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베어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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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토가미 츠카사(戸神司)는 꼼짝도 하지 못했다.

미국 기지로 출장 왔던 참이었다. 친구 애한테 미국 기념품 사 주려고 대형 장난감 체인 뉴욕 지점으로 들어왔다. 이 정도 자선활동도 없이는 재단 직원인 그 친구라 해도 정합성을 못 지켰다. 사람으로서.

점내는 어린이들의 웃음소리와 애니메이션 주제가로 시끌벅적했다. 진열장에서 미국 만화 히어로의 피규어가 포즈를 잡은 채로 있었다. 점내를 뺑 두르는 레일에는 모형 열차가 달리고 있었다. 모니터 속에서는 포켓몬들이 춤을 췄다. 정말로 우리가, 재단 직원들이 목숨 걸고 지켜내야 할 평온한 일상 그 자체.

그 중에서 다만 한 가지, 이질적인 모습이 하나 끼어들어 있다고 알아차리는, 그 점은 젊다고는 해도 과연 현장 요원스러웠다. 그만큼이나 훌륭하게, 그놈은 주위와 잘 섞여들어가 있었다.

어쨌거나 겉모습은 곰인형. 장난감점 다른 상품들과 나란히 있어도 하나도 부자연스럽지 않다. 상품 진열 공간을 시치미 떼고 배회하고 있다.

(B, 이런 곳에 있었다니!?)

타깃 B ─ 유래는 물론 Bear. 기지 바깥에서 활동하는 요원들은 그렇게들 불렀다. SCP 번호를 불렀다간 어디서든 요주의 단체한테 들리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까.

후욱, 숨을 한 번 내쉬었다. 호흡조차 자기가 잊었던 줄 이제야 깨달았다. 순간 심장이 두방망이질하듯 뛰기 시작했다. 절대적 위기를 앞에 두니 한시라도 빨리 도망치라고 육체가 요구하고 있었다.

그럴 수는 없어. 여기에 수많은 일반인이, 그리고 어린이들이 있다고.

한 소녀가 B 쪽을 바라보더니 입가에 웃음을 띄운다. 인사하든 B가 한 손을 들어올린다. 전율하는 츠카사. 저 소녀는 언제 살해당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아. 몸이 자동으로 움직였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감시 카메라의 영상은 바꿔치기하면 문제없다. 얼굴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기억소거반을 믿고 맡길 수밖에.

수트 소매에서 초소형 슬리브건이 튀어나와, 멋지게 손바닥에 자리잡는다. 총구를 천장으로 돌려 조명을 쏜다.

점내의 시선이 츠카사에게 모인다. 폭풍전야 같은 적막을 놓치지 않고, 있는 힘껏 박력을 담아 외친다.

"돈 내놔, 반항하면 죽인다!"

비명, 소란, 절규. 경보가 울리더니 점원들이 피난을 유도하는 소리를 외치고, 손님들은 도망치며 상품을 무너뜨렸다. 그 소녀는 ─ 좋아,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한테 안겨서 가는군.

몇 분 후 점내는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그러나 꾸물거릴 새는 없었다. 이대로 경찰이 들이닥치면 희생자가 어린이에서 경찰로 바뀔 뿐. 스마트폰을 은닉 모드로 전환해 출장치 제24기지 첩보 담당실을 호출했다.

"츠카사, 무슨 일이야?"

"롬바르디 교관님? 잘됐다!"

다행히 아는 상대였다. 츠카사의 지도교관은, 임무도 같이했던 사이로서 제자인 츠카사를 다소 친절하게 대접했다.

간략하게, 그러나 중요 정보 누설은 없이 상황을 설명했다. 그 정도의 베테랑 요원이 숨을 참는 모습이 스마트폰 너머로 보이려 했다. 무리도 아니지. 격리 실패를 일으킨 SCP가 뉴욕 길거리를 활보하고 있으니.

"뉴욕시 경찰한테는 참견하지 말라고 전달했어. SWAT로 위장해서 기동특무부대가 갈 거야. B는 지금 어때?"

"그 녀석은 ─"

물론 보고 중에도 눈은 떼지 않는다. B가 두리번두리번 점내를 둘러본다. 마치 당황하는 듯이. 여러모로 귀여운 행동이다. 순진한 어린이라면 달려가서 껴안아 줬을지도 모른다.

그게 바로 그놈의 수법이었다.

"그나저나 B의 '친구'는 주변에 없어?"

그 말을 들으니 뜨끔했다. 잊었던 건 아니지만 거기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래, B는 물론이고 그 친구들도 마찬가지로 위험해.

(젠장, 이래서야 저 아저씨한테 반푼이 취급당하겠는걸…)

온몸을 센서 삼아 상대를 찾아봤다. 어쨌거나 장난감 가게. B 말고도 움직이는 건 많았다. 멍멍 짖는 개 장난감, 심벌즈 치는 원숭이 장난감, 몇 번씩 가슴이 내려앉는다. 기둥 그림자에 뭐가 있진 않을까. 저건 정말 그냥 장난감일까. 그런 척하면서 틈을 노리는 건 아닐까. 공포가 빚어내는 환영의 시선을, 이성의 필터로 걸러내 본다.

"보이는 범위에선 없는 것 같습니다."

"알았어, 자네도 대피해."

"안 됩니다!"

그만큼이나 걱정이 되는 건 뜻밖이었다. 여기 당신이 있었으면 어쩔래, 초짜 취급하지 마, 그렇게 소리치고 싶었다. 미숙하다곤 해도 츠카사 역시 재단의 요원. 모두가 양지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음지에서 죽을 각오를 한 사람이었다.

"눈을 뗐다간 B가 도망칠 거예요!"

"그치만 ─ 아 젠장, 쓸데없는 짓 집어치워. 자네한테 무슨 일 생기면 내가 케이스케한테 살아남지 못해!"

무심코 쓴웃음이 나왔다. 롬바르디 교관을 위해서라도 살아 돌아가야겠지, 가급적.

B는 뒤뚱뒤뚱 걸어가기 시작한다. 걸어가는 방향 앞에 정문이 있다. 빠져나갈 생각인가.

"야아, 안녕!"

그늘에서 뛰쳐나와 B를 부른다. 이대로 보내줬다간 뉴욕은 지옥 강림 확정이다. 기특대가 도착할 때까지라도 이 자리에 붙들어 놔야 해. 내 몸이 미끼가 되어서라도.

B의 발걸음이 멈춘다. 천천히 츠카사를 돌아본다. 상어와 시선이 마주친 조그만 물고기가 이런 기분일까.

"친구는 같이 없니?"

B를 마주보면서도 주위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이러는 사이에도 숨어 있던 친구가 덤벼들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그렇게 된다면, 경계했든 말았든 살해당하는 것 빼고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 이 자식한테는 츠카사도 그 소녀도 별반 차이가 없으니까.

1초마다 수명이 깎여나가는 게 느껴지면서도 ─ 제법 기다려도 친구는 나타나지 않는다.

(정말 아무도 없나?)

B는 가만히 츠카사를 올려다본다. 동그란 눈동자로, 쓸쓸한 듯이.

(속지 마, 이 녀석에게 제24기지 전원이 속아버렸다고…)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데이터로 미루어, 이 녀석이 친구 ─ 자신의 한패를 요구하는 것만은 틀림없다. 생각해 보자, 괴물의 마음으로. 뭐라고 해야 이 녀석의 흥미를 끈다?

그 사람 ─ 스승님의 말을 떠올린다. 어떡해야 어엿한 요원이 되나요? 그렇게 물었던 자신에게 스승님은, "쓰레기가 되어라"라고 대답했다. 온화하고 흉폭한, 늑대인간의 얼굴로.

'그것도 신조차 눈길을 저버린, 최저의 쓰레기 자식이이어야 해.'

정말 역겨운 제안이, 자연스레 입에서 튀어나왔다.

"혼자서 너무 쓸쓸하지? 어때, 나랑 같이 가면 친구의 '재료'는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고?"

그 상황만 모면하려는 생각은 아니었다. 이 대화는 제24기지로도 알려진다. B를 얌전하게 만들고자 이 제안을 특수 격리 절차에 편입시킬 수도 있었다.

즉, 지금부터 이 녀석에게 바쳐지는 제물은 모두 자신이 잡아올리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여기는 MTF 파이-1, 정문에 도착했다. 토가미 요원, 무사한가?"

스마트폰의 알림 소리를 듣자, 츠카사는 마음속 어둠에서 빠져나왔다. 기동특무부대 파이-1, 통칭 "도시 촌놈".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MTF다. B를 자극하지 않게 조용히 진입하라고 답장으로 진언했다.

다시 B를 마주본다. 그 양손이 천천이 올라가 ─ 무심코 경계 태세를 취한 츠카사였지만, 그놈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 뿐이었다.

기뻐하는 걸까.

─ 안녕! 괴물끼리 사이좋게 지내자.

추욱, 힘이 빠진다. 자신이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눈치챈 것은 조금 나중 일이었다.

(하하, 쓰레기를 넘어서 괴물이 되어버렸네요, 선배…)

B의 재격리에 성공. 이 소식은 O5 평의회에도 들어갈 것이다.

4등급 경계 태세. 제24기지가 이 상태로 들어가는 건 B의 격리 실패 이후 처음이다. 격벽은 모두 닫히고, 전술복 차림을 한 보안 인원들이 즐비하며, 기지 이사관은 언제든 자폭 버튼을 누를 수 있게 대기 중이다. 해도 너무한 짓이라곤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여하튼 지금 막, 기지 가장 깊은 실험실에서 B를 안전하게 격리할 방법을 찾고 있는 참이었다.

"특수 격리 절차는 직원의 피로 쓴다", 재단에는 그런 소리가 있다. 길고 복잡한 격리 절차일수록 최종 결정 때까지 인명이 많이 소모되는 경향 때문이다. B의 새 격리 절차는 분명 지긋지긋하리만치 길고 토 나올 만큼 복잡하겠지.

"으아아아악!"

실험실에서 불쌍한 제물 ─ B 친구 소재의 비명이 울린다.

"무무무 무슨 일이야 B, 몸이 안 좋은 거니!?"

제럴드 박사는 그저 쩔쩔매고 있다. 토끼처럼 길고 뾰족한 귀 달린 분홍색 아기돼지 인형옷에 들어가서.

토끼처럼 길고 뾰족한 귀 달린,

분홍색 아기돼지 인형옷,

말이다.

─ 무슨 문제라도?

"우후후훗! 그럴 때는 마음껏 뛰놀면 시원해진다구!"

호랑이 인형옷에 들어간 라이트 박사는 B 주위를 기운차게 뛰어다닌다. 뛸 때마다 인형옷 너머로도 드러나는 넉넉한 가슴이 한들한들 움직이고 ─ 어린이용 프로인데 어린이한테 못 보여줄 광경이 되어 버렸다.

"아아, 그만하라고! 또 밭이 엉망이 됐잖아~"

노란 토끼 인형옷에 들어간 글라스 박사는 당근을 심은 플랜터를 필사적으로 감싼다. 재단의 기인 괴짜 심리 검사에서 항상 고군분투하는 그였다. 불쌍하지만 여기서도 고생하는 역할인가 보다.

"으음, 안될 것 같단 말야. 뭐, 아무래도 좋을 테지만."

회청색 당나귀 인형옷에 들어간 기어스 박사가 태블릿 단말기로 과서 실험 데이터를 참조하며 중얼거린다. 역시 코그, B 앞에서 "아무래도 좋을 테지만" 같은 소리를 할 사람은 그뿐이다. 압정으로 박아뒀던 꼬리가 똑 떨어졌다.

"이상하다, 틀림없이 B는 친구를 바라는 거라 생각했는데. 그래그래, 친구라 하면 옛날에 콘드라키라는 유쾌한 놈이 있었다구."

갈색 부엉이 인형옷에 들어간 브라이트 박사 ─ 그 전에 벌써 동물인가? ─ 가 퓩 한 번 날개를 펄럭이자, 바람을 받고 B가 풀썩 쓰러졌다. 일어나지 못하고 바동바동 발버둥만 친다.

위잉위잉, 불만스런 모터 소리를 내며.

"우와─앗, B 괜찮아!?"

당황한 사람은 피ㄱ[편집됨], 아니 제럴드 박사만이 아니었다. 기지 내에 경보와 자폭 카운트다운이 울렸다. 다행히 글라스 박사가 그럴 필요까진 없다고 이사관에게 연락해서 중단시켰지만.

그런 시끌벅적 아비규환의 한복판에서도 브라이트 박사는 허공에다 옛날 이야기를 계속 늘어놓는다. 역할에 완전 몰입했나 보다 ─ O의 옛날 이야기는 길고 ─ 아니, 그냥 상황 파악을 못 한 걸지도.

칸트 계수기를 계측하는 조수들 사이에 절망의 그림자가 엄습하기 시작한다. B의 격리 담당반 ─ 재단에서 엄선한 천재 과학자들이 스스로 친구를 연기하는 중인데도 B 주위의 흄값에 변화가 없다. 역시 무리였나, 판도라의 상자를 뛰쳐나온 재앙을 다시 상자로 되밀어넣는 짓 따위는.

아아, 가족한테, 연인한테 사랑한다 말해둘 걸 그랬다고 그들이 후회하기 시작하던 바로 그때.

"잠깐만요!"

실험실에 난입한 사람은 츠카사였다. 순간의 판단으로 어린이들을 구한 그는 이제 제24기지의 영웅. 노란색 어린이옷에 하늘색 반바지를 입었지만 아무도 웃지 않는다. 몸집이 작아서 동안 때문에 교묘하게 어울려 보이기도.

"크윽!"

강화유리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문득 무릎을 꿇는 츠카사. 어울리는 정도를 넘어 오히려, 정신적 타격이 커진 듯하다.

"츠카사 요원, 무슨 짓이야! 자네는 수치심 저항 프로토콜도 처리받지 않았다고!"

글라스 박사가 부리나케 안아 일으킨다. 있었나, 그런 게. 이런 체면이라면 필요없어 보이기도 하다만.

"이거 놓으세요! 저 녀석한테 거래를 제안했던 건 저라고요! 저는, 저는, 토가미 츠카사라는 이름은 버립니다! 이제 내 이름은 ─ 크리스토퍼 토가미!"

피 토하는 듯한 부르짖음에 천하의 B 격리반 반원들도 기가 꺾인다. 아니, 라이츠 박사만은 "이따 내 사무실로 불러야겠어"왜라고 생각했다만.

"안녕, B. 네가 원하던 거, 이거지?"

츠카사가 배낭에서 꺼낸 물건을 보자, 일동이 술렁인다. 유적 속에 숨은 황금 같은 빛. 미녀의 입맞춤 같은 탐스러운 찰기. 모든 곰을 매혹하는 그 금단의 단맛이야말로

"꿀이다, 그 방법이 있었구나!"

츠카사가 꿀단지를 바닥에 두자, 곧바로 B가 주목했다. 뒤뚱뒤뚱 다가간다.

"오오, 흄값이 안정을 되찾았어!"

조수들이 탄성을 내지른다. 칸트 계수기의 바늘은 딱 1Hm (정상치±0) 에 멈춰 있는데 ─ 아니, 실험 시작할 때부터 쭉 그랬는데도. 헤롱헤롱한 건 왜인지 나사 빠진 그들의 머릿속은 아닌지.

"해, 해냈다 ─ 아앗!?"

기쁨도 잠시, B는 또 난데없이 멈춰선다. 의심에 찬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는, 그런 모습으로 그들에게는 보인다.

"꼭 벌을 경계하는 것 같아요! B, 비구름 시늉을 하고 있어!"

"누구, 진흙과 풍선을 가져와!"

풍선 한 무더기를 달아놓은 끝에, 흙탕물이 끼얹히는 B. 모터가 합선되어 버린 듯 이제 팔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스피커는 아직 간신히 기능하며, 잡음 섞인 음성을 재생한다.

안녕, 친구야. 내 이름은 ㅍ(지직)라고 해. 100ㅍ(지지직)숲에 어서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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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923-KO-1A의 로고

일련번호: SCP-923-KO

등급: 무효(Neutralized)

특수 격리 절차: SCP-923-KO의 격리는 불가능하다. 현재의 격리 절차는 SCP-923-KO-1의 존재를 은폐하는 것을 중점으로 ─

설명: SCP-923-KO는 기생성 개념으로 추정되는 존재다. SCP-923-KO는 인간으로 구성된 조직을 숙주로 삼아 ─

SCP-923-KO-1은 SCP-923-KO가 숙주에 기생할 때 취하는 형태다. SCP-923-KO-1은 숙주에 상관없이 항상 "항디즈니부"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

SCP-923-KO-1에서 진행하는 모든 프로젝트는 무의미하고 비효율적이며 항상 월트 디즈니 컴퍼니와 연관되어 있다 ─

문서 SCP-923-KO-1A
이 문서는 재단 항디즈니부에서 작성한 문서다 ─

일련번호: SCP-B

등급: 호크마(Hokma)

특수 격리 절차: SCP-B는 제24기지의 전용 격리실에 격리한다. 24시간마다 1회씩, 수치심 저항 프로토콜을 완료한 D계급 인원 5명이 의태 슈트 P, T, R, E, O, C를 착용하고 꿀 300g을 지닌 채로 격리실로 진입한다. SCP-B가 벌을 경계하여 꿀에 접근하지 않을 경우 ─

설명: SCP-B는 월트 디즈니 컴퍼니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토대로 만들어진 장난감이다 ─

SCP-B는 친구 및 꿀에 강력하게 집착하며, 이들을 24시간 이상 못 얻은 채로 있다면 IV급 현실 조정 능력을 행사해 [편집됨], 그 효과 범위는 지수함수적으로 증가하며 최악의 경우 ZK급 ─

SCP-B는 201█/█/██ 제24기지를 탈출하여 행방불명 상태였으나, 같은 해 █/█에 █████ 뉴욕 지점에 잠복하던 것을 토가미 요원 (첩보국 일본지국 소속) 이 발견하여 ─

이 자료에 기재된 장난감을 조사한 결과, 일반적인 장난감으로 밝혀졌다.

애니메이션 테마곡을 합창하는 B 격리반과 츠카사. 제8181기지 사무실에서 그 영상을 바라보는 현장요원 지도교관 아오이 케이스케(蒼井啓介)는, 여전히 데드마스크 같은 무표정이다.

그 옆에서 츠카사가 온몸이 오그라들고 있다. 차라리 죽여달라고 말하고 싶은 듯이.

"뭐하는 짓이야, 미국까지 가서."

"저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고요!"

울상으로 스승이자 파트너에게 항의하는 츠카사. 뭐, 확실히 맞는 말이다만.

"항디즈니부라는 놈 때문에 모두 머리가 이상하게 돼서 ─"

SCP-923-KO라는 놈은 벌써 그런 통칭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갖가지 조직들을 홀려서 항디즈니부라는 부서를 설치하고 그 소속 인원에게 무의미한 활동을 시키는 기생성 개념. 더구나 기생하는 동안은 아무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한다. 츠카사도 롬바르디도 MTF도 B 격리반도 O5 평의회마저도, 재단의 누구라도 SCP-B ─ 그냥 장난감을 케테르급 SCP라고 믿어버렸다.

그리고 또, 제24기지에서 "탈주"했다는 원래 SCP-B ─ 제24기지 이사관이 손자 생일선물로 샀던 장난감은 사물함 안에서 발견되었다. 착오로 잘못 들어가 버렸댄다. 이제 와서는 뭐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아아, 알겠어 알겠어. 모두가 정신을 차린 건 그래도 이 실험 덕분이라 할 수 있잖아."

정확히는 SCP-B의 "확보"를 계기로 재단 항디즈니부 인원이 증강된 덕분인데, 그렇게 판명되는 건 좀 더 나중 일이다.

"경리 쪽 사람들은 고맙다더라고, 덕분에 쓸데없는 비용을 감축했다면서."

"으, 기쁘지는 않네요."

영상에서 격리반과 츠카사가 둥글게 모여 춤을 추고 있다. 이를 본 브라이트 박사와 라이츠 박사가 박장대소했다. 그들의 담력을 조금이라도 나눠받았으면 하는 츠카사였다.

(말하면 안돼 ─)

삶은 낙지가 다 된 제자이자 동료를 곁눈질하며 내심 중얼거리는 아오이. 입이 찢어져도 말 못 한다. 롬바르디에게 이 사건 소식을 듣고서 무심코 "녀석, 훌륭하게 커버렸구나"라며 눈물을 글썽여버린 건.

SCP-923-KO의 영향이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아주 잠깐 들었다가 말았다.

"자, 그럼 순찰이나 하러 가자, 크리스토퍼 토가미."

"그만해주세요오오오"

비슷한 시각, 일본의 어딘가.

분위기 있는 일본식 방이다. 토코노마에는 셋슈(雪舟)가 그린 족자가 걸리고, 뜰에는 시시오도시 소리가 들린다. 생긴 것과 다르게 보안은 최신식이다. 벽은 방탄에 도청 방지 사양까지 갖추고, 하인들은 모두 보디가드를 겸임한다. 아무튼, 여기는 재단 일본 지부 이사, 암호명 시시(獅子)의 사무실이다.

칠기 탁자 위에 놓은 PC. 어울리지 않는 유일한 기기 앞에 앉아, 시시는 엄숙하게 말한다.

"하이, 에프래비."

"안녕하십니까, 이사님."

성문 인증을 겸임하는 호출 키워드에 반응하여, PC 화면에 분황색 토끼가 나타난다. SCiPNET 어시스트 AI인 F-rabbie의 아바타다.

"으음, 65살에 이런 키워드라니 부끄럽군."

"변경하시겠습니까?"

"그랬다간 부끄러워한다는 게 다 뽀록나 버리잖나."

"죄송합니다, 잘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아아, 아냐, 신경쓰지 말게. 그보다 긴급 보고가 있댔는데만."

시시는 침착하다. 긴급 보고 한두 가지로 동요한다면 격리 개수 세계 제일을 자랑하는 일본 지부의 이사를 맡을 수가 없다.

"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빙글빙글 춤추는 F-rabbie. 그 아래로 자잘한 작업 내역들이 흐른다. 장치 보안 확인 중, 암호 해독 코드 적용 중, 정보재해 위험성 확인 중 ─ 메일을 여는 것만으로 이런 수고다. 하지만 안전과 바꿀 수는 없는 일이다.

여흥의 춤을 마치고 F-rabbie가 메일 한 통을 띄운다. 세계 오컬트 연합 극동 지부에 잠입 중인, 이사 직속 요원의 보고서였다.

보낸 사람: cog.ecnegilletni|31dleifaeS#cog.ecnegilletni|31dleifaeS

받는 사람: pcs.noitadnuof|noiL_PJ_rotceriD#pcs.noitadnuof|noiL_PJ_rotceriD

제목: 비정기 연락 - 긴급도 높음

오늘 GOC에서 항디즈니부를 신설한 것을 확인. SCP-923-KO의 영향으로 보임. GOC 항디즈니부는 각국 디즈니랜드를 KTE로 지정하고 핵미사일로 파괴를 계획 중. 즉시 대응 바람 ─

시시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 까딱하지 않으면서 식은땀을 흘린다. 그리고 폭포처럼 흐른다.

"진짜로?"

"진짜로요."

일련번호: SCP-923-KO

등급: 무효(Neutralized) 케테르(Keter)

유감. 재단과 SCP-923-KO의 싸움은, 아직도 한참 남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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