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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우리가 이룬 것을 돌아보며(A look back on what we accomplished)
원작: http://scp-wiki.wikidot.com/a-look-back-on-what-we-accomplished
저자: Rounderhouse
역자: Crssk
그 말은 틸다 무스의 입술을 간신히 빠져나왔고, 두 형체는 취조실에서 사라졌다. 틸다는 눈을 감고 따듯한 빛이 그녀의 몸을 감싼다.
틸다는 다시 눈을 뜬다. 두 사람은 깊은 계곡의 찬란한 초록빛 언덕가에 있었고, 황혼녘의 주황색 빛이 가득했다. 뱀 여인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계속해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여긴 어디지?"
"직접 말해보지 않겠나."
틸다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저 멀리 있는 도시의 윤곽을 볼 수 있었지만, 지구상에 그런 모습의 도시는 없었다. 햇빛이 거대한 유리판에 반사되어 나온 하얀빛이 도시에 가득했다. 소용돌이치는 마천루는 굵기가 몇 미터는 되는 덩굴의 버팀목 노릇을 하고 있었다. 머리 위에는 눈물만한 크기와 모양의 기계가 온 하늘에 가득했다.
"뭐, 지구는 아닌 거 같은데."
"으음… 굳이 말하자면 그 말은 틀렸다. 여기는 당연히 지구이다. 하지만 네가 왔던 곳과는 다른 현실인 곳이다. 더 나은 곳이라고 다들 말하지."
"그게 무슨 차이인데?"
"격리는 없다. 변칙개체들의 존재는 모두에게 알려져 있는 곳이지. 그들의 마력은… 사회에 동화되었다. 질병과 고통은 거의 과거의 유물로만 남아 있다."
"말도 안-"
"말이 된다는 걸 알고 있지 않은가."
틸리는 황혼에 반짝이는 도시를 바라본다. 사람들을 알아보기에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들이 움직인다는 아우라는 명백했다. 도시는 단지 살아 있을 뿐만 아니라, 행복했다.
"저 사람들은 가능하다고 믿는 것 같은데."
틸리는 도시 구조물에서 눈을 떼고, 일행은 언덕 위에 있는 두 형상에 시선을 맞춘다. 그녀와 똑같은 실험실 복장을 입은 사람과, 그 옆에 앉아 있는 작은 얼룩고양이가 있다. 그녀는 오르막길을 터벅터벅 걸어 올라가기 시작한다.
"멈춰라."
그녀는 뒤를 바라본다. 6000-A는 계속하여 쉿쉿대며 틸다를 바라보고 있다. "이곳은 자네가 속한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자네는 여기서는, 그저 관찰자에 불관하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지만."
"그래서 우리가 이야기 속에 있다고?"
"모든 이들은, 이야기 안에 있다, 틸다. 이곳은 좀 더 행복한 결말을 맞은 곳이지. 유쾌한 동료들이 다시 모였으며 세상은 자유로이 자신의, 운명을 탐구할 수 있다. 모든 면에서, 나쁘지는 않다."
틸다는 그 둘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전혀 들어본 적 없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깔깔 웃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남자는 창백해진 채 고양이 동료를 바라보다가, 긴장을 풀고 둘 모두 낄낄대며 쓰러진다. 옆에 있는 빈 병들을 보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약간은 알 수 있다.
"그럼 어째서지? 우리가 여기 있는 누구와도 말할 수 없다면, 왜 여기 있는 건데?"
"글쎄, 언제나 다른 곳으로도 갈 수 있지 않은가."
섬은 불가사의한 분위기로 가득하였다. 온통 회색뿐인 광경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하늘이 회색이었으며, 바다에서도 맹렬히 몰아치는 회색 파도가 회색의 암석 해안을 때린다. 풀들은 틸리의 신발 밑에서 재가 되어 부서진다.
저 멀리서 변칙개체가 지평선 위에서 튀어나온다. 변칙개체는 일종의 탑이었다. 부드럽고, 특징이 없고, 불가사의하다. 탑은 칙칙한 구름떼와 극명하게 대조된다.
"저건 뭐지?"
"그 누구도, 모른다. 저 섬을 찾고 있지 않다면 다다를 수 없다. 재단은 저것을 조사하는데… 어려움을 겪어 왔었지."
틸리가 말했다. "재단이라고? 저런 게 내 책상 위의 안건으로 올라온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한번 말하자면, 여기는 다른 이야기다. 이 이야기에서는 틸다 무스란 사람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뱀의 손을 떠난 일이 없었을지도."
무스는 침묵한다. 천천히 빗방울이 내려오며,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어쨌든, 이 이야기는 결코 자네의 이야기와 엮인 적이 없다. 그것이, 불쾌한가?"
"아니, 불쾌해야 할 이유라도?"
뱀은 말이 없었다. 뱀은 틸다 무스의 활기찬 걸음걸이와 보조를 맞추며, 쉽게 바스라지는 풀잎의 칼날들을 미끄러지듯 가로지른다. 앞에는 전형적인 재단 연구원 복장을 입은 두 사람이 서 있다. 구조물의 옆쪽에 틈새가 생겨나며, 한 사람이 안쪽으로 들어가 사라진다. 비는 계속해서 내렸다.
무스 일행은 그늘진 회의장 구석에 서 있다. 회의장의 중앙에는 열세 명의 사람이 원형 탁자에 앉아 있다. 위에서 조명이 비친다.
"여긴- 오, 빌어먹을, 여기가-?"
"그렇다. 평의회다. 너희들의 평의회는 아니지만 말이다. 네가 속한 평의회조차도 아니다."
"뭐라고?"
"그렇다. 어떤 이야기에서는 자네가 O5 평의회의 일원이 된다. 믿지 힘들지 않은가?"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진 않아. 이건 뭔 크리스마스의 유령 같은 실없는 소리인가? 이렇게 될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거야?"
평의회는 어떤 안건에 투표하는 듯 하다. 틸리는 새어나온 몇 마디의 단어를 들을 수 있었다. 죄수의 운명에 대한 말이다. 누군가가 O5-0을 부른다. O5-1로 보이는 사람에게 수많은 함성이 쏟아진다. 모든 것이 흐려진다.
"잠깐-"
"-이들 중 어떤 이야기도 일어날 법하지 않았다. 보았다시피 이 이야기는 자네의 이야기와 평행선을 긋기 때문이다."
이제 일행은 평야지대의 시골에 있다. 바위투성이의 대초원이 있다. 저 멀리 소박한 농장들 사이에 소박한 오두막들이 흩어져 있고, 그 사이에 작물과 도구를 나르는 소박한 아마섬유 옷을 입은 사람들이 간간이 보인다.
"여긴 잘못된 것 같지 않은 것 같아."
"여긴 다에바스탄Daevastan이다. SCP-140의 격리 실패가 일으킨 대참사 때문에 만들어진 나라이지.
"저 다에바 사람들은 끔찍할 정도로 평화롭게 지내는 것 같은데."
"자네들이 가지고 있던 다에바에 대한 견해는… 과장 없이 말하더라도 그릇되었다. 아니면, 이 재단이 틀렸을수도,"
바람이 그들 위로 휘몰아치며 틸리의 실험실 복장을 흔들어댄다. 먼 곳에서 그녀는 바람에 섞인 음악 소리가 들린다. 그 음악은 익숙한 곡조를 연주하는 현악기의 오케스트라다. 그 음악을 듣자 슬퍼진다.
"이 이야기는 끔찍할 정도로 진짜 같은데."
"이제 너는 내가 느낀 바를 이해할 수 있다. 나는 네 이야기에서 외부인이었다. 네가 이 이야기들에서 외부인이었듯이."
그들은 어두운 공허 속을 떠다닌다.
"여긴 어디지, 삼-공-공-일에 있는 건가?"
"그렇게 우울한 곳은 아니다."
그녀는 자신들이 떨어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떨어지기를 멈추자, 앞쪽에 거대한 붉은 구체가 있다. 구체는 어떤 액체 같은 것에 뒤덮여 있었고, 액체는 구체의 옆면으로 흘러내리고 또 흘려내렸다. 구체에서 내뿜는 빛 또한 섬뜩한 붉은색이었으며, 앞에 서 있는 기동특무부대 장비를 착용한 젊은 여성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 사람들에게 일어날 일을 바꿀 수는 없지만, 언제나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이해하는가?"
"… 알겠어."
이들은 계속해서 이야기에서 이야기로 뛰어넘기를 지속했다. 악마가 나무에 매달려 있는 지하의 동굴. 또 다른 나무의 이야기, 캘리포니아의 삼나무 숲에 있는 거대한 세쿼이아. 비가 쏟아지며 땅이 진흙이 되어버린 숲의 빈터. 내부가 어마어마한 항해 놀음의 배경으로 바뀐 카네기 홀. 아마존에는 보라색 기둥이 있고, 제17기지에는 창문이 있다. 기억될 만한 가치가 있는 셀 수 없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이제 이해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래, 맞아."
"이제 가도록 하지"
6000-A는 담배꽁초를 땅에 떨어트린다. 틸다가 신발로 꽁초를 밟는다. 그리고 그들은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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