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고래

snemeroib 21/08/7 (토) 20:29:45 #59162026


도깨비고래」라는 존재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도깨비고래」라고 인터넷에 검색하면, 뼈만 남은 고래의 모습을 한 요괴라거나, 고래의 사체 사진이 잔뜩 나올 거예요. 다만 제가 아는 「도깨비고래」는 조금 모습이 다릅니다. 게다가 현지에서는 최근까지도 목격정보, 심지어 괴기현상을 조우했다는 증언이 나오는 것입니다.


옛 기록에 따르면, 도깨비고래는 야미やみ もの 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야미토키타루”를 “어둠과 오는(やみたる)”으로 읽으면 중2병스럽다는 인상을 받지만, “병과 오는(みとたる)”이라고 읽으면 역병을 일으킨다는 의미가 되고, “하늘을 어둡게 한다(空を暗くする)”는 뜻으로 읽으면 폭풍우를 몰고 오는 의미가 되기에, 이런저런 네거티브한 것들을 총체적으로 「」라고 표현했을 것이라고 저는 해석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특별할 것도 없는 이야기입니다. 「고래 때문에 동티 났다」는 전승은 일본 각지에서, 특히 바다가 가까워서인지 큐슈나 츄고쿠지방에서 많이 보입니다. 「꿈의 계시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고래를 잡은 결과, 몰락하거나 불행을 당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정석이지요.


그런데, 여기서 불가사의한 것의 하나 있습니다.


제 고향은 내륙의 깊은 산골에 있습니다. 바다에 면하지 않습니다. 어째서 「고래」인 것인가, 큰 의문이었습니다.

계속됩니다.

ettocsxobrew 21/08/07 (토) 20:34:15 #66662963


내가 알기로, 미국 콜로라도주의 도시전설로 Slide Rock Bolter라는 놈이 있거든.

꼬리지느러미가 커다란 물고기 같은 모습으로, 꼬리로 산의 벼랑과 꼭대기를 붙잡고 산의 표면을 무너뜨리며 미끄러지는 도깨비인 것 같다. 이거하고는 관계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산에도 물고기스러운 도깨비가 나오는 이야기는 있을 수 있다는 거.

snemeroib 21/08/7 (토) 20:38:30 #59162026


코멘트 감사합니다. Slide Rock Bolter에 대해서는 저도 도깨비고래를 조사하는 도중 알게 되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토사붕괴」 같은 현상 그 자체를 요괴화한 느낌이라고 생각됩니다. (일본의 요괴로 말하자면 집울림家鳴 같은 경우)

그것과 같이, 제가 조사하고 있는 도깨비고래도 어떤 현상이 요괴화해서 전해져온 것일 가능성도 있네요.

sakuramoti 2020/8/7 (토) 20:37:15 #08114562


꽤 흥미로운 이야기로군. 내륙에 전해지는데 고래라는 이름이 붙은 괴이인가. 「고래 같지만 다른 무언가」가 고래라는 이름으로 전해졌다는 형태일까나.

랄까, 어떤 모습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정보가 빠져 있는 것 아닌가?

snemeroib 21/08/7 (토) 20:45:11 #59162026


늦어서 죄송합니다, 계속하겠습니다. 사쿠라모찌씨의 지적, 옳은 말씀입니다.

사실은 모습을 설명하지 못한 것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목격자들의 증언을 정리해 보면, 「너무 커서 전체 모습은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다」, 「진짜 새까맣다」 라는 것은 공통되고 있습니다만, 그 이외의 상세는 잘 알 수가 없습니다. 저도 그 정체는 「고래 같지만 다른 무언가」라고 생각합니다만, 너무 스케일이 커서 생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무언가 현상이 요괴화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조금 길지만, 제가 모은 증언들 가운데 가장 상세한 증언을 옮겨 적어보겠습니다. 꿈결 같은 내용이고, 주관이 다분히 포함되어 있다고 저도 생각합니다만, 어떻게든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〇 증언자
제 아버지 (고향 마을에서 농업에 종사하고 계십니다. 현재 50세)

〇 내용
샐러리맨 생활을 하고 있던 때니까…, 20년 정도 전이다. 그 때 나는 이 촌에서 차로 40분 정도 걸리는 회사에 매일 통근하고 있었다. 그 때 나는 도깨비고래를 겪었다.

회사에서 돌아오는 길. 산길을 10분 정도 달린 곳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너무 어둡고, 조용했다.

산길에서 길을 잘못 들었는지. 가로등 간격이 넓어진 것인지, 아무튼 어두웠다. 전혀 앞이 안 보인다. 하늘은 흐려서 별빛도 달빛도 없다. 무풍이라 초목의 소리도 없고, 밤이니까 동물의 소리라도 들릴 법 하지만 어째서인지 완전한 무음.

빨리 돌아가고 싶어서 필사적이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네가 기다리고 있었고.


하지만 내 생각과 반대로 어둠은 더해지기만 했다.

차의 라이트를 켜고 있는데도, 너무 어두워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게 되어 버렸다. 방향감각을 잃었다. 그래서

와장창!

하고 나무에 들이박아 버렸지.


어디를 다쳤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얼굴의 오른쪽 절반이 뜨거웠다. 잘 보이지 않았다. 입이 잘 안 움직였다. 단내가 난다. 허리와 목이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 그런 느낌이었다.

아무튼, 차에서 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도움을 불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동을 켠 채로 차에서 내려 보니, 역시 이상한 것을 느꼈다.

발밑이 차갑게 갈라진 아스팔트가 아니었다. 새까만 지면. 마치 그대로 차에서 내리면 한없이 떨어질 심연 같았다.

그리고 하늘을 봤다.



거기에 도깨비고래가 있었다. 하늘을 다 메울 만큼 커다란 눈이 한 개 있었다.

유리로 만든 의안처럼, 무기질이고 감정이 없는 새까만 눈동자였다.

주위는 어두워져서, 이제 그 큰 눈밖에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도깨비고래가 천천히 눈을 감기 시작했던 것을 기억한다.



어느샌가 시야가 빨려들어갈 것 처럼 새까만 어둠이 되고, 상하좌우 모든 것이 어둠이었다. 조용하고, 끝없이 세계가 펼쳐지는 것 같은 기분에 무서웠던 것이 기억난다. 움직이려고 생각했지만, 꿈쩍도 할 수 없었다.

추웠고, 젖는 것 같은 감각이 있어서 기분이 나빴다. 아파서 괴로웠고,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았다.

목소리를 높여 도움을 구했지만 허사였다. 아무 의미도 없었다.

아아, 나, 여기서 죽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점점 시간감각조차 사라질 즈음, 그와 같이해서 몸의 감각도 사라져갔다.

어라, 내 다리가 없다. 공복을 못 느끼겠다. 팔도 없다. 심장의 고동이 들리지 않는다.

괴로워서 견딜 수 없었던 좁음이 사라져간다.

몸이 아래쪽부터 점점 사라져간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알지 못한 채, 나는 어쨌든 내 의식이 사라져가는 것이 무서웠다. 하지 마라. 나를 지우지 마라. 이상해진 머리로 그렇게 바라기를 계속했다.

사라지고 싶지 않았다. 어린애처럼 울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무서웠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이, 이윽고 내 의식은 뚝 끊겼다.


그리고, 정신이 들었을 때는 귀가 도중의 길에 돌아와 있었다.

시야는 보통이고, 가로등도 밝았다.

내 몸 어디도 다치지 않았고, 차도 사고가 없었다. 꿈인가 싶었지만, 기억은 너무 생생했다.

하늘을 올려다 보면서, 내 아버지에게 들었던 도깨비고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공포심이 사라졌다. 그것은, 별로 무서운 존재 같지 않아. 그런 괴로운 일을 겪어 놓고 이렇게 말하기도 무엇하지만.

sakuramoti 2020/8/7 (토) 20:49:54 #08114562


증언을 듣고 든 생각은, 「물고기 같은 무언가」는 아닌 거 같군.

아마 물고기 같아서가 아니라, 「커다랗기」 때문에 「고래」라는 이름이 붙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산골에서 고래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설명이 된다. 그리고 처음 언급한 「어둠과 오는」 이라는 것도 사실 문자 그대로 의미가 아닌가?

yakuruto23 2020/8/7 (토) 20:50:58 #93021146


바케고래의 정체…, 나는 UFO를 조작하는 외계인설을 주장하겠어!

하늘에 떠다니는 거대한 눈알……. 그것은 아마 거대한 비행물체.

아버님께서는 견인광선을 맞고 눈알 모양의 UFO에 에일리언 어브덕션을 당하신 것일지도 몰라. 그리고 몸을 질척질척하게 녹이는 동물실험을 당했음에 틀림없어! 그리고 그것을 깨닫지 못하도록, 아버님의 기억을 이식한 복제인간을 돌려보낸 거야. 캐틀 뮤틸레이션의 일종이다!

ettocsxobrew 21/08/07 (토) 20:51:37 #66662963


야쿠르트형, 여전히 UFO 엄청 좋아하네. 즐거워 보이니 다행이다.

snemeroib 21/08/7 (토) 20:53:59 #59162026


사쿠라모찌씨의 「커다랗기 떄문에 고래」라는 것은 납득이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쩄든 굉장히 커서 정체를 전혀 알 수 없다는 증언밖에 없어서 곤란했는데, 그런 것이라면 확실히 설명이 되는군요. 「」 부분은……, 정말 무엇인 것일까요. 제가 직접 체험한 적은 없기 떄문에, 아무래도 이거다 하고 떠오르는 게 없네요.

역으로 야쿠르트씨의 의견은 신선했습니다. 조금 비약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것을 부정할 근거가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게다가 짚이는 구석도 있씁니다.

도깨비고래를 보았다는 사람들은, 대부분의 사람이 지금까지 병이나 상처 없이 건강하고 원기왕성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물론 죽은 사람도 있긴 하지만, 모두 노쇠로 인한 가족 앞에서의 자연사로 호상을 치렀습니다.

역시 복제인간은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확실히 듣고 보니……, 라고 생각했네요.

yakuruto23 2020/8/7 (토) 20:54:57 #93021146


에에……, 실화냐?

ettocsxobrew 21/08/07 (토) 20:55:49 #66662963


주장한 본인이 가장 놀라면 어쩌자는 거ㅋㅋㅋ

super krst bouz 21/08/7 (토) 21:01:01 #80002055


스네메로입씨의 아버님, 혹시 불교도?

snemeroib 21/08/7 (토) 21:03:48 #59162026


네, 제가 태어났을 무렵부터 불교를 믿기 시작하신 것 같습니다. ……어떻게 아셨나요?

super krst bouz 21/08/7 (토) 21:05:43 #80002055


」라고 구글에 검색해 봤는데, 「왕생을 방해하는 미혹」이라는 의미도 있다는데요.


(괴로움으로 괴로움에 들고, 야미로 야미에 들다)

살아 있을 때 마음이 어두워서 고통받은 사람은 죽어서도 새까만 어둠의 세계에 들게 된다는 의미 같아요. 죽는다고 그냥 불국정토로 갈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다만, 여기부터는 종교 특유의 「믿는 자는 구원받는다 무브」라고 생각하는데요, 불교를 믿으면 마음의 어둠이 떨쳐지고 대안심 대만족의 마음이 되어서, 마음의 왕생을 얻는다. 살아 있을 때 마음의 왕생을 얻으면, 죽어서 극락에 갈 수 있다……, 같은 겁니다.

뭔가 관계가 있을까~나. (참고로 저는 불교도가 아니니까, 틀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snemeroib 21/08/7 (토) 21:08:00 #59162026


확실히 무슨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 밖에 뭔가 정보가 있는 분 더 안 계신가요?

저, 무서워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도깨비고래」가 무서워요.

도깨비고래에 당한 사람들은 모두 고통스러운 체험을 말하면서, 그것이 그다지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된다고 그래요.

이상하지요? 미친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두운 게 무서워요. 사라지는 것도 무섭고.


게다가, 최근에 그 도깨비고래를 꿈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안심하고 싶습니다. 무엇이든 답을 찾고 싶습니다. 부탁드려요.

sakuramoti 2020/8/7 (토) 21:09:01 #08114562


우리도 되는 범위 안에서 여러가지 조사해 보겠지만, 힘이 될지는 모르겠다.




snemeroib 21/08/7 (토) 23:59:04 #59162026


그 뒤로 꽤 시간이 지났는데, 코멘트가 더 달리지 않게 되어 버렸네요….
누구든지, 뭔가 알고 계신 분은 안 계신 걸까요…?









snemeroib 21/08/8 (土) 01:12:36 #59162026












어둡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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