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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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K기지 지하, 방만석은 얼굴을 찌푸린 채 다리를 꼬고 앉았다. 그는 삼대천에 소속된 인물 중에서 유일하다시피 한 과체중이었다.

그를 향해 웃으며 커피를 타다 준 남자는 앞자리에 걸터앉았다. 전형적인 재단이 요주의 인물을 심문하는 방식이었다.

아무리 거물이라 해도, 이런 상황에서는 재단의 인물이 절대적인 갑일 수밖에 없었다. 방만석은 공손하게 커피를 받으며 자신을 소개했다.

"방만석. MC&D 동아시아 지부장이자, 삼대천의 사외이사입니다."

그 말에 커피를 건넨 남자는 푸근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음. 권위있어 보이는 직위들로 자기를 소개하는 거, 좋습니다. 저도 종종 그렇게 하니까요. 04K기지 이사관보 이대훈이다 하면, 대부분은 껌벅 죽으니까요. 하지만 전 그런 딱딱한 이야기를 하려고 부른 게 아닙니다."

"그럼 무슨 이유 때문에 부르신 겁니까? 삼대천에 대해서라면 그쪽 직원들의 연락처와 신상 일부를 제공해 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아뇨, 아뇨. 전 그런 땀내 나는 곳에 그리 관심이 있지 않습니다. 사실 전 방만석 씨의 젊은 시절…예술가였던 시절에 더 관심 있습니다."

그 말에 방만석은 의아한 듯 눈썹을 치켜떴다.

"제 변칙예술가 시절 말입니까? 그 시절 전 무명에 가까웠습니다. 그 시절에 제가 궁금한 이유가 무엇인지."

그 말에 이대훈은 몸을 기울여 방만석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대부분의 SCP들은 경제적 가치를 가지기 어렵죠. 경제적 가치가 있는 건, 재단이 눈에 불을 켜고 격리하고 해버리니까."

"그렇죠."

"여기서 한가지 가치기준의 충돌이 일어납니다. 변칙예술이란 건 물론 위험하지만, 제작 의도가 애초에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든 거다 보니 대부분은 안전 등급이죠. 격리가 어렵지도 않고."

방만석은 슬슬 이대훈이 하려는 이야기의 감을 잡았다. 그리곤 헛웃음을 삼켰다. 그 재단에도 이런 쓰레기가 있긴 하구나.

"변수는 여러 가지 있습니다. 전 분명 컬렉션을 가지고 있고, 판로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대훈 이사관보님에 대한 신용이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으음. 신용이라. 제가 변칙예술학부의 최대 후원자라는 사실은 안 되겠습니까?"

"…글쎄요. 그런 게 신용이 될 수는 없죠."

이대훈은 고민하는 듯 손가락을 두들겼다.

"이렇게 하죠. 서로가 서로의 소속된 단체에 들어가는 겁니다."

"…그게 무슨?"

"전 삼대천의 사외이사가 됩니다. 당신은 재단 변칙예술학부의 후원자가 됩니다."

방만석은 대단한 아이디어를 내었다는 듯 웃는 이대훈을 보며 다시 한번 웃음을 삼켰다. 저 남자는 기지 이사관보씩이나 되면서 제대로 된 조사 한번 하지 않은 것인가?

방만석은 이미 재단 변칙예술학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그는 변칙예술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가진 한 사람을 떠올렸다.

풍소경.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의 방만석은 그보다는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의 사상에 가까워져 있었다.

방만석이 말이 없자, 이대훈은 양팔을 벌리며 열변을 토했다.

"지금의 변칙예술학부는 상당히…아마추어적이죠. 하지만 결국 재단 산하인 이상, 계속해서 생성되는 변칙예술작품들은 SCP든, 변칙개체든 어떤 방식으로든 지정되어 격리될 겁니다. 대부분은 12K기지에 보관되겠지만…일부 '중요한' 작품들은 제가 따로 격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방만석도 몰랐던 사실이 있다. 이대훈은 이미 삼대천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삼대천의 가장 거대한 돈줄이라 할 수 있는 두 개의 프로젝트 모두 재단의 감시하에서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었다.

굳이 많고 많은 변칙예술가들 중 방만석을 고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풍소경을 제외한 변칙예술학부 인원들? 대부분 그처럼 이상한 신념에 가득 차 있다. 그렇다고 아예 외부의 인물을 데려오는 건 위험성이 있다.

돈이라는 하나의 공통점을 가진 인물. 거기다 삼대천 소속이라 약점을 잡기도 쉬운 인물. 방만석이 적임자였다.

그리고 그를 잘 엮으면, 지금껏 기브 앤 테이크였던 삼대천과의 관계를 보다 자신에게 유리한 관계로 바꿀 수도 있갰다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

"저는 심미안이란 게 없거든요. 뭐 대충 예쁘네 정돈 할 수 있는데, 뭐가 돈이 되는지 그런 건 잘 몰라요."

"그런 면에선 제가 적임자이긴 합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재단 내부 부서의 일에 개입한다는 겁니까?"

"조만간 변칙예술학부가 대한민국 도처에 있는 변칙예술품을 회수할 겁니다. '경매'라는 아주 인도적이고, 자발성을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을 통해서죠. 이 방법에 있어서는 풍소경 변칙예술학부장도 적극적으로 동의했습니다. 강탈과 달리 더 많은 변칙예술품을 효율적으로 격리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서요."

"그럼 그때 접근하라는 말씀이시군요. 꽤나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긴 합니다."

방만석은 04K기지에 온 뒤 처음으로 웃음을 보였다.

그렇게 변칙예술을 이용하려는 두 남자가 손을 잡았다.

하지만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하나. 풍소경이란 자가 그저 이상주의자만은 아니었다는 점. 그것이 두 남자가 간과한 사실이었다.

풍소경의 이상-재단이 변칙예술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날이 오는 것-이 실현된다면, 가치기준의 갭이 사라지는 것이고, 두 남자의 관계는 오직 리스크만이 남은 채 파국이 될 것이다.

둘. 둘 모두 악인이니만큼, 단순히 서로 협조하여 윈윈을 챙겨가는 관계로 끝날 리 없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자들이 그들이었다.

'경매'라는 정보를 얻는 방만석이 순순히 경매를 평범한 방법으로 참여할 리도 없었고, 그 정보를 준 이대훈 역시 정말 많은 것을 숨기고 있을 터였다. 그 정보의 불일치와 배신이 일어나는 순간, 역시 파국이 일어날 것이다.

지금부터의 이야기는, 그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파국은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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