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14일 월요일
아침
오전 8시 13분
한 번 더 울리면 10번째 울리는 것이 되는 알람 소리에 힘차게 기상했다. 그리곤 오늘이 월요일임을 보여주는 달력을 보고 힘차게 좌절했다. 신이시여, 왜 일요일 다음에 월요일을 만드셨나이까.
아아, 젠장. 또 지각이다.
프로젝트 담당자인 플리쳐 박사에게 먹을 엄청난 욕을 상상하며 빵 한 조각을 입에 물었다. 빌어먹을, 토스터기에 넣고 굽는 걸 깜빡 잊었다.
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그냥 입에 넣고 씹었다. 잼이 없으니 뭔가 허전했고, 물이 없어서 목까지 메었다. 침을 삼키며 애써 생존해보려 애썼지만 결국 물을 마시려는 욕구를 이기지 못하고 냉장고로 달려가 물 한 병을 꺼내 벌컥벌컥 들이켰다. 하아, 살 것 같다.
서둘러 옷장에서 실험 가운을 꺼내 걸쳤다. 머리가 조금 부스스하지만 내 머리는 언제나 부스스했으니까 손으로 머리카락을 몇 번 넘기기만 하고 냅뒀다. 누구 신경 쓸 사람도 없는데, 뭐.
화장실에서 손에 물만 대충 묻혀 눈가만 닦은 뒤 안경을 썼다. 그리고 힘세고 강한 하루를 보내기위해 문을 열고 나갔다.
바지를 입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플리쳐 박사가 나를 황당하게 쳐다볼 때였다.
점심
오후 12시 36분
아침부터 예정에도 없던 고생을 했기에 점심에 뭔가 맛있는 것을 먹어 보상을 받으리라고 결심하곤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오늘 메뉴가 돈까스를 곁들인 카레라이스라는 것을 어제 메뉴판에서 미리 보았기에 세 그릇 정도는 먹을 각오를 하며 발걸음도 가볍게 달렸다.
식당 입구에서부터 스트링 박사에 의해 저지당했다. 뭔가 아주 중요한 일 때문에 기지 관리자의 허락을 받고 식당에서 뭔가를 하고 있단다. 그의 음흉한 미소가 마음에 걸렸다.
그렇게 내 돈까스 카레라이스는 날아가 버렸다.
할 수 없이 자가용을 몰고 시내에 내려가서 햄버거나 사먹었다. 카레와 돈까스를 매개체로 하여 햄버거를 연성하는 등가교환의 신비로움을 몸소 체험했더니 기분이 째질 것 같다.
저녁
오후 7시 51분
저녁 내내 보고서와 씨름했다. 그 때문에 저녁밥은 별 맛도 없는, 처음 보는 상표의 싸구려 컵라면으로 때웠다. 내 미각 세포들은 뭔가 맛있는 것을 요구해왔지만 나는 시궁창인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미안하구나, 내 미각 세포들아. 주인이 불운을 타고나 너희에게 라면이나 햄버거밖에는 줄 수가 없구나. 돼지국밥을 정말로 원할 텐데 말이야.
아니, 그건 나인가?
보고서와 씨름하면서 볼 수 있는 것은 나를 등지고 앉아있는 랭겔 박사의 등짝과 노트북 모니터뿐이었다. 차라리 저 등짝이 여자의 등이었으면 그나마 나았을 텐데. 슬픈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업무에 열중하였다.
한창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데 랭겔 박사가 화장실 간다고 일어나 지나가다가 내 노트북 옆에 놓여있던 물컵을 건드렸다. 중심을 잃은 물컵은 그대로 내용물을 내 노트북을 향해 배출하였다.
덕분에 노트북은 계획에도 없던 샤워를 했고 내 보고서는 완전히 날아가 버렸다.
밤
오후 11시 31분
하루 종일 재수가 지지리도 없었다는 생각을 하며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스트링 박사가 내 방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더니 뜬금없이 데반 박사가 어디 있느냐 물었다. 오늘 난 내 인생에서 가장 엿 같은 하루를 보냈는데 그 사람이 어디 있는지 내가 알게 뭐람? 모른다고 하자 그는 알겠다고 말하곤 문을 닫고나갔다. 정말이지 정신없는 남자다.
신이시여, 비록 제가 당신이 있다는 것을 믿지는 않지만 정녕 신이시라면 저에게 행운이라는 것을 조금 더 배분해주소서. 이건 뭐 평생 겪을 불운의 256분의 1을 오늘 하루 만에 다 겪은 듯한 느낌이지 않습니까.
침대에 누워 그렇게 간절히 빌었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을 하며 주린 배를 움켜쥐고 잠을 청했다.
우와, 오늘 하루 정말로 엿 같았어.
어제가 무슨 날이었다고요?
데반 박사 생일이요.
전혀 몰랐는데… 뭐, 알게 뭡니까. 누군가는 축하해줬겠지요.
아직 안했는데요. 파티는 아직 진행 중이에요.
……네?
그런 게 있어요. 그러니까 어서 저 폭죽이나 들고 따라와요, 큐빅 박사.