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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마법 오리엔테이션Magic Orientation
원작: https://scp-wiki.wikidot.com/another-goddamn-magic-system
저자:thedeadlymoose
역자:Meiden
"다들 반가워요. 모여주신 데 감사드립니다. 저를 모르는 분들을 위해 자기소개를 하자면, 저는 틸다 데이비드 무스 박사입니다. 제19기지 이사관이고요."
"오늘 저는 — 편하게 말하는 걸 양해해 주세요 — 마법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전 달변가가 아닙니다. 그냥 먼저 말해두려고요. 저한테 선택권이 있었다면 저 말고 다른 사람이 여기 서 있었겠죠. 그럼 질문부터 시작해 봅시다. 학교로 돌아간 것처럼 손만 드세요. 그게 가장 쉽지 않겠어요? 전 — 이런. 손이… 너무 많네요. 그래요, 맨 앞줄 앉으신 분, 질문하세요."
"아뇨, 이건 기동특무부대 시그마-3 오리엔테이션이 아닙니다. 시그마-3은 존재하지 않는 특무부대예요. '오리엔테이션'을 열지도 않죠. 제 기억으로 그쪽에서 오리엔테이션을 연 적은 딱 한 번뿐이고, 그마저도 창설 당시였어요. 만약 당신이 시그마-3 부대원이고 오리엔테이션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당신의 상사들이 자기 일을 제대로 안 한 겁니다. 다음 질문."
"분명히 그런 질문은 하지 말라고 했을 — 아, 좋아요. 여기 모인 사람들은 왜 다 시그마-3 소속이냐는 질문이었어요. 첫번째로 답하자면, 다는 아닙니다. 그보다… 삼분지 이 정도죠. 적어도 열몇 명은 타우-9, 책벌레의 고위 인원이네요. 몇몇 분은 이제 막 프로그램에 들어오신 4등급 연구원이고, 최소 셋은 신임 이사관, 그리고 몇몇 분들은… '첩자'군요. 당연하지만 누군지는 말 안 해줄 겁니다. 즐겁게 추측해 보시고요. 아무튼."
"재단에서 마법에 대해 뭐라도 아는 게 허락된 사람은 아주, 아주 적어요. 저도… 이만큼의 대인원에게 이 이야기를 하는 건 처음입니다. 최근에 일어난 일들 때문에 감독관들이, 음… 더 많은 사람들이 상황을 알고 있길 바라나 보군요."
"네, 질문하세요. — 방금 질문은 — '시그마-3'이 정확히 뭐냐, 는 거였어요."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저도 질문 하나 하죠. 어떻게 여기 있는 사람이 시그마-3이 뭔지 모를 수가 있죠? 분명 자료를 이미 받았어야… 맞아, 그래, 기밀 해제 절차가 진행 중이었죠. 알겠습니다. 그럼 철회할게요."
"좋아요. 그러면 우리가 "변칙사회"라고 부르는 것부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배경 설명을 해 드려야 하니까. 저 바깥 그림자 속에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요. 요주의 단체들이 여기에 어떻게 맞아들어가는지도 설명하고요. 방랑자의 도서관 얘기도 할 겁니다. 그리고, 네, 시그마-3 관련해서도 약간 설명하죠. 사이사이 휴식 시간도 가질 겁니다, 그래야 여러분이 절 너무 싫어하지 않을 테니."
"여러분 모두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오늘 밤 모여주신 분은 백 명쯤 되겠군요. 그래도 재단의 크기에 비하면 극히 일부죠. 앞으로도 이 상태로 유지하도록 합시다. 제 입에서 나오는 말은, 어떤 거라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에게 발설해선 안 됩니다. 어기면 처분이에요. 아마도."
<목을 가다듬는다>
"마지막으로는, 마법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릴 겁니다."
"당황하지 마세요. 환각이 아닙니다. 격리 파기도 없었고, 여러분이 드신 커피에 약이 든 것도 아니었다고 보장하죠."
"전 단순히 파란색으로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에요."
"이런 일을 할 수 있는건 제가 소위 말하는 '마법사'라서입니다. 다른 이름으로는, '타입 블루'나… '마녀'라고도 하고요. 저희는 이런 걸 할 수가 있습니다. 이건, 그야 — 마법이거든요. 간단한 마법이지만, 그래도 마법이긴 하죠."
<목을 가다듬는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마법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군요. 잠시 휴식 시간을 갖고 나서 시작하도록 할게요."
"그래요. 기동특무부대 시그마-3, "서지학자"에 대해 얘기해드리기로 했었죠. 따분한 이름은 의도된 사항입니다."
"먼저 말해두지요. 저는 시그마-3 소속이 아닙니다. 자문을 맡았을 뿐이에요. 여기 몇몇 분은 제가 몇 년 전에 직접 소개시켜 드리긴 했지만, 지금은 그 일을 그만뒀어요. 그래요, 나바로 요원, 잘 보이니까 손 흔들지 말고요. 말했듯 제가 시그마-3 소속이 아닌 관계로 설명은 간단하게만 하겠습니다."
"시그마-3은 재단 특무부대 중에서도 변칙사회와 직접 대면하는 부대입니다. 그것도 우호적인 관계로요. 적어도 가능한 한 우호적으로 대하려고 하는 편이죠.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들린다면, 좋은 일입니다.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았다는 뜻이니까."
"원래 시그마-3은 삼사십 년 전 실패로 끝난 방랑자의 도서관 침입 작전에 참여했던 부대 중 하나입니다. 대원들이 대체로… 멀쩡한 상태로 돌아온 유일한 부대였죠. 그 뒤로 시그마-3은 O5 사령부의 명령으로 재편성되어 임무 변경을 거쳤습니다."
"시그마-3은 초상군사부대가 아닙니다. 격리팀도 아니고요. 이 부대가 생겨난 건 우리 상사들이 재단이 변칙세계에서 고립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중요한 것들을 —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는 일들을 — 놓쳐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주 크게 걱정했기 때문입니다."
"도서관 침입 작전만 해도… 변칙사회 안에 정보원이 있었다면, 그리고 임무를 맡은 부대들, 아니면 적어도 부대장과 계획자들에게 우리가 도서관에 대해 이미 알고 있던 것들을 알 권한이 있었다면 — 작전은 아주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을지 모릅니다."
"실제로는, 도서관 침입 작전에는 시작 전까지 도서관에 대해 들어본 적이라도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기밀 등급이 너무 높았고, 직접적인 정보원, 그러니까 그곳이 어떤 곳인지 알 만큼 있어본 사람을 아무도 알지 못했죠."
"우리는 아직도 도서관에 발을 들였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조차 모릅니다. 진입한 사람들의 기억이 모두 달랐거든요. 존재하는 기록마저도 — 시청각 영상 말하는 겁니다 — 내용이 자기들끼리 상충되어 있어요. 생존자 몇몇은 진입한 기억조차 가지고 있질 않고."
"우리가 확실히 아는 것은 지금도 도서관에 남겨진 재단 소속 인원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손이 닿지 않는 곳에 갇혀 있는 이들이요. 누구의 손도 닿지 못하는 채로요. 그리고 이 상황을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다는 것도 알지요."
"하지만 도서관 이야기는 나중에 더 하기로 하고."
"변칙사회 내의 정보원은 항상 얼마간 있었습니다. 세계 오컬트 연합과는 협력한 역사가 길죠, 그쪽은 우리보다 변칙세계에 더 깊이 접해 있기도 하고. 우리는 기동특무부대 타우-9 — 책벌레를 만들어 도서관과 손, '마법'을 좀 더 전통적인 방식으로 대하려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걸로는 한계가 있었죠. 사령부는 내부자의 정보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원래 시그마-3은 직접적인 변칙수단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최근 들어 이 기조가… 바뀌었지요. 이 방 안에는 진짜 현역 마법사인 시그마-3 부대원들이 있습니다. 변칙예술가들도요. 마셜, 카터 앤 다크나 뱀의 손, 기타 변칙 조직에 잠입해 있는 사람들도 있고요."
"그리고 성과도 있었습니다. 시그마-3은 적극적인 위협이 되는 변칙존재들을 다수 격리했죠. 온건한 축에 속하는 변칙적 독립체들의 협력이 없었다면 해내지 못할 일이었어요. 시그마-3이 직접 격리한 SCP 객체는 제가 아는 것만 해도 수가 삼십은 될 겁니다. 시그마-3이 얼마간 정보를 얻어낸 변칙존재는 더 많고요."
"대부분은 지금 이 자리에서 이름을 댈 수가 없는 것들이군요. 여러분 모두가 시그마-3 소속이고 그 정보를 알 권한이 있는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프로젝트 팀장으로서 제가 담당한 SCP들만 봐도… 시그마-3은 SCP-003, 제가 처음으로 배정된 SCP 개체의 위치를 특정하는 데 도움을 줬었죠. 방랑자의 도서관 쪽의 외부 정보원과 협력해 원격 감시 작전을 진행해서요. 변칙사회 내의 연줄을 통해 SCP-472를 발견하고 입수한 것도 시그마-3이고요."
"보다 규모가 큰 건으로는, 시그마-3은 십여 년 전, 사건 제로 이후 재단을 노린 직접적이고 조직화된 공격을 사전에 막는 데 일조했습니다. 그 공격을 그대로 받았다면 우리는 무너졌겠죠. 재단의 규모와 방어 체계를 생각하면 거의 불가능한 일인데도요. 시그마-3이 말 그대로 세상을 구한 것이 정확히 몇 번인지는 알려드릴 수 없지만, 한 번이 아니라는 건 확실히 말해드릴 수 있겠군요."
"그 대신 시그마-3은 다른 재단 특무부대와 구별되어 있습니다. 이들이 변칙적 독립체의 격리를 돕는 일은 없습니다, 설령 간접적인 방식으로라도요. 변칙사회의 일원들과 협조 하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면 말이죠."
"많은 사람들은 이쯤에서 멈춰서 화를 냅니다. 그들에게 이건 오메가-7이나 알파-9 같은 특무부대보다도 심각한 일입니다. 저 특무부대들은 변칙적 독립체를 이용하고 있거나 이용했었지만 — 시그마-3은 특정 변칙적 독립체들을 격리당하지 않게 적극적으로 보호하니까요! 더한 일로는, 시그마-3은 변칙적 독립체들이 풀려날 수 있게끔 거래를 하기도 합니다."
"이건 재단의 근본적인 신념에 반하는 일이다, 그렇게들 말하죠. 그 말이 틀리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재단은 단순히 저 야생에 도사리는 변칙존재들을 모조리 격리해버릴 능력이 없습니다. 그때가 오기 전까지는, 시그마-3은 자기 가치를 증명해낸 겁니다. 지킬 세계가 없다면 신념이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다시 편하게 말해보죠. 시그마-3 부대원들은 광신도들이 크툴루를 소환하려고 할 때 그걸 알아내는 게 일입니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광신도의 친구들과 이웃들은 세계가 멸망하길 바라지 않아요. 하지만 소환 의식을 멈출 만한 힘은 없을지도 모르죠. 우리는 그럴 힘이 있고요. 그들에게는 지식이 있고, 우리에게는 자원이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옥리… 어, 재단 인원이라는 걸 모를 수도 있지만, 크툴루가 소환되려고 한다면 다른 누군가한테 그 사실을 알리는 걸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건너건너로 말을 전달해서 우리의 규모가 큰 기동특무부대들을 불러오면 머리를 좀 날려버릴 수가 있죠. 세계도 구하고요."
"크툴루가 정말로 존재한다는 뜻은 아니고… 만약 존재한다 해도 여러분은 그걸 알 만한 인가가 없습니다. 그냥 예시예요."
"다시 휴식이 필요한 시점이 왔군요. 20분 후에 다시 모이세요. 다음 시간에는, 그래, 소위 말하는 '변칙사회' 이야기를 해보죠."
"좋아요. '변칙사회'. 그게 무슨 뜻이죠?"
"변칙사회란 변칙성을 삶의 일부로 지닌 이들을 전부 가리켜 말합니다.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요. 전 세계에 흩어진 공동체들을 다 합치면 수십만 명 정도 되겠네요."
"예상한 것보다 많은 수라고 생각하고 계시겠지만, 이게 현실입니다. 이는 시그마-3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사람들은 모두 변칙 세계를 알고 있고, 많은 경우 거기에 노출된 이들입니다. 개중 일부에게는 일상생활의 영역이기도 하고요."
"많은 수가 방랑자의 도서관에 출입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아도 대부분은 도서관을 알고 있죠. 소위 말하는 변칙예술 공동체에 속하는 이들도 많고요. 세계 오컬트 연합과 뱀의 손 관련자도 많습니다."
"심지어는 재단도 변칙사회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들 합니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 아뇨, 방금 그건 공식적인 발언이 아닙니다. 들은 소문을 그대로 말하고 있을 뿐이에요. 각자 좋을 대로 생각하세요."
"얼마나 많은 이들이 변칙적인 능력을 갖고 있느냐고요? 그건 우리도 답을 모르는 문제입니다. 확실한 건 적은 수가 저등급 타입 블루라는 거예요. 작은 묘기를 부리거나 책에서 몇 가지 주문을 배울 수 있는 자들이요. 마법사, 마녀, 마술사, 예언가, 기타 등등. 한마디로… 뭐, 저 같은 사람들이죠. 재단으로 도망쳐오기 전의 저요."
"이런 사람들을 잡게 되면, 보통은 SCP로 분류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보관하는 건 대부분 변칙물품으로 분류되어 있죠. 시그마-3이 다루는 것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요주의 단체가 변칙사회에 어떻게 들어가냐 하면… 엄밀히 말하자면, 요주의 단체 전부가 어떤 방식으로든 변칙사회의 일부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큰 단체들만 꼽아보면… 이거 슬라이드가 돼야 하는데."
Are We Cool Yet
혼돈의 반란
부서진 신의 교단
다섯째 교단
세계 오컬트 연합
지평선 구상
만나 자선재단
유한회사 마셜, 카터 앤 다크
이슬람유물환수기구
오네이로이 공동체
사르킥 숭배
뱀의 손
특이사건반 (UIU)
"보시다시피, 이게… 거의 전부입니다. AWCY, 반란, 다섯째주의자, 사르킥교도들은 보다… 비주류에 속해요. 엄밀히 말하면 부서진 신의 교단도 그렇지만, 일명 '독실자'들은 생각보다 변칙사회에서 인정받는 편입니다. 지평선 구상 쪽을 제외하면요."
"만나와 지평선, ORIA는 변칙사회 내의 '선봉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MC&D는 생각하시는 그대로 — 변칙사회 내 부자들이 대부분 여기 소속이거나 적어도 관련되어 있죠. 오네이로이는… 오네이로이가 뭔지는 신만이 아시는 일이니… 제가 추측을 얹진 않겠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두 단체가 — 바로 연합과 손입니다."
"우리도 이름이 나 있긴 합니다. GOC 소속이 아니거나, 소속인 사람들 중에서도 일부는 우리를 옥리라고 불러요. 하지만 연합은 '분서꾼'이라고 불리니, 뭐… 그나마 다행이죠."
"그리고 반란 말인데 — 재단 바깥의 사람들이 혼돈의 반란을 보는 시선은 우리와는 다릅니다. 우리는 그들을… 뭐, 반란분자, 그러니까 자기들밖에 모르는 이유로 모든 걸 파괴하고 싶어하는 반쯤 미친 재단의 배반자들로 보죠."
"변칙사회는 반란을 다른 것보다 사르킥교와 비슷한 운동의 일종으로 봅니다. 세상을 새로 만들려는 운동이요. 반란은 무신론을 표방하지만 거기엔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죠. 신이 되길 원하는 이들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해할 수 없을만치 파괴적이고, 악신을 소환하고자 하는 이들보다도 미친 인간들입니다."
"사실 악신을 소환하려는 이들조차도 반란은 정도를 넘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흔히 '불화의 씨앗을 뿌리는 자들'이라거나 '미친 놈들'이라고도 불리곤 해요. 반란을 저렇게 부르는 이들은 말 그대로 사교도들이라는 점을 기억하세요. 반란이 인기투표에서 1등을 먹을 일은 근시일 내에는 없을 거고, 아마 그래서 저들은 아직도… 아니다, 이야기가 딴 길로 샜군요. 기밀 사항입니다."
"손과 연합 이야기를 해보죠."
"세계 오컬트 연합은 변칙사회의 빅 브라더입니다. 경찰이자 처형자예요. 108개의 가맹조직이 있고, 모두 어떤 식으로든 변칙적이지만, 모두 연합의 보호 하에 있습니다."
"연합은 소위 가장무도회를 유지하는 데 큰 노력을 쏟습니다. 우리만큼 정상성을 보존하고 싶어한다는 뜻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변칙사회의 일원이 아니고, 연합은 변칙사회의 일원이죠. 일반적으로 말해 변칙사회의 점잖은 일원, 또는 상류 사회에 속한 사람들은 연합과 같은 편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다만 이들은 '분서꾼'이라고 불리는데, 그 이유란 연합은 제7차 오컬트 대전이 — 2차 세계대전과 비슷한 시기에 일어났죠 — 끝나고 결성되었을 당시에 변칙사회를 상대로 사실상 적대적 인수합병을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연합 아래로, 즉 빅 브라더 아래로 들어가거나 아니면 망하거나의 양자택일이었던 거죠."
"연합의 몇몇 요소가 도서관의 눈 밖에 난 이래… 여태까지 연합은 마법적인 방식으로 도서관 출입을 금지당한 채입니다. 우리들처럼요. 아이러니한 건 연합이 도서관에는 먼저 발을 들였지만 거기에 필요한 정보는 우리에게서 나온 것이었다는 점입니다… 그 얘기는 다음번에 하도록 하고."
"많은 수의 연합원들이 아직도 도서관 입장 권한을 잃은 데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고만 말해도 충분할 테죠. 아마 연합은 이 탓에 활동 규모를 크게 줄여야 했을 겁니다. 연합 소속의 출입이 금지된 이후로 연합을 증오하는 이들은 숨기가 편해졌습니다. 도서관에 들어가기만 하면 되었으니까요."
"연합이 음양의 양이라면 뱀의 손은 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손은 연합의… 빅 브라더적인 면모, 변칙사회를 구속하고 억압하고자 하는 사상에 반발해 일어난 운동입니다."
"이들은 변칙사회의 급진파 운동가입니다… 하지만 그 사회의 큰 정부를 반대하는 평범한 사람들이기도 해요. 손은 모든 종류의 사람들을 가입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받아들입니다. 그러니까 괜찮은 사람들도 있고 사교도도 있는 거죠. 당연하지만 손과 비주류 공동체 사이의 교집합은 큽니다. 여기에 종교 집단 같은 사회 운동 단체, 아니면 부서진 신의 교단처럼 가끔 있는 본격적인 종교, 또 변칙예술가 집단도 있고요."
"손에 가까운 이들은 우리도 싫어하는 편이지만, 우리는 사람을 죽이는 일을 피하므로 연합을 대하는 것보다는 정도가 덜합니다. 이는 시그마-3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실대로 말하죠. 저는 원래 뱀의 손의 일원이었습니다. 가입한 건 대학교 단체를 통해서였고요. 몇 년을 지내다가 재단으로 탈주했어요. 제가 타입 블루 — 마법사가 된 것도 손에서의 경험 탓입니다."
"제 개인사가 아무리 재미있어 보여도 질문은 안 받을 겁니다. 하지만 마법사 이야기는 곧 해 드릴게요. 지금 당장은 휴식 시간이겠군요."
"방랑자의 도서관은 어떤 곳이냐? 여기 모인 분 대다수는 그곳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보셨을 테고, 그게, 음, 도서관이라는 것도 알고 계실 겁니다. 뱀의 손은 그곳을 사용하고 우리는… 그러지 않는다는 것도요."
"…그리고 그게 다겠죠."
"방랑자의 도서관은 여태까지 쓰인 책 대부분과 아직 쓰이지 않은 책 다수, 그리고 쓰일 일 없는 책 다수를 소장하고 있는 도서관입니다."
"이번엔 영상 자료가 있습니다. 잠깐 기다리면 나올 거예요."
"아, 이거 안 나오네요. 그냥… 계속 말하지요."
"도서관의 바깥 모습을 보여드리진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아는 한 외부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거든요. 도서관은 공간 바깥에 존재하는 장소입니다. 전문용어로는 '외부차원'이라고 하지만 설명에 별 도움이 되진 않죠. 도서관은 우리 세계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세계와 연결되어 있지요."
"도서관은 길Ways을 통해 접근할 수 있습니다. 길이란 일종의…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어지는 마법 포탈들의 연결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죠. 재단도 얼마간 격리하고 있는데, 대부분은 변칙물품으로 분류되어 있고 — 일부는 SCP로 분류돼 있어요."
"도서관은 길의 집합체입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크죠. 도서관으로 통하는 길은 문이라고 불립니다. 도서관 내부의 문으로 이어지기 때문에요. 간단하죠."
"길을 사용하는 방법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습니다. 뭐, 몇 개는 빼고요. 각각을 활성화시키는 요령이 있거든요. 어떤 것들은 초대만 받으면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다른 것들은 특정한 의식이 필요하죠. 그림자에다 대고 재채기하거나, 암호를 읊거나, 요정과 친구가 되거나, 애완묘를 따라가거나, 양을 죽이거나, 문턱을 넘으며 하모니카를 연주하거나. 이런 것들은 노크라고도 합니다."
"문이 되리라 상상할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길이 될 수 있습니다. 문과 비슷한 것이라도요. 동굴이나 아치, 트럭 뒷문도 가능하죠. 엄밀히 말해 그림자나 거울은 모두 길이 될 수 있어요, 쓸모가 별로 없을 뿐. 어떤 것들은 미술품의 형태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 언젠가 문이 그려진 그림을 통해 도서관에 들어간 적이 있었죠. 아직 입장 권한이 있었을 때 얘기지만. 몇몇은 별들 사이에 걸린 회랑이고요."
"길은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흔하기도 합니다. 대도시마다 몇 개씩은 있어요. 우리가 장소를 아는 것은 몇 개뿐이지만, 훨씬 많은 수가 존재한다는 것도 압니다."
"재단이나 세계 오컬트 연합 사람이 길을 사용하려고 하면, 아예 동작하지 않거나 도서관이 그 사람을… 위험한 곳으로 이동시켜 버립니다. 다른 행성이라거나, 험한 황무지, 우주 공간으로도요. 보고에 의하면 한번은 지옥으로 연결된 적도 있었다고 하는데 — 믿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세요. 다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냥 도서관 기록보존서고로 보내 사서로 만들고는 합니다."
"그건 좀 이따 설명하기로 하고 — 이제 나오는 영상을 봅시다."
<영상에는 숲속을 걷고 있는 두 명의 여성과 한 명의 남성이 비친다. 여성 한 명은 노출이 심한 고질라 코스튬을 입고 있다. 다른 여성은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입은 상태다. 남성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화염에 휩싸인 붉은색 코스튬을 입고 있다.>
"지금 보시는 건 평범한 — 질문인가요? — 왜 코스튬을 입고 있느냐고요? 아 — 이 길을 이용하려면 자신이 아닌 무언가로 분장해야만 합니다. 그러니까… 코스프레죠. 혹시 몰라 말하는데 이 사람들은 우리 요원입니다. 사복 요원들요. 어… 사복은… 아닐지도 모르고."
"고질라가 존스 요원입니다. 기사는 리우 요원. 마지막 사람은 여기 있죠 — 나바로 요원입니다. 저, 불 붙은 옷 입은 사람이요. 인사하세요, 나바로 요원. 하고 싶으면서."
<영상에 세 요원이 서로 가까이 자라난 두 나무줄기 사이로 걸어가는 모습이 비친다. 나무들 사이로 지나간 일행이 홀연히 사라진다. 영상이 끊긴다.>
"아무튼. 이들이 도서관에 진입할 수 있는 시그마-3 부대원 세 명입니다. 온 재단에서, 일반적으로는 시그마-3 부대원만이 도서관 출입이 가능하고 — 실제로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그 중에서도 몇몇밖에 없어요."
"우리는 도서관이 자신을 통해 이용객에게 해를 끼칠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현재뿐만이 아니라 미래에도요. 네, 도서관은 제한적으로 미래를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요? 난들 아나요."
"그리고 이것이 바로 시그마-3이 재단이 도서관 내 사람들을 격리하도록 돕지 않는 이유입니다. 만약 그랬다면 도서관에서 쫓겨나겠죠. 그러면 우리는 전세계에서 가장 중요하다시피 한 변칙장소에 대한 접근권을 잃을 거고요."
<영상이 계속된다. 존스, 리우, 나바로 요원이 평범한 복장을 하고 커다란 홀에 서 있다. 주변은 마천루처럼 뻗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서가가 둘러싸고 있다. 홀에는 탁자가 많이 놓여 있고 사람 또한 많은데, 적어도 100명은 거뜬히 넘을 것으로 보인다. 영상이 계속 재생되며 로비에 있는 이들 모두가 인간은 아님이 확실해진다. 한 사람이 카메라 앞을 지나가는데, 얼굴이 파랗고 가시에 뒤덮여 있다. 30피트 길이의 걸어다니는 카펫이 세 모서리에 책을 하나씩 들고 근처 탁자에 앉는다.>
"이것이 도서관 중앙 홀의 모습입니다. 사실… 보이는 것보다도 훨씬 넓죠. 지금 보시는 건 그래도 사람이 없는 겁니다 — 보통은 언제건 몇백 명이 돌아다니고 있거든요. 수천 명도 문제없이 수용할 수 있어요."
"도서관에서, 공간은 눈에 보이는 대로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중앙 홀에서 뒤쪽 벽까지 가려면 하루의 반이 걸리죠… 하지만 이동한 거리는 최소 대륙 하나 크기입니다."
"아, 이건 중앙 홀만 얘기한 겁니다. 도서관에는 여러 구역이 있어요. 어떤 것들은 작아서 — 겨우 도시 하나만 하죠. 그리고 거기서 커지기만 합니다. 숲으로 이어지는 것도 있고, 하늘이 따로 있는 구역도 있고…"
<이어지는 영상에서, 나바로 요원이 로브를 걸친 인간형의 인물과 대화하려는 듯하다. 해당 인물에게는 입이 없다. 왼손이 있어야 할 곳에는 빛나는 놋쇠 랜턴에 연결된 사슬이 있다.>
"…그래요. 저건 사서입니다. 네, 저 개체엔 입이 없죠."
"왜냐하면 사서가 되는 것은 처벌의 일종이기 때문입니다. 대개는요. 자진해서 사서가 된 이들도 몇 있는데, 특히나 이상하게 생겼습니다. 하지만 이 영상에서는 못 보겠군요."
"입이 없는 건 해설사입니다. 도서관에서 사람들을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도서관의 규칙을 집행하기도 합니다. 더럽게 무섭죠 — 하나만 있어도 우리 초상군사 분대들을 손쉽게 쓸어버릴 수 있거든요. 이들이 격리 파기 사태에 있었을 때는, 아주 아주 드문 일이긴 합니다만, 피해 정도가 무지막지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도서관의 가장 강력한 방어 체계조차도 아니에요."
"그 외에 흔한 두 가지 사서 유형은 기록보존사와 급사입니다. 여기 이 장면 배경에 기록보존사가 몇 보이죠 — 왼쪽 커다란 데스크 옆에 있는 것들입니다. 의자에 붙어 있어요, 다리가 없거든요. 이 각도에선 안 보이지만, 눈도 없죠. 글을 읽는 데는 문제가 없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
<인간 거미 같은 무언가가 리우 요원의 머리 위 서가를 종종거리며 지나간다. 리우 요원은 놀란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저건 급사입니다. 직접 책을 관리하죠. 땅에 내려오는 모습은 본 적이 없네요."
"이들 모두는 한때 사람이었습니다. 대부분은 인간이었죠. 지금은 아니고요."
"자, 도서관엔 규칙이 있습니다. 책을 훼손하지 마라, 책을 훔치지 마라, 책을 제때에 반납해라, 도서관에 손상을 입히지 마라, 도서관 내에 있는 이들을 해치지 마라."
"만약 규칙을 너무 심하게 어기면 사서가 될 겁니다. 또… 그래요. 도서관에는 지금 재단 요원 여럿이 갇혀 사서로서 형을 살고 있습니다. 이들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생각하면… 운이 좋다면 몇백 년 후에 나올 수 있겠죠."
"뒤쪽 분 질문이요. 아니요. 안타깝게도 우리가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어느 사서가 재단 인원인지도 모르고요. 아 — 질문이 더 들어오네요 — 좋아요, 영상을 멈추죠."
<영상이 멈춘다. 존스 요원이 안에 초록색 책더미가 떠 있는 물구슬에 둘러싸인 채 장엄한 모습으로 허공에 떠다니는 인어와 시시덕거리는 것이 보인다.>
"좋아요. 질문 더 받겠습니다. 거기, 음, 셔츠 입은 분, 말하세요."
"시그마-3이 도서관의 책을 가져올 수 있느냐고요? 음, 아뇨, 그렇다고는 못 합니다. 첫째로 도서관은 이미 우리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습니다 — 아마 비유적인 의미겠죠. 만약 우리가 그런 계획을 세운다면, 아니면 단지 진지하게 생각하기만 해도 도서관 접근권을 박탈당할 수 있어요. 우리는 시그마-3 요원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에 의지해야 합니다. 이들이 녹화하거나, 복사해 오거나, 그런 것들요.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그 편이 낫다니까요."
"둘째로, 아직 도서관 대출증 얘기를 안 했죠."
"책을 빌리려면, 도서관에서 가지고 나오려면 도서관 대출증이 있어야 합니다. 대출증은 도서관과 소유자가 각각 가지게 되는데, 대출증 주인의 진명True Name으로 간주되는 마법적 서명이 되어 있어요."
"여기 계신 분 대다수는 이게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죠 — 진명에 대한 강의를 시작할 시간은 없고, 요약하자면 대출증을 얻은 사람은 그 주인에게 제한 없이 주문을 걸 수 있습니다. 충분한 능력만 있다면 그자에게 어떤 짓이든 할 수 있는 셈인데, 도서관은 확실히 그럴 능력이 되죠."
"도서관 대출증은 또한 어느 정도는 도서관의 보호를 보증하기도 합니다. 대출증 소지자를 살해한 것은 세계 오컬트 연합이 도서관에서 쫓겨난 이유의 일부이기도 한데 — 도서관 내에서 직접 누군가를 죽이지 않을 정도로는 궁리를 했지만 결국에는 — 이런, 이야기가 샜군요."
"요점만 말하면 연합은 도서관을 이용해 '반동분자'를 추적한 다음 그들이 도서관을 떠난 뒤에 죽였다는 겁니다. 그런데 도서관을 속이는 건 불가능해요."
"이 이야기로 다시 한 번 강조하겠습니다. 시그마-3이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재단이 도서관을 이용해 변칙존재를 격리하는 것을 도와서는 안 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사교도들 같은 부류를 잡을 수 있는 건 그들이 다른 도서관 이용자들에게도 피해를 입히기 때문임과 동시에 다른 도서관 이용자들이 우리를 도와주기 때문이지만, 이런 명분이 있더라도 늘 조심해야만 합니다."
"계속 가보죠."
<영상이 계속된다. 나바로, 존스, 리우가 끝없이 이어지는 거대한 서가들을 지나 광장에 들어선다. 야생화 들판의 끝자락에 어울리지 않게도 커피하우스가 서 있다. 사람들이 책더미 위에 노트북을 올려두고 있다. 리우가 활기찬 손짓으로 비어 있는 푸른색 "소파"를 가리키는데, 아무리 보아도 인간보다 훨씬 크고 팔다리 위치도 다른 존재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 같다.>
"질문이요. 도서관에는 공짜 와이파이가 있나요? 좋아요, 농담인 건 알겠지만 사실 대답은 '그렇다'입니다. 도서관은 여러분이 생각해낼 수 있는 것들을 거의 다 갖추고 있습니다. 원한다면 도서관에서만 평생을 보낼 수도 있어요 — 보통은 그러지 않지만, 가능은 하죠."
<우뚝 솟은 거대 생물이 느리게 시야에 들어온다. 용각류 공룡과 크라켄의 잡종 같은 모습이다. 도서관 광장 위에서 빛나는 정체불명의 광원을 가리는 몸통에 달린 수많은 눈이 지나가는 인간형 존재들을 하나하나 주시하고 있다. 눈들은 존스, 나바로, 리우를 특히 오랫동안 바라보지만, 생물은 곧 그것이 지나가기에는 너무 작아 보이는 아치를 지나 사라진다.>
"…바로 저것이… 도서관의 강력한 방어 체계 중 하나입니다. 방금 보신 건 우리가 습격했을 때에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더 끔찍한 것들이 나타났죠. 사서의 일종일지도 모르고, 전혀 다른 것일지도 모릅니다. 누가 알겠어요."
"코끼리 신Elephant God이라고들 부르더군요. 코끼리처럼 생기진 않았는데, 크기가 커서 그런가 보죠."
<세 재단 요원이 사라져가는 괴물의 꼬리를 멍하니 바라보는 장면과 함께 영상이 끝난다.>
"오늘 분량은 이것으로 끝이군요. 이 모든 게 도서관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라는 걸 기억하세요. 지구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구역이라고요. 도서관에는 기록보존서고라는 곳이 있는데, 이건 도서관의 내밀한 구획에 해당합니다. 우리 같은 인간형 존재들이 들어가지 않는 구역도 포함되고요."
"도서관에 들어갈 수 있는 시그마-3 요원 중에서도 기록보존서고에 접근할 수 있는 이는 없습니다. 도서관은 아직 그 정도로 우리를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에겐 거기 들어갈 수 있는 동업자들이 있죠. 그래도 극히 일부예요.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갈 만한 곳이 아닙니다. 맨티코어가 있다고요."
"또… 재단이 도서관에 침입했을 때 일이 정말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한 곳이 기록보존서고였어요. 기묘한 길들, 보일러실, 뿌리의 감시자들, 그리고… 미안합니다. 그곳의… 어떤 부분들은… 동화처럼 들리지 않게 이야기하기가 어려워요. 아무튼 말했듯이, 재단이 도서관을 점거하려 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아는 바가 없죠."
"좋아요. 휴식이 정말 간절하게 필요한데. 다들 저녁 먹고 와서 마지막 주제로 들어가 마법 이야기를 해 봅시다."
"시작합시다. 저녁은 맛있게들 드셨나요. 아니면 뭐 다른 걸 했든가. 내가 판단할 바는 아니군요."
"자. 마법 이야기입니다."
"누구든 일관적 및 지속적인 방식으로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은 타입 블루입니다. 일상에서는 마법사, 마녀, 마술사 등등으로도 불리고요."
"타입 블루라는 용어는 재단이 세계 오컬트 연합에서 떼어온 겁니다. 연합은 변칙적 능력을 가진 인간형 개체들을 색을 가지고 분류하죠. 우리 재단에서는 연합식 분류를 대개 그린과 블루에 사용합니다. 그린은 현실 조정자입니다. 블루가 마법사고요."
"여기 오기 전 몇몇 분들은 세계 오컬트 연합의 신입 요원에게 제공되는 강의 녹취록을 읽으셨겠죠. 거기서 말하는 '통일기적학'은 다른 말로 마법이라고 합니다. 아직 못 보신 분들은 오늘 세션이 끝나면 일부를 읽을 수 있게 되실 거예요."
"높으신 분들이 이걸 읽게 하는 이유는 GOC 신병들도 맨 먼저 똑같은 걸 읽기 때문입니다. 비록 몇십 년 전 자료인데다 몇 가지 정보는… 저 개인적으로 제시 방식에 의문이 있긴 하지만요. 중요한 건 여러분이 우리 경쟁의 시작점 반을 안다는 거예요."
"그리고 나머지 반을 제가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뱀의 손 소속이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계시죠."
"뒤쪽 계신 분, 연합 녹취록 얘길 했을 때 손을 드셨는데?"
"못 알아들은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 저분은 방금 '그 호그와트 자식들'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아뇨, 농담한 게 아니에요. '호그와트'는, 크흠, 국제통일기적학연구센터를 말하는 겁니다."
"정확히 말해 호그와트라기보다는 연구에만 집중하는 대학에 가깝긴 하지만… 네, 어떤 면에선 마법사를 위한 학교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마법사'의 정의에 따라서는요."
"왜 여태 거길 격리해서 폐쇄하지 않았느냐고요? 제가 시그마-3 설명할 때 했던 이야기를 떠올려 보세요. 뭐, 굳이 시그마-3을 쓸 필요야 없겠죠. 진짜 이유는 무엇보다 세계 오컬트 연합이 센터를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고, 또 그곳을 공격하면 제3차 세계 대전을 일으킬 거라고 말한들 과장이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질리지도 않고 말하게 되지만, 우리는 확보, 격리, 보호하는 이들입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초상물체를 전부 손에 넣으려고 눈에 보이는 것들을 죄 부수고 다니는 사람들이 아니라요."
"아무튼 간에 우리가 결정할 일은 아닙니다. O5 평의회 명령에 따라 센터는 그대로 내버려둬야 해요. 하지만 맞아요, 그런 기관이 변칙사회의 일부로서 존재합니다. 아뇨, 재단 인원이 다닐 수는 없을 겁니다."
"손과 GOC는 타입 블루인 구성원을 얼마간 보유하고 있지요. 재단의 경우… 우리는 공식적으로 타입 블루를 고용하지 않습니다. 재단 소속의 마술사는 없어요. 물론 여러분은 그게 사실과 다르단 걸 아시죠. 그래도 재단이 보유한 수는 극히 적고, 타입 블루인 재단 인원은 거의 전부가 시그마-3 관련자입니다."
"그런 것들은 제쳐두고…"
<목을 가다듬는다>
"제가 어떻게 파란색으로 말할 수 있는 건지 궁금하실 테죠."
"뭐, 딱히 쉬운 일은 아닙니다. 원할 때 몇 번 발동시킬 수 있게 여기 오기 전에 의식을 몇 가지 치렀어요. 모두 재단의 높으신 분들 허가 하에요 — 네, 저보다 높은 사람이 존재합니다, 당연한 소리를. 전 고작해야 이사관인데요."
"요점은 앞으로 여러분이 어떤 것이든 마법을 사용할 때는 극도로 엄격한 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현장에 나가 섞여들어야 할 때만 제외하고요. 그 모두가 재단을 위해 하는 일이 될 테고요."
"저녁 먹을 시간에 질문하신 분이 있었죠. 타입 그린 — 현실 조정자들에 대해서는 말해도 되는데 타입 블루 이야기는 왜 맘대로 못 하느냐고요."
"대답을 이미 짐작하는 분도 계시겠지요. 사실은 — 다른 재단 인원에게는 물론이고 이 자리에 없는 사람에게 절대 말해서는 안 되는 사실이란, 누구나 타입 블루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누구든 마법사가 될 수 있습니다. 누구든 마법을 배워 쓸 수 있어요. 이 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적어도 배우려고 시도는 해보게 될 겁니다. 대부분은 성공하지 못하겠지만, 여러분 중 누구라도 성공할 수는 있습니다."
<목을 가다듬는다>
"오랫동안 유지하는 건 힘이 들거든요. 안색이 안 좋은 분들도 있고. 미안하군요."
"아무튼. 누구든지 타입 블루가 될 수 있지만, 전제가 몇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를 혹자는 잠재력Potential이라고 합니다. 적어도 제가 손의 일원이었을 때에는 그렇게 불렀어요."
"소수의 사람들은 잠재력을 물려받기도 하지만, 99.9%의 사람들은 잠재력이 전무한 상태로 태어나죠. 그 다음에 잠재력을 얻는 건 암의 발병과도 비슷합니다. 오만 가지 요인이 있어요. 사고방식, 사회에 순응하거나 반항하는 기질, 지능 유형. 원인을 아예 찾을 수 없을 때도 있고요."
"일반적으로 말해 마법사, 타입 블루가 되고 싶다면 자기 잠재력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해요. 삶에 의해 주어진 것들이요. 운이 좋으면 정립된 마법 계통 중에서 적성에 맞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아주 운이 좋다면 — 그러니까 대개는 이미 타입 블루인데 그동안 몰랐을 뿐이라면 — 바로 수련을 시작할 수도 있고요. 그렇지 않으면 자기 자신을 아주 열심히 들여다봐야 합니다."
"마법사가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요구하는 것도 많은데, 사람에 따라 다르기까지 하죠. 보통은 어떤 종류건 희생을 수반하곤 해요."
"질문인가요? 말해보세요."
"아뇨, 꼭 제물을 바쳐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변칙사회 내에서조차 그건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아요. 희생이라는 건… 물리적, 감정적, 정신적 희생을 말하는 겁니다. 사람마다 달라요."
"왜 희생이 필요하냐고요? 중요한 건 관점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자신의 관점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이 당신을 바라보는 관점도요. 현실의 관점 말이에요. 세계가 당신을 보는 시각을 바꾸는 겁니다 — 당신이 우주를 바라보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을요."
"혼란스럽겠죠, 이해합니다. 단어를 바꿔 말해 볼까요… 마법사가 되는 건 곧 당신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형이상학적 위치를 발견하고 변화시키는 일입니다."
"이 변화는 일시적인 것일 수도, 영구적일 수도 있습니다. 일시적이라면 쉽죠. 아주 사소한 작용Working을 일으키는, 즉 주문을 거는 일이라면 대부분 사람들이 해낼 수 있어요. 뱀의 손 구성원은 푸른색 백합꽃 사슬을 만들어내는 것부터 시작하곤 합니다."
"그러고 나서 아주 복잡한 절차를 따랐을 때 정확한 소재와 마음가짐, 손의 회원 자격이 있다면 그 사람 내부에 일시적 잠재력이 생겨납니다. 그것을 가지고 꽃 사슬에 작용을 일으켜 마법을 더할 수 있답니다. 변칙적 효과를 붙이는 거죠."
"이런 효과는 모두 사람마다 다릅니다. 모든 타입 블루에게 행운 부적을 만들게 하는 건 불가능해요. 행운을 믿지 않는 사람 대부분은 실패할 테니까. 이상하게도 진짜 통계학자들은 예외지만요. 진짜 행운을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고 있어서 그런 건지. 어쨌든 같은 타입 블루라도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천차만별입니다."
"시범을 더 보여 볼까요. 이제 다들 제가 파란색으로 말하는 건 들어보셨으니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는 걸 보여드리죠. 나바로 요원?"
"장기자랑을 해야 된단 소리는 못 들었단 게 무슨 말이에요? 지금 말하고 있잖아요. 할 거예요, 말 거예요?"
"그럴 줄 알았지. 좋아요, 처음 보는 분들께 소개하자면 이쪽은 대니얼 나바로 요원입니다. 나바로 요원은 전 변칙예술가고, 저처럼 타입 블루예요."
<무스 이사관이 나바로 요원에게 종잇조각과 단검을 건넨다.>
"편할 때 시작해요, 나바로 요원."
<나바로 요원이 무스 이사관을 쳐다본다. 잠시 후 나바로가 단검을 받아들어 극적인 동작으로 제 왼손 손바닥을 가른다. 베인 상처에서 무지갯빛 불꽃이 피어오른다. 나바로가 손안의 불꽃을 들어 보인다. 어두워진 방안에서 불꽃이 춤추며 휘어진다.>
"나바로 요원은 타입 블루로 태어났습니다. 재능을 발견한 계기는 어릴 적에 담배를 피우려다가… 특이한 결과를 본 것이고요. 도서관의 자료를 통해 자기에게 혈마법 적성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나바로가 거품이 이는 무지갯빛 불꽃을 몇 개 더 만들어내어 저글링을 시작한다. 관객 몇몇이 환호한다.>
"자, 그만하면 됐어요, 나바로. 피가 오만 군데 다 튀잖아요. 다시 앉아요. 누가 붕대 좀 갖다주고."
"질문하세요, 뒤에 계신 분."
"아 그래요. 마법 계통 얘기를 했죠. 재단에서 흥미로운 기적학 연구를 많이 출판한 에버렛 만 박사의 말을 빌리자면, 마법은 마법입니다. 연합도 대체로 비슷한 기본 마법 체계를 가르치는 편이죠. 색조나 반발 같은 것들요. 손은 통일된 커리큘럼이 없고 보다 난해한 측면을 파고들고요."
"세상에 존재하는 마법 계통은 셀 수 없이 많고, 보편성은 거의 없습니다. 누구든 쓸 수 있게 만들어진 의식 같은 걸 얘기하는 게 아니라면, 개인의 잠재력은 마법의 종류마다 달라집니다. 옛 유럽의 토속 신앙이 당신에게 맞는 마법 계통일 수도 있고, 50마일도 안 떨어진 곳에서 발원한 마법은 또 안 맞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 나바로 요원 같은 사람들의 경우 제대로 된 "계통"이 존재하는 것조차 아니죠, 그냥 "어쩌다 보니 되는 것들"뿐."
"제가 나바로 요원은 태어나면서부터 타입 블루였다고 했죠. 저는 타입 블루로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다른 방식으로 마법사가 되었어요."
"잠재력 얘기를 했었죠? 제대로 된 마법을 쓰고 싶다면 일시적 잠재력만으론 안 됩니다. 영구적이어야 해요. 그리고 그건 바로 타입 블루가 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한번 짚고 넘어가죠 — 이 말은 즉 인간형 변칙존재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비록 거의 눈에 띄지 않는 방식이라고는 해도요. 나바로 요원과 저요? 인간형 변칙존재입니다. 그런데 만약에, 우리가 마법을 다시는 안 쓴다고 하면 평범한 사람과 차이가 없는 거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진 않아요. 우리의… 변칙적 능력 말고도 마법사가 방출하는 변칙적 방사선이 있거든요. GOC에 이걸 시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스캐너가 있죠 — 사실 우리 쪽에도 있긴 하지만, 현장에서 별로 사용하진 않아요. GOC에서는 이런 방사선을 푸른색으로 표시합니다. 그래서 타입 블루라는 이름을 붙인 거예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타입 블루가 될 수 있을까요?"
"세계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합니다."
"아까 말한 센터 기억하세요? GOC가 보호하는 마법학교요. 거기서는 명확한 절차가 있고, 누구에게든 똑같이 작용하며, 높은 확률로 타입 블루가 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하는 사람에게 5천만 달러 상금을 내걸었습니다. 그 상금을 받아갈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이유는, 일괄적이고 높은 확률로 모든 사람이 세계를 대하는 관점을 바꾸게끔 만드는 건 그 누구에게도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전세계 사람들 대부분이 관점을 바꿀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전세계 사람들 대부분이 자기 왼팔을 잘라낼 수는 있다고 말하는 거랑 똑같아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걸 실제로 해내겠습니까? 사실 눈알을 잃었어야 한다는 걸 몰라서, 팔을 잘라낸다 한들 아무 효과가 없을지도 모르는데요?"
"마법사가 되는 게 항상 이렇게 끔찍한 일인 건 아닙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특히 정도가 심하죠."
"마법사가 되는 데에는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시그마-3 부대원에겐 그중 일부만이 허용돼요. 대부분은 용납 불가능하고. 어떤 게 용납 가능한 길인지는 분명히 보이리라 생각합니다."
"쉬운 방법부터 시작하지요."
"첫 번째는 그냥 마법을 가지고 노는 겁니다. 순전한 노출이죠. 높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거나 명백히 타입 블루인 사람들 근처. 마법적인 장신구를 걸치고 다니는 것. 사소한 작용을 일으키는 것. 마법과 가까운 조직이나 엘드리치 신을 숭배하는 교단의 일원이 되는 것."
"마법으로 가득한 장소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게 중요합니다. 방랑자의 도서관이나 — 시그마-3 훈련 시설에서 타입 블루 부대원들과 함께 있는 것 등이요. 오늘 자세히 설명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지만, 마법의 법칙 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같은 부류끼리는 영향을 주고받으며, 또한 같은 부류를 만들어내기도 한다는 것이죠."
"이걸 충분히 오랫동안 한다면, 운이 좋을 경우, 타입 블루가 될 겁니다. 대부분은 운이 좋지 않아요."
"첫 번째와 병행하게 될 두 번째 방법은 자신의 정체성을 억지로, 큰 폭으로 바꾸는 겁니다. 사는 나라를 옮긴다거나. 개종을 하거나. 섹슈얼리티를 다시 되짚어보고 억압된 부분이 있는지 알아보거나. 주문이나 기억소거제 같은 것을 통해 직접 정신에 변화를 주거나. 흉터나 타투를 새기는 일도 흔하죠.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도요. 네, 부모가 되는 일도 잠재력과 정체성을 변화시키곤 합니다."
"방법이 무엇이든 요점은 무언가를 포기하는 겁니다. 아까 얘기한 대로 희생인 거죠. 자기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게 가장 간단합니다. 대체로 가장 매력적인 선택지이기도 해요, 보이는 것보다. 과정이 어찌 됐든 모든 게 끝나고 나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고, 마법도 쓸 수 있게 될 테니까."
"필사적인 이들에게는 강력한 변칙존재와 거래를 하는 것도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변칙사회 내에서도 이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어요. 이런 존재들은 대체로 악질이기 때문이죠. 대부분은 한 사람이 소중하게 여기는 모든 것을 앗아간 다음 보답으로는 아무것도 제대로 내어주지 않곤 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포기할 수 있는 것에 제한이란 없습니다. 아주 위험한 영역이에요. 신체 부위라든가, 소중한 사람, 삶의 일부, 미래… 그리고 어떤 경우는 심지어 그게 마법사에게 유리한 쪽으로 나온 결과입니다. 뭐, 소중한 사람을 희생하는 건 빼고요. 마법적인 힘을 얻기 위해 소중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건, 실제적인 면을 보아서도 절대 그만한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여러분께 말해드릴 필요는 없길 바랍니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방법은 세계를 바꾸거나, 세계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이 모든 초자연적인 힘을 얻기 위한 길 중에서도 이 방법은 SCP 재단의 목표에 가장 정면으로 반합니다. 네, 소중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것보다 더 말입니다. 우리는 정상성을 보존하고자 합니다. 세계가 스스로 변하는 것은 물론 문제가 없지만, 재단은 세계가 변칙적인 방식으로 변화를 강요당하길 원하지 않습니다."
"뱀의 손은 세계를 바꾸고 싶어하지요. 그리고 여러분이 재단에서 이걸 인정하는 말을 들을 일은 얼마 없겠지만, 그들은 어느 정도는 성공했습니다. 정확한 수치는 불명입니다만, 우리는 50년 전에 비해 지금 타입 블루의 수가 더 많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10년 전에 비해서도 그렇고요. 이 변화의 일부는 최근 손의 몸집이 커진 탓이기도 할 겁니다."
"또 혼돈의 반란도 이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자들은 세계를 자기 입맛대로 바꾸고자 하고 — 그게 저들이 혼돈의 반란이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그냥 만화 슈퍼빌런 이름이 아닌 거죠. 그러니까 그것도 맞지만, 목적에 대한 성명이기도 하다고요."
"시그마-3은 세계가 바뀌길 원하지 않는, 또는 적어도 반란만큼 그것을 원하지는 않는 뱀의 손 파벌하고만 협력합니다. 그들은 우리보다 세상에 더 많은 타입 블루가 생겨나기를 — 결과적으로 가장무도회가 부서지기를 바랄 수도 있습니다. 우린 그걸 원치 않으며, 그런 일을 도와줄 수도 없고 돕지도 않을 테지만, 어쨌든 그자들은 세상이 온전하기를 원합니다. 우리처럼요."
"저 바깥에는 위험한 것들이 아주 많아요. 일부는 사람이고, 일부는 사람을 한참 넘은 자들이지만, 모두 자기 이득을 위해 우리 세계를 바꾸려는 생각으로 가득하죠."
"그것들은 우리를 도로 암흑 속으로 끌고 가려는 악몽 같은 존재들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악의를 가진 것조차 아니에요, 그저 개미총의 구조를 바꿔서 자기가 새로운 여왕이 되고 싶어할 뿐."
"이제 이유를 좀 더 잘 이해하게 되셨길 바랍니다. 이게 바로 그… 존재들에 대해 한 조각 이해라도 할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 다른 방법으로는 이해가 불가능하니까요."
"이 모든 것에는 또다른 측면도 있습니다. 타입 블루에 관련된 지식이 비밀로 남아야 하는 궁극적인 이유, 그리고 재단 전체가 마법사들의 집단이 될 수는 없는 이유가요."
"만약 재단 전체가 마법을 받아들인다면. 모든 연구원이나 기동특무부대원이 그 힘을, 마법이 부여하는 실제적이고 중요한 힘을 사용하게 된다면. 시그마-3 외부 사람들도 모두 저 같은 타입 블루가 된다면. 그렇게 되면 우리가 세계를 보는 관점이 달라지겠죠. 그리고 그 경우 우리는 더는 현실에 가해지는 위험을 막을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재단에서 일하는 모든 인원들은 충분할 정도로 많은 시간을 변칙존재 근처에서 보냅니다. 우리는 그것들을 과학과 콘크리트를 가지고, 닥쳐오는 역경이 절대 적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아주 효과적으로 격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든 격리 절차의 대다수는 — 절대적으로 필요할 경우 적용되는 예외를 빼면 — 기본적으로 비변칙적이에요. 우리가 과학과 콘크리트를 믿는다고도 할 수 있겠죠."
"우리가 믿기를 그만둘 경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할 수 있겠나요? 우리가 세계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게 된다면, 재단의 모두가 신비주의자가 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격리가 영영 종말을 맞게 될지도 모릅니다. 재단이 내건 정상성 보존의 종말이요. 그러면 우리는 영원히 저 바깥의 끔찍한 것들, 인류가 동굴 속에 옹송그리고 모닥불 주변에 모여앉아 벽을 긁기만 하도록 만들 게 분명한 옛 신과 악마들 아래서 살아가게 되겠죠."
"여러분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이것이 사실인지에 아닌지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확실히 말해두죠. 여러분이 누리는 것들은 시그마-3이라는 특수한 맥락 안에서만 허락되는 겁니다. 시그마-3이라고 하는 이유는 여기 있는 이들 모두가 이미 이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재단의 다른 누구도 우리와 같은 관점에 노출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 현실에 대한 위협을 격리할 수 없게 될지 모르니까요."
"그리고 이건 재단 직원 대부분이 마법이 실존한다는 걸 알지도 못하고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소한 것처럼 들리지만, 사소한 것으로부터 모든 게 시작되는 법이죠. 예를 들자면,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를 시전하는 꿈을 가지게 된 연구원, 아니면 비운의 사랑에 빠진 요원에서부터 시작해… 마지막에는 크툴루를 철판과 돌벽 너머에 격리할 수 있다고 믿을 수 없게 되는 결말이 나는 겁니다."
"하지만 크툴루의 격리가 실패하지 않게 하는 것은 저나 여러분이 할 일이 아닙니다. 그건 재단에 속한 다른 이들이 할 일이에요. 여러분이 할 일은 다른 재단 인원들이 못하는 것들을 하는 겁니다. 바로 크툴루에 대해 우리에게는 없고 다른 이들은 가지고 있는 지식을 알아내는 것이요."
"우리는 저들과 관점을 공유합니다. 그건 재단의 다른 이들은 내걸 수 없는 것이에요."
"이렇게 해서, 우리는 다른 누구도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세계를 보존하며 SCP 재단의 사명을 수행합니다."
"마지막으로 질문하실 분? 음, 손이 너무 많은데. 지금은 딱 하나만 받지요."
"아, 네. 맞아요. 제가 어떻게 타입 블루가 되었는지 말해드리지 않았죠."
"뭐, 자세한 설명은 안 해드릴 거지만요. 일단은 두 번째 방법을 통했다고만 할까요. 전… 희생을 했어요. 아주 큰 것들을 희생했죠. 그 중에서도 제 정신을 대상으로 절대 아무한테도 추천할 수 없는 짓들을 했습니다."
"제 친구들도 비슷한 짓을 — 아니면 더 심한 짓을 — 하고 실패했습니다. 몇몇은 그걸 겪고 살아남지 못했어요. 그리고 전… 제가 포기한 것들 몇 가지를 다시는 돌려받지 못하겠죠."
"그런 것이 마법입니다. 그런 것이 변칙세계고요."
"하지만 지금도, 아직 이런 거라면… 할 수 있죠…"
<무스 이사관이 작은 물체를 꺼내 연단에 내려놓는다. 자그마한 무스 조각상이다. 무스 이사관은 허리를 숙여 조각상에게 무언가를 속삭인다.>
<실내 복도로부터 불 리가 없는 바람이 들이치고, 거대한 크기의 검고 흐릿한 형체가 관객들 위로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것은 흉악한 무스의 모습으로, 뿔은 천장을 가로지르며, 수많은 눈들이 요동치는 몸체에 박혀 석탄처럼 번쩍인다. 누군가가 비명을 지른다.>
<무스가 뿔이 달린 만화풍의 울상지은 얼굴로 변하며 위협적인 분위기가 누그러진다. 곧 형체가 연기가 되어 흩어진다.>
<무스 이사관이 힘겨운 기색으로 연단에 몸을 기댄다. 무스 모양 조각상은 사라져 있다. 잠시 후, 이사관이 미소짓는다.>
"이제 제가 어떻게 해서 제19기지 이사관이 되었는지 아시겠죠."
"…농담입니다. 소소한… 농담이에요."
"그래요…"
<목을 가다듬는다>
"…오늘은 이만하면 되겠군요. 한 시간 휴식하고 나서 남은 분들이 있다면 질문을 받겠습니다. 다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면… 조만간 다시 봅시다."
[토론란에서 나온 질문은 여기에 대답이 올라올 겁니다! 아직은 아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