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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과거 파헤치기
저자: Gabriel Jade & Uncle Nicolini
원작: http://scp-wiki.wikidot.com/digging-up-the-past
역자: MysteryInc
제12생물연구구역 회의실 문이 천천히 열렸다. 선임 연구원들과 프로젝트 이사관들은 멍하게 걸으며 각자의 사무실로 돌아갔다. 케인 파토스 크로우는 전동 휠체어의 조종기에 앞발을 올려놓은 채 회의실에서 나왔다. 복도는 조용했다. 지난 30분 동안을 기묘하고 끔찍한 말들의 바다에서 표류하고 있었으니.
더 이상 죽음은 없었다.
어느 누구도 그의 우선순위를 흩트려 놓지 않았기에, 크로우 교수는 우선 현실적이고 즉각적인 문제들로 관심을 돌렸다. 정서적 영향들, 그는 그들의 차례를 기다릴 수 있다 단정했다. 그가 사무실을 향해 움직였을 때, 그를 밀어낸 것은 두려움이 아닌 새로 발견된 목적의식이었다.
뭐, 사실 그를 밀어낸 것은 개조된 병원 장비였고 그 사실은 그를 무척 짜증나게 만들었다. 그는 자신이 알아 본 사람들 몇 명을 지나쳤고, 못 알아본 사람이 훨씬 더 많았다. 젊은 사람들. 하급 직원의 대부분은 30세 전후였다. 그는 바로 어제 21살의 경비를 만났었다.
휠체어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움직이게만 하는데도 그는 온 다리가 아팠다. 만일 그가 자기 자신에게 솔직했다면, 자기가 이렇게나 오래 산 것이 기적이나 다름없다고 인정했을 것이다.
크로우의 사무실은 그의 마음처럼 눈에 덜 띄도록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읽지도 않는 책들이 냄새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소파에 놓인 편안한 쿠션 더미가 그를 애태우며 유혹했다. 가끔씩, 그는 그 자리에 누워 두 번 다시는 깨어나지 않는 게 어떤 것일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배는 이미 출항했다. 그는 휠체어를 타고 책상으로 가서 컴퓨터에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프로젝트 암호명: 라자루스
프로젝트 번호: PRJOLM-14310193
인가 및 파일번호: NPF-00051473
연구 총책임자: K. P. 크로우 교수
프로젝트 목표: K. P. 크로우 교수가 무기한적으로 재단의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SCP-244-ARC를 재취역, 추가 개선 그리고 활용한다.
이용한 SCP:
- SCP-244-ARC - 기본 구성체로 사용
- SCP-447 - 재료로 사용
- SCP-500 - 재료로 사용
- SCP-914 - 재료의 변경을 위해 사용
- SCP-890 - 재료 및 완제품의 변환을 위해 사용
재료:
- SCP-500 한 알
- 생물학적 방부제, 소독약, 그리고 윤활유로 사용할 SCP-447이 생성한 점액 500리터
- 인공 심폐기 한 대
- 신장 투석기 한 대
- 방탄유리 250 kg
- 앤더슨 로보틱스 신경 접속기 한 개
정제와 변환 과정:
- 인공 심폐기, 신장 투석기, 그리고 방탄유리를 SCP-914를 사용해 정제.
- SCP-890이 앞의 과정에서 만들어진 기계를 SCP-244-ARC의 차대와 통합할 수 있도록 추가 형성하는 것을 지원. 이는 SCP-447이 생성한 점액을 격리하는 데 필요.
놀라울 정도로 아무 일 없었던 2주가 지났다. 크로우는 깨어 있는 거의 모든 시간을 컴퓨터로 공부하는 데 쓰면서 좀처럼 사무실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앞발에 넣을 수 있는 모든 관련 정보들을 단어 하나하나 읽고 또 읽었다. 그는 평의회가 해올 어떤 반박이든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세워가고 있었다.
그는 많은 반발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는 약간의 호의를 베풀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젠장, O5들이 그것을 완전히 거부할 가능성이 그의 마음속에 진짜 들이닥치고 있었다.
낮잠을 자려던 중 새로운 메시지를 보자 그는 긴장되었다. 그는 숨을 들이쉬었고, 컴퓨터로 메시지를 열어 보았다.
재단 기록정보보안행정처(RAISA) 공지
PRJOLM-14310193은 승인되었습니다. 요청하신 재료들은 24시간 이내에 제19기지에서 제공될 것입니다.
— RAISA 부이사관 알렉산더 호비스
크로우는 자신이 본 것을 거의 믿을 수 없었다. 그는 심지어 꼬리를 흔들자 관절염 때문에 꼬리 끝부분이 경련하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지체하지 않고, 그는 다음 비행기를 타고 제19기지로 향했다.
아침 6시, 비가 내리고 있었고, 크로우는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제19기지까지의 비행은 길고도 험했으며, 병든 크로우의 관절통을 더욱 심화시켰다. 비행기가 착륙했을 때, 그는 몸이 너무 뻣뻣해져 제트기에서 휠체어로 누가 옮겨주어야 했다. 크로우는 휠체어 레버에 앞발을 올려놓으며 꼬리를 다리 사이로 집어넣었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왔던 소수의 연구원들과 비번인 MTF 인원들인 이미 따뜻한 여름비로부터 보호받는 제19기지의 적재 구획 안에 들어갔다. 이슬비 속에서 한 사람의 모습이 눈에 띄었는데 그의 떨어져가는 시력으로는 정확하게 알아 볼 수가 없었다. 그들 사이의 거리가 좁혀오는 동안, 크로우는 그 사람의 목에 걸린 부적에 달려있는 선홍색 보석을 흘낏 보았다.
세상에.
"케인! 이 개자식 같으니. 웬일이셔, 개 선생?" 비록 검은 머리가 뿌리부터 희끗희끗해져가는 50세 여성의 모습이었지만 잭 브라이트의 미소를 알아 볼 수 있었다. 그 직후, 그는 크로우의 휠체어를 밀면서 그 뒤를 따라 걸어갔다.
"그저 내 등 뒤의 원숭이를 상대하는 중이야." 크로우는 앞발을 조종대 위에서 치우며 조금이라도 더 편한 자세를 취하려고 애썼다. "자네를 여기서 보게 되리라고는 생각 못했어, 잭. 자네한테는 운영해야 할 기지가 있지 않았나?"
"물론 그렇지. 그리고 그 일에는 어떤 변칙개체들이 여기에 격리되거나 되지 않았는지 알아보는 것도 포함되고. 내가 그게 진짜 자네인지 확인도 안 하고 그 늙은 다리를 다른 사람이 확인하도록 내버려 둘 것 같아? 그럼 내가 무슨 친구겠어?"
"그 일을 위임할 경연진이 있는 친구. 난 자네를 알아, 잭. 만약 친구라는 것을 과시하고 싶었다면 격리실에서 날 만났겠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여기서 날 만나다니. 나한테 참견하려는 셈이구나."
"뭐, 참견? 내가? 아냐." 브라이트는 그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크게 코웃음 쳤다. 뿌옇게 변해가는 눈이었지만, 그는 크로우가 자신을 꿰뚫어 보았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 정말 참견 안 할게. 난 그저, 알잖아, 자네 머릿속에선 무슨 생각을 하나 궁금해서 말이야 오랜 친구." 브라이트는 가식 없이 웃으려고 애썼다. 그는 그것을 아주 못했다.
"내 머릿속 생각들은 아주 분명하게 해야 해. 늙은 개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허약해지기 쉽거든."
"다른 사람들에겐, 그래, 자네가 쓸모없는 몸뚱이에 갇히고 싶어 하지 않는 게 꽤 간단한 경우처럼 보일 지도 몰라." 크로우는 이마를 찡그리며 그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우리 둘 다 그것보다 그 문제의 해결법이 더 간단하다는 걸 알고 있지."
크로우는 침묵하고 있었고 다시 특별할 것 없는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워커를 끝낸 후 바로 시작할 프로젝트가 뭔지 기억해?" 잠시 후 브라이트는 말을 이었다.
"당연히 기억하지.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생각을 할 때는, 크게 생각해야해."
"아마 그렇겠지." 크로우는 씁쓸한 눈초리를 하며 동의했다. 그들은 서로에 대해 아주 잘 아는 이들의 편안한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브라이트는 율동적인 걸음으로 크로우를 표시 없는 격리실 문까지 데려왔다. 크로우는 자신의 친구가 문의 암호를 입력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 기계는 작은 격리실 한가운데에 고꾸라진 채 서있었다. 먼지가 윤이 나는 금속의 광택을 가릴 만큼 두껍게 쌓여 있었다. 팔들은 바닥에 닿은 채 매달려 있었다. 망가진 상태였지만, 그 기계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이 기계가 퇴역되기 이전, 근심 없이 편안한 조종석으로 뛰어들 수 있었을 그 시간을 얼마나 즐겁게 기억했던가.
브라이트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케인. 너 꼬리 흔들린다."
크로우와 브라이트가 들어갔을 때쯤 식당은 거의 문을 닫은 상태였다.
늦게 도착한 사람들만 몇 명 남아서 남은 머핀과 오랫동안 온열램프 아래에서 말라붙은 스크램블드에그를 깨작거리며 먹고 있었다. 크로우는 식당에서 제공하는 음식에 별로 신경 써본 적이 없었다. 음식들은 모두 인공적인 맛이 났고, 정말 인공적인 것이라고 밝혀져도 그는 놀라지 않을 것이었다. 따뜻한 육두구 향기와 기름진 소시지 패티 냄새가 콧구멍 속으로 스며들자 그의 코끝이 찡해졌다. 아마도 그는 소시지를 신경 썼을 것이다. 적어도 그는 모든 냄새들 중 가장 좋은 냄새를 맡았다. 아님 베이컨 냄새인가? 그는 배가 고팠다.
브라이트는 크로우가 탄 휠체어를 비어있는 여러 강철 식탁 중 하나를 향해 돌렸고, 휠체어를 식탁 모서리와 가능한 나란하게 세워 두었다.
"금방 돌아올게."
크로우는 휠체어를 움직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크로우는 그의 자랑이자 기쁨인 워커가 고작 몇 층 아래에 있다는 것을 알자 불안해졌다. 물론, 오래된 기계의 푹신한 새틴 쿠션의 즐거움은 며칠 안에는 별 다른 의미가 없겠지만. 그는 자신의 현재 상태를 좀 더 돕기 위해 기계 전체를 개조하고 개선할 예정이었다. 그러는 동안, 그는 누군가에게 휠체어 좌석을 워커 좌석으로 교체해 달라 부탁하려고 했다. 그것이 곧 쓸모없어질 것이라고 해서 이미 쓸모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잠시 주변의 소리들을 즐기기 위해 피곤하고 흐릿한 눈을 감으면서 조용히 앉았다. 멀리 떨어진 부엌에서 은식기들이 달그락거린다. 커피포트가 보글보글 끓는다. 냉장고 문이 열리고, 가벼운 쿵 소리를 내며 닫힌다. 발소리. 발소리. 딸깍거리고 있다, 거의. 굽이 있는 발소리.
"이봐, 친구."
크로우는 눈을 번쩍 뜨고 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의 혼란은 자기 앞에 서있는 중년의 여성이 자기 친구였다는 것을 기억하자 금세 가라앉았다. 그는 시선을 낮추며 살짝 한숨을 쉬었다. 브라이트는 굽이 있는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물론 그가 신고 있었다.
"이거 받아."
소시지, 베이컨, 그리고 해시 브라운 약간을 담은 쟁반이 크로우의 앞에 놓였다. 크로우는 본능적으로 혀를 내밀고, 의자 전체에 침을 흘렸다. 브라이트는 그의 옆에 자리를 잡고 자기 쟁반을 내려놓으면서 빙그레 웃었다. 크로우가 음식을 퍼먹기 전에, 한 손이 그를 가로막았다.
"안 돼, 안 돼. 못된 녀석 같으니. 특식을 잊어먹었잖아."
더블 초콜릿 칩 머핀. 브라이트는 그것을 둥글게 썬 소시지 더미 위에 올려놓았다.
"정말 웃겼어, 잭." 크로우는 앞에 놓인 고기를 먹으면서 눈을 굴리며 주둥이로 머핀을 밀어냈다.
"오 세상에. 이것 좀 먹는다고 죽을 것 같지는 않은데." 브라이트가 포크로 스크램블드에그를 떠먹으면서 말했다. 크로우는 입을 멈추고 침을 삼켰다. 그리고는 입술을 핥았다. 지금 초콜릿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나쁜 일은 그의 장이 난리를 치는 것 뿐이다.
"아니, 안 먹을 거야. 그리고… 그 얘기가 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데. 넌 이 모든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네가 말한 '어떻게 생각해'가 무슨 뜻이야? 나는 존나 좋고 또 좆된 기분이야. 하지만 지난 15년 동안도 존나 좋고 또 좆된 기분이었어. 뭐 다를 게 있겠어?"
브라이트는 느긋하게 남은 음식을 깨작거렸다.
"잭, 난…"
"그래, 미안하겠지. 신경 쓰진 마. 벽에 매달려 있을 땐 교도소 독방에 새로 생긴 술집을 신경 쓰긴 어려우니까." 그는 느긋하게 목에 걸린 부적을 잡아당겼다. "저번 달에 이 세상이 너랑 말 그대로 모든 사람들이랑 그 밖의 모든 것들에게 엿을 먹였다는 건 알지만, 나에게는 그저 목요일이었어."
둘은 오랫동안 침묵했다. 그들 모두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브라이트는 식당을 비우면서 음식을 남겨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크로우는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 지를 숙고하면서 엄숙하게 고개를 숙렸다. 브라이트가 처한 상황은 분명 이보다 더 불행할 수는 없겠지만, 그는 그 문제에 연연하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곧 그와 브라이트는 모두 자유로워질 것이다. 물론 그것은 그의 발명품이 작동했을 때의 이야기지만. 작동해야만 한다.
개는 의자에 살짝 몸을 기댄 채, 초콜릿 칩 머핀을 들어서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는 초콜릿의 맛을 잊은 체 살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