을 우리가 아직도 치우고 있고."

"그럼 메카네 종교개혁 아시죠?"

"부마로네 교단에서 무슨 신체 개조 어쩌구로 정교가 떨어져 나오고 맥스웰교가 떨어져 나오고 했잖아. 알지."

"그럼 주홍왕 교파들은요? 사르킥은?"

"걔들도 뭐 다에바에서 떨어져 나왔느니 반란을 했느니 해서… 또 거기서도 교단들이 떨어져 나오고… 잠깐. 설마."

"네. 그래서 쟤들은 되는데 왜 자기네들은 안 되냐고…"

더욱 극심한 신경통이 린다의 신경세포 시냅스 하나하나를 갉아먹었다. 정말 막된 논리라고, 린다는 그리 생각하며 하나하나를 읊었다. 재단 내전은 거의 육십 년 전이고, 부신교 개혁도 백 년은 더 전이고, 사르킥 주홍왕 이탈은 거의 이천 년 전이다. 그리고 서류상 재단에서 '분석심리학부'와 '귀가부'라는 집단의 이탈은 무려 21시간 전. 이제 린다는 재단이 자기가 알던— 권위적이고 관료적이고 냉정하며 혼돈의 반란을 싫어하는 그 기관이 맞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

"미친 놈들."

"유감입니다."

"그건 프시케 분과에서 알아서 하게 두고. 종목에 대한 다른 반응은?"

남자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입을 열었다.

"…음……"

"그냥 말해."

"선수촌에서 화재 사고가 2.9배 늘었습니다."

"지랄."

"죄송합니다."

"아니, 네가 불 지른 거 아니면… 됐고 보고해."

요약하자면, 선수촌에서 화염 쏘기의 열기가 고조되는 바람에 제멋대로 불을 쏴대다가 건물을 홀랑 날려먹는 일이 잦아졌다는 것이다. 다행히 재단 시간변칙부가 건물을 계속 재생시키곤 있지만 버티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함께였다. 그 범인도 다양했다. 앤더슨의 로봇 슈트, 제비꽃의 폭탄먼지벌레, 혼돈의 반란의 저격폭발쌍권총, 지나가던 드래곤 등등.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상수적인 사고, 그러니까 종교 전쟁이라던가, 능구렁이 손처럼 올림픽 테러를 저지르고 있는 반대파나, 화염 쏘기가 상어의 음모라며 폭탄과 꿀밤을 날리는 상어 죽빵 센터의 공격이 여전했기 때문이다. 린다는 이제 두통이 지어내는 엑스터시의 경지에 이르렀다.

"능구렁이 손 이 자식들은 올림픽 킬즈 푸어니 뭐니… 다시 지오씨 킬즈 핸드의 시대로 돌아가고 싶다 이거지?"

"진정하세요, 선배님. 듣는 귀가 많습니다."

때마침 창틀에 앉아 있던 큰 까마귀 하나가 날개를 펼치고 날아갔다. 린다는 한숨을 푹 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후… 다른 건 없어?"

"더 유쾌한 건 있습니다."

"오, 뭔데?"

"이번 종목이 반칙, 도핑, 기만, 부정행위 발각 수가 전 종목 3위입니다."






« 불의 잔치에 모인 뱀 | 허브 | 【사설】화염 사격 개최, 국제 주홍왕 운동이 화합하는 계기가 되기를...... »


🈲: SCP 재단의 모든 컨텐츠는 15세 미만의 어린이 혹은 청소년이 시청하기에 부적절합니다.
따로 명시하지 않는 한 이 사이트의 모든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3.0 라이선스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