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풋이 그랬어!

crewtime 11/12/07 (월) 14:07:13 #09843702


내년 1월이면 사형 기결수 단테 로렌스 맥나이트(Dante Lawrence McKni­ght)가 텍사스 주정부에 의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예정이다. 그의 죄목은 1988년에 여자친구 크리스틴 엘리자베스 글렌(Christine Elizabeth Gl­enn)을 살해한 모살죄. 이 사건은 재판에서 피고가 전개한 완전 기묘한 자기변론 때문에 유명해진 사건이다. 가로되 살인의 진범은 빅풋이라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배심원단은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형을 선고했으며, 이 재판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조금 이상한 법리적 각주에 지나지 않았다.

사실 나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나는 맥나이트가 빅풋에게 죄를 돌리는 것 외에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렸다. 그건 굉장히 터무니없는 법적 주장이었고, 근거도 딱히 설득력이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모든 초상범죄실화를 다루려고 노력해 왔고, 이 건은 분명히 거기에 속한다. 그래서 파라워치의 정신을 살려, 맥나이트의 주장을 들여다 보자.

1988년 6월 10일, 단테 맥나이트와 여자친구 크리스틴 글렌은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동거하던 아파트를 나서서 야영여행을 떠났다. 둘 다 빅풋에 열광했고, 여행을 떠나기 몇 주 전부터 주변 친구들에게 빈번하게 이번 여행에서 이 포착불능의 생물체를 발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행 계획은 포트워스/댈러스 광역권에서 4시간 떨어져 있는 뉴앨턴 야영장까지 차를 몰고 가서, 야생에서 며칠을 보내는 것이었다. 그 일대에서 최근에 빅풋 목격담이 있었기 때문에, 자기들도 빅풋을 포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맥나이트에 따르면, 정말로 빅풋을 보았다고 하고.

맥나이트와 글렌은 금요일 오전 11시경에 아파트를 나섰다. 둘 다 직장에 휴가를 써서 오전 일찍 나설 수 있었다. 출발하기 전에 한 친구 — 맥스웰 맨텔(Maxwell Mantell) — 에게 전화를 걸어서, 야영장 위치와 언제 돌아올 것인지까지 포함해서 여행계획을 이야기했다.

그렇게 출발해서 같은 날 5시경 뉴앨턴 야영장에 도착했다. 나중에 맥나이트는 가는 도중에 바비큐를 했기 때문에 몇 시간 더 걸렸다고 증언했고, 이것은 바비큐장 직원의 증언으로 확인되었다. 도착한 맥나이트와 글렌은 야영장에 도착해서 체크인했다. 이 때가 살아있는 크리스틴이 목격된 마지막 시점이다.

crewtime 11/12/07 (월) 14:14:09 #57593019


3일 뒤, 옷이 다 헝클어지고 피칠갑을 한 맥나이트가 숲 속에서 걸어나와, 주차 및 숙박 허가를 내주는 야영장 관리소의 문을 두드렸다. 미친듯이 — 혼란스럽고 모순적인 상태로 — 문을 두드리면서, 맥나이트는 자기 여자친구가 빅풋에게 공격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자친구가 이미 빅풋에게 죽었다고 말을 바꾸었다가, 공원 노동자들에게 여자친구를 구해 달라고 매달리다가, 번갈아가면서 반복했다.

잠시 뒤 경찰이 도착했고, 경찰을 따라온 구급차가 맥나이트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camp2.png

신문에 나온, 난장판이 된 야영지정지 사진의 스캔본.

경찰들은 글렌과 맥나이트가 야영하던 지정지로 향했고, 거기서 시체가 된 크리스틴을 발견했다. 무언가 둔탁한 둔기로 맞아죽은 상태였다. 하지만 범행현장에서는 맞아죽은 상처와 일치하는 흉기를 찾을 수 없었다. 지정지는 완전히 난장판이 되어서, 글렌과 맥나이트의 소지품들이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부검 보고서는 둔기 외상에 의한 사망이라는 최초의 판단을 확증해 주었다. 검시관은 더 나아가서, 크리스틴을 때려죽인 가해자는 몸싸움 과정에서 그녀의 목을 졸랐고, 크리스틴의 머리카락에 묻은 나무 수액과 타박상의 형태를 보았을 때 흉기는 커다란 나뭇가지 또는 막대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정했다.

한편, 병원으로 실려간 맥나이트의 상처도 경미한 둔기 외상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머리에 최소 하나 이상의 외상이 있었고 — 크리스틴을 살해한 흉기와 비슷한 나뭇가지에 맞은 것으로 보였다 — 그 밖에도 주먹에 맞은 상처도 있었다. 하지만 맥나이트가 입은 부상은 생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었다.

맥나이트에게 질문하기 위해 — 그리고 여차하면 체포하기 위해 — 도착한 경찰에게 맥나이트가 들려준 이야기는 간명했다. 빅풋이 자기와 여자친구를 공격했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두 사람은 며칠 동안 빅풋을 추적했는데, 발견한 빅풋이 폭력적으로 변해서 자기들에게 달려들어 공격했다. 우선 막대기로 자기를 때려눕혔고, 크리스틴의 목을 조르고 머리를 강타했다. 자기는 일격에 제압되었기에 — 비무장 상태이기도 했고 — 도저히 빅풋을 당해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달아나 도움을 청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경찰은 이 이야기를 믿지 않았다.

crewtime 11/12/07 (월) 14:16:45 #53420217


솔직히 말해서 나도 못 믿겠다.

알겠으니까 뒤로가기 누르지 말고.

보통, 나는 초상적 요소가 있을지도 모르는 실화 범죄 사건을 제시하고, 그 사건의 모든 디테일을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모두 조사해서 보여주는 사람이다. 내가 초자연을 전면적으로 기각하는 모습은 충격적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다르다. 초자연이 법정에서 다루어졌다. 그래서 사건이 보다 명확해질 여지가 있다. 법정에서 증거로서 (반쯤) 진지하게 다루어졌고 그 결과 기각되었다는 말이다.

그렇다. 이게 진짜로 법정에 증거라고 제시되었다. "텍사스 주정부 vs. 맥나이트 판례"(State of Texas vs. McKnight)는 실제로 벌어진 재판이었고, “빅풋 변론”도 실제로 이루어진 변론이었다. 이 황당한 사건이 언론의 관심을 별로 못 받은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맥나이트는 변호사를 고용할 돈이 없었기 때문에 주(州)선변호인을 선임했다. 그의 변호인은 — 대부분의 국선이 다 그렇지만 — 다른 일도 많았기 때문에 이 사건 하나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래서 의뢰인이 심신미약 변론이나 사법거래 같은 다른 전략에 협조하기를 거부하고 “빅풋이 그랬어!”라고 우기자… 변호인 양반은 그냥 때려치우고 그 빅풋 변론으로 밀고 나가기로 했다. 의뢰인의 무죄의 근거가 될 법의학적 증거도 없었고, 다른 변론을 한다고 딱히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거 같지도 않았다 — 주선변호인이 이 사건 하나에 투하한 일의 양을 고려했을 때 말이다.

검찰측은 글렌과 맥나이트가 몸싸움을 벌이다 글렌이 옆에 있던 나뭇가지를 집어들어 몽둥이처럼 사용하려 했고, 맥나이트가 그것을 빼앗아 흉기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즉 맥나이트가 입은 부상은 크리스틴의 방어흔이라는 것이었다.

맥나이트는 경찰에 진술한 것과 똑같은 말을 변론이라고 반복했다. 제시된 증거는 두 가지: 맥나이트가 야영지정지에서 촬영한 소위 빅풋 사진, 그리고 범행현장에서 발견된 길고 굵은 검은 털이었다.

sighting3.jpg

개중에 가장 선명한 사진. 동그라미 안이 “빅풋”.

재판 도중 사진 여러 장이 제출되었고, 모두 빅풋을 찍은 것이라고 주장되었다. 하지만 이 사진들 중 어느 것도 특별히 명확하지 않다. 대부분의 사진에서 소위 “빅풋”은 프레임 밖으로 벗어나 있거나 나무 뒤에 가려져 있다. 그나마 선명한 사진에서는 빅풋이 렌즈에서 한참 떨어진 거리에 서 있다. 그나마 선명해 보이는 이 사진도 다른 야영객이나 야생동물일 수 있다. 빅풋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재판에 제출된 굵은 검은 털들은 인간의 것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 하지만 그것들이 사실 염소 털이라는 반론이 제기되었다. 그 근방에는 수는 적지만 야생화된 흑염소 개체군이 존재했고 — 비록 뉴앨턴에서는 염소가 목격된 적이 거의 전무했지만 — 이 털도 바로 그 염소의 털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검찰측은 피고측 논증의 여러 가지 결함을 지적해냈다. 크리스틴의 시체는 야영지정지에서 발견되었고, 다른 데로 옮겨진 것 같지 않다. 맥나이트 아닌 다른 누군가 그녀를 살해했다면, 왜 굳이 거기서 커플 한 쌍을 습격하겠는가? 맥나이트는 성난 빅풋이 자기들을 쫓아왔다고 항변했는데, 그렇다면 빅풋은 어떻게 야영지정지까지 들키지 않고 그들을 따라왔는가?

마지막으로, 검찰측은 범행현장에 남은 족적을 지적했다. 발견된 족적은 두 가지, 오로지 두 가지 뿐이었고, 글렌과 맥나이트의 신발과 일치했다. 빅풋이 있었다면 없을 수 없는 발자국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의 신발 자국을 제외하면, 발굽 있는 발자국이 조금 있었을 뿐이었다 — 문제의 털을 흘린 염소가 범행현장을 돌아다니다 남긴 것이 명백해 보였다.

배심원단은 맥나이트의 변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맥나이트는 결국 사형을 선고받았는데,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재판이 진행되는 몇 달 내내 무죄를 주장하며 어떠한 종류의 사법거래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그는 사형수로 수감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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