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님, 진정하세요. 당황하지 마시고요.. 물 한 잔 떠다 드릴까요?"
"아-아니, 그…그게 아니라… 세상에, 하느님…"
"자, 물 한 잔 하시고, 심호흡하시고, 진정해 보세요. 저희가 상황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여사님은 안전해요."
"담… 담배 한 대 피워도 되…되…될까요?"
"그럼요. 저도 같이 필게요. 안심하세요. 급한 일 없으니까 계시고 싶은 만큼 계셔도 됩니다."
"시…신원을 바…밝혀야…"
"지금은 그러실 필요 없어요. 공식적인 절차는 나중에 밟죠. 좀 괜찮으세요?"
"네… 그런 거 같아요."
"좋아요. 자, 그럼 기억하시는 걸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재촉해서 죄송하지만, 알아야 해서 말입니다."
"자랐어요. 도시 한복판에서 자라났어요! 저… 그게 있던 자리 땅이 부서졌고 저는 돌아섰죠. 끔찍했어요! 세상에, 그…그…그게 도대체 뭐에요?"
"사실 그게 외계 기술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한동안 외계 생명체의 감시를 받고 있었습니다. 우리들 중 대부분이 의지와 상관없이 로봇으로 대체되어 버렸고요."
"그런데… 어떻게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가족과 친지분들 대부분이 수술대 위에 긴 시간 동안 누워 있었다는 말이에요. 그런 사람들은 운이 좋은 경우겠지만요. 여사님께서 보신 건 유전자가 조작된 인간 조직입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수많은 사람들을 뭉쳐서 만든 공이죠. 물론 그 와중에 그 사람들 의식은 또렷하게 살아있었고요. 예상하건대 그 공으로 뭉쳐진 사람 중 적어도 한 명은 아실 겁니다."
"그럴 수가…"
"안타깝게도, 외계인들이 목격자이신 여사님을 잡으러 올 겁니다. 그놈들은 공포로 대상을 추적할 수 있는데, 더 무서워할수록 빠르게 추적당할 거에요. 자, 심호흡 한 번 하세요. 여사님은 운이 좋으십니다.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
"도…도…돕는다고요?"
"그렇습니다. 아마 공포를 늘리려고 외계인들이 여사님 가족을 잔혹하게 살해할 거예요. 하지만 저희와 있으시면 안전할 겁니다. 불운하게도 여사님 영혼을 특별한 생체로 옮겨야 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일어났던 모든 일을 기억하실 거니까요. 어떻게 보면 여사님은 아주 운이 좋은 분이기도 합니다. 한 열두 시간쯤 뒤에 지구는 없어집니다. 그래도 그때쯤이면 여사님과 저희는 화성에 있는 특별 시설에 다친 데 없이 안전하게 있을 거예요."
"…"
"자, 심호흡 한 번 또 하시고.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건 잘 알고 있어요. 자, 이걸 드세요. 좀 도움이 될 거예요. 다 괜찮을 거예요. 네, 물 좀 드시고요. 조금 쓸 수도 있어요."
"여긴 어디죠? 뭔 일이 있었던 거죠?"
"열사병에 걸리셨습니다. 심각한 일은 아니에요. 응급의료원을 따라가세요. 병원으로 데려다 줄 겁니다."
"세상에, 지금 방금 꾼 꿈… 지금껏 꾼 꿈 중에서 최악의 악몽을 꿨어요."
"이런 상황에서 자주 그래요. 꿈일 뿐이에요. 지금은 안전하십니다. 안녕히 가세요. 쾌차를 바랍니다, 여사님!"
"감사합니다,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
"지루한가, 요원?"
"조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