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벽 속의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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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졌어요! 갑자기 사라졌다고요!"

"일단 진정해봐, 제발 진짜. 무슨 일인데 그래?"

"SCP-1162 있잖아요. 벽 속의 구멍이요. 분명히 어제 사용했는데 지금 감쪽같이 사라졌어요! 저도 지금 겨우 눈치챘고요!"

제31기지 이사관 트리샤 존스Trisha Jones가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하루 이렇게 흘러갈 줄은 몰랐는데. "알았어, 잠시만 있어봐, 문서 좀 불러오게…"

이사관이 화면에 나타난 문서를 읽자, 짜증내는 기색이 당황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SCP-1162는 화성 최대 규모의 저지대 지역인 바스티타스 보레알리스에 위치한 침실 3개, 화장실 2개 짜리 전원주택이다. 대상은 잔디밭은 물론이고, 주변 거리나 그외 분명한 영구적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SCP-1162는 일반적인 미국식 전원주택과 그 내부까지 닮아있고, 변칙적인 수준으로 손상에 내성이 있는데, 유사한 재질의 비변칙적인 구조물이라면 살기에 적합치 않은 화성 표면의 환경에서는 빠르게 손상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발생할 일들이 짐작이 가면서, 표정은 다시 짜증으로 돌아왔다.

아 젠장! 하필 월요일에 현실 재구축 사건이라고?

이사관이 다시 연구원을 바라보며 지친 기색으로 말했다. "에이드리언Adrian, 자네 얼마 전에 있었던 차단기지에다 연락해. 1162는 움직인 게 아냐. 우리 현실에서 사라졌어."


1963년 7월, SCP-5865에서 D계급 비표준 선적물이 들어왔다. 해당 D계급들의 절반 정도는 기억을 개조하여 5865-지구에서 살 당시의 이전 삶을 기억할 수 있었다. 재단은 배송자 지시를 준수하여 모든 D계급을 감시하며 해당 기억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파악하고 이후에 표준 처분 절차를 실시하기로 했다.

조나단 윈터Jonathan Winter는 결국 D계급이 되고 말았다.

계시가 내려오기 전 몇 달 동안 조나단은 대개 자기 꼴과 재단을 보고 이를 갈며 지냈다. 조나단은 죄수였으며 자신에게도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 믿었다. 기억에 따르면 자신은 절도 관련 범죄로 들어왔다. 분명 꽤나 형기가 가벼워야 하는 범죄였다, 그 일 전에-

조나단이 계시를 기억해내며 움찔했다. 자신은 죄수가 아니었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지금 죄수 신세였지만, 이 현실에서 온 죄수는 아니었다. 자신은 세뇌당해 다른 세상에서 왔다는 사실을 잊어야만 했다. 침략자가 장악한 그 세상에서 왔음을.

기억에 되돌아왔다는 사실을 조나단은 어떻게든 혼자만 아는 비밀로 간직해냈다. 예감 한편으로 재단은 자기가 과거의 진실을 밝혀냈는지 알고 싶어하는 듯했다. 예감 다른편으로 다른 D계급처럼 평범하게 행세하는 쪽이 살아남는 데 훨씬 유리할 듯했고.

조나단은 언제나, 가장 괴로운 상황에서조차 평범한 상태인 척 가장하는 데 능숙했다. 자기한테 잠재하는지도 몰랐던 현실조정 능력이 나타난 때 자신은 고작 12살이었다. 1934년, 세상이 침략자에게 정복당하고 용도 변경된 바로 그해였다. 겉보기에 조나단은 그저 실험지구의 별볼일없는 실험체일 뿐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침략자의 손에 이끌려 여느때처럼 참여당하던 갖은 실험이 끝난 뒤 조나단은 자기 살던 곳으로 돌아와 자기 몸을 멀쩡하게 되돌렸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조나단은 대체현실(이제는 알았지만 사실 이 현실이었다)에서 여러 물건들을 가져와 어린 시절 살던 곳을 포스터로 듬뿍 장식했다. 포스터 속에는 침략자 따위 온 적 없는 세상, "나사"라는 곳의 막강한 힘으로 가장 먼 별까지 다다를 수 있는 멋진 세상이 있었다. 조나단의 이 비밀 방은, 이 끔찍한 세상에서 침략자가 유일하게 손을 뻗치지 못하는 공간은 아무도 찾지 못했다.

그런데 무슨 우연인지, 조나단은 실험지구에서 이 세상으로 "수입되는" 상품에 끼어들 수 있었다. 거기다 무슨 우연에 우연이 겹쳤는지, 무려 자기 정체를 밝혀내려고 선발된 D계급까지 될 수 있었다. 조나단 윈터는 죄수였지만 한 감옥이 아니라 두 감옥에 동시에 들어갔다고 말해도 좋았다.

그리고 오늘로 그런 신세도 끝이었다. 31기지는 조나단이 "먼 미래 어딘가"에 있고 싶다고 바라자 들어온 곳이었다. 이제 세 번째 우연이 마저 겹쳐진다면 이곳은 자유의 길로 떠나는 마지막 정류장이 되겠지.


"D-67395, 격리 실험실 4의 벽에 뚫린 구멍으로 다가가세요."

조나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무심한 듯 보이려고 애를 쓰면서. 재단이 침략자에게 조나단을 수령한 뒤로 자신이 초능력을 쓰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조나단은 모든 사람들이 자기 목적은 SCP-1162, "벽 속의 구멍"을 실험하는 데 있다고 믿게 만들었다. 자신이 지금 이 시간에, 자기가 왔던 1960년대는 분명히 아닌 바로 이 시간에 갑자기 나타난 게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이라고 믿게 만들었다. 갑자기 나타난 이 시간여행자에게 아무도 어떠한 위화감도 품지 않았다. 조짐이 좋았다.

구멍으로 조나단은 다가갔다. 점차 초조해지면서 몸에도 갈수록 열이 올랐다. 마침내 조나단은 구멍 앞에 무릎 꿇어 앉고, 끌어모아지는 변칙적 에너지 한 톨 한 톨을 모두 한 손에다 몰아넣었다.

여기서 벗어나게 해줘. 재단에게서도, 침략자에게서도, 그 모든 것에게서! 엄마 아빠랑 편안히 사는 집으로 데려다줘, 이 모든 끔찍한 일이 일어난 적 없는 듯이. 제발, 어디로든 가게 해줘…

조나단이 구멍으로 손을 집어넣고…


…다시 빼자, 조그만 어린이 손이 튀어나왔다.

조나단이 눈을 끔벅이더니, 일어서서 자기 주변의 방을 돌아봤다. 여긴 분명 어린이 방…

그리고 깜짝 놀랐다.

저 포스터들! 포스터야! 그 모든 포스터가, 침략자의 손아귀에서 끔찍한 나날을 보낼 때도 작은 위안 삼았던 것들과 똑같은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곁의 거울을 들여다보니 앳된 얼굴이 비쳐 보였다. 뜸 들일 사이도 없이 올바른 결론이 바로 튀어나왔다.

어린 시절 내 몸과 바뀐 거야. 어린 조니의 삶… 내 삶… 이제 됐어!

조나단이 활짝 웃으며 방을 좀더 면밀하게 들여다봤다. 가구며 물건들 배치가 모두… 어색하긴 했다. 여기까지 오느라 여러 가지 시간대를 뚫고 지나가야 했으니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아무튼, 누가 봐도 소년의 방처럼 생긴 곳이었다. 특히 정중앙에 놓인 얼기설기 만들어진 골판지 우주선을 보면 훨씬 더 그랬다.

"조니, 우리 아들, 아침 먹자!" 아래층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인지 듣자마자 알 수 있었다.

"갈게요 엄마!" 조나단이 바로 대답했다. 엄마. 믿을 수가 없어, 정말 이 모든 게 성공하다니!

엄마 아빠와 아침을, 몇십 년 이래로 최고의 식사가 될 아침을 먹으러 내려가기 전에 조나단은 응석을 부려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골판지 우주선 안으로 들어가 상상력을 훌훌 풀어냈다. 화성 표면에 발을 디디는 위대한 탐험가가 되어 붉은 행성의 비밀을 밝혀내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자기 모습을 생각했다. 그곳에 갔으면 하고 바랐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소원은 이루어졌다.


2021년 10월 22일, 재단 조사팀이 탐사 우주왕복선을 타고 바스티타스 보레알리스의 SCP-1162에 도착했다. 남자아이의 시체가 들었던 판지 상자가 있는 2층 침실을 조사하러 들어가자, 방 동쪽 벽에서 조그만 구멍이 발견되었다. 이 구멍은 최초 탐사 임무 방지 발견된 적 없었다. 연구진은 차단기지에서 보관하던 데이터를 참조하여 前 SCP-1162(現 SCP-1162-A)가 CK급 현실 재구축 사건을 거쳐 현재의 SCP-1162와 통합했다고 결론지었다. 해당 사건이 어떤 기작으로써 발생했는지는 불명이다. SCP-1162-A는 최초 발견 이후 아직 사용된 적 없는데도 지금까지 현재 위치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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