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딱지 프로필: 복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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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물딱지 프로필: 복순이!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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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복순이

종명: Psittacus erithacus (아프리카회색앵무)

담당 돌보미: 육생팀, 라일락 킴Lilac Kim

식성: 없음/신경쓰지 않아도 됨

사육처: 윌슨 야생생물 센터, 52번 방령(防靈) 울타리

생물체 특징!

복순이는 영리한 회색앵무… 유령이랍니다! 놀라지 말아요, 복순이는 고체 구조물을 통과할 수 있는 신기한 능력과, 몸이 조금 투명하다는 것만 빼면 살아있는 앵무새 친구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아쉽게도 이 때문에 사진에도 찍히지 않는답니다! 지금은 조금 예민하기는 하지만, 언젠가 다른 친구들처럼 사람을 좋아하는 밝은 앵무새가 될 수 있을 거에요. 그때까지는 원청The Supervisors이 제공한 방령 울타리 안에서 보호를 받을 거에요.

복순이의 이름이 이상해 보인다고요? 복순이는 머나먼 한국에서 우리에게 왔답니다! 복순이라는 이름은 한국에서는 친근한 이름이라고 해요.

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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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고 있는 복순이.

복순이는 한국의 작은 동물원에서 태어났어요. 불행하게도 그 동물원은 낡은 곳이었고, 복순이처럼 지능이 높은 동물 친구들을 보살피기에는 관심과 사랑이 조금 부족했나 봐요… 거기다가 예산도 부족했던지, 그 동물원은 문을 닫고 말았지요. 당시 복순이는 스트레스를 받아 자기 몸의 깃털을 전부 뽑은 상태였는데(앵무새들은 종종 그러니까요) 이 때문에 다른 동물원으로 가지 못했던 것 같아요.

처치곤란이 된 복순이는 유기동물 보호센터에 맡겨졌어요. 간혹 복순이의 주인이 되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울음소리가 시끄럽고 털이 많이 날리는 복순이에게 지쳐 다시 파양되기 일쑤였어요. 가엾은 복순이!

다행히도 복순이는 마음 좋은 청년을 만났답니다. 그 사람의 이름은 유성필Lew Sungpil 씨였는데 정말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답니다. 유 씨는 복순이를 위해 한적한 주택을 구해 이사했어요. 복순이는 가족들과 지인들에게서 추천 받은 이름 중, 가장 좋아 보이는 이름인 복순이를 골랐어요. 복순이는 영어로 럭키Lucky 같은 이름이지요.

처음에는 복순이가 유 씨를 경계했다고 해요. 하지만 유 씨는 복순이에게 애지중지 마음을 쏟았고, 복순이도 서서히 유 씨에게 친밀해졌어요. 그리고 일 년 후, 둘은 둘도 없는 단짝이 되었답니다! 유 씨는 항상 복순이를 데리고 다녔고, 복순이 또한 그와 항상 붙어다녔어요. 다른 훈련이 없어도, 복순이는 유 씨가 하는 말을 배워서 따라했답니다. 복순이는 지금도 가끔 그런 말을 하는데, "밥 먹었어?" "오늘 춥지?" "예쁘다" 같은 다정한 말들이예요.

둘의 우정은 20대였던 유 씨가 50대 중년이 될 때까지도 계속되었어요. 유 씨는 아내도 생기고, 아들딸도 있는 어엿한 가장이 되었답니다. 복순이는 가족들도 좋아했지만 가장 좋아하는 건 당연히 유 씨였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유 씨가 크게 아팠어요. 불행하게도, 병원은 그에게 췌장암 3기 진단을 내렸지요. 유 씨는 절망 속에서도 복순이에 대한 사랑을 잊지 않았답니다. 복순이에게는 마지막으로 행복한 시간이었겠지요. 알다시피, 안타깝지만 췌장암은 사망률이 높은 질환이니까요. 유 씨는 59세의 나이로 돌아가셨어요. 복순이는 유 씨가 없는 집에 남았지요. 주인을 잃은 복순이는 유 씨가 남긴 말만을 중얼거리며 슬프게 울더니, 앵무새 클라미디아(Chlamydia psittaci)라는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세상을 떠났어요.

그리고… 복순이는 유령이 되어 다시 집에 나타났어요. 가족들은 복순이가 유 씨의 소리를 따라하는 것을 집 전체에서 들을 수 있었죠. 원청이 출동했지만, 다른 조직이 유령이 된 복순이를 먼저 데려갔죠. 그 조직은— 뭐더라, 심야클럽Midnight Club이라 하던 자들인데, 유령들로 이루어져 있었죠.

그들은 유령이 된 복순이를 보호하려고 했지만, 복순이가 그쪽 회원들을 경계하고 주인을 찾아 구슬피 울어대자 다른 주인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네요. 그래서 그쪽 외교부장이라는 사람이 복순이를 우리에게 맡겼답니다. 이렇게 복순이는 우리에게 오게 된 거에요!

특별 필요사항과 사육!

방령 울타리로 옮겨지기 전에는, 복순이는 자주 벽을 투과해 탈출했어요. 지금은 기본적인 플라즈마 방어막과 동양의 무속학적인 힘이 담긴 안전한 곳에서 관리되고 있답니다.

복순이의 우리는 관리하지 않아도 되지만(그야 먹이도 필요없고 배설도 하지 않으니까요) 행동을 관찰하고 사람과 친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거에요. 복순이는 항상 크게 울어대고, 가끔 사나워지기도 하니까요. 물론 물거나, 할퀴는 것처럼 상처는 내지 못하지만요. 우리는 복순이가 꼭 전 주인을 그리워하는 것 같아 슬퍼요.

복순이에 관한 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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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송자: 라일락 킴
수신자(들): 팀 윌슨
일자: 2021/12/31

안녕하세요 팀.

복순이가 요즈음 더 예민하게 행동하고 있어요. 제가 준비한 행동풍부화 프로그램도 무시하고, 탈출 시도가 부쩍 늘었거든요. 복순이의 행동에 대해 저보다 믿을만한 사람이 있을까요? 물론 제가 앵무새의 행동에 대해서는 믿을만하다고 자부할 수 있지만, 유령에 대해서는 문외한이거든요. 그야 보링읍에서 유령 같은 게 흔한 존재는 아니잖아요. 제 이메일로 답변 부탁드릴게요. 해피 뉴 이어!

감사를 담아서, 라일락.


발송자: 팀 윌슨
수신자(들): 라일락 킴
일자: 2022/1/1

안녕하세요, 라일락 씨.

안타깝게도 우리 중에는 유령 행동학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없는 것 같습니다. 만약 복순이의 관리를 우리가 지속할 수 있다면 행운이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원청The Supervisors에서 요원을 파견해 복순이의 상태를 체크하기로 했습니다. 검진에 용의하도록 복순이의 평소 행동이나 하는 말을 목록화한 파일이 있다면 제 메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팀


발송자: 라일락 킴
수신자(들): 팀 윌슨
일자: 2022/1/1

안녕하세요, 팀.

복순이의 행동에 대한 파일은 이미 제출했고, 하는 말에 대한 메모를 보냅니다. 네, 물론 앵무새들의 언어 행동이 인간과 완벽히 같지는 않은 것은 알지만 조금 걸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복순이가 분명 전 주인분과의 유대관계가 깊다고 알고 있는데, 하는 말을 보면 그분을 호칭하는 말은 한 마디도 없습니다. 도리어 그분의 가족들이나 단순히 나가고 싶다는 표현, 횡설수설 뿐이죠. 물론 제가 예민한 것일수도 있겠지만…… 원청 분들이 오셔서 하루빨리 확인해주셨으면 좋겠네요. 만일 복순이가 악령이나 악귀가 되었다면 우리 모두에게 위험하니까요.

감사를 담아서, 라일락.


발송자: 제64기지
수신자(들): 팀 윌슨

해당 독립체 감식 결과 A등급 심령독립체로 판명되었습니다. 또한 보고받은 대로 길들여진 앵무와는 상이한 행동을 보이는 바 잠재적 위험성을 인식하였습니다. 즉각 재단 기지 내에서 격리 하에 둘 것을 권고합니다. 긍정적 응답 시 기동특무부대 뮤-13 ("고스트버스터즈")와 을호-2 ("잊힐 의무") 차출조가 파견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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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세지는 직통으로 발송됨.


발송자: 라일락 킴
수신자(들): 팀 윌슨
일자: 2022/1/1

안녕하세요, 팀.

복순이를 원청에 보내기로 했어요. 복순이가 어젯밤에는 울타리를 벗어나 도망쳤고, 거의 센터를 나가려다가 원청 요원에게 붙잡혔거든요. 물론 이것도 이유지만 어제 제 후배들이 이런 메세지를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갑자기 센터 사물함에 나타났다던데 아무래도 복순이를 계속 우리 곁에 두기는 위험할지도 모르겠어요.

안녕하십니까. 윌슨 야생생물대책 여러분. 저는 여러분을 맡긴 심야클럽의 외교부장 유서진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어제 저희가 복순이를 발견했던 곳에서, 그 주인의 유령도 발견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그 분의 상태입니다. 그분은 계속 앵무새 특유의 소리를 내고 비행하려고 시도하는 등 이상행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추측하기로는 그분과 복순이의 정신 상태가 사후 뒤바뀌었을 수 있다고 봅니다. 두 유령이 종종 정신이 뒤바뀌거나 융합하는 건 흔한 일이니까요.

그렇다면 여러분의 센터에 주인분의 정신을 지니게 된 유령이 있을 것입니다. 혹시 어떤 말을 하던가요? 만약 주인의 정신을 지녔다면, 불행히도 오랫동안 동물 취급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원귀가 되었을 가능성이 있고요. 여러분 잘못이 아닙니다. 저희 불찰입니다.

복순이… 아니, 유성필 씨가 이상을 보인다면 저희가 찾아가겠습니다.

빠른 응답 바랍니다.

라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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