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소경은 오늘 목숨을 잃었다.

풍소경 박사는 오늘 목숨을 잃었다. 사인은 불명이다. 너무나도 갑자기 죽어버린 풍소경 박사의 모습에, 변칙예술학부의 인원들은 그를 죽음의 구렁텅이에서 구원해낼 틈조차 없었다.

장례는 죽은 바로 그 다음 날 이루어졌다.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풍 박사의 부하 직원들은 그의 죽음에 대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풍 박사가 요주의 단체 출신이라는 것에서 착안한, AWCY의 첩자가 독살한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 자신이 만들던 변칙 예술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그 뒤틀림에 잡아먹혔다는 말도 안되는 추측.

하 많은 추측들이 오갔지만 풍 박사의 죽음을 완벽히 설명하는 가설은 존재치 않았다.

제21K기지의 높으신 분들은 화가 끝까지 뻗쳤다. 아무리 그가 기지 내에서 안하무인에, 독불장군처럼 굴었다 하더라도, 결국 풍 박사 또한 재단의 인원이었기에.

물론 그에 대한 연민에서 비롯된 분노는 아니었다. 그저 자신들도 '이유 없이'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것이 조금 더 타당할 것이다.

그리하여, 풍 박사를 개인적으로 유독 더 따르던 최산해를 앞장 세워 명천구에 보내는 아이디어가 삽시간에 통과된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산해는 드디어 재단에게서 풀려났다는 명목 하에 다시 동화 될 수 있었다. AWCY의 웃기지도 않는 '예술 작품'들을 보며 조소했으나, 그는 결코 비웃고 넘길 수 없는 조각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임동해, <유다의 말로>, 2026. 철근과 콘크리트, 높이 2m. 명천구.


산해는 그 작품을 본 즉시 얼어붙을 수 밖에 없었다.

세밀하게 조형된 두 인물. 한 인물은 기타와 같은 악기를 들고 아래의 인물을 내리치고 있다. 그리고 그 아래의 인물은 거울 위에서 짓눌린다.

하나도 이상할 것 없는 조각이었지만, 뭉게지는 인물은 풍 박사의 마지막 모습을 하고 있었다는 사소한 문제점이 있었다.

산해는 그 날 재단으로 돌아와 자신이 본 형상대로의 조각상을 다시 재건하기 시작했다. 비록 철근과 콘크리트는 아니더라도, 구리로 작게 재현하는 것은 쉬웠다.

그 다음 날, 조각상의 사진은 한국지역사령부의 모든 부서로 전송되었다. 변칙예술학부의 한 인원이 사진을 받자마자 익숙한 얼굴을 알아내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재단의 높으신 분들은 그 즉시 한 메탈 밴드를 찾기 위해 임시 특무부대를 편성하였다. 홍대 거리에서 연주하던 그들을 인근소란죄로 잡아 넣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보컬리스트와 드러머는 눈치를 챈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반발한 것은 오직 베이시스트 뿐이었다.

이 연구원은 풍소경 박사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베이시스트와 면담을 시작했다. 다만 그 베이시스트는 풍소경 박사의 죽음과는 하등 관계가 없었다는 문제가 있었다.

보컬리스트와 드러머는 입을 떼고, 자신들의 옛 베이시스트가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져 돌아오지 않았다는 말을 전했다. GPS 장치를 떼어내 친구들에게 주고, 홀연히 길을 떠난 게 마지막 모습이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너무나도 뚜렷하게 보이는 인과관계에 높으신 분들은 기함했다. 자신들도 풍소경 박사처럼 죽어버릴 수 있다는 공포가 그들을 덮쳤다.

물론 그 이후로 풍소경 박사와 같은 이유로 죽은 인물은 없었다.










눈 앞이 아뜩해진다.


생사부에 이름이 적히는 감각은 정말이지 다시는 느끼기 싫다.


풍소경은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고 다시 한 번 더 길을 걸어나간다.


꽃잎이 하나 떨어진다. 네 장 남았다.










풍소경 박사는 오늘 목숨을 잃었다. 사인은 압사였다. 풍 박사의 시체를 무거운 철제 구조물 아래서 빼는 것이 정말로 어려웠다는 사실만은 강하게 남아 현실 그 자체에 고정되어 있었다.

장례는 죽은 바로 그 다음 날 이루어졌다.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풍 박사의 부하 직원들은 그의 죽음에 대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결국 총애하던 부하 직원이 AWCY의 첩자였다는 꽤나 신빙성 있는 추측. 자신이 만들던 변칙 예술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그 밑에 압착됐다는 말도 안되는 추측.

하 많은 가설들이 오가고, 제21K기지의 높으신 분들은 그 중 첫 번째 가설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단순히 풍 박사를 깔고 앉아있던 동상이 '동상'이었다는 이유부터, 그의 작업장에 똑같이 생긴 동상이 있었다는 이유까지. 그들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뻔한 범행 수법이었다.

그들은 SCP-811-KO를 곧장 잡아들였다. 정확히는 기숙사에서 슬픔에 잠겨 밥도 먹지 않고 누워만 있는 최산해의 손목에 케이블 타이를 묶은 것 뿐이었다.

물론 풍소경 박사에 대한 연민에서 비롯된 행동은 아니었다. 그저 자신들도 그의 손에 깔려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것이 조금 더 타당할 것이다.

SCP-811-KO는 저항했다. 자신이 죽이지 않았다고 변명하고, 자신이 풍 박사의 죽음에 대한 조사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다만 이는 변칙 개체의 마지막 몸부림일 뿐이었다.

최산해는 저항했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어쩌면 자신의 능력으로 선배의 죽음을 밝혀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다만 이러한 탄압이 결국 재단의 마녀사냥이라는 것을 인지한 후로는 행동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최산해는 마지막으로 동생에 대한 당부를 전했다. 물론 사람을 죽인 변칙 개체의 부탁은 들어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제21K기지로 편지 한 통이 날아왔다. 말 그대로 '날아'왔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친애하는 재단에게!

저희의 놀랍고도 재미난 장난감들을 즐겨주시고 계시니 정말 다행입니다!

재단의 박사분께서 저희의 장난감을 갖고 노시다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애도의 말씀 전합니다!

하지만 약관에 적혀 있듯, 원더테인먼트 박사의 뉴-리틀 미스터즈™으로 인한 상해 및 사망은 저희가 책임져드릴 수 없습니다.

그래도, 복사 양과 붙여넣기 양™에 대한 수리는 언제든지 요청해주세요! 성심성의껏 고친 후, 다시 멋진 주인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말을 마치며,

원더테인먼트 박사®


제21K기지의 사람들은 벙찐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급히 '길'을 열어 SCP-1699-KO에 대한 확보 작전을 꾸렸으나, 그들의 고기 방패 역할을 해줄 SCP-811-KO는 어떻게 손에 넣은 금속 조각으로 탈출 혹은 자결을 성공한 후였다.

높으신 분들은 두려움에 벌벌 떨며 몸을 숨겼다. 능구렁이 같은 그 요주의 단체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뒷공작을 벌였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그 무엇이던지 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이후로 풍소경 박사와 같은 이유로 죽은 인물은 없었다.










등과 배가 아려온다.


금속제 조각상에 깔려 죽는 감각은 정말이지 다시는 느끼기 싫다.


풍소경은 납작해진 자신의 배를 부여잡고 다시 한번 더 길을 걸어나간다.


꽃잎이 하나 떨어진다. 세 장 남았다.










풍소경 박사는 오늘 목숨을 잃었다. 사인은 또 다시 불명이다. 거품을 물고 쓰러져 있는 풍 박사의 마지막 모습은 너무나도 추해보였다. 풍 박사가 죽을 때, 옆에서 한 연구원이 자고 있었다는 점이 그 추함을 더 북돋았다.

장례는 죽은 바로 그 다음 날 이루어졌다.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풍 박사의 부하 직원들은 그의 죽음에 대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변칙적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쓰러졌다는 만족스런 추측. 자신의 몸으로 변칙 예술을 하다 죽어버렸다는 이젠 대꾸하기조차 힘든 추측.

하 많은 추측들이 오갔지만 그 중에서 영양가 있는 가설은 하나도 없었다.

또 다시, 제21K기지의 높으신 분들은 화가 끝까지 뻗쳤다. 아무리 그가 기지 내에서 안하무인에, 독불장군처럼 굴었다 하더라도, 결국 풍 박사 또한 재단의 인원이었기에.

물론 그에 대한 연민에서 비롯된 분노는 아니었다. 그저 자신들의 마지막이 풍 박사와 같은 추레한 꼴일 까봐 두려워 해 분노했다는 말이 조금 더 타당할 것이다.

다만 풍 박사의 책상 위에 오만 원권 한 장이 덩그러니 올려져 있었다는 사실은 제21K기지의 높으신 분들이 보기에는 충분히 이상해 보였으며, 조사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높으신 분이 맨 처음 의심한 것은 관료재해적 현상이었다. 돈과 관련한 변칙은 많고 많지만, 관료재해와 합쳐진다면, 단순히 사람이 위치하는 곳 만으로도 세금을 부과하는 미친 짓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풍 박사의 계좌, 거래 기록, 심지어는 인터넷 기록까지 전부 조사한 재단이었으나 얻은 것은 풍 박사의 비밀스런 취미에 대한 정보 뿐이었다.

그 다음 의심 대상은 타르타로스 독립체였다. 원체 돈, 경제, 회계 같은 개념들과 잘 엮이는 종족이었기에, 그들을 의심하는 것은 충분히 타당한 행동이었다. 계약만 한다면 사람의 삶을 망치기도, 돕기도 할 수 있는 족속들이니.

스올, 언더베가스, 아니면 전통적 지옥. 재단은 모든 곳을 둘러보았지만 풍 박사의 영혼, 아니 풍 박사의 코딱지의 영혼조차도 발견되지 않았다.

어쩌면 그 퍼시벌 다크라는 작자가 운영하는 경매 회사가 개입되었을 지도 모른다. 돈이라면 환장하는 자들이기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풍소경이 죽을 때, 옆에서 엎드려 자고 있던 연구원의 집에 풍 박사의 모습을 본뜬 허접한 인형이 배달되었다는 소식은, 해당 오만 원권의 출처를 밝혀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높으신 분들은 최대한 재단의 기지가 '숙소'처럼 보이지 않게 공을 들였다.

물론 그 이후로 풍소경 박사와 같은 이유로 죽은 인물은 없었다.










춤을 추기엔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런 게 구원 받는 느낌이라면 정말이지 다시는 구원 받지 않을 것이다.


풍소경은 알고 싶지 않았던 모든 것을 쏟아내고 다시 한번 더 길을 걸어나간다.


꽃잎이 하나 떨어진다. 두 장 남았다.










풍소경 박사는 오늘 목숨을 잃었다. 사인은 추락사이다. CCTV는 풍 박사가 그저 베란다까지 걸어나가, 그 밖의 공간까지 걷고 싶었다는 사실만을 알려줄 뿐이었다.

장례는 죽은 바로 그 다음 날 이루어졌다.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풍 박사의 부하 직원들은 그의 죽음에 대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풍 박사가 자신의 직위에 부담감을 너무 느껴 결국 정신이 이상해졌다는 흥미로운 추측. 우연히 밈적 재해성을 띠는 그림을 그려버린 나머지 결국 창 밖으로 뛰어내렸다는 기묘한 추측.

하 많은 추측이 오갔지만 그 어느 것도 풍 박사의 죽음을 설명하지는 못했다.

제21K기지의 높으신 분들은 기뻐했다. 눈엣가시였던 풍 박사가 드디어 사라져 준 덕분이었다.

물론 그에 대한 혐오에서 비롯된 기쁨은 아니었다. 그저 요주의 단체 출신 인물이 재단의 한 부서를 이리저리 휘두르던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것이 조금 더 타당할 것이다.

그리하여, 풍 박사를 대신하여 변칙예술학부를 이끌어 갈 학부장이 삽시간에 다시 생긴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정말로 이상한 일은, 그 신임 학부장도 이상 행동을 보이다 결국 죽음에 이른 일이다. 그 후에 부임한 학부장도 똑같았다.

그런 일이 연달아 있고 나서부터는 그 아무도 변칙예술학부의 학부장을 맡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 누가 사지로 자신을 내모는 것을 좋아하겠는가?

높으신 분들은 이 현상을 SCP로 지정하고, 격리할 방안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기 위해선 마지막으로 학부장직을 맡아줄 사람이 필요했다.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최산해 학부장은 하루 아침에 학부 전체를 손에 넣게 되었다. 정말로 최 부장의 손에 떨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럴 만한 권한을 받았다.

최 부장은 현상을 관리하고 격리하기 위한 예술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부하 직원들은 군 말 없이 따랐다. 이전에 예술로 변칙 개체를 격리하는 데 성공하고, 큰 보상을 받은 기억이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다.

학부의 인원들은 하나 둘 지쳐갔다. 어차피 죽는 건 저 AWCY 출신 한량일텐데, 굳이 힘을 계속 써가며 안 될 일을 붙잡는 것만큼 바보 같은 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 부장은 낙심했다. 괴로운 나날들을 보냈다. 발송이 지연되어 지금 도착한 선배의 편지가 그를 더욱 아프게 했다.

최산해는 마지막으로 선배의 얼굴을 보러 갔다. 다행히 냉동 보존 시스템만큼은 훌륭한 덕분에, 그가 마주한 선배는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선배의 앞에 앉아 고개를 숙였다. 어쩌면 이해 못할 현상이 지금 도져 지금 당장 죽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휩싸여 눈물을 떨궜다. 그의 눈물은 풍 박사의 가슴팍에 떨어져 짙은 색으로 퍼져나갔다.

산해는 옷 소매로 눈물을 닦아냈다. 그리고 무언가 이상한 감촉을 느꼈다.

후배는 급히 선배의 단추를 풀어 헤쳤다.

풍 박사의 가슴팍에는 누군가 얼기설기 꿰맨 자국이 남아있었다. 산해는 풍 박사가 심장 수술을 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 '현상'에 의해 생긴 게 확실해 보였다.

산해는 급히 뒤돌아 나왔다. 산해는 그 아무도 부검 결과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전까진 그럴만한 권한이 없었다고는 하지만, 부서장이 된 지금조차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재단의 개입이 분명하다는 판단이 서자, 산해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도망치려 했다. AWCY은 아직 산해가 재단에 구류된 상태인 걸로만 아니까, 다시 돌아가면 충분히 받아줄 거라는 생각도 했다.

그렇게 뒤를 돌아본 순간, 죽은 줄로만 알았던 선배가 그곳에 서 있었다.

이후 깔려 죽은 학부장을 찾아낸 변칙예술학부의 인원들은, 보존실을 구성하던 철골이 전부 휜 점을 이상하게 여기며 장례를 치렀다.

물론 그 후로 같은 이유로 죽은 인물은 없었다.










가슴이 뚫린 듯 서늘하다.


실에 걸려 인형처럼 다뤄지다 죽는 기분은 정말이지 다시는 느끼기 싫다.


풍소경은 꿰맨 자국을 어루만지며 다시 한번 더 길을


길을


걸어 나갈 수가 없다.


이젠 지쳐버렸다.

풍소경은,


풍 박사는,


학부장은,


예술가는,


나는 어째서


어째서 이런 일을 겪어야만 했나?


아직 잘 모르겠다.


꽃잎이 하나 떨어진다. 한 장 남았다.


이제 마지막이다.










풍소경 박사는 오늘 목숨을 잃었다. 사인은 없다. 아직 일어나지 않을 일에 인과는 무의미하다.

장례는 죽은 그 다음 날 이루어질 것이다. 부하 직원들은 풍 박사의 죽음에 수군거릴 것이다. 하지만 그건 미래의 일이다.

풍소경 박사가 죽지 않은 이유에 대한 하 많은 추측이 오갔다. 지금 와서 따지기는 뭐하지만, 하 많은이라는 표현은 어디서 나온 걸까?

제21K기지의 높으신 분들도 이상함을 느낀 듯 하다. 죽지 않고 계속 안하무인에, 독불장군처럼 지내는 풍 박사를 보고 화가 끝까지 뻗친 모양이다. 그런데 저 평가는 누가 내린 거지?

풍 박사는 오늘 있을 죽음을 끝까지 무시한 채 전시회를 연다. 후회는 없을 것이다.










제1전시관

개요: 제1전시관은 작품 자체는 비변칙적이지만, 그 제작 과정이 변칙적인 작품들을 전시합니다. 마음을 놓고, 편안하게 관람해주세요.

대표 작품: 풍소경, <음악가>, 2026. 행위 예술. 제21K기지.

<음악가>는 변칙적으로 빚어진 풍소경의 죽음입니다. 생사여탈권을 지닌 존재에게 삶을 빼앗기는 모습은 변칙 사회의 부조리함을 양껏 표현합니다. 풍소경 씨는 특히 악의를 지니지 않은 대상을 실행 주체로 삼아 부조리함이 낳은 여러 측면에서의 고통을 심도 있게 표현해내었습니다.









제2전시관

개요: 제2전시관은 미약한 변칙성을 띠는 작품들이 있는 전시관입니다. 변칙 예술이 다소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유의하며 관람해주세요.

대표 작품: 풍소경, <꾸며진 배신>, 2026. 청동, 높이 2m 10cm. 제21K기지.

<꾸며진 배신>은 같은 해에 제작된 최산해의 <미천한 사람>을 오마주 한 동상입니다. 외적 모양새부터, 재료, 크기, 심지어는 실수로 인한 사소한 뭉게짐마저 완벽히 동일하며, 오로지 <꾸며진 배신>이 갖는 높은 흄 수치로만 두 조형물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미천한 사람>과는 달리 풍소경 박사의 위라는 특이한 전시 장소를 골랐다는 특징 또한 돋보이며, 이는 풍소경 박사만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제3전시관

개요: 제3전시관에는 관람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정신적으로 강인하지 않으시다면, 관람을 삼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대표 작품: 풍소경, <구원의 몸사위>, 2026. 무용. 제21K기지.

<구원의 몸사위>는 변칙예술학부장이 '혼돈'의 영향을 받아 창작한 합동 무용입니다. 이 작품에서 움직임은 서사를 전달하기보다는, 반복적으로 유지되다 미세하게 무너지는 상태 그 자체에 머뭅니다. 무용수들은 끝내 완결되지 않는 동작을 공유하며, 서로의 리듬을 맞추는 대신 어긋남을 방치하는 양상을 보여줍니다. 이는 학부장만의 복잡한 정신 세계를 표출함과 동시에, 구원이라는 주제를 극단적으로 표현한 결과입니다.









제4전시관

개요: 제4전시관에는 제21K기지의 인원들이 직접 만들어 낸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이 면역을 필요로 하지 않으니, 몇몇 작품에만 주의해서 관람해주세요.

대표 작품: 풍소경, <꿰뚫리다>, 2026. 풍소경, 높이 1m 80cm. 제21K기지.

AWCY의 한 예술가가 자신의 신체를 재료로 삼아 표현한 <꿰뚫리다>는 기존의 무기물적 예술 세계에 의문을 던지며 만들어졌습니다. 관습적으로 사용하던 재료만 사용하고, 사용하던 기법만 사용하는 '굳어 있는' 예술가들에게 일침을 날리며, 자신의 몸을 재료로 만들어낸 의미 하나까지도 살아있는 조각상입니다.











풍소경은 전시회를 마무리하고, 전시관의 문을 하나씩 닫는다.

어쩌면 걸었을 지도 모르는 길.

어쩌면 자신의 선함을 증명했을지 모르는 길.

하나 하나 문을 닫아가며 풍소경은 생각했다.

어쩌면, 문을 닫아가는 이 길마저도 계획된 것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증명한 선함을 배반하고 모두에게 상처를 줬을지 모르는 길.

어쩌면 다른 이들까지 비애에 빠뜨렸을지도 모르는 길.

제1전시관의 문을 잠그고 기지를 나선다.

풍소경이 마지막으로 목격한 것은 자신의 발 밑에서부터 풍 박사 자신을 옥죄어 오는 철제 구조물.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철제 구조물을 바라보는 검은 장갑의 남자.

다행히도, 그의 후배는 마지막 예술을 이해해 준 모양이다.










차가운 금속의 촉감이 온 몸에서 느껴진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풍소경은 마지막 남은 꽃잎을 바라보며 지금까지의 여정을 돌아본다.


이해하지 못한 채 걸어나갔던 길들.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이 세상을 받아들였던 길들.


이젠, 마지막 길을 걸어나갔으니, 끝을 마주할 시간이다.


풍소경은 시스투스의 마지막 꽃잎을 따낸다.





이제 풍소경은, 오늘 목숨을 잃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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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칙예술학부 개별실, 제21K기지.


"으허억!"

"어, 선배. 일어났어요?"

풍소경은 주위를 둘러본다. 장갑을 빼고 금속 덩어리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산해를 보고는, 혼란스러워 한다.

"지금, 지금 몇 시… 아니, 여기가 어디…"

최산해는 장갑을 다시 손에 끼고는, 옆에 있는 텀블러를 집어 든다.

"자요. 시원한 물이에요."

"어, 어어. 고마워."

풍소경은 여기가 자신의 학부 개별실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등은 식은 땀으로 완전히 젖어, 누워있던 소파까지 축축해져 있다.

"산해, 내가 얼마나, 얼마나 잤지?"

"음, 한 한 시간 정도? 많이 피곤하셨나봐요?"

"어, 어… 그랬나 봐."

"피곤하면 숙직실에서 좀 더 자세요. 지금은 안에 아무도 없을걸요?"

풍소경은 어깨를 돌리며 산해를 바라보았다.

"아냐. 뭔가 이상하게 개운하네."

풍소경은 일어서서 기지개를 편다. 등을 펴고 다시 앞을 본 순간, 꿈에서 봤던 꽃과 똑닮은 조각이 머리 맡에 놓여있다.

"이상하네."

"뭐가요?"

"이거 어디서 난 거야?"

최산해는 잠시 고민하는 듯 인상을 찌푸린다.

"아… 제가 기억하기로는 저번에 명천구 작전할 때 가져왔던 것 같은데 말이죠. 정확하게는 모르겠어요."

"그래?"

풍소경은 목재 꽃 조각을 들어 올려 이리저리 돌려본다.

"왜요? 뭐 이상한 거라도 있어요?"

"아니, 아니. 그냥… 혹시 이거 연구한 자료 같은 거 있어?"

"에이, 변칙적이었으면 여기 못 두죠. 그냥 조각일걸요?"

"그런가?"

최산해는 소경의 곁으로 와 손에 들려있는 조각을 살펴 본다.

"표현이 되게 섬세하네요. 꽤 실력이 있는 사람이 만든 것 같은데."

"그러게. 결 하나하나 살린 게 확실히 대단하네."

"바닥에 서명 같은 건 없어요?"

풍소경은 산해의 말을 듣고 깨달은 듯 조각의 바닥을 확인한다.

'For PSK'

"허."

"있어요?"

"포 풍소경…이라는데. 짐작가는 거 있냐?"

"어디 봐요."

최산해는 소경의 손에 들려 있는 조각을 낚아 채 직접 확인한다.

"에이, PSK가 얼마나 흔한 이니셜인데요. 당장 1박2일만 봐도 박수근 있잖아요?"

"박수근은 임마, 미석 박수근 선생님. 1박2일은 이수근이지."

"아."

"뭐, 아무튼. 그렇게 생각하니까 또 흔하네. 그냥 꿈이었나 보다."

"무슨 꿈을 꿨길래 그러셔요?"

풍소경은 가만히 서서 눈을 감는다. 어쩌면 한 여름 밤의 단순한 악몽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영감, 영감을 주는 꿈. 오랜만에 뭔가를 만들어야겠어."

그러고는 씩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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