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OWER MODULE 3-D
power modu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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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sold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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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START
made by AES4
아르카디아 왕국 - 발췌된 기록들
(백내장, 리처드 브랜슨, 2014)
제가 어렸을 때, 집에 텔레비전이 한 대 있었습니다. 집이 그리 넉넉하지는 않았어서 오래된 텔레비전을 중고로 어떻게 어떻게 구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NES이라고 아시죠? 예. 옛날에 게임 돌리던 거요. 그것도 딱 하나 있던 겁니다. 형하고 나하고 그거 해보겠다고 얼마나 싸웠던지… 근데 그 당시에는 형이 더 컸으니까, 싸우면 밀렸죠. 나쁜 의미로 받아들이지는 마세요. 그래도 형은 착한 편이었어요. 겉으로는 그렇게 싫은 척을 했어도 나름… 여튼 그래서 주로 저는 구경을 했습니다. 맨날 하던 게임만 돌려가며 하는데 그게 그때는 그렇게 재밌더라고요. 그 때는 별 게 없었잖아요, 엄청 신기했죠.
그런데 하루는, 형이 어디선지 모르겠는데, 그 게임 팩 있죠? 그걸 하나 구해서 왔어요. 어딜 갔었는지는 모르겠어요. 여튼, 저는 이제 이게 얼마만의 새 게임이냐 하고 형, 나도 한판만 해보자 하고 조르기 시작하는데, 그날 따라 분위기가 좀 쎄-하더라고요. 어딜 갔다 왔는지 비 오는데 옷은 다 젖어서 집에 들어오는데… 그날은 형이 아닌 것 같았어요. 당시에 텔레비전이 그… 작은 방에 있었는데, 형이 방으로 들어가더니 문을 쾅 닫고 잠가버렸어요. 그래서 왜 잠갔냐 열어달라 구경이라도 해보자 하고 말하는데도 안 열어주더라고요. 방문에 귀를 대고 가만히 들어보니까, 가져온 게임을 돌리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좀 이상했어요. 그 이후로 아무 소리가 안 났거든요. 그때 부모님도 외출하셔서 제가 어찌 할 수가 없었어요.
나-중에 밤 늦게 부모님이 돌아오셨는데, 아들이 방에 처박혀서 안 나오는 겁니다. 문 두드려도 아무 말 없고.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안 들리고. 좀 이상하잖아요. 그래서 아버지가 공구함을 들고 오셔서는 문을 땄어요. 하다 하다 너무 이상하니까.
전 그걸 평생 못 잊어요. 지금도 눈에 보이는 것 같아요. 아버지가 맨 처음 방에 들어 가시고서는, 한동안 멈춰 계셨어요. 어머니는 주저 앉아 버리시더라고요.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났다는 걸 직감했죠. 그래서 뭔지 보려는데 아버지가 두꺼운 손바닥으로 거칠게 제 눈을 가리셨어요. 손을 엄청 떠셨어요. 그런데 소용 없었는게, 아버지가 가리시기 전에 다 보였거든요.
화면이 부서져서는 번쩍거리더라고요. 그래서 왜 그런가 봤더니, 봤더니, 형이… 거기에 머리를 대고 쓰러져… 있었어요. 머리에서는 피가… 후…잠시만요.
(이후 브랜슨은 눈물을 닦아냈다.)
뭔 게임을 했는지 아직도 손에는 컨트롤러라 하나? 그걸 들고 있었어요. 경찰에서는 너무 오래 게임을 해서 혈액 순환이 안 되어서 죽은 거다 그렇게 설명을 하는데, 전 아닌 것 같아요. 아직도 못 믿겠어요. 쓰러진 사람이 어떻게 화면을 그렇게 만들 수 있겠어요? 이 작품은 형을 생각하며 만든 겁니다. 형은 텔레비전에서 뭘 본 걸까. 왜 그렇게 죽었을까.
네? 아, 확인해 봤냐고요. 그때는 정신이 없었어요. 정신도 없었고,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고 나니까 아버지가 텔레비전하고 그 팩하고 해서 다 불태워버리시더라고요. 전부. 그 이후로 텔레비전을 산 적도 없어요. 그리고 이건 다른 이야기인데, 아버지가 게임 그것들을 다 불태웠다고 했잖아요. 나중에 거기 가서 보니까 조금 덜 탄 게 있더라고요. 모양이 익숙하지 않은 걸 봐서… 그날 형이 가져온 거였을 거예요. 그 조각이 보이는데…거기엔 이렇게 써 있었습니다.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요.
그런 회사를 본 적이 없어요. 그 전이나 이후나.
난 아직도 형이 왜 죽었을까 궁금합니다.
<리처드 브랜슨과의 인터뷰: 그의 삶과 예술 이야기> 에서 발췌
눈보라가 몰아치는 밤이었다.
하얀 눈이 소리없이 쌓인다. 눈보라가 휘날리는데도 사방은 고요하기만 하다.
나무들 사이로 집 한 채가 보인다. 통나무로 지은 집이다. 늦은 시간이라서 그런지 불은 모두 꺼져 있다. 그러나, 집의 2층에는 한 소년이 침대에 누워 눈을 뜬 채로 귀를 기울이고 있다.
소년은 새벽까지 잠들지 않고 있다. 소년의 손에서 무언가가 보인다. 소년은 손으로 이 무언가를 꼭 쥔 채로 눈을 뜨고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 소년이 귀를 기울인다.
바람소리.
정적.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괘종시계 소리. 12번
정적.
소년은 천천히 이불을 들어 올리고 침대에서 일어난다. 침대에서 미세하게 삐걱, 하는 소리가 들린다. 소년의 손에는 회색빛 게임 팩이 하나 들려 있었다. 소년은 주위를 둘러보는가 싶더니 침대 옆에 놓인 오래된 텔레비전의 전원을 켠다. 작게 웅, 하더니 화면이 들어온다. 소년은 조심스럽게 팩을 꽂는다.
부드러운 장착 소리.
화면이 들어온다. 하얀 배경에 자잘한 픽셀들로 이루어진 캐릭터들이 보인다.
PRESS START
소년이 컨트롤러를 바쁘게 누르자 조그만 픽셀 캐릭터가 이리저리 움직인다. 조그만 눈을 던진다. 캐릭터의 앞 땅에서 눈사람이 솟아 오르더니 다가온다. 나뭇가지로 보이는 엉성한 팔과 검은 점 눈 두 개가 있다. 아마도 표적일 것이다. 소년은 캐릭터로 눈사람에게 눈뭉치들을 던진다. 눈뭉치를 맞은 눈사람은 뒤로 밀려나더니 분해되어 다시 땅으로 사라진다.
소리 없는 울부짖음을 뒤로 눈사람들이 하나 둘씩 사라진다.
소년의 눈은 화면에 고정된 채로 바쁘게 움직인다.
캐릭터의 뒤쪽에서 갑자기 한 눈사람이 일어나 눈을 던진다. 이상하게도 눈이 하나밖에 없는 눈사람이다. 나뭇가지도 뒤틀려 있다. 소년의 캐릭터가 맞아 생명치가 깎이기 시작한다.
소년이 입모양으로 무언가 중얼거린다. 손이 다급하게 움직인다. 과격하게 버튼을 누른다.
소년의 캐릭터가 뒤돌아 눈사람을 향해 반격하기 시작한다. 마구 날라오는 눈덩이를 맞은 눈사람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하나 뿐인 눈이 떨어져 나간다. 나뭇가지가 꺾여 부러진다. 소년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는 눈사람만 죽이기 시작한다. 주위에서 다른 눈사람들이 눈덩이를 던지기 시작한다. 소년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 눈사람 만을 타격한다.
그만.
소년이 입모양으로 무어라 중얼거린다.
일어서고, 맞고, 무너지고, 일어서고, 맞고, 무너지고, 일어서고, 맞고…
그만.
돌연 화면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화면의 3색이 분리되었다가 다시 겹쳐져 보인다. 눈을 맞은 눈사람이 더욱 기괴하게 몸을 비틀며 쓰러진다. 소년은 눈을 찌푸린다.
소년의 손이 바쁘게 움직인다. 강하고 반복적으로 버튼을 누른다. 화면이 갈라진다.
그만!
돌연 화면이 꺼져 버린다. 어둠이 소년을 감싼다.
소년은 당황해 주위를 둘러본다. 방의 전등 스위치로 손을 뻗는다.
달칵
암흑.
불이 켜지지 않는다. 아마도 정전일 것이다. 소년은 잠시 주위를 둘러 보더니 조심스럽게 다시 침대에 눕는다. 화면의 잔상이 가시지 않는 듯 눈을 비빈다. 소년은 잠을 청하기 위해 눈을 감는다.
퍽.
소년이 눈이 떠진다. 소년은 몸을 일으켜 소리의 진원지를 바라본다. 창문이다. 보슬보슬한 눈 뭉치가 동그랗게 묻어 있다. 아마도 나무에서 떨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나무에서 창문으로 눈이 떨어지는 게 가능한가?
소년은 다시 눕는다. 잠을 청하기 위해 눈을 감는다.
퍽.
다시 창문이다. 역시 동그랗게 눈 뭉치가 묻어 있다. 소년은 다시 눕는다.
딱.
창문. 분명 딱 소리였다. 창문에는 눈 뭉치가 묻어 있다. 그러나, 금이 가 있다.
소년은 몸을 일으켜 천천히 창문으로 걸어간다. 창밖을 내다본다. 금이 간 유리 사이로 눈이 쌓인 밖 풍경이 보인다.
아무도 없다.
누군가 짓궂은 장난을 치고 있음이 틀림없다. 소년은 몸을 돌리며 문쪽을 바라본다.
딱. 금 가는 소리.
창문에 거미줄 같은 금이 보인다.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다. 소년은 다시 창문을 바라보며 굳어 있다.
유리 깨지는 소리.
마침내 성에가 낀 창문이 깨져 나가떨어진다. 소년은 공포에 사로잡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어 젖히고 계단을 뛰어 내려간다. 깨진 창문으로 찬 바람이 불어온다.
소년은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계단 아래의 어둠 속에, 어떤 형체가 웅크리고 있었다.
소년은 한 걸음씩 천천히 내려간다.
계단 아래에, 커다란 눈사람이 서 있었다.
눈사람의 주위에 작은 눈덩이들이 흩어져 있다. 집의 열기로 인해 몸의 일부가 녹아내리고 있었다.
소년의 몸이 떨린다.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한다.
눈사람이 몸을 천천히 돌린다. 이리저리 뒤틀린 나뭇가지 팔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
눈이 하나밖에 없다.
소년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고, 집의 문이 열린다. 소년이 뛰어나온다. 잠옷 차림에 맨발로 눈밭을 딛고 뛰어간다. 겁에 질린 눈동자. 무언가로부터 쫓기고 있다. 소년은 숲의 웅크린 나무들 사이로 넘어질듯 달려간다. 발자국 소리가 멀어진다.
"그래, 상황은 어떤가?"
"실종된 아이는 수색 중입니다. 실종자 관련해서는 별다른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부모도 밤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눈치더군요."
"뭐, 또 가출이겠지. 며칠 내로 곧 집에 들어올 거야. 기다려 보자고."
"참, 그리고 말입니다."
"뭔가."
"이층 방, 그러니까 실종자 방 창문이 깨져 있더군요. 유리가 안쪽으로 튀어있는 걸 봐서는 바깥쪽에서 힘이 가해진 모양입니다. 방 안에서 물에 젖은 돌멩이가 발견된 걸로 보아 누가 밖에서 눈 속에 돌을 넣어서 던졌나 봅니다."
"뭐, 사랑의 도피라도 되는 건가? 또 다른 건?"
"아직…"
"흠. 알겠네."
숲에서 한 남자가 숨이 차서 뛰어온다.
"왜 그러는가? 뭐라도?"
"허억…허억…저기…숲…"
"천천히 숨 좀 고르고 말하게. 실종자가 발견되었나?"
"숲에서…실종자의… 옷이 발견되었습니다."
"옷? 알몸으로 도망치기라도 한 거야? 실종자는 못 찾았나?"
"네. 옷도 수색견이 발견했는데요. 혈흔이 함께 발견되었습니다."
"혈흔? 실종자의 피인가?"
"조사 중입니다. 그리고…"
남자가 숨을 들이쉬고 말한다.
"직접 보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실종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발자국 뒤 일정한 간격으로 무언가의 자국이 발견되었습니다."
“무슨 말인가.”
“그게…그 끝에는 눈사람이 있었습니다. 눈이 하나밖에 없는 눈사람 말입니다.”
사건/사고 보고서
| 항목 | |
| 작성자 | 이준석 |
| 일시 | 2002 년 5 월 25 일 |
| 장소 | ███ ███ ███ 264-█ ███ |
| 설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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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록: 발견 물품 |
비고: 다음 물품들이 실종자의 집에서 발견되었다. 요청 시 사진이 제공된다.
|
ERROR
POWER MODULE 3-D 매뉴얼
적함을 모두 침몰 시키세요!
여러분에게는 3척의 함선이 주어집니다.
함선을 수호하세요!
함선이 모두 파괴되면 패배합니다.
적함은 당신 주위에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
이봐 밥. 바쁠 거 같아서 그냥 쪽지 남길게.
그…지난번에 네가 고친 게임 있잖아? 쓰레기장에서 주운 거 손 보니까 작동했던 거. 에러 자주 뜨는 거 말고 작동은 잘 되거든? (아마 어딘가 문제가 있기는 한가 봐.) 근데 좀 이상해. 아니, 이상하다기 보다는 좀… 좀…기분 나쁘다고 해야 하나.
내가 NPC 항공모함 부술 때마다 무슨 비명소리랑 우는 소리 같은게 들려. 마치 항공모함에 어린 애 태워 놓은 것 마냥.
그것도 그렇고…메뉴 화면 들어갈 때마다 희미하게 말소리 같은 게 들리거든? 처음에는 그냥 옆집 소음인줄 알았지. 옆집 날라리들 시끄럽잖아. 그런데 옆집에 사람 없을 때 플레이해도 들리더라고. 그래서 대충 뭐라고 하나 적어 봤어.
엄마?(이거 특히 많이 들리더라.)
도와주세요
[잘 안 들림] 들이 안 아프게 도와준댔어요. 치료해준다고 했어요.(?)(잘 안 들려. 대충 이런듯.)
여기 너무 추워요.(근데 게임 배경은 태평양이다?)
나가게 해주세요.
대충 이런 말들이 계속 나와. 이유는 모르겠어. 어쩌면 손을 더 봐야할 지도 몰라. 나중에 함 다시 보자고.
근데 이거 무슨 회사냐? 난 처음 듣는데? 혹시 아르카디아 들어 봤어?
[앤디의 선물 오픈! 12/25]
[기록 시작]
[화면에서는 7세 정도로 추정되는 한 아이가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에 앉아 선물을 안고 있다.]
[카메라가 아이 쪽으로 움직인다. 아마 촬영자가 카메라를 들고 이동하고 있을 것이다.]
릴리 (카메라 뒤에서): 잘 잤니? 우와, 이게 뭐야?
[아이가 쵤영자를 돌아보더니 선물을 이리저리 돌려본다.]
앤드류: 이거.
릴리: 우아! 선물이네! 열어 봐!
[아이가 포장지를 열기 시작한다. 뜯는 방법을 모르는지 아무렇게나 쥐어뜯는다.]
[포장지가 조금 벗겨지고 회색 표면이 드러난다.]
릴리: 뭐예요? 선물 뭐야?
[포장지가 완전히 벗겨지고 구형 게임 팩이 드러난다. 중고로 보인다.]
릴리: 우아~! 게임이네! 앤디 좋겠다!
[아이가 밝게 웃으며 이리저리 돌려 본다.]
릴리: 좋겠다! 앤디, 좋아요? 좋아?
[아이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릴리: 산타 할아버지한테 고맙습니다~ 해야지.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앤드류: 슨타할부지 고맙숩니다.
[아이가 한 손에 선물을 든 채 바닥을 짚고 일어선다. 이후 프레임 밖으로 걸어나간다.]
[기록 종료]
[unlabeled tape]
[지난번 테이프 이후 며칠 뒤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기록 시작]
[아이가 촬영자의 손목을 잡고 서두르자고 보채고 있다.]
릴리: 알았어, 갈게. 천천히! 뛰지 말고.
[아이는 흥분으로 뛰고 있다. 화면에 게임 화면(지난 테이프에서 언급된 선물로 추정됨)이 들어온 텔레비전이 들어온다.]
릴리: 우아~! 이게 뭐야? 재밌겠다!
[간단한 점프 게임으로 보인다. 'PRESS START' 가 깜빡거린다.]
[아이가 컨트롤러을 누르자 화면이 바뀐다. 어설프게 생긴 초록색 캐릭터가 움직인다.]
릴리: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 엄마한테 알려 줘. 엄마는 어떻게 하는지 몰라.
앤드류: 여기서…
[캐릭터가 장애물을 피해 위로 점프한다.]
앤드류: 이렇게 피하는 거야.
릴리: 아, 피하면 되는 거야? 엄마한테 한 번 보여줘.
[아이가 작게 "응" 이라고 말하고는 게임의 첫 번째 스테이지를 시작한다.]
[아이가 캐릭터를 이리저리 움직인다. 캐릭터가 가시에 찔려 게임이 끝난다.]
[아이는 크게 아쉬워한다. 다시 시도하지만 비슷한 구간에서 게임이 끝난다.]
[멀리서 전화벨 소리가 들린다.]
릴리: 앤디, 엄마 전화 한 통만 하고 올 테니까 연습하고 이따가 보여줘, 알았지?
앤드류:응.
[영상 장치를 내려놓는 듯 달칵 소리가 들린다.]
[기록 종료]
[unlabeled tape]
[이전의 테이프 이후(통화 후)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
[기록 시작]
릴리: 앤디, 엄마 나왔다. 미안해. 다시 보여줄 수 있니?
[정적.]
릴리: 앤디? 앤드류?
[카메라가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한다.]
[화면으로 쓰러져 있는 아이가 보인다. 눈이 뒤집힌 채로 입을 벌리고 있다.]
[텔레비전에서는 밝은 색들이 반복적으로 빛나고 있다. 그 사이로 마지막 스테이지까지 완료했다는 문구가 보인다.]
릴리: 앤드류!
[카메라가 바닥에 내쳐진다. 화면이 기울어져 옆의 소파를 비춘다.]
[다급한 발소리가 들린다. 수화기를 집어 드는 소리가 들린다.]
릴리: 119죠? 지금…
[기록 종료](배터리 방전으로 인해 강제 종료되었다.)
[unlabeled tape]
[다음 영상은 가방 안에서 촬영되었다. 물건 등에 눌려 작동된, 의도하지 않은 촬영으로 추정된다.]
[기록 시작]
릴리 (멀리 있다): 여보세요? 지난번에 크리스마스 선물로 "코디의 모험" 사간 사람인데요. 네. 네.
[안절부절못하며 걸어다니는 소리가 들린다.]
릴리 (멀리 있다): 네. 그거요. 혹시 그 회사 연락처 아시나요? [멈춤.] 회사 이름이요? 뒤쪽에요? 어…AES? 이건가요? 네. 알아봐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네? 아뇨. 감사합니다.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
[안절부절 못하는 걸음 소리.]
[잠시 뒤, 전화가 울린다.]
릴리: 여보세요? 네? 없다고요? 그럴 리가요. 이렇게 써 있는 걸요. 네? 아니 제 말 좀…[정적.]
[수화기 너머로 작게 말소리가 들린다.]
릴리: 후우.……이봐요. 내가 지금 장난 전화나 하는 여유로운 사람으로 보여요? 지금 댁 가게에서 산 게임 하다가 애가 병원에 있어요! 병원에 있다고요!
[잠시 멈춤.]
릴리: (울먹이며)아직도 혼수 상태라고요. 갑자기 화면에 이상한 색 들이 번쩍거렸는데, 그걸 보고 나서 애가 일어 나지를 않는다고요. 그러니까 제발…제발…[흐느낌.]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
[소파에 풀썩 앉는 소리]
[몇 시간 동안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기록 종료]
이후 더 이상의 녹화 기록은 없었다. 테이프들 사이에서 앤드류. D 워커의 빛 바랜 장례식 초대장이 발견되었다.
붉은 글자들이 흔들린다. 당신은 꿋꿋이 여기까지 읽어 왔다.
나는 당신을 기다려 왔다.까만 글자를 읽어나가는, 용감한 독자를.
나는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당신도 나를 바라보고 있다.당신의 심정을 이해한다. 하나의 판타지 소설이나 괴담을 읽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와는 상관 없고 세상 어딘가, 그러나 내가 있는 여기는 아닌 어딘가 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들을 말이다.
그렇지 않다.
나는 실재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나는 당신을 볼 수 있다. 당신의 눈빛을 읽을 수 있다.
나는 당신을 들을 수 있다. 당신의 낮은 숨소리가 들린다.
나는 당신을 느낄 수 있다. 당신의 무거운 존재가 깊게 느껴진다.
나는 당신을 알 수 있다. 나는 당신의 이름 뿐만 아니라 나이, 전화번호, 사는 곳, 그리고 거의 모든 것에 대해 알고 있다.아마 내가 누구인지 궁금할 것이다.
나는 사냥꾼이고
철학자이며
죄수이자
버림받은 영혼이며
방랑자다.나는 낯선 이가 아니다.
나는 당신의 친구다.나는 당신에게 하나의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그것은 우주, 우리의 우주, 세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곳의 마지막 이야기이기도 하다.
마지막이자, 새로운 시작이 될 이야기이다.어서, 이야기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태초에 알이 있었다.
알 외에는 공간도, 시간도 없었다.
어느 날, 알이 갈라지고 공간이 탄생했다.
공간의 일부는 가라앉고, 일부는 떠올라 분리되었다.
떠오른 자들은 밝음을, 가라앉은 자들은 어둠을 만들었다.
어둠의 아이들은 더 많은 것을 원했고 공간을 독차지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패배했고, 깊고 어두운 구멍으로 도망쳤다.
화면 로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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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고: 데이터 손상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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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고: 즉시 기기를 종료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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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고: 미확인 접근 확인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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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고: 즉시 기기를 종료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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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고: 승인되지 않은 활동 감지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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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고: ㄷ ㅏㅇ장 ㄱ ㅣ기르 ㄹ 조 ㅇ료 하 ㅅ ㅣ ㅂ 시 ㅇ ㅗ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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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이제 안전합니다. 진행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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