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 이름은 말랑이Sqeeze!

자기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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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넥서스, 특히 자유항 지역에서 다정하고 사랑이 넘치는 집을 찾고 있어. 특히나, 살아움직이는 베개 커버를 이상하게 보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면 좋겠네! 안 그러면 꽤나 무서운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말랑이" 는 윌슨의 사육사들이 나에게 붙여준 이름이야! 그리고 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애완동물로 생각하는 종이 아니지. 사실, 우리 특수환경팀 삼촌/이모들은 나를 어떤 종으로 분류해야 할지 몇 날 며칠을 고민했어! 결국 바디필로우 커버로 소개하기로 결론지었지만 말이지. 그것도 아주 애교 많고 귀여운 베개 커버! 나는 원청을 통해 한국에서 처음 발견되었고, 몇 차례의 국제입양 끝에 윌슨 특수목장에서 살고 있어! 보고 싶은 사람들은 보링읍 견학 프로그램을 신청해 봐! |
아까 말했듯이, 내가 그냥 바디필로우로 보이지만, 사실 나는 베개 커버일 뿐이야! 그러니까, 나는 일종의 소라게처럼 베개 쿠션을 내 뱃속에 넣어놓는 셈인 거지. 어찌 보면 역-소라게라고도 할 수 있겠네! 그래서 나는 역할놀이를 아주 좋아해! 내가 껴안고 있는 쿠션이 특별한 동물이나 물건의 모습을 띤다면, 나는 그 모습에 따라서 행동할 거야. 쿠션에 맞춰서 몸을 줄이거나 늘린 다음 연기하는 거지! 예를 들어서, 뱀 모양 베개에서 빼 온 쿠션을 쥐여 준다면 진짜 뱀처럼 꿈틀거리고, 사자 모양 베개에서 나온 쿠션이면 으르렁! 하면서 널 물 거야! (아프진 않아, 걱정 마.) 그야말로 액션 영화 배우지! 할 일이 없는 평소에는 자주 너의 무릎이나 몸 언저리에 붙어있을 거야! 그리고 비록 소리는 못 내지만 개나 고양이처럼 핥거나 비비는 척을 할 수도 있어. 베개 모서리로 찔러대면서! 당연하게도, 침대에 올라가는 것도 무척 좋아해! 나를 베고 잘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항상 어느새 네 옆에 웅크려서 같이 잠을 잘 거야! |
나에 대한 중요한 사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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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전 보호자들이 남기는 말!
말랑이는 아주 좋은 친구였습니다. 전 어릴 때부터 자주 바디필로우를 베고 자곤 했는데 제가 베개를 기르게 될 줄은 몰랐었죠. 앤더슨 로보틱스에서 일하면서 제 인생 첫 자취방을 얻었는데, 아무래도 사람이 혼자 살면 좀 외롭잖아요? 그럴 때에 말랑이는 그야말로 최고의 처방입니다. 자고 일어나니 제 배 위에서 꿈지럭거리는 바디필로우의 모습을 보면 전날 상사에게 갈굼받은 기억도 싹 씻겨나간다고요.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면 이제 자취방 바닥 상태에 극히 예민하다는 점이겠죠. 일종의 개념 생물체같은 모양인데, 베개가 더럽혀지면 건강이 급속도로 안 좋아집니다. 표정은 없지만 눈에 보일 정도로 수척해진다고요. 예전에 실수로 바닥에 과자 부스러기를 흘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쓰레기통을 여는 순간 조각들이 말랑이에게 들러붙더군요. 소금 부은 달팽이마냥 움츠러들었습니다. 바로 떼어내서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상상도 못 하겠습니다.
지금은 집안 사정으로 다른 쪽으로 이사해서 어쩔 수 없이 다시 맡겼습니다만, 말랑이가 잘 지냈으면 좋겠네요.
~ 소피아 마랄 킴, 앤더슨 로보틱스 회계부
말랑이와 함께한 추억은 평생 갈 겁니다. 우리 기숙사의 귀염둥이였죠. 특히나 저같이 주기적으로 방정리 하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사슴대학의 애완동물 동반 정책은 (본래 소환학과 학생 대상으로 만들어졌지만) 본의 아니게 저같이 초상동물을 키우는 일반 학생에게도 큰 혜택을 줬습니다. 바로 본인 애완동물을 자기 기숙사에 데려올 수 있다는 점이죠! 비록 손해배상과 신체포기 관련 계약서들이 저에게 날아들어 오긴 했다만, ISCUT에서는 모든 초상동물 반입을 엄격히 금지한다는 점에서 매우 대담한 정책이었습니다. 말랑이는 제 1학년 시절부터 전공을 마케팅으로 바꿀 때까지 가장 귀여운 친구였습니다… 제 룸메이트가 바뀌기 전까지는요.
말랑이가 침대에 칠리 쏟아진 걸 안 봐서 다행이에요. 진짜로요.
~ 나린 나자란, 보링읍 생물다양성기록회
사실, 제 집이 그 정도로 더러울 줄은 몰랐습니다.
진짜로 몰랐어요. 비록 2일 만에 윌슨 팀이 와서 말랑이를 데려갔지만, 그래도 그동안은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말랑이도 그랬길 바랍니다.
~ 준석영, 사슴대학 정치외교학과 석사과정생
더 자세한 정보 또는 입양 문의:
주소: 스리포틀랜즈 북北사슴길 대로 31번지
전화: (503)-555-0187
전자우편: moc.liamg|snoitulosefildliwsnosliw#moc.liamg|snoitulosefildliwsnosliw
보이드: 윌슨 야생생물대책! (⁂wilsons-wildlife)
발송자: 발비노 사무엘Balbino Samuel
수신자(들): 앤더스 윌슨Anders Wilson
일자: 7/███/2020
앤더스,
잘 지내시나요? 요즘 화염굴렁충 관련해서 고생이 많으십니다.
지난번에 왔던 말랑이 기억하세요? 마지막 입양 이후로 지금까지 특수구역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상태가 많이 이상합니다. 보통은 자주 뒹굴거나 돌아다니는 식으로 하루를 보내는데, 갑자기 움직임이 확 줄어들었어요. 요즘은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서 보냅니다.
보통 사육사가 코따먹자 놀이 (말 그대로 말랑이 커버에서 뭘 떼서 먹는 척하는 놀이입니다. 이것만 하면 신나서 달려들고 그럽니다.) 를 하면 빠르게 달려서 얼굴에 들러붙거나 하는데, 이제는 구석을 부들거리더니 다시 집으로 돌아갑니다. 돌아다닐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고통스러운 것 같아요.
그렇다고 가만히 있는 친구 커버를 억지로 분리할 수도 없고, 원청에 지원 요청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초상수의학 관련 전문가가 필요해요.
원청 서식대로 요약한 파일을 보내드리니, 최대한 빨리 그쪽과 연락이 가능하도록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항상 감사합니다.
사무엘 보냄.
발송자: 앤더스 윌슨
수신자(들): 발비노 사무엘
일자: 7/███/2020
사무엘 씨,
그쪽도 항상 고생 많습니다.
심각한 일이네요. 긴말 안 하겠습니다, 바로 연락해 볼게요.
혹시 무슨 일 있다면 연락 주세요. 아는 의식 각성 사물 관련 전문가가 하나 있습니다. 이쪽 전공은 아니지만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윌슨 보냄.
발송자: SCP 재단 외무부
수신자(들): 앤더스 윌슨
일자: 7/███/2020
윌슨 씨,
지원 요청은 잘 받았습니다. 그러나 현재 재단은 스리포틀랜드 내부의 다른 고중요 변칙 사건 해결에 저력을 쏟는 중입니다. 최근 정상성 단체 및 협력 단체 대다수에 테러 예고 편지가 왔습니다. 내부에 존재하는 유사생물적 개체들의 격리를 전부 파기시키겠다는 선언문이었습니다. 전부 동일 인물의 필체이나, 재단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지 않은 점을 봐서 재단은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현재 지원 인력을 보내기 쉽지 않은 상황임을 양해 바랍니다.
상황이 나아지는대로 최대한 빠르게 지원 인력을 파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재단 외무부 보냄.
발송자: 발비노 사무엘Balbino Samuel
수신자(들): 앤더스 윌슨Anders Wilson
일자: 7/███/2020
앤더스,
굴렁충 문제가 드디어 끝났네요. 참 다행입니다.
어제 사육사 직원이 긴급하게 달려와서 저에게 보고해 줬습니다. 말랑이가 원래 좋아하던 끌어안기 놀이도 못 하게 됐다고 하더군요. 듣자하니 사육팀 직원이랑 같이 매달리고 놀던 도중 목 부근에서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면서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목에 매달리려고 하는데, 그때마다 베개 구석을 떨면서 주저앉는다고 하더라고요. 관절 쪽에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문제가 이렇게 확산될 줄은 몰랐습니다. 움직이지 못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사무엘 보냄.
발송자: 발비노 사무엘
수신자(들): 앤더스 윌슨
일자: 7/███/2020
윌슨 씨,
지난번에 얘기했던 협력 과정이 잘돼 가는지 궁금해서 보냅니다.
말랑이의 상태는 조금 안정됬습니다. 그러나 지난번 내부 엑스레이 검사를 통해 확인해 보니, 기묘한 형태의 이물질이 시트 안쪽에 엉켜있었습니다. 지난번 검사 때는 발견되지 않았는데, 종양마냥 쿠션이랑 시트 사이를 옭아매 놔서 어찌할 겨를이 없습니다.
안전한 선에서 열어서 확인해 보니, 전부 머리카락 뭉텅이입니다.
빠른 지원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무엘 보냄.
발송자: 앤더스 윌슨
수신자(들): 발비노 사무엘
일자: 7/███/2020
사무엘 씨,
원청은 아직도 감감무소식입니다. 테러예고범 색출에만 열 올리고 있어요.
발비노, 아무래도 슬슬 마지막 수단을 쓸 때가 온 것 같아요. 지금이라도 빠르게 관련 인력 모집을 시도해 봅시다. 제가 최대한 많은 넥서스에 퍼뜨려보겠습니다.
이 세상에 시간 많은 초상수의학 전문가 하나쯤은 있겠죠, 안 그래요?
미안합니다. 최선을 다해볼게요.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윌슨 보냄.
절 도와주세요!

간략한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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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의 이름은 "말랑이" 입니다. 정확한 생물종은 모르지만, 저희 윌슨 야생생물대책은 이 아이가 개념적 생물체이거나 의식 보유 무생물이라고 추측 중입니다. 행동 패턴은 어느 동물도 닮지 않았으며, 먹이는 먹지 않습니다. 지금 말랑이는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배게 시트 내부에 머리카락 덩어리가 점착된 상태입니다. 말랑이는 베개 시트의 청결함에 큰 영향을 받는데, 이런 점 때문에 요즘 활동량이 매우 줄어들고 눈에 띄게 허약해진 상태입니다. 그러나, 저희 윌슨 야생생물대책는 연계 기관에서 초상동물 의료 전문가를 구하는 것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
말랑이가 보이는 증상은 이러합니다.
이 글을 보는 무생물 수의학 전문가분들이 계신다면 보링읍 윌슨야생생물대책 센터로 와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해외나 외부차원에 거주하신다면 관련 교통비, 수술 비용은 전부 저희가 부담하겠습니다. 문의사항이 있으시다면 moc.dd.diov|efildliwnosliw#moc.dd.diov|efildliwnosliw 으로 연락 주세요. 빠른 답변 드리겠습니다. |
발송자: 앤더스 윌슨
수신자(들): 발비노 사무엘
일자: 7/███/2020
사무엘 씨,
인력 모집 포스터는 감사합니다만, 의외의 상황이 생겼습니다. 포스터가 필요 없어진 것 같아요.
특수사육실로 와주실래요?
윌슨 보냄.
윌슨 야생생물대책 특수사육실, 오후 10시 반,
보안 카메라 녹화 기록.
— 사무엘 발비노: 아니,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늦은 시간에 부르셨어요? 혹시 제가 포스터 만들던 사이에 말랑이가…
— 앤더스 윌슨: 아니,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조금 더 신기한 일이죠.
전동문 열리는 소리.
— 사무엘 발비노: 세상에나… 말랑아!!
베개 뛰어오는 소리.
— 앤더스 윌슨: 너무 꽉 안지는 마세요. 아직 모르니까요.
— 사무엘 발비노: 아니,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사장님… 이런 야밤중에 갑자기… 완치된 거예요?
— 앤더스 윌슨: 솔직히 얘기해도 되나 모르겠는데…
— 앤더스 윌슨: 나도 모르겠네요.
— 사무엘 발비노: 네?
— 앤더스 윌슨: 일단 인력을 모집한다지만… 말랑이가 걱정되긴 하잖아요. 그래서 일 다 끝내고 여기에 와 봤는데…
— 사무엘 발비노: 와 봤는데..?
— 앤더스 윌슨: 사육실에서 잘만 뛰어놀고 있었죠. 이상하다 싶어서 사육실도 찾아보고 시트 안쪽도 잠시 봤는데 아무 문제가 없더라고요. 누가 깨끗하게 씻은 것처럼 섬유유연제 냄새만 나고 아무것도 없었어요. 머리카락조차도요!
— 앤더스 윌슨: 아, 그래. 이상한 점이 딱 세 개 있긴 했어요.
— 앤더스 윌슨: 첫 번째는 내가 오기 전 1시간 정도 전부터 보안 카메라가 맛이 가있었다는 점이에요. 딱 한 시간, 그 동안 말랑이 사육실에 있는 카메라가 꺼져있었어요.
— 사무엘 발비노: 뭐라고요? 도둑이 들거나 한 건가요? 지난번에도 19세기 사람 셋이서 왔다 갔잖아요!?
— 앤더스 윌슨: 도둑은 아닙니다. 제가 확신할 수 있어요.
— 사무엘 발비노: 그럼 사장님께서 이상한 사람을 보기라도 했단 말이에요?
— 앤더스 윌슨: 정확해요.
— 앤더스 윌슨: 제가 왔을 때, 말랑이 사육실에서 사람 기척이 느껴지더라고요. 뭔가 이상해서 들어가니까 웬 아시아인 한 명이 이상한 검은색 옷을 입고 있던 겁니다.
— 사무엘 발비노: 도둑 맞는 것 같은데…?
— 앤더스 윌슨: 그러고는 제가 오는걸 보더니, 갑자기 말랑이 배에 손을 찔러넣었어요!
— 사무엘 발비노: 그럼 말랑이는 도대체 어떻게…
— 앤더스 윌슨: 끝까지 들어보세요. 그러고는 손을 빼니까 머리카락 뭉텅이만 뜯어져 나오고, 말랑이 배는 멀쩡했습니다.
— 앤더스 윌슨: 그러고는 뭐라뭐라 했는데, 사실 영어 실력이 그리 좋지 않아서 못 알아들었어요. 뭐가 감지되고 오염이고 어쩌구 하는 건 들었는데, 그것 빼고는 뭐… 아무래도 CCTV가 녹음이 안 된다는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 사무엘 발비노: 뭐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공고를 보고 온 걸지도 모르죠. 그런데 이제 조금…. 특이한… 사람이고.
— 앤더스 윌슨: 세 번째로는… 바닥에 이상한 명함이 하나 떨어져 있더라고요.
— 사무엘 발비노: 종이요? 도대체…
— 앤더스 윌슨: 발비노 씨, 혹시 말이죠.
— 사무엘 발비노: 네.
— 앤더스 윌슨: 한국어 읽을 줄 알아요?
초상세탁, 이상빨래 전문
대표 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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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wangm@void.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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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원읍의 밤은 적막했다. 건물과 장치 안쪽에 둘러싸여있다면 특히 더 그랬다. 밤에 활동하는 문화가 딱히 없는 해원읍은 새벽 언저리쯤 되면 위에서 테이블보라도 덮은 듯 먹먹한 가운데 귀뚜라미 소리만 울려 퍼지고는 했다. 내려앉은 장막 속에서 광명빨래방만이 송곳마냥 튀어나와 있었다.
한울은 이제서야 영업 종료 푯말을 내걸었다. 오늘따라 어려운 일들이 떼거지로 몰려온 것 같아 찌뿌둥한 참이었다. 언제나 하는 생각이지만 초상성을 지닌 것들을 닦고 말끔하게 만드는 일은 일반적인 그것보다는 배로 어렵다. 그렇게 끔찍하리만치 긴 하루가 끝났다. 밤이 들이닥치고 있었다.
한울은 문을 전부 잠그고, 개인실로 들어가 단단히 봉해둔 유리 수조를 바라봤다. 그 안쪽에는 긴 머리카락이 한 뭉텅이가 들어있었는데, 전부 바늘에 찔린 지렁이라도 된 것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요컨대 나는 사람에게 닿기라도 했다가는 목을 졸라 죽일 것이요— 하는 낌세로 수조 창을 마구 찔러대는 모습이었다. 도대체 지구 반대편에서조차 느껴지는 이 더러움의 기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한울의 머릿속 균형 감각이 계속 소리를 질러댔다. 동티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머리카락 덩어리는 신체神體다, 한울은 신체를 모독했다, 그렇기에 기가 쇠하고 살이 온다. 더러운, 오물과 관련된 뭔가가 기어들어 왔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동티라는 것은 이 머리카락 덩어리의 주인이 푸닥거리나 오랏줄 정도로 처리할 잡귀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놈은 저 먼 서양에 있는 한국 이물의 구석구석까지 잡아먹고 있었다. 사람의 기운을 먹는 걸까? 왜? 어쩌면 한국에 귀속된 신격일까? 그렇다면 이 정도로 강한 신체는 어디서 굴러들어 온 것이란 말인가?
인간 세상에 남은 신들의 사정은 나름대로 알고 있었다. 해녀 쪽은 창업해서 살고, 가택신들은 이미 뿔뿔히 흩어져서 제 살길을 찾고 있었다. 주목과 조왕은 알아서들 여행을 떠났다고 들었고, 나머지 일곱 형제는 어디서 제 할 일을 찾았다고. 그렇다면 남은 한 자리는?
머리카락, 오물, 증오, 이 모든 것을 충족시킬 존재라면 단 하나밖에 없었다.
측신.
측신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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