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생각 나는구만." 팻(Pat)이 한숨을 내쉬며 계피 팬케이크를 먹기 시작하면서 다른 친구들 셋을 바라봤다. "자네들 혹시 칼(Carl) 기억나나?"
"참 멋진 녀석이었지, 칼은!" 드와이트(Dwight)가 커피를 꿀꺽꿀꺽 마시며 맞장구쳤다. "그 녀석 대체 뭐 땀시 갑자기 떠나버렸는지 모르겠어… 원작에도 아직 그 녀석 나오잖아. 그 녀석 보고 누가 아예 꺼지라고 말할 것도 아니고."
워렌(Warren)이 팻에게 삿대질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자네가 가져갔지. 아주 건방진 자식이야. 칼은 우리 밥 먹을 때 항상 계산서를 챙겼다고. 뭐 하긴 그 녀석이야 아주 부자니까 그렇긴 하지. 어디 갔다오면 항상 땅이 딸려오고, 깃발 꽂은 땅에서 돈 되는 건 다 챙기고."
"그거 그 지중해 사는 아저씨가 하는 짓 아냐?" 프레드릭(Frederick)이 마지막 베이컨 조각을 입에다 쑤셔넣으며 말했다. "왜 그 아저씨 있잖아, 맨날 음산하고 모자 쓰고 멍멍이 키우는."
"자네 누구 말하는진 알겠는데 이름이 기억이 안 나네." 워렌이 얼굴을 찡그렸다. "좀 안타깝긴 해. 멍멍이는 참 똘똘하던데. 거 멍멍이 이름은 뭐더라, 보리였던가?"
"자네 그 아저씨랑 좀 친한 사이 아니었어, 워렌?" 프레드릭이 물으며 팻의 팬케이크 한 조각을 슬쩍하려 손을 내밀었다.
"그랬나? 글쎄. 뭐 나야 옛날에는 그리스도 많이 가보고… 로마도… 여기저기 다 갔지." 워렌이 친구들을 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다들 이렇게나 할 이야기가 없었나?"
넷 모두 자기 접시만 막막하게 바라보며 꽤 오랫동안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여종업원이 별일도 다 있다는 듯이 넷을 바라보던 중에, 팻이 문득 말했다. "1분마다 다섯 사람이 HIV에 걸리지."
다른 셋이 신음했다. "그런 이야기는 뭐하러 해, 팻?"
"그래, 암만 할 말 없어도 자네가 짜낸 원숭이 전염병 이야기 따위 듣고 싶지 않다고. 입맛 다 버리게."
"통계 같은 건 원래 재미없어." 드와이트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데 내가 가진 거라곤 통계뿐이군."
"다 그렇지, 우리가 가진 거래 봐야." 팻이 엉거주춤 일어나서 자리 바깥으로 몸을 옮겼다. "잠시만 있어봐, 작은 거 보고 올게." 그러고는 일어서서 세 친구를 등 뒤로 하고 화장실로 갔다. 프레드릭이 펫의 자리에 있던 남은 팬케이크를 가져다 입에 물었따.
드와이트가 끄응거리며 얼굴을 문질렀다. "한심한 새끼."
"말 조심해, 드와이트!"
"가만 있어, 워렌." 프레드릭이 노려보며 말했다. 계피 팬케이크 한 조각이 아직 입에 물려 있었다. "농담하는 거 아냐! 칼이 없으면 애초에 우리가 뭘 하더라도 앞장서야 하는 건 팻이었잖아! 칼이 아직 있었으면 40년대에 벌써 할 거 다 하고 남았는데…"
"그거 40년대 맞아?" 프레드릭이 물었다. "50년대였을 텐데. 러시아 일 기억 안 나?"
"이제든 저제든." 드와이트가 말하며 여종업원 하나를 불러세웠다. "아가씨, 요즘 페퍼민트 코코아 나옵니까?"
"그럼요." 여종업원이 말하며 살짝 미소지었다. "드시고 싶으면 가져다 드릴게요."
"네, 고마워요. 네 개, 휘핑크림 올려서." 드와이트가 말했다. 그리고 여종업원이 떠나자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 아가씨 죽는군, 불쌍한 처자야. 신년 막 되어서 물걸레 밟고 미끄러져서 목이 부러진다니."
"드와이트, 소름끼치는 소리 좀 하지 마." 워렌이 말했다. "나도 요즘 폭탄이 어떻고 총알이 어떻고 비디오게임이 어떻고 하고 안 주절거리잖아."
"아무튼 칼은 어디서 뭐 하는지 모르겠어." 프레드릭이 중얼거렸다. "밀워키 같은 데 너저분한 스포츠바나 가서 이기는 팀 골라서 내기나 하려나. 나같으면 그렇게 할 텐데."
"그 친구가 그렇게 쪼잔한 짓이나 하려고?"
프레드릭이 뭐라 대꾸하려는 찰나, 팻이 돌아왔다. 그리고 자기 팬케이크가 사라진 접시를 보고는 항상 배고픈 친구를 칩떠보며 찡그리고, 다시 앉아 동네 신문 한 부를 펼쳐들었다. "…유성우가 내린대. 아마 이걸지도 몰라."
"그럴지도." 워렌이 말하며, 마침 자기 페퍼민트 코코아를 갖다주는 여종업원에게 고맙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정말 그렇길 바라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