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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Original: A Letter, Taped to a Pipe Bomb, Found in the Site-19 Break Room by
J_V_G
Translator:XCninety
산이란 그 자리에 영구히 남기에 아름답습니다. 산비탈 앞에 서면 수백 세대에 걸쳐 선조들이 제가 있는 자리에 저처럼 서서 험준한 거석과 절벽을 바라보며 저처럼 경탄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달이나 피라미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등 한 군데 자리잡은 거대한 돌은 모두 이런 특질을 공유합니다.
반면 해질녘이란 덧없이 지나가기에 아름답습니다. 물론 오늘이 지나면 내일이 찾아올 테지만, 점차 바래 가는 붉은빛과 물결지는 구름을 지켜보노라면 전에도 후에도 이 자리에 서서 정확히 똑같은 광경을 보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절감하고 맙니다. 이런 특질 때문에, 이렇게 쏜살같이 떠나는 아름다움이 있기에 저는 덧없음에 이끌리곤 합니다. 모래톱에 그린 초상화, 시가 적힌 불타는 종이, 연주되는 중인 음악이나 무대에 오른 연극이 이런 특질을 공유합니다. 이들은 분명히 다시 창작할 수 있으며 주의를 기울이면 꽤 정밀하게 재현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테세우스는 배에서 내린 지 오래입니다. 그런 행동은 일시적일망정 그 덧없음이 불러오는 감동은 세세토록 이어집니다. 예술이 사라지더라도 그 반응은 영원히 사는 것이죠.
그러나 그 사실 속에 예술가를 죽이는 씨앗이 숨어 있습니다. 까닭이 문화인지 심리인지 짚지는 못하겠습니다만 인류는 영원한 것을, 적어도 오래 가는 것을 우대합니다. 그러므로 덧없음에 매력을 불어넣는 그 아름다움은 예술품을 반응에 종속시킬 위험을 지닐 수밖에 없습니다. 이 작품을 만들다 보니 어느새 저는 이 녀석이 일으킬 반응에, 내적·대인적으로 펼쳐질 논의에 미리 관심을 기울여 버리더군요. 이래서는 작품 자체가 주변부로 밀려나 버리고 그 존재의 부수적 측면만이 조명받을 뿐이겠죠.
그래서 저는 여러분 손에 선택권을 맡겨드리려고 합니다. 이 작품을 어떤 식으로든 다른 자리로 옮기려 한다면 폭탄은 터질 것입니다. 결정을 내리시기 전에 이 부분까지 제 말을 읽어주셨으리라 믿습니다. 그러지 않으셨더라도 그 자체로 의미가 있겠습니다만, 이건 좀 딴소리겠군요. 어떻게 결정하시든 무조건 따르겠습니다. 이 작품이 연소되는 운명을 맞이하며 기억 속에만 덧없이 존재하게 되더라도 좋습니다. 아니면 목적을 부정하시고 티타늄 상자 속에 곱게 넣어 시간과 형태를 멈추게 해두셔도 좋습니다.
어떤 선택이 여러분이나 작품에게 어떤 의미를 띠는지 제가 감히 왈가왈부할 처지는 아닙니다. 여러분의 결정을 제가 알 방법도 영영 없습니다. 건물이 뒤흔들릴 만큼 위력이 중대한 작품은 아니니 바깥에서 지켜봐야 아무것도 보이지 않겠죠. 여러분이 아시면 되고, 원하신다면 그 의미가 무엇인지 스스로 결정하시면 됩니다. 그저 이런 질문을 여러분께 가져다드린 것만으로 저는 만족합니다. 어떻게 대답하시든, 대답하든 말든 저는 참견하지 않겠습니다.
예술가를 자처하는 어떤 사람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