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虛)한 함(轞)

사카



이나
이나

1944년 3월 10일 정오 우에노은사동물공원 대일본제국원수 미치미야 히로히토

찬바람이 내 외투를 펄럭였다. 으스스 추운 것이, 봄의 조짐은 아직 먼 것 같았다.
이 을씨년스러움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아마 내 눈 앞에 있는 공허감 또한 그 언인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되니,

그것은 지면을 큰 사변형으로 뚫고 위에 콘크리트를 쳐서 만든 거대한 우리[檻: 함]였다.
예전에 여기에는 세 마리, 어떤 생물보다 큰 체구를 가진, 세상 아름다운 생물들이 살고 있었다.

이름은 ジョン, 윈리ワンリー, 통키トンキー. 아니, 윈리가 아니라 하나코花子라고 불러야 하나.

세 마리의 아시아코끼리Elephas maximus.

지금은 모두 이 세상에 없다. 이 빈 우리가 내 마음에 적막감과 무념을 불러일으킨다.

지금 이 코끼리 우리는 육군의 자재 하치장이 되었다.
하지만 코끼리 우리의 넓이에 비하여, 이 팽대한 공극은 무어냐.

우리 속의 공극이 너무 크다. 애초에 이것은 코끼리 우리인 것이다.
코끼리를 다시 넣는 것 외에, 이 공막을 메꿀 방법이 달리 있으랴.

너무 거대하게 빈 우리. 내게는 이것이 우리나라의 공허와 결핍의 회자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아니, 공허를 품은 우리는 이 거대한 코끼리 우리에 그치지 않는다.

예전에 여기에는 다양한 생명이 꿈실거렸다.

내 혼례의 기념으로 동경시민들에게 주어진 휴식의 공간은 이제 볼품없어졌다.
아니, 이 우에노뿐만이 아니다. 이 나라의 모든 동물원의 동물들은 전시의 비상판단의 이름 하에 죽임당했다.

이 동물원에서 살아 있는 동물은 한 마리도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만 빼놓고.
모든 동물들은 굶어 죽었다. 우리는 공허만을 품었고, 동물원은 묘지처럼 고요했다.

전시맹수처분.

이것은 공습대책이 강구되던 때에 만들어진 부산물이다.
혹시 들이 우리가 깨지면 탈출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선수를 쳐서 살처분할지니라. 관료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전시체제에서의 살처분이 계획되었고, 마침내 실행되었다.

미국들소, 비단뱀, 방울뱀, 지나에서 건너온 어린 표범 , 흑표범, 북만주불곰과 반달가슴곰. 이들 다종다양한 짐승들은 사랑받으며 죽어야 했다.

뱀들은 날붙이로 머리를 절단했고, 곰들은 약을 투약한 뒤 몸을 창으로 찔렀고, 흑표범은 와이어로 교살했다.
그 밖의 것들은 사람이 먹이를 주지 않자 최종적으로 아사에 이르렀다. 총 14종・27마리가 모두 숨통이 끊어졌다.

이 동물원은 나의 혼례와 함께 동경시에 하사했던 것이다.
예전에는 소년소녀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여기를 드나들었다.

누구나 우리 저 편의 이국의 짐승들을 보며 놀라거나 혹은 탄성을 내질렀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아니, 한 사람이었다.

이제는 아무도, 아무도 없다. 이미 폐원에 불과한 것이다.

지금 나는 정말 구색뿐인 근위와 함께 원내에 도착했다.

우에노은사공원은 현재 육군 관할내기에 경비상황에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싫어 좌우를 물리치게 해 놓았다. 그저 잠깐의 사이만이지만.

나는 이 공허한 우리 앞에서 “어떤 인물”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소식을 받은 것은 며칠 전이었다.
내 시종장을 지냈던 스즈키鈴木 칸타로貫太郎가 내게 한 통의 서간을 내밀었다.

서간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돌연한 , 정말 놀라셨으리라 생각되옵니다.

께옵서 부디 이 큰 무례를 해 주시기 바라나이다.

하여 말씀드리고자 함은 우리 생물학도의 앞으로에 관계된 이옵니다.
주상께옵서도 하시다시피, 우리나라에 있어 생물, 특히 류의 보호환경은 절망적이나이다.
선년 살해당한 은사공원의 동물들에 대하여 주상께옵서 을 아파하심을 잘 알고 있나이다.
그것은 저희들도 같은 바. 그러한 잔학무도는 지옥계에 있어도 행해지지 않을 정도의 일이옵니다.

하오나 의 참사는 저희들이 한 사태이기도 했나이다.
그런 연고에, 저희는 금일의 사태에 하여 한 준비를 해온 것이옵니다.
부디 그 성과를 주상께 코저 하오니, 지금의 곤란한 정세, 실로 하실 가운데 하옵니다.

3월 10일 정오 우에노은사공원 코끼리 우리 앞에서 하여 주시옵소서.
하오면 하여 맞겠나이다.

이테기리가 제십대 가장 겸 남작 이테기리 텐
제국대학교수 핫토리 히로타로


발신인은 연명되어 있었다. 그 중 한 사람은 핫토리 히로타로 교수.
그는 제대의 교수이며, 또한 동궁어학문소 시절의 은사이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은 이테기리 텐 남작.
그는 명의로서 일러전쟁에서 많은 사람들의 인명을 구했다. 그 훈공을 높이 사 남작의 지위를 얻은 명사이기도 하다.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양 쪽 모두 생물학에 있어 광범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이 두 사람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러나 그들 역시 동물들에게 동정이 미쳤는가 생각하니, 썰렁하던 마음도 아주 조금은 따뜻해졌다.
허나 나는 형식상이라고는 하지만 제국의 원수다. 전선에서는 지금도 많은 장병이 다치고 죽어가고 있다.

이런 정세에서, 사람 이외의 것에 마음을 향하는 것은 그야말로 번지수가 틀린 것이 아니겠는가.
내 심중은 약간의 혼란을 겪고 있었다. 이것도 이 불명확한 탓이다.

3년 전에 시작된 영미와의 전면전쟁. 허나 나는 이것이 이기고 있는지, 지고 있는지조차 잘 모르겠다.
아니, 오히려 패세 그 자체가 아닌가. 아무것도 모른다. 아무도 참을 말하지 아니한다.
내 이름으로 시작된 대전쟁은 근인들의 손으로 진행되고 있고, 이제는 영미와의 강화의 기회조차 보이지 않는다.

은,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표상이다.
형태는 크고 거창하지만 그 실태는 어떠한가.
그 우리에 의한 보호를 필요로 하는 것들은, 이미 다 죽어 버리지 않았────

「폐하」

혼자 에 잠겨 있던 나를, 근위가 불러왔다.

「무엇이오」

내가 돌아보니, 거기에는 한 명의 여성이 서 있었다.
긴 흑발에, 정장 위에 백의를 걸친 여성이었다.

그 흑발은 양 어깨에 닿을 정도의 길이로, 앞머리칼을 내리고 있어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쿠니요시가 그린 망령 같은 여성이었다. 그녀에게서는 어쩐지 기묘한 향기가 감돌았다.
그것은, 라벤더도 장미도 아닌, 기묘하게 달콤한, 꿈을 꾸는 것 같은 향이었다.

.처음으로 뵙사옵니다, 라 하옵니다」
여자는 작게 고개를 숙였고, 나는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고개를 숙였다.

こと ないでしょう,다이. ,그대あなた しょ. 차를 하였사오니──────

그 다음에는 멍해져서 생각이 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차에 타고 있었다.
이 엔진의 진동과 시트의 감촉으로 보건대, 이것은 가 아니다.
사이드글래스로는 나무들의 행렬이 내 시야를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여기는 어딘가의 산 속 같다.

그러나 도로는 확실히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는 듯 했다.
진짜 산길이라면 차의 현가장치가 진동을 흡수하여 그것이 조금이라도 시트에 전해질 것이다.

나는 곁에 근위들이 없음을 깨달았다. 아니, 나는, 이 차는, 애초에 어디를 어떻게 통하여 여기로 왔단 말인가. 허나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혹시 나는 어딘가 모를 산 속으로 납치라도 된 것인가.

문득 나무들이 열리고, 아스팔트로 포장된 10평 정도의 광장이 나왔다.

키 큰 나무와 대나무들이 늘어선 가운데, 여기만 뻐끔하게 원형으로 뚫려 있다.
수목들은 이상하리만치 성장하여 건물의 높이를 유유히 추월했다.

그리고 이 나무들은 기묘하게도 만곡하게 자라서 건물을 반원으로 덮어 일종의 지붕의 역할을 하고 있다.

나는 본능적으로, 이것이 폭격을 피하기 위해 지은 방공설비임을 깨달았다.

거기에서 차가 멈추었다. 운전수는 기묘하게도 일체의 미동도 없었다.

주차장에는 여기저기 짐칸에 장막을 덮은 트럭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여기는 육군의 연구소인가. 내 뇌리에 무언가 싫은 느낌이 떠올랐다.

만주 및 북지나・남지나에서 그들이 “무언가”를 하고 있음은 나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수위는 육군 군복을 입고 있었다.

프론트글라스에서 철근 콘크리트조의, 전고 5 미터 정도의 큰 건물이 보였다.
그 건물 앞에는 백의를 입은 연구자로 생각되는 사람들─이 10인 정도 있었다.
그들과 같은 복장은, 동궁생물학연구소에서 연구를 해오고 있는 나로서는 매우 친근한 것이었다.

그들 가운데 두 사람이 차를 향해 달려왔다.

한 사람은 정장 위에 백의를 입은 남자, 핫토리 교수였다.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회색 옷에 감색 톤비외투를 걸친, 호호할아버지 같은 웃음을 띤 이테기리 남작.
남작이 차 문을 열어 주었다. 나는 차에서 나왔다. 주위에는 나무와 흙의 냄새가 났다.

남작은 내게 넙죽 절을 했다. 핫토리 교수도, 그들에 이어 연구원으로 보이는 다른 사람들도 뒤를 이었다.

「폐하, 이 좋지 않은 가운데 행차해 주시어 감사하기 그지없사옵니다」

남작이 고개를 들고, 어느 때보다 더욱 온화한 표정으로 나를 마중했다.
핫토리 교수도 어디인가 상쾌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부디 이쪽으로」

교수와 남작은 콘크리트 건물로 나를 초대했다.

입구 앞에는 4단 정도의 계단에, 그리스풍의 기둥과 지붕이 있었다.

기둥에는 「1944/03/01」라는 문자가 새겨져 있다.
기묘한 것은 그 아래에 , , 라는 세 개의 문자가 새겨져 있다는 것이다.

강철제의 옹골찬 문 위에는 놋쇠의 간판이 걸렸다. 거기에는 이렇게 새겨져 있다.


남작과 핫토리 교수는 나를 이끌며 선두를 걷고 있다.
내 뒤로는 백의의 연구자들이 다이묘의 행렬 같은…… 아니, 때의 처럼 추종해오고 있다.

높은천장에는 군데군데 불빛이 켜졌다.

전구가 아니고, 가늘고 긴 관이 천장에 직접 설치되어 있다.
저것은 아마 마츠식 형광램프의 불빛이다.

차가움이 느껴지는 불빛 가운데를 음전하게 지나 닿은 복도 끝에는 커다란 승강기가 있었다.
그것은 매우 커서 코끼리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갈 듯 거대한 것이었다.

교수가 단추를 누르자 무언가 공기가 새는 듯한 소리와 함께 문이 좌우로 열렸다.
내가 들어가 가운데 서고, 교수와 다른 이들이 그 뒤를 따랐다.

내부는 매우 넓어서 우리 전원을 태우고도 여유가 있을 정도였다.
문이 닫힌다. 그러자 승강기는 자동적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 승강기는 전자적인 구조로 움직이는 자동형 승강기인가 보다.

벽에는 층수를 표시하는 전자반이 붙어 있었다.
의 잿불처럼 벌겋게 이글거리는 글씨가 강하를 알리고 있었다.

「이 정도로 대규모의 시설, 어떻게 준비한 것이오?」

나는 생각 끝에 남작에게 묻기로 했다. 확실히 남작은 명의이며 풍부한 자산을 가지고 있다.
허나 이 정도로 대규모의 시설을 용의할 만한 재산을 가지고 잇지는 않을 것이었다.

「생물학의 앞날을 걱정하는 들이 다수 있기에 저 또한 합자했을 뿐이옵니다」
「그대 이외에도 돈을 낸 사람들이 있다고」
「예에, 사정이 있기에 이름을 고해바칠 없사오나」
「그렇더라도 놀라운 일이구려. 이 승강기만 해도, 이토록 대형의 것은 본 적이 없소」
「놀라운 것은 이제부터 얼마든지 보시게 될 것이나이다」

승강기가 멈추었다. 전자반의 문자는 「」을 표시했다.


넓은 엘리베이터 홀, 벽은 백악 성벽같은 희게 칠한 회반죽.
바닥은 리놀륨을 덮어, 어딘가 병원을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다.
천장에는 마츠다식 형광램프가 불빛을 발하고 있다.

「여기부터는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핫토리 교수가 일단의 선두에 섰다.

엘리베이터 홀에서 길고 넓은 복도로 나왔다.
긴 복도의 왼편에 큰 유리가 몇 개 보였다.
마치 수족관 같았다. 사실 그 유리들에는 높이 4미터 정도의 물이 채워진 듯했다.

핫토리 교수는 가장 가까운 유리에 빠른 걸음으로 뛰어가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자아, 보시옵소서」

나는 유리에 다가갔고, 거기에는───거수가 있었다.

그 거수는 체장 5 미터 정도에, 납 같은 잿빛 피부와 길고 가는 꼬리를 가졌다.
약간 짧은 목, 얼굴 양 끝에 날개 같은 큰 귀, 3 미터 정도의 긴 코, 입의 양 끝에 길고 날카로운 어금니.

틀림없이 이는 아시아코끼리Elephas maximus다.

뿐만 아니라 그것이 세 마리.

그들은 지난날의 우에노은사동물공원의 인기동물이었던 죤, 통키, 하나코와 판박이였다.
그 거수는 코를 흔들리며 그저 가만히 정지해 있는 것 같았다.
한 마리는 유리 너머의 콘크리트 고대에서 미동도 없고, 나머지 두 마리는 물 속에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유리문으로 달려가 양 손바닥을 유리문에 바짝 붙이고 그것을 응시했다.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확실히 그것은 틀림없는 하나코다.

「사, 사, 살아 있는 것이지요. 박제라거나 그런 것은, 아닌, 것이지요?」

나는 흥분해 목소리를 높였다.

「예에, 그렇사옵니다. 만일 원하신다면, 만져 보셔도 괜찮나이다」
「무어라, 만져도 된다는 것인가?」
「물론, 금일 폐하께 이것들을 보여드리기 위해 부른 것이옵니다! 이쪽으로 오소서」

교수는 유리문 옆에 있는 철제 계단을 오르더니 문을 열었다.
나는 교수의 뒤를 이어 문을 통과했다.

숨막힐 듯한 짐승의 냄새. 그러나 어딘가 그리운 냄새.

코끼리의 "우리"는 엄청나게 넓었다. 코끼리가 세 마리나 살아야 하니 당연한 것이다.
콘크리트를 친 실내에 들어간다.
방 중앙의 콘크리트 고대 위의 코끼리에게, 우리는 천천히 다가갔다.

「수컷・암컷・수컷 상태로 지내고 있으므로, 개체에 스트레스는 없사옵니다. 자」

핫토리 교수는 이미 코끼리의 귀 언저리까지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는 조심조심 코끼리의 배를 건드렸다.

피부는 거칠거칠하고, 약간 갈라진 듯한 주름이 있다.
따뜻하다. 아아, 살아 있다. 이 코끼리는 분명 여기 머물며 살아 있는 것이다.

「무슨 기적이란 말인가」

나는 유리문 너머의 사람들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다.

「교수! 남작! 그리고 모두! 참 잘 해 주시었소! 그들을 잘 도와 주시었소」

그들은 살아 있다.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들을 여기에 풀어준 것이다.
죽었다는 것은 모두 육군을 속이기 위한 방책이었을 것이다.

이것이라면, 전쟁만 끝나면 그들은 다시 동물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
허나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인가. 그러나 나의 의심은 기쁨에 묻혀 버렸다.


나는 “동물원”의 시찰을 속행했다.
미국들소, 비단뱀, 방울뱀, 표범 하치, 흑표범, 북만주불곰과 반달가슴곰.

제1층은 거기서 끝난다.

제2층은 식물류, 제3층은 어류(여기는 진짜 수족관이었다), 제4층은 곤충류, 제5층은 해양생물 일반으로, 불가사리가 인상적이었다. 제6층은 조류였다.
특히 따오기Nipponia nippon가 훌륭했다.

그러다 나는 기묘한 것을 발견했다.

유리문 너머로 한 장의 화폭이 이젤에 거치되어 있었다.
화폭 앞에는 극장처럼 막이 쳐져 있었다.

「저것은 무엇이오?」

나는 교수에게 물었다. 그러자 웃음을 띤 이테기리 남작이 나섰다.

「감히 말씀드리겠나이다. 저것이야말로 저희들의 걸작이옵니다. 부디 보아 주소서」

백의를 입은 연구원 두 명이 유리창 옆의 문을 열고, 좌우에서 막을 걷었다.

거기에는 참새 비슷한, 붉은 깃털의 새의 그림이 있었다.

내가 그 그림을 보는 순간, 작은 새는 그림에서 뛰쳐나왔고, 나를 향해 날아오는 것이 아닌가!
나는 나도 모르게 손가락을 세우고, 치ー치치치 소리를 내는 그 새가 내 손가락 주위를 나는 것을 관찰했다.
그러나 그 새는 보면 볼수록 힘을 잃어가는 것처럼 보이더니, 마침내는 아예 사라져 버렸다.

「멋지지 않사옵니까? 이 새는, 사람의 인식 속에 사는 새이옵니다」
「인식의, 새」
「그렇사옵니다. 하오나 아직 이 종은 살아가는 힘이 약하옵니다. 이렇게 사람의 인식을 쬐지 아니하면 약해지는 것이나이다」

「이는 남작 그대가 잡은 것이오?」
「아니옵니다, 이 새는 여기서 태어났사옵니다. 저는 단지 스폰서애드를 행했을 뿐이나이다」
치 아니한 힘을 사용한, 것이구려?」
「그러하옵니다. 본시 그러한 힘은 이렇게 써야 한다고 생각하옵니다」

나도 무지하지 않다. 이 나라에는 은비오컬티즘반자연안티내츄랄의 힘을 휘두르는 자들이 있다. 물론 그것은 우리나라에서 멈추지 않는다. 지나와 조선은 말할 것도 없고, 아시아・러시아・구주. 혹은 남방의 주술사들. 그들은 스스로의 생존을 걸고 일곱 번재 전쟁을 다투고 있다 한다.

「그렇소이까. 그 업이 세상에 유익된다면 나는 멈추지 않을 거요」
「성심을 알고 있나이다」
「헌데 지의류나 진균류의 표본은 없소이까」
「물론 있사옵니다. 여기에는 미나카타 교수도 와 있는 바이오라」
쿠마구스 교수가? 남작의 교제범위는 터무니없이 넓구려……」
「그럼 이쪽이옵니다」

나는 남작과 교수에게 이끌려 제7층으로 향했다.


제7층의 시찰이 끝나고, 우리는 제12층으로 향했다.
제8층에서 제11층까지는 현재 공실로, 향후 새로운 생물들로 가득해질 것 같다.

12층은 연구자들을 위한 스페이스다.
간이적인 연구실, 그리고 식당과 카페를 갖추고 있다.

허나 나는 슬슬 많은 인간들이 졸졸 따라다니는 상황이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그들 역시 슬슬 지쳐갈 무렵이다. 나는 연구원들을 해방해 주기로 했다.

교수가 지시를 내리자 그들은 삼삼오오 카페와 식당을 향해 흩어졌다.
나도 소피를 보기 위해 교수에게 이 어디인지 물었다.

교수가 따라오겠다는 것을 나는 거절했다. 장소는 복도 끝을 왼쪽으로 돌면 바로 나온다 하였다.
이쯤 되니 나는 혼자 있고 싶어졌던 것이다.

복도를 걷고 있으니, 어디까지나 계속된 차가운 리놀륨 바닥이 이어졌다.
막다른 곳에 다다른 그 때, 이 내 귀에 들었다.

바람 소리. 그것이 복도 끝에서 오른쪽으로 연결된 복도에서 들려왔다.

나는 자연히 그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요의는 자연히 그쳤고, 발걸음은 그 소리에 이끌려갔다.
정신을 차려 보니 발 밑의 촉감이 바뀌었다. 보니 거기에 깔려 있는 것은 상등품의 비단 모전이었다.

복도 너머로 커다란 철문이 있었다.
문 안쪽으로 무언가 빛이 보였다. 마츠다식 형광등의 불빛은 아니다.

「실례하겠사옵니다, 폐하」

내 어깨에 누군가의 손이 올라왔다. 뒤를 돌아보니 거기에는 남작이 서 있었다.

「수수장은 저쪽이옵니다」
「그랬던가, 미안하오」

나는 조용히 그곳을 했다.


그리고 나는 교수와 남작과 셋이서 간이연구소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카페와 식당에는 연구원들이 있으니, 그들을 배려한 것이었다.

우리는 의자에 앉아 지금은 귀해진 를 홀짝였다.

「감상은 어떠셨사옵니까, 주상」
「훌륭하였소. 그 한 마디면 다할 듯하오. 특히 하나코를 도와준 것이 고맙기 그지없소」

그 말을 들은 교수의 표정이 약간 흐려진 것 같았다.
나는 불심히 생각하여 말을 이었다.

「왜 그러시오? 그대들이 그들을 비밀리에 여기에 옮겨온 것이 아니오?」
「아니옵니다, 폐하. 그렇지 않사옵니다. 그들은 여기서 태어났나이다」
「여기서? 죤이나 하나코에게 새끼가 있었단 말이오?」
「아니옵니다. 그들은 죤・하나코・통키의 시체의 조각으로 만들어낸 것이옵니다」

순간, 교수가 무슨 말을 한 것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나는 분명 불과 순간이지만 그들이 살아있음을 느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은……즉, 그들은 수집원 등을 비롯한, 이 세상 밖의 업으로부터 그들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그들은 반자연한 존재였던 것이다.

「왜, 왜 그것을 말하지 않은 거요!」

내 마음에 격렬한 분노가 타올랐다.
알고 있다. 그들이 잘못한 것은 없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는 남작과 교수가 그것을 미리 말하지 않은 것이 납득이 가지 않았다.

「망극하옵니다, 주상. 제가 먼저 그것을 말했어야 하온데」
「아닐세, 교수. 이건 내 책임일세. 주상께 행차를 권유한 것은 나이기 때문에」

남작도 교수도 낯빛을 싹 바꾸고 잘못을 빌었다.
나는 이 나라의 원수이기 때문에, 그것은 그들에게 당연한 것.
그 사실이 더욱 내 분노에 기름을 붓는 결과가 되어 버렸다.

「어째서, 어째서 그대들은…… 잠시 혼자 있게 해 주시오」
「하오나」

남작은 그 자리에서 멈추었지만, 이제 푸닥지다는 기분이 내 안에서 피어났다.

「물러가시오! 혼자 있게 해 달라 했소!」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책상에 주먹을 내지르고 있었다. 부조리한 짓이다. 입헌군주로서 합당하지 않다.
허나 지금은 아무래도 좋으니 감정에 몸을 맡기고 싶어졌다.

교수도 남작도 조용히 방에서 퇴출했다.

비로소 혼자가 된 나는, 여기서 태어난 그들에 관해 생각했다.

어떻게 태어났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 허나 그럴 만한 기술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생각한다. 어째서 이런 식으로밖에 그들은 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가.

그들은 이곳에서 태어났다, 하나코 등의 대리로서. 허나 그것은 우리 인류의 이기주의 그 자체가 아닌가.
그것은 너무 제멋대로인 행동이 아닌가. 지금 여기서 소아적 분노를 품은 나와 같이.

그런 사정으로 태어난 그들이 어떻게 보아도 안타깝고 슬퍼서 견딜 수가 없다.
이유인즉 그 코끼리들, 그들의 존재 자체가 하나코 등의 부재를 알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역시 그들은 죽어버린 것이다, 인간들이 멋대로 내린 한 생각에 의해.

고향에서 멋대로 데리고 와서, 구경거리로 삼고, 인간 멋대로의 사정으로 죽임당하고, 그리고 지금 여기서────

「미, 미안하다, 미안하다─────」

내 두 눈에서 가 왈칵였다. 그들의 부재는 또한 내 위신의 부재의 상징이었다.
만일 내가 위신 있는 군주였다면, 군인들의 전횡을 억제하고 국제사회에 대한 분노를 달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이번의 대전쟁은 없었고, 전시맹수처분의 결정이 내려질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 우리는 부재한 그대로고, 옥좌에는 된 기관이 앉아 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며, 국민을 수호하는 것도 뜻대로 되지 않는, 공허한 것이다.

짐승들은 죽었고, 동물원은 폐원이 되었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나는 그저 조용히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일각 정도 흐르자 나는 안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재차 남작과 교수에게 감사를 표하기로 했다.

「오늘은 정말 고마웠소. 다양한 것을 보았소. 유의미했소」

남작과 교수는 말없이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남작은 내게 시선을 돌리더니, 주뼛주뼛 입을 열었다.

「폐하, 실은 금일 저희는 주상께 두 가지 부탁드릴 것이 있나이다」
「부탁 말인가. 괜찮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하오면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가 앞으로 할 일들을, 모두 묵인해 주소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무래도 남작다웠다.

「아아, 괜찮소. 그대들의 시도는 내게 아주 흥미로운 것이오. 그러나 묵인이라니?」
「하오면 솔직히 말씀 올리겠나이다. 아마 이대로 전쟁이 진행되면……, 영미는 우리나라에 상륙할 것이옵니다」
「나는 이제 육군도 해군도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참인지 거짓인지 판단도 할 수 없소. 그것이 정말이오?」
「적어도 제 정보통은 확실하옵니다. 군인들은 이미 본토결전의 계획을 시작하였나이다」

.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그것은 이제 충분히 생각될 법한 것이다.
저들이, 저 영미가 폭격만으로 그치겠는가? 아니, 그럴 리가 없다.

그들의 강대한 전력이 우리나라에 상륙하면 어찌 되는 것일까.
이 나라의 온갖 것들이 모두 숨통이 끊어질 것이다.

「그 말인즉, 이 시설은 본토결전에 대비한 것이로군」
「그렇사옵니다. 조수류, 어류, 나무와 꽃들과 벌레, 지의류, 진균류────이것들 모두를 보호하지 않으면 아니되옵니다」
「우리나라가 망하더라도 이것들은 지켜야 한다는 말인가」

남작은 심상치 않은 각오로 이 사업의 완성을 지향한 것 같다.

「그렇사옵니다. 하오니 저희들이 하는 바를 가만히 보아만 주소서」
「알겠소이다. 이 시설에 관해서는 육군・해군에 말하지도 않고, 참견도 하지 않겠소」
「그 말씀에 안심하였사옵니다. 망극하옵니다, 폐하」

남작은 조용히 머리를 숙였다.

「남작의 말씀이 끝났다면, 저도 한 말씀 올리겠나이다. 폐하, 한 장 사진을 찍어 주시길 바라옵니다」
「사진이라, 그걸 어디에 쓰려고?」
「폐하의 어진영이 있으면 직원들에게 격려가 될 것이옵니다」
「어진영이라. 허나 교수, 내게 내 조상은 원숭이라고 가르친 것은 교수 그대가 아니었소?」
「물론입니다. 제가 폐하께 그리 가르쳤나이다. 폐하의 피도 살도 사람의 것이라 하였나이다」
「알겠소이다, 나로 좋다면야」
「망극하옵니다」

그리고 기사가 호출되었다.
나는 현미경 앞에서 포오즈를 취하면서, 사진기사가 마그네슘을 터뜨리기를 기다렸다.
거기서 문득, 기묘한 상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여기서 보호하는 조수류에는, 일본인도 포함되는 것이오? 그렇다면, 나는?」

거기서, 라벤더도 장미도 아닌 향이 풍겨왔다.
내 시야 구석에 흑발의 여자가.

그리고 나는 어료차 안에서 눈을 떴다.
수중에는 남작과 교수의 서한이 있었다.


이렇게 행차해 주시어 참으로 감사하였사옵니다.

저희는 조수류 보호에 매진하겠나이다.

언젠가 다시 뵙겠나이다.

일본생류연구소  올림


1944년 3월 10일 오후 18시 일본생류연구소연구실내 제국대학교수 핫토리 히로타로

「주상은 돌아갔나 보군」

남작은 그렇게 말하고, 오래 묵은 위스키를 나의, 그리고 자신의 잔에 따랐다.

「일단 애쓰셨네. 그럼 우리의 앞날에 건배!」

나와 남작은 호박색 액체를 들이켰다.

「남작, 헌데 저 우카라는 분에 대해서 말입니다만……」
「그 사람에 관해서라면 걱정 말게. 일시휴전이라는 말로 승낙되었으니까」
「남작, 정말 괜찮은 것입니까? 이것은 매국행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그 사람이라 함은 바로 우카 야치요에 관한 것에 다름아니다.
그녀는 영미와 직접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재단이다.

우카 야치요는 전하는 말에 따르면 내무성의 의 수사선상에 어느 날 돌연 나타난 인물이라고 한다. 그리고 한 번 수사선상에 떠오른 이후 사라졌던 인물이다. 그 뒤 그녀는 다시 나타나 나와 남작에게 협상을 제안했다. 자신을 보호해라, 라고 말했다. 남작은 그것을 쾌히 승낙했다.

이번 대전쟁 이전부터 재단은 우리나라의 초상커뮤니티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 하는 짓을 말할작시면, 해외에서 일본으로 첩보원을 보내거나, 학자를 고용해 임시연구원으로서 영미에 보고서를 보내게 하는 것 정도다. 메이지・다이쇼 시대에는 수집원의 힘이 압도적으로 강했고, 지금은 육군의 초상커뮤니티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에 우리나라에 대한 영향력은 작았다. 적어도 미일개전 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들은 일본과 적이 되었다.

그들은 지금 남방 및 대륙에서 대일본제국 이상사례조사국이자메아(IJAMEA)와 관련된 육해군의 기관들을 쫓아다니며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언젠가 그들의 손이 본토에까지 이를 것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녀의 신병을 내무성과 육군의 손으로부터 보호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테기리 남작은 그렇게 생각했다.

「매국? 어차피 이 나라는 곧 망한다고. 본토결전 따위, 국민이 다 죽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야」
「역시, 피할 수 없는 것입니까」
「그러니까 이곳을 만든 것임을 자네도 알지 않는가. 그런데 핫토리군, 자네는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나?」

걷던 중 느닷없이 이야기를 찔러오니, 나는 잠시 머릿속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대답했다.

「그녀의 정보은폐기술에는 정직히 혀를 내두를 구석이 있습니다. 그녀가 사용하는 그 기억을 지우는 기술, 남의 눈에 절대 띄지 않는 기술. 그것은 인식저해라고 불리는, 무언가 다른 것입니다」

「그렇네. 허나 독일도이츠에도 그녀 정도로 능숙한 이는 다수 있지?」
비스마르크 박사 말입니까. 그녀는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릅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조심해야겠군. 그럼 이제 최종수용실의 모습을 보러 가지 않겠나?」
「예에, 저도 최종 마무리를 보고 싶군요」
「그럼 가세나」

우리는 연구실을 나와 철문 앞에 도착했다.

남작이 문을 여니, 거기에는 시원하게 트인 파란 하늘이 있었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풀과 나무의 내음이 구강 가득히 퍼졌다.

여기는 アズマ여월キサラギ 양자에 의해 만들어진 곳이다. 어떻게 만든 것인지 나는 모르겠다.
넓이가 얼마나 되는지 키사라기의 도편수에게 들은 적이 있다.
도편수는 「40만 평」이라고 무심하게 대답했다. 시야 너머로 가 보인다.

금상폐하가 말한 것을 나는 뇌리에 새기고 있었다.
여기서 보호하는 조수류에는, 일본인도 포함되는 것이오? 그렇다면, 나는──────

예, 바로 그렇습니다, 폐하.

여기가, 최후에 보호해야 할 조수류. 「일본인」의 우리인 것입니다.

당신과 당신의 가족이 「최후의 일본인」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당신이 여기에 올 일이 있게 된다면, 나도 남작도 죽고 없겠지요.

과학의 진보는 비약적이니, 언젠가 태양을 상대로도 던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텅 비어 虚ろ만을 품고 있는 이 에 우리가 그런 일을 할 일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hirohito.jpg

수용예정개체 Homo nipponia japonica


🈲: SCP 재단의 모든 컨텐츠는 15세 미만의 어린이 혹은 청소년이 시청하기에 부적절합니다.
따로 명시하지 않는 한 이 사이트의 모든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3.0 라이선스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