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대가 돌무더기 사이를 천천히 지나갔다. 어둠의 장막 밑에 가려진 집합장소를 향해 조심스럽게. 공장의 망가진 용광로와 흩어진 터져버린 난로의 잔해는 그들의 진입을 완벽한 위장과 보호로 환영해주었으나, 그들이 탐사해서 지나가야 할 많은 장애물 역시 있었다. 보름달은 이미 구름과 안개로 가려져 버려서, 그들에게 약간의 도움만을 줄 뿐이였다. 그들의 눈은 열린 채로 고정되어 있었으며, 사냥꾼과 불모지를 지나왔을 수도 있는 저격수의 흔적이 있나 경계하고 있었다.
그들은 1941년 헌이 처음 습격당했을 무렵 이곳을 통해 퇴각했었다. 총탄도 다 떨어지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들은 이곳에서 후퇴해 독일군을 늦출 후방부대만 놔두고 다음 방어선으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떠나기 전에 그들은 서로 악수를 했었다. 그들이 살아남아있기만 하다면 다시 와서 데려가겠다고 약속하면서. 이제 그들은 약속한대로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예상했던 대로, 후방부대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들의 썩어가는 시신마저도. 그게 정상이였다. 포탄은 땅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뜨려놓아 우크라이나에 있는게 아닌 달에 온것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그들은 낙하지점에 도착한 후 때가 되기를 기다렸다. 몇시간이 지난후 하늘을 향해 조준된 망가진 철 대들보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며 해가 그들의 등뒤에 비추었다. 무거운 총들이 포탄을 발사할때 땅이 흔들렸으며, 모든 사람이 군화 밑에서 흙이 파장에 의해 밀려나는 것을 느꼈다. 호각이 들리자 그들은 돌격할 준비가 된 채로 곧게 서있었다. 그들이 움직이려하자마자 발이 유사에 빠지는 것마냥 땅으로 잠겼다는 것이 문제지만. 소대는 땅이 열려 자신들을 통째로 삼키는 것을 보며 마치 장난감 병사들마냥 흔들거렸고, 결국 그들은 어둠속으로 떨어졌다.
불행한 영혼들은 자신들이 떨어진 거리가 짧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 그저 몇 미터 간의 추락과 함께 떨어진 흙으로 유추해냈을 뿐이다. 그들은 일어서서 몸에 붙은 먼지를 털어냈다. 그들의 눈은 천천히 어둠속에 적응해가고 있었다. 곧 냄새가 그들을 강타했다. 전투로 단련된 그들임에도 불구하고 감각을 흘러넘치게 하고 거의 두통을 일으킬뻔한 그런 냄새. 그들은 방 안에서 울려오는 조용한 속삭임과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감지했다. 그들은 무기를 들었다. 적의 포화속에 있는 것보다 이 구멍속에 있는 것이 더 불안하고 두려웠다.
“정체를 밝혀라!”상병이 소리쳤다. 그리고 한순간에, 그들이 다가와 있었다. 반사적인 총격이 어둠속에 몇번 울렸고, 플래쉬는 정체불명의 습격자에 의해 쓰러져 있는 자신들을 볼 수 있을 정도로만 빛을 밝혀주었다. 내려다보는 얼굴이 위에서 나타났을때, 그들의 놀람은 공포로 바뀌었다. 그 얼굴들은 그들을 내려다보며, 흰 천처럼 창백한 얼굴로 이빨에서 피를 뚝뚝 떨어트렸다. 그들의 튜닉은 더럽고 재와 피로 덮여있었으며, 군장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들은 남자들중 한명이 말을 시작하자 공포로 얼어붙었다. 그의 목소리는 알아들을수가 없었으며 잔뜩 갈라지고 멸시감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늦었군. 이제 몇명만 남은 상태이고, 우리는 배가 아주,아주 고파."
무거운 총소리가 살육당하는 자들의 비명을 묻어버렸다. 나중에 트렉터가 와서 무덤의 문을 다시 한번 밀어버렸다. 또 다시 포위된 수비자들을 자신의 운명에 맏기며.
가장 끔찍한 건 말이죠, 이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거라는 겁니다. 동부전선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