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두 세계가

NK는 폐허가 된 제 19기지를 바라보았다. 과거 수백 수천 명의 연구원이 상주했던 이 거대한 기지에는 지금 고양이와 쥐들만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녀는 이 주변에서 느껴지는 탁한 공기에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녀는 제 19기지 안으로 들어갔다.

NK의 세계가 멸망한 지 3개월이 지났다. 그 3개월 동안 그녀는 아무도 없는 세계를 방황하며 슬픔에 울부짖고 공포에 굴복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포기할 수 없었다. 그녀의 마지막 희망이 제 19기지 안에 있었다. 그것을 확인하기 전에는 포기할 수 없었다. 아직 이르다.

NK는 무너진 콘크리트 사이를 비집고 점점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과거 제 19기지에서 격리하던 수백 개의 SCP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물론 재단이 사라진 지금 SCP들은 모두 제 19기지를 어떻게든 떠나갔지만.

아니, 하나는 아니었다.

그녀는 뒤에서 들려오는 굉음에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조각상이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NK는 너무나도 놀란 나머지 눈을 감아 버렸다. 하지만 조각상은 그녀의 목을 부러뜨리지 않았다. 대신 그 몸통 속에서 우러나오는 이상한 소리를 내었을 뿐이다. 이것은 비웃음의 표시인가? 그녀가 스스로 선택한 운명을 비웃는 것인가, 아니면… 그녀의 실패를 예상하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조각상은 NK의 고민 따위는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듯이 그녀를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제 19기지 바깥을 향하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인원들이 상주하고 있던 제 19기지의 중심부로 진입했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수색이 시작되었다. 그녀의 마지막 희망을 찾기 위해서였다.

NK는 마지막 희망을 찾기 위해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모조리 치워 버렸다. 그것은 소녀의 힘으로 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 거의 자리에 앉으면 그대로 거꾸러질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며, NK는 그보다 더 끔찍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녀의 마지막 희망은 이곳에 없었다.

NK는 망연자실한 채로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마지막 희망은 어디로 갔을까? 제 19기지 바깥으로? 아니면 연구동으로? 아니다. 그것이 여기 말고 다른 곳을 향했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한 가지 가설이 남아 있었다. 마지막 희망이 다른 이들을 보지 못하듯이, 그녀도 마지막 희망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 믿을 수 없었다. 그녀가 선택한 길이 그녀를 영원한 절망으로 이끌었다. 그녀는 이제 유령같은 존재, 외로운 여자가 될 것이다. 죽을 수도 없고, 미칠 수도 없는 존재가…






































































아니야, 그렇지 않아. NK는 몸을 일으켰다. 다른 것은 몰라도, 유령같은 존재는 아니다. 그녀는 아직 세계를 바꿀 수 있었다. 보이지 않는 이들에게 희망을 나누어 줄 수 있었다.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 어차피 어떻게 포기해야 할 지도 모르잖아?

그리고 그녀가 다시 희망을 되찾은 순간, 그녀의 마지막 희망이 그녀의 눈 앞에 나타났다.

마지막 희망은 모든 희망을 잃어버린 30대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다 너덜너덜해진 옷을 입은 채 초점을 잃은 눈으로 제 19기지를 방황하고 있었다. 지금껏 다른 곳을 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NK의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가만히 선 채 그 초점 잃은 눈으로 NK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마지막 희망, 동시에 외로운 남자이기도 한 그는 NK에게 탁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그녀는 그의 초점 없는 눈을 바라보며 당당하게 말했다.

"당신을 재건하러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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